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652)화 (653/763)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중년인이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군중들이 모여있다."

 이에 자크는 의아한 마음을 품은 채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

 미네르바 제국의 사절단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만 축내려고 했는데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기회다.'"

 때마침 마차도 후진을 해야 되는 탓에 느리다. 자크는 음료를 테이블 위에 조심히 놓고 품 속에 손을 넣었다."

 공방을 가지 않은 덕분에 총은 여전히 품 안에 간직해 놓았다. 그런데 이것이 기회로 변했다."

 뒤이어 그는 군중들 사이에 섞여 품 속의 권총을 조심스레 꺼냈다. 지금까지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뛰쳐나가 사절단의 머리에 총탄을 박아넣고 싶다. 하지만 그리 된다면 수행원이 제지하겠지."

 '이 정도 거리라면······'"

 자크는 혹여 들킬까봐 조심조심 움직였다. 군중들은 그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황태자를 노리고 싶지만······'"

 방향과 거리로 인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남은 건 황녀뿐이다."

 시기적절하게도 마차가 후진을 위해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철컥-"

 방아쇠까지 뒤로 당기자 장전이 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소리가 매우 크게 느껴졌다."

 단 한 번의 기회였기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이윽고 군중들의 어깨 사이로 총을 집어넣었을 때쯤이었다."

 ······뭐?!""

 하필이면 수행원 중 하나가 이쪽을 바라봤다. 눈을 크게 뜬 걸 보아 암살 위협이라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경호원의 반응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황녀 또한 의문을 지닌 채 뒤를 돌아봤다."

 무슨 일이야?""

 아름답다. 자크가 리나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 얼굴은 머지않아 쓸모를 다하겠지. 연민이 들긴 하지만 상관없다."

 이 모든 것이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서였으니까. 자크의 총구가 서서히 올라가 리나의 얼굴 쪽을 향했다."

 뒤이어 장전을 납탄을 발사하기 위해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고."

 타앙!"

 총구로부터 거친 화염이 뿜어져나왔다. 화약의 힘을 등에 업은 납탄이 황녀의 얼굴을 향해 쏘아진다."

 이대로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터. 그러나 수행원의 반응이 더 빨랐다."

 따악!"

 수행원이 지체하지 않고 온몸으로 황녀를 가로막았다. 그로 인해 납탄은 정확히 그의 머리에 적중했다."

 헌데 소리가 이상하다. 보통 같으면 저런 소리가 나지 않고 육편이 터지는 소리가 나야된다."

 쿠웅!"

 자크가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총에 제대로 적중당한 수행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보기만 해도 홀릴 듯한, 붉디 붉은 머리카락을 흩뿌리면서."

 총탄이 머리에 적중했을 때는 망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운동 에너지로만 따지면 화살보다 총이 더 강하긴 하다."

 그나마 나는 건강한 신체를 얻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머리에 바람 구멍이 났을 것이다."

 또한 신성이 온전했다면 모를까, 신성이 불안정한데다가 건강한 정신도 없어서 방어력 자체는 불안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건강한 신체는 최소한의 조건이고, 건강한 정신을 얻어야 비로소 자동방어를 펼치는 것이다."

 전에 루미너스도 질병이나 독은 해악을 끼치지 어려우나 물리적인 충격은 '아주 약간' 통할 거라 말했다."

 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지만 우선 조건이 상대방이 나에게 '악의'를 가졌을 때다."

 하지만 발사된 총알의 목표는 내가 아닌 리나였기에 완전히 방어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작! 아이작! 정신 좀 차려봐! 아이작!""

 ······?""

 아. 물론 그렇다 해서 잠깐 기절한 거지 며칠동안 누워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충격으로 인해 아주 잠깐 기절했을 뿐이지, 회복력 자체는 예전부터 월등했으니까. 의식을 차리는 건 금방이었다."

 으으······""

 저, 정신이 들어?""

 리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으로만 따지자면 망치로 세게 얻은 것 같지만 고통은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

 총알이 아니라 비비탄에 맞은 느낌이랄까. 나는 이마를 살살 문지르다가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빠, 빨간머리?""

