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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648)화 (649/763)

 이걸 고려했을 때 삐뚤어진 애국심을 가진 자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리나.""

 응?""

 너도 위험하다는 거 알고 있지?""

 그래서 물어봤다. 리나는 이걸 다 알고서 직접 가는 거냐고."

 그녀는 내 질문에 미묘한 미소를 짓더니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뒤이어 두 손으로 턱을 괴더니 누가 봐도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역시나. 예상대로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에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스타비르크에서 사고를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만약 스타비르크에서 사고를 친다면 명분은 명분대로 챙길 수 있고, 설령 아니더라도 협상만 하면 끝이다."

 괜찮은 거야?""

 괜찮고 말고. 근위대를 대동할 거고 혹시 모를 저격에도 대비할 거야. 특수 제작된 옷도 맞춰야겠지.""

 그런 거라면 괜찮겠다. 이 세상의 암살은 기껏해봐야 밤에 기습을 하는 것밖에 없다."

 1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었던 사라예보처럼 대낮에 암살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품 속에 숨길만한 무기가 단검 말고는 거의 전무하다. 권총은커녕 총조차 발명되지 않은 상황."

 멀리서 저격을 하는 것도 힘든 것이, 저격을 할만한 곳은 싸그리 뒤져볼 예정이다. 따라서 대낮에 암살당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모라 님이 어째서 너에게 무조건 가라고 권유한 건지 모르겠지만, 불안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 거기서 하룻밤을 머물 것도 아니고.""

 폭발 테러는? 네가 예상하는 것보다 스케일이 클 수도 있잖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런 징조가 보이면 곧바로 돌아갈 예정이야. 명분은 명분대로 챙긴 채로 말이지.""

 다행이다. 사라예보 사건처럼 무작정 강행하지는 않겠구나."

 사라예보 사건은 우연에 우연, 그리고 또 우연이 겹쳐진 바람에 발생한 사건이다."

 여기에 황태자의 고집까지 섞여있었으니 가히 운명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 사건을 기점으로 세계의 운명이 뒤틀렸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모라가 말한 미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해서라도 따라가고 싶다. 당연하지만 최우선 목표는 리나의 안전이다."

 그래도 조심해. 괜히 불안하니까.""

 어머. 벌써부터 미래의 첩을 걱정해주는 거야? 이거 기쁜 걸?""

 리나가 입을 조신하게 가리며 장난스레 웃는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에서도 단단이 준비하고 있는만큼 큰 사건이 터지지는 않겠지.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들도 분명 놓치는 부분이 있을 테니까. 감시망을 깔아놓았다고 한들 그것이 완벽하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어쨌거나 나는 어떻게 가면 될까? 변장이라도 할까?""

 같이 갈 거면 무조건 변장해야지. 빨간머리 하나만으로 다 너라고 생각할 걸?""

 요즘 세상은 나를 이런 식으로 부른다. 빨간머리 성자라고."

 나라는 사람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칭호라서 어이없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 전에 그 기운은 어떻게 못하니?""

 무슨 기운?""

 보기만 해도 무릎을 꿇고 싶은 분위기 있잖아. 나 간신히 참고 있는 거 알지?""

 다른 사람이 그랬듯이 리나도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조금씩이나마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으니까."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 못하는 거였으나 나름의 방편이 있다. 바로 얼굴과 몸을 가리는 것."

 정확히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최대한 피하면 된다. 그러면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건강한 몸을 얻은 것이니 그 몸을 가리면 된다는, 아주 쉽고도 간단한 방법이다."

 있지. 그냥 얼굴이랑 몸을 가리면 돼. 정 안 되면 인식 저해 마법을 쓰던가.""

 후자를 택할게. 괜히 두터운 갑옷을 착용해봤자 시선만 끌 테니까.""

 수행원들은 갑옷을 착용하는 게 아니야?""

 제복을 입어야지 왜 갑옷을 입니?""

 이런 저런 의견을 통해 스타비르크로 향하는 날이 다가왔다. 나는 수행원으로 변장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만큼 내가 간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극히 적을 예정이다. 주변 지인만 알고 있겠지."

 '분명 무슨 일이 터질 거야.'"

 이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었다."

 굳이 네가 나설 필요는 없을 거야. 다른 근위대가 전부 해결해줄 테니까. 알겠지?""

 내가 나서게 되면 어떻게 돼?""

 글쎄······""

 장난식으로 되묻자 리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나선다는 건 최악 중의 최악의 상황이 터졌을 때겠지."

 그녀도 그걸 알고 있는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특유의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에게 진심으로 반할지도 모르겠네.""

 *****"

 미네르바 제국쪽에서 한창 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스타비르크도 때아닌 국빈의 방문에 분주해진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게 제국의 황태자와 황녀가 동시에 방문한다."

