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654)화 (655/763)

 여러분! 복수심과 분노에 휘둘려 악마가 되지 마십시오! 우리가 악마가 된다면 모두 의미 없는 짓입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자 악마화를 걱정한 모라 교단의 신자가 외쳤다. 실제로 '절제'가 모조리 날아갈 정도로 살벌했다."

 사람들도 모라 신도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잠깐 분노를 가라앉혔다. 실제로 절제를 미덕이라 여기는 마족이라 크게 호응을 얻었다."

 악마처럼 이성을 잃은 채 복수하는 게 아닌! 절제된 마음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성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옳소! 옳소!""

 성직자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복수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니었다. 마구잡이로 날뛰지 말라고 했을 뿐이지."

 여론은 스타비르크를 향한 복수로 귀결되고 있었다. 오죽하면 직접 참전할 거라고 서로 난리를 치는 중이다."

 헬리움의 수뇌부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나 약간이나마 냉정을 유지했다. 일단 선전포고는 확정된 바, 남은 건 효율이다."

 당장 군대에 입대하고 싶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중이라 조율은 필수다. 무턱대고 받았다가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여론과 다르게 정치적인 사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다 필요없고 예산이 얼마나 필요하오? 그것만 알려주시오.""

 헬리움과 스타비르크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멉니다. 하물며 대규모 보급 같은 경우는 텔레포트로도······""

 시끄럽고 얼마면 되냐고 물었소. 당신들이 얼마나 떼먹든 상관없으니 대충 계산만 하란 말이오.""

 그딴 거 없었다. 헬리움의 모든 귀족들도 스타비르크를 향한 분노로 가득 채워진 상태였다."

 헬리움의 정치 구조는 미네르바 제국이 아닌 테르스 왕국에 가깝다. 계급이 존재해도 정치는 의회가 맡는다는 뜻이다."

 마족은 악마 전쟁 이후부터 힘들게 살았던 탓에 협력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허구한 날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엘프와 대비되는 모습."

 대신 최종결정권한은 왕에게 달려있다. 의회에서 강경하게 나서도 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전부 의미없다는 것이다."

 폐하께서는 뭐라고 하셨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애초에 저희 의견도 없이 성명문을 내신 게 폐하입니다.""

 원래라면 항의해야 되지만 의미가 없겠군. 예산과 군 편성만 신속히 하게나.""

 왕, 의회, 국민들 모두가 스타비르크의 심판을 강력하게 원했다. 흡사 진주만 공습을 당한 후의 미국과 같은 반응."

 다른 나라는 이제야 고위층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반면, 헬리움 혼자 준비를 마쳤다."

 이대로 간다면 스타비르크는 마족의 막강한 화력 앞에 전부 쓰러질 터."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헬리움을 방문했다."

 루미너스의 미천한 종, 케이트 루이즈 안젤리카라고 합니다. 헬리움의 국왕이자 교황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놀랍게도 세이비어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여인, 케이트가 헬리움을 방문한 것이다."

 루미너스와 모라 사이는 지극히 평범한 남매지만, 세이비어와 헬리움은 서로서로 껄끄러운 사이다."

 아무래도 먼 과거에 세이비어가 광기에 휘말려 마족들을 학살한 전적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

 인간 기준으로는 몇 백년 전의 사건이지만 마족은 엘프와 비견될 정도로 오래 사는 종족."

 대로 따지자면 할아버지 대에 그런 사건이 터졌던지라 약간이나마 반감을 가지고 있다."

 만나서 반갑군, 케이트 추기경. 그대의 위명은 익히 들었지.""

 부끄럽습니다. 실례지만 폐하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해주실 수 있습니까? 루미너스 님을 모시는 입장이라 성하라 부르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상관없다.""

 성하는 교황을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헬리움은 모라가 국교이며 따지고 보면 세이비어 교국과 비슷한 나라다."

 몇 년 전만 해도 모라를 믿는 신자는 루미너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었지만, 아이작의 활약 이후 모라의 신도도 대폭 증가했다."