 빨간머리라면······ 제논 성자님 아니야?""

 성자님 맞아. 나 저번에 봤어!""

 성자님이 왜 여기 계시는 거지?""

 테러도 테러지만 나의 존재가 들통난 게 더 큰 파장을 낳은 모양이다. 변장 마법이 풀리는 바람에 붉은 머리가 길게 늘어졌다."

 마법이 풀린 이유는 총에 맞은 충격 때문이다. 아주 약간이지만 의식을 잃은 바람에 효력을 잃은 거다."

 아무튼 여기에 계속 있다면 문제가 더 커지겠지. 리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나를 끌고 마차에 탑승했다."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제국으로 복귀하겠네! 서둘러 출발해!""

 예! 어서 출발해!""

 내가 마차에 탑승하자마자 심각성을 깨달은 레오르트가 다급히 외쳤다. 클로제 후작의 대답에 마부가 채찍을 강하게 내리쳤다."

 채찍질을 하자마자 마차를 이끄는 두 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얼얼한 이마를 문지르다가 뒤를 돌아봤다."

 스타비르크 독립 만세! 스타비르크 독립 만······ 커억!""

 이 새끼를 빨리 끌고 가!""

 너는 곱게 못 죽을 거다!""

 총을 발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이 근위대에게 구속되어 끌려가는 중이다. 애국심이 강한 건지 독립이라 외치다가 한 대 얻어맞는다."

 결과는 달라도 사라예보와 똑같은 과정이다. 만약 내가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리나는 죽거나 그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었겠지."

 그전에 어떻게 총을 발명했는지 의문이다. 총은 어디서 뚝딱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스타비르크 민족이 손재주가 좋더라도 드워프보다는 아닐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마 이것도 피와 강철 때문에?'"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어안이 벙벙해질 때였다."

 아이작. 정말 괜찮아? 어지럽지는 않고?""

 리나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으며 요목조목 살펴봤다. 고양이상 눈매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충격 때문에 약간 어지럽기만 하지 큰 이상은 없다. 고통도 비비탄에 맞은 것처럼 따끔거릴 뿐이고."

 괜찮아. 그나저나 너는? 어디 다치진 않았어?""

 너는 진짜······!""

 도리어 내가 걱정해주자 리나가 울컥했다가 이내 입을 꽉 깨물었다. 할 말은 많은데 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지금 급한 건 스타비르크에서 빠져나오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짐짓 낮아진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일단 황궁으로 돌아가서 얘기하자. 상황이 너무 급하니까.""

 알았어.""

 마부의 화려한 운전 실력 덕분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포트 기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제든지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마법사들이 준비하고 있어서 곧장 제국으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차에서 내리자 텔레포트 기관을 지키던 근위대도 분위기를 읽었는지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변장이 풀린 내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란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시가 급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윽고 텔레포트 기관이 작동하여 제국으로 복귀하기 직전, 리나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뒤이어 분노를 삼키는 표정과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당부하듯이 말했다."

 스타비르크에 자비를 베풀 거라니, 내가 아니라 네가 맞았으니 괜찮다니 같은 소리는 하지 마. 알겠어?""

 ······너무 괴롭히지는 마.""

 굳이 우리 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난리를 칠 걸?""

 코웃음치며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대답하는 리나다. 하기야 이 소식이 널리 퍼진다면 스타비르크의 운명은 '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정도. 어쩌면 악마 숭배자와 동류라면서 심판을 할 수도 있겠지."

 국가가 불이익을 보는 건 몰라도 아무런 관련도 없는 개개인이 피해를 보는 건 껄끄럽다."

 그런 짓까지 당했는데 호구도 아니고 왜 그러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면 악순환만 이어질 텐데.'"

 극단주의는 극단주의를 낳을 뿐이다. 나치 독일이 소련인을 학살하자 소련인도 나치 독일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듯이."

 물론 2차 세계 대전 당시는 나치 독일이 악마 새끼였다지만 지금은 전세계가 스타비르크에게 칼을 겨눌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억울한 스타비르크민이 악을 품어 이판사판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뜻. 어쩌면 이보다 더 큰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민족 학살만큼은 막아야 된다.'"