 제아무리 반제국 성향이 강한 스타비르크라지만 국빈은 국빈. 괜히 오만하게 굴었다가는 어떤 손해가 돌아올지 모른다."

 더구나 이미 스타비르크에서도 두 사람이 방문한다는 의미를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다름아닌 독립이 바로 눈 앞까지 도달했다는 것."

 따라서 거센 환영은 못해줘도 손님으로서의 대우하자는 여론이 팽배했다. 하물며 둘의 인식 자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분명히 경고했어. 쓸데없는 짓은 하지마.""

 스타비르크가 바삐 돌아가는 사이, 아살라는 어느 한 남자와 대면하고 있었다."

 스타비르크 특유의 구릿빛 피부와 은색 눈동자를 지녔으며 머리카락은 회색이었다."

 인상도 양처럼 순한 편에다가 수염도 지저분하게 기른, 평범하디 평범한 남자. 대신 남자의 나이는 아살라보다 적어보였다."

 이제야 앳된 티를 벗어난 청년, 자크는 아살라의 경고에 한동안 무덤덤한 표정을 짓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아살라 님.""

 말해.""

 아살라 님께서 말씀하셨죠. 제국은 언제든지 스타비르크를 빼앗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하나로 뭉쳐야 된다고.""

 ··· ···""

 그래. 그리 말했지. 아살라는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한창 독립 운동을 하던 당시에 외쳤던 말이다. 그때 제국의 차별이 절정이었을 때라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제국은 대공황을 성장통 삼아 한 단계 더 상승했으며 문화력도 강해졌다."

 이대로 가면 세계의 패자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 열정도 좋지만 현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가르친 분이 어째서 지금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겁니까?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흐름이 바뀌었어. 그것도 너무 빨리. 제국이 말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매듭을 지어야 돼.""

 매듭이라 하셨습니까? 지금 저희 민족도 분열되기 직전인 마당에? 어째서 생각이 바뀌신 겁니까, 어째서!""

 순해보이던 자크가 인상을 와락 구기며 버럭 외쳤다. 아살라는 그 반응을 보며 가슴이 착잡해졌다."

 옛날이었다면 이 반응을 보며 흐뭇한 마음을 가졌겠지. 열정에 가득 찬 청년의 모습은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그러나 열정은 언제나 사고를 일으키는 법이다. 다행히 자신은 현자 덕분에 열정을 식힐 수 있었지, 자크는 아니다."

 과격하고, 극단적이며, 위험하다. 현자가 어째서 설득도 아니고 '제거'를 하라고 했는지 알 듯했다."

 '······그럴 수는 없어.'"

 제거는 절대 못한다. 독립을 위해 투신한 사람이 극단주의에 빠진 동족을 제거한다. 이 얼마나 통탄할 이야기인가."

 결국 아살라는 설득과 제거 둘 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이번만큼 현자의 말이 빗나가기를 원하면서."

 네가 어떤 짓을 할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 제국도 알고 있을 테고. 그러니 포기해.""

 두고 보면 알겠죠.""

 쾅!"

 자크가 코웃음치며 문을 강하게 닫았다.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아살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조치는 다 취해놓았으니까. 자크가 지닌 무기란 무기는 모두 압수한 상황이다."

 따라서 그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없다. 심지어 개발이 거의 완성된 '총'마저도."

 '이걸로 안심이겠지.'"

 아살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부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는 사이 자크는 자신의 공방으로 돌아갔다. 총의 개발을 담당한 인력인만큼 개인 공방 또한 존재했다."

 물론 무기는 전부 압수된 상황이다. 그걸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하지만 상관없어.'"

 자크의 은색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이어서 그는 근처에 누가 없는지 확인한 후, 공방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부터 시작해서 벽에 걸려있는 가죽 주머니. 문고리와 선반의 나무 등등. 겉보기에는 잡동사니나 다름없는 것들을 가져왔다."

 뒤이어 그 잡동사니들을 공방의 테이블에 가지런히 올려뒀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조립'이다."

 '한 발이라도 괜찮아. 위력만 따라할 수 있다면.'"

 스타비르크 민족은 손재주가 뛰어난 민족. 자크는 꾸준히 단련한 손재주로 천천히 조립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감시하는 눈길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는 건 잊지 않았다."

 철컥-"

 마침내 완성되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예비 부품을 군데군데 퍼뜨려놓기를 잘했다."

 자크는 조악하게나마 완성된 '권총'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품에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총이다."

 납탄도 있고 화약은 다른 곳에서 구하면 된다. 원리를 이미 꿰차고 있었기에 권총 정도는 조악하게나마 제작이 가능했다."

 내일이다. 내일이면 황태자, 황녀 남매가 스타비르크를 직접 방문할 터."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 뜻이 맞는 자들이 그들을 습격하겠지."