 또한 모라 교단의 권능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지금도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헬리움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헬리움은 그저 모라가 자신들을 보호해줬기에 신봉하는 거지만, 다른 나라들이 세이비어 교국과 같은 취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케이트가 데스칼을 교황 취급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본인은 루미너스를 모시기에 호칭을 바꿨을 뿐."

 그러면 하나 묻겠다. 어째서 세이비어 교국, 그것도 추기경이나 되는 위인이 우리 헬리움에 방문한 것이지? 지금 헬리움의 상황, 아니 전세계의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데스칼은 그리 물으면서 케이트 옆을 힐긋거렸다. 그녀의 옆에는 세실리가 다소곳이 서 있었다."

 케이트가 헬리움으로, 그것도 비공식적으로 올 수 있던 이유다. 세실리와 함께 헬리움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세이비어 교국 차원에서 보낸 것인지, 아니면 케이트가 독단적으로 찾아온 건지는 모른다. 일단 전자라 추측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작을 해할 뻔한 벌레들을 없애는 것이죠.""

 ······?""

 미녀의 고운 입에서 상당히 거친 말이 나오자 데스칼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세실리를 힐긋거렸다."

 이미 케이트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세실리는 그의 시선에도 어깨만 으쓱거릴 뿐이었다."

 이에 헬리움의 국왕이자 모라 님의 가장 충실한 종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놈들을 심판할 수 있도록 저희와 힘을 합쳐주십시오.""

 세이비어 교국과 함께 스타비르크를 심판하자는 건가?""

 예. 정확합니다. 정확히는 루미너스 교단이겠지요.""

 데스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루미너스를 국교로 삼는 세이비어와 모라를 국교로 삼는 헬리움의 협력."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조합이다. 아까 말했듯이 세이비어에게는 명확한 과오가 있다. 많은 곳에서 온갖 잡음이 나오겠지."

 우려하시는 게 무엇인지는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은 같은 어머니로부터 나온 쌍둥이 남매. 각자의 분야가 달라도 결국 같은 핏줄입니다.""

 음······""

 세이비어 교국이 마족에게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성하께서도 이를 잘 유념하고 계시죠. 헬리움과 마족이 원한다면 용서를 구할 예정입니다.""

 헬리움, 그리고 마족으로서는 정말 매력적인 선택지다. 비록 세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지만 세이비어 교국의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한다."

 거기다 세이비어 교국이 먼저 제안한 것이며 헬리움도 세이비어처럼 '교국' 취급을 받게 된다."

 국제적인 영향력을 전보다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

 하지만 섣불리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치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니까."

 이에 데스칼은 진중한 목소리로 케이트에게 질문했다."

 정말 매력적인 선택지로군. 하지만 그리 된다면 세이비어 교국은 무엇을 얻는 건지 궁금해. 세이비어 교국도 어차피 심판을 할 예정이지 않았는가?""

 예. 하지만 서로 간의 합의도 없이 스타비르크로 향한다면 예기치 못한 충돌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죠.""

 일리 있는 말이군. 허나 헬리움과 달리 세이비어 교국이 얻는 이익은 없다네.""

 왜 없습니까?""

 케이트는 데스칼의 정론에 즉각 반박했다. 이어서 그녀는 세실리에게 다가가더니 살포시 손을 잡았다."

 일국의 공주와 마음대로 손을 잡는 건 정말 무례한 행동이다. 다만 사전에 합의된 건지 세실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그들의 친분을 과시하듯이 세실리가 부드럽게 웃어줬다. 겉으로 본다면 둘 모두 매우 가까운 사이로 보인다."

 신들께서 데려온 영혼을 위해 두 교단이 합심한다는, 매우 상징적인 일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께서는 흐뭇해하실 겁니다.""

 기승전아이작. 또한 여기에는 아주 약간이나마 잘못된 해석이 포함돼 있었다."

 우선 루미너스와 모라는 서로 관장하는 영역이 다르다. 루미너스는 전쟁, 모라는 평화다."

 지금도 모라가 운명을 비틀어버리는 바람에 현세로 추방됐지 않았는가. 루미너스는 모라 때문에 바로 눈 앞에서 밥상이 엎어졌다."