 극단주의자들의 목을 전부 매달던지, 아니면 그에 준하는 심판을 가하던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선'을 마련하는 거다."

 세상이 집단광기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선. 사라예보 사건이 전세계를 광기로 몰아넣었듯이, 이 사건도 그와 비슷한 과정을 밟을 터."

 텔레포트 기관이 준비됐습니다!""

 어느새 텔레포트 기관이 준비를 마쳤다. 나는 서둘러 기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리나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보아하니 무의식적으로 잡은 모양이다."

 리나?""

 왜 불러?""

 손······""

 손?""

 손이라 말하자마자 리나가 맞잡은 손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내 눈을 깜빡이더니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말했다."

 됐어. 그냥 잡아.""

 퉁명스러우면서도 싫지 않다는 목소리. 이어서 텔레포트 기관이 작동되는 순간,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는 나도 모르니까.""

 그리 말하면서 은근슬쩍 붙잡은 손에 힘을 주는 리나였다."

 *****"

 스타비르크에서 발생한 테러는 일파만파 세상으로 뻗어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경악보다는 어리둥절했다."

 아니. 미네르바 제국과 스타비르크 사이의 일인데 어째서 내가 암살 위협을 받은 거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저게 당연한 거다. 원래라면 레오르트와 리나만 대동하고 끝이었다. 나는 모라의 부탁에 따라 동행했을 뿐이지."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뜬금없이 내가 등장하는 건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급한 놈이 실수를 하는 거라고, 스타비르크 쪽에서 먼저 '이니시'를 열어버렸다."

 대략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리 측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들도 제논이 온다는 걸 알았으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내가 본 아살라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 남자다. 강력한 제국의 힘 앞에서도 절대 휘둘리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제국마저 '따위'로 만들 정도의 위인이라서 문제지. 흔히 좆됐다는 생각에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스타비르크를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던 미네르바 제국으로서는 이런 대답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제논을 대동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테러를 저질렀을 거라는 뜻인가? 심지어 제논이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황녀께서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미네르바 제국은 대공황으로 허덕였어도 그 국력은 건재하다. 오히려 그 국력의 잠재력이 공장의 등장으로 대폭 상승했다."

 안 그래도 자존심을 겨우겨우 회복하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건드리니 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스타비르크 쪽에서 잘못된 이니시를 열어버리는 바람에 다른 나라도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이유로 따라간 건 다들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던 간에 암살 위협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사라예보 사건처럼 얽히고 꼬인 국제 관계가 펑! 하고 터져버린 게 아니라 히틀러처럼 만인의 개새끼 같은 나라가 등장한 거다."

 [통탄할 일. 스타비르크는 진작부터 제국과의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

 [성자 제논이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애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독립을 향한 열망이 극단적인 선택을 불렀다. 그 말은 즉, 피를 흘릴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스타비르크로서는 억울하다 못해 미칠 노릇이겠지. 자국 내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일인데 나라가 멸망하게 생겼으니까."

 실제로도 억울한 일인 건 맞다. 리나만 피해를 입었다면 제국에게만 두들겨 맞았지, 다른 나라에게 두들겨 맞지는 않았을 테니."

 제국이 맞을 짓을 했네라는 여론도 찾아볼 수 없었다. 1차 협정문을 봤다면 제국을 개새끼로 봤겠으나 그런 건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제논을 저격한 암살범은 현재 감옥에 구치 중.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암살범이 사용한 무기는 다름아닌 피와 강철에 등장한 총.]"

 [스타비르크는 무엇을 만들고 있었나?]"

 암살범이 사용했던 '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관심을 끌고 있었다. 다만 이것도 금방 파묻혔다."

 지금 중요한 건 스타비르크를 조지는 것뿐이다. 스타비르크는 어떻게든 변호했지만 안타깝게도 내부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더라."

 스타비르크에서도 나에 대한 존중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민족자결주의'에 대해서 알려줬으니까."

 비록 히틀러가 잘못된 예시로 사용하는 바람에 묻혔지만 독립심이 강해진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지만 이번 참사로 인해 차라리 복속되자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머리가 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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