 '이 한 발로······'"

 세상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자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작게 중얼거렸다."

 스타비르크 만세.""

 스타비르크의 기후는 1년 내내 건조하고 온화한 날씨를 자랑한다. 강수량도 일정량 이상으로 꾸준히 내리고 있다."

 그 대신 햇빛이 강하다. 스타비르크 민족의 피부가 까무잡잡한 이유도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

 건조하고 온화하지만 햇빛이 강한 기후. 남쪽의 사막 기후와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남쪽의 사람들 즉, 남방민은 피부가 흑인에 가까울 정도로 까맣지만 스타비르크는 구릿빛 피부라는 게 차이점이다."

 어쨌거나 햇빛이 강하여 피부를 가리는 복장이 많다. 날씨가 건조한 거지, 태양은 뜨겁기에 일광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스타비르크의 기후는 대략 이런 식이며 지형도 괄목할만하다. 강수량이 일정하여 사막이 아닌 생태계가 활발하다."

 산도 군데군데 존재하며 숲도 있는, 자연이 넘치는 곳. 그리고 자연이 넘치는만큼 몬스터도 넘쳐난다."

 스타비르크 민족은 이런 곳에서 생활하여 강인한 민족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손재주가 좋은 검 덤."

 이렇듯 많고 많은 특징이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민족성'이다."

 [스타비르크 민족은 동족 의식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손재주가 좋을 뿐, 마나를 잘 다스리지도 못하고 마법에도 재능이 없으며, 심지어 독실한 신자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꾸준히 발전했다.]"

 마나를 수월하게 다스리는 '전사' 계급이 있긴 해도 '기사'에 비해서는 뒤떨어지고, 마법 능력조차 그저 그렇다."

 마지막으로 루미너스와 모라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들을 신실하게 믿는 사람은 사실상 전무하다."

 기껏 해봐야 토속 신앙에 가까운 히르트를 믿는 정도. 단순히 그냥 '믿는다'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타비르크 민족은 살아남았다. 필요에 의한 발전과 손재주가 합쳐지니 어떻게든 가능했다."

 또한 동족 의식이 강하여 피가 섞이기라도 한다면 같은 민족으로 대우해준다. 민족끼리의 차별은 거의 없다."

 종족 전쟁 당시 인간 연합에 들어갔던 이유도 이때문이다. 민족을 한참 넘어선 '종족'과 관련된 거라 스타비르크가 기꺼이 참여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민족성이 강해지고 미네르바 제국의 차별 이어지면서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여러모로 역사가 복잡한 민족이다."

 그쪽에서 암살 시도를 할 수도 있다네.""

 뭐?""

 황궁에 배치된 텔레포트 기관으로 향하기 전, 리나가 지나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오늘 점심 뭐 먹었어라는 투로 매우 비슷한 나머지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방금 전 스타비르크의 대표단이 우리에게 귀띔해줬어. 임시 정부 내에 과격파들이 이번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고. 무기는 전부 압수했지만 분명 무슨 일을 저지를 거라고 말이야.""

 아름답게 치장한 리나가 복장을 점검하며 말을 이었다. 햇빛이 강한 스타비르크의 방문이라 노출이 거의 없는 노란색 드레스다."

 챙이 넓고 깃털이 달린 모자까지 하여 상당히 화려하다. 그래도 복장이 리나의 외모를 가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반대로 옷과 시너지를 이루어 포텐셜이 제대로 폭발한 느낌. 황녀다운 품위를 물씬 풍긴다."

 ······그런데도 가는 거야? 차라리 스타비르크 쪽에서 오는 게 낫지 않아?""

 나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재 나는 리나의 개인 수행원으로 변장한 상황이다."

 마법을 이용해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깔은 각각 금발과 벽안이다. 또한 길게 기른 머리카락은 목덜미까지 잘라버렸다."

 하루가 지나야 머리카락이 원상복구되는 거라 이정도면 충분하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스타비르크의 기후에 맞게 모자도 쓸 것이다."

 가야지. 괜히 번복하면 우리 입장도 곤란해져. 스타비르크 민족에게 강하게 어필할 기회이기도 하고.""

 곤란해진다고?""

 응. 스타비르크 민족이 결집할 시간을 주는 거니까. 차라리 지금 가서 협상을 하고 오는 게 나아.""

 역시 정치는 상당히 복잡하다. 암살 위험을 대놓고 알려줬는데도 강행하는 걸 보면."

 물론 이 시대의 암살이라고 해봤자 대낮에 일어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아마 밤 혹은 새벽에 일어나겠지."

 우리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야. 밤이 될 때까지 거기서 머무르는 건 나 암살당하고 싶어요 광고하는 꼴이지.""

 모라 님이 나를 무조건 데리고 가라 한 걸 보면 하룻밤 정도는 머무를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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