 견원지간처럼 으르렁거리지만 않을 뿐 서로의 얼굴만 봐도 눈쌀을 찌푸릴 사이다. 그야말로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남매."

 따라서 루미너스는 케이트의 말을 듣고 충분히 뒷목을 붙잡고도 남는다."

 안 그래도 밥상을 엎어져서 화가 나는데 충실한 신자가 동생의 교단의 영향력을 키워주니까."

 그렇다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서 루미너스로서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세실리.""

 네, 아바마마.""

 보아하니 좋은 친구를 사귄 듯하구나.""

 정말 많은 의미가 담긴 데스칼의 말에 세실리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너스레를 떨고 있다는 걸 누가 봐도 알 것이다."

 이에 데스칼은 피식 웃더니 다시 케이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소 광신적인 면모가 강하긴 해도 케이트의 말은 맞다."

 그것이 세이비어 교단의 의지라고 봐도 되겠나? 독단적인 일이라면 우리도 곤란할 걸세.""

 성하께서도 허락하신 바입니다.""

 이야기가 쉽겠군. 서둘러 협정문을 준비하는 게 좋겠어.""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협정문은 별개인만큼 잠깐 시간을 낼 수밖에 없었다."

 데스칼의 축객령 이후로 케이트와 세실리는 방으로 이동했다. 당연하지만 세실리가 머무는 침실이다."

 최근들어 아이작의 저택에서만 지내는지라 본인의 침실에서 지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과 머물 것 같지만."

 케이트.""

 네. 말씀하세요.""

 케이트도 알겠지만 아이작이라면 분명 싫어할 가능성이 커요. 그건 알고 있죠?""

 상황은 무난하게 흘러가도 세실리는 진작에 파악하고 있다. 아이작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막을 거라는 것을."

 아이작의 성격도 성격인데다가 스타비르크로서는 불합리를 느낄 구석이 많다. 어쩌면 유례가 없던 역사가 펼쳐질 수도 있다."

 특히 케이트가 가장 걱정됐다. 예전부터 쭈욱 지켜봤으나 케이트는 광신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평소에는 온화해도 발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의외지만.'"

 다만 이번 같은 경우는 의외다. 원래라면 당장 메이스를 들고 암살범들의 머리통을 부수러 출동했을 테니."

 하지만 말을 거칠게할지언정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하나둘씩 매듭을 지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아이작 님이라면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으시겠죠.""

 그러면 어째서 교황에게까지 부탁하면서 이런 상황을 만드신 거죠?""

 세이비어 교황과 협의를 했다지만 사실상 케이트가 꾸민 상황이다. 현재 케이트는 교황조차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위세가 높다."

 더구나 지금처럼 확실한 명분까지 존재한다면 교황도 막기 힘들다. 안 그래도 회색 사막 문제 건으로 머리가 아픈 상황이니까."

 케이트는 세실리의 말을 듣고 부드럽게 웃더니 특유의 온화한 목소리로 이유를 말했다."

 아이작 님이라면 그리 할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죠.""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당장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놈들이 평범한 스타비르크민이 아니라 극단주의자들이라는 것을. 스타비르크민들 모두가 극단주의자들과 같은 생각은 아니겠죠.""

 ··· ···""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용서치 않을 겁니다. 만약 여기서 아이작 님께서 자비를 베푸신다면, 스타비르크민들은 아이작 님을 더욱 칭송할 겁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죄다 맞는 말이라서 더 소름이 돋는다."

 설마 이것까지 고려하여 흉계 아닌 흉계를 꾸민 것일까. 세실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문득 체리와 함께 공동집필하고 있다는 '성경'이 떠오른다. 조언을 위해 몇몇 경험담을 알려줬더니 기가 막힌 '구절'로 재탄생했다."

 스타비르크는 루미너스 님도, 모라 님도 믿지 않죠. 여태까지 노력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 말은······""

 예. 세실리 님의 생각대로입니다. 저는 스타비르크가 아이작 님을 숭배하기를 원합니다. 루미너스 님이나 모라 님처럼, 진정한 의미의 신앙을 지닌 채로 말이죠.""

 미쳤다. 여러 의미로 미쳤다."

 얼굴은 화사하게 웃고 있는데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세실리가 입을 떡 벌리며 케이트의 계략에 감탄 아닌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케이트가 말했다."

 아. 물론 아이작 님을 해한 놈들은 전부 씹어먹을 거지만요.""

 휴우······""

 다행히 자신이 알고 있던 케이트는 확실했다."

 아. 그나저나 오늘도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아이작 님의 은혜를 더욱 수월히 받을 수 있는지.""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체리에게도 알려주고 있죠?""

 물론입니다.""

 그리하여 은밀한 걸즈토크가 헬리움에서 이어지고."

 스타비르크로 가겠다고? 제정신이야?""

 내가 안 가면 거기 사람들 다 죽어! 지금 상황을 봐!""

 케이트의 손바닥 위(?)에 놀아나던 아이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이비어의 성명문은 전세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는 말."

 타락한 추기경과 회색 사막의 원정의 진실 은폐까지 많고 많은 구설수를 만들어 냈다지만 세이비어는 세이비어다."

 종교에 한해서는 압도적인 권리와 권한을 갖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명문 하나로도 정세를 좌지우지한다는 말."

 [헬리움. 세이비어 교국과 함께 징벌을 나설 것. 서로 간에 묵혀있던 앙금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세이비어의 성명문만으로도 긴장감을 불어넣었는데 여기서 헬리움이 폭탄을 제대로 터뜨렸다."

 대부분의 나라가 스타비르크를 어떻게 물어뜯을지 고민하고 있었으며 그중 헬리움이 가장 불타오르는 중이다."

 헬리움이 불타는 것까지는 모두 이해했지만 세이비어 교국과 협력한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무려 징벌을 함께 나선다고 말했다."

 둘의 관계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관계다. 역사적인 문제도 있을 뿐더러 서로 믿는 신이 달랐으니까."

 만약 루미너스와 모라가 쌍둥이 남매신이 아니었더라면 교리 문제도 한창 다퉜을 거라는 평가도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협력을 하니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신벌'이 행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아이작이 스스로 신들이 데려온 영혼이라 밝혔으니 상징과 실리를 모두 붙잡은, 정치적으로도 큰 효과를 내보였다."

 [조용히 준비하던 알븐하임. 세이비어 교국과 헬리움에게 격려의 말을 남겼다.]"

 세이비어처럼 조용히 움직이던 알븐하임도 격려와 응원을 남겼다. 사실 알븐하임의 여론도 헬리움 못지 않게 험악했다."

 엘프식 공산주의답게 아르웬을 아이작에게 선물하고 난 이후부터 비공식적으로 국서 취급을 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헬리움과 세이비어가 협력을 하면서 '신벌'의 형태를 띄기 시작하자 깨끗하게 양보해줬다."

 엘프는 스스로가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자부할만큼 종교적 색채가 짙었지만 그보다 더 짙은 것이 세이비어와 헬리움이다."

 물론 특유의 선민의식이 알게 모르게 드러난 양보인지라 엘프답다면 엘프다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미네르바 제국은 두 나라의 징벌 협의에 국경 개방을 한 것으로······]"

 두 나라의 합심으로 군대를 일으키던 미네르바 제국은 친절히 국경을 개방했다."

 본인들이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데다가 신벌이라는 명분이 있었으니. 물론 백성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됐다."

 이처럼 스타비르크가 행한 암살 미수가 신벌이라는 행태로 되돌아올 때쯤, 스타비르크의 상황은 어떨까."

 이판사판으로 전쟁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외교로 풀어나가고 있을까."

 아살라 님. 대표단이 복귀했습니다.""

 ······들여보내.""

 아살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허가를 내렸다. 허가가 내려지자마자 밖에서 메르샤가 천천히 문을 열어줬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스타비르크 대표단. 우울한 기색이 만연한 분위기와 표정만 봐도 어떤 결과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 결과는 어떻지?""

 전혀 소용없었습니다. 극단주의자들, 그러니까 '하얀 손' 단체를 모조리 잡아넘긴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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