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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608)화 (609/763)

Chapter 607 - 스탈린그라드(3)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첫 개시 당시 관심을 끌어모았을 뿐, 사람들이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단지 히틀러와 스탈린 간의 정치 및 자존심 싸움에 가까웠을 뿐, 그 누구도 이곳이 지옥으로 변할 거라고 예측하지 않았다.

모스크바 공방전처럼 나치 독일일 기세 좋게 밀고 나가다가 소련이 반격하는 그림으로 생각했을 터.

사실 이게 맞다. 여태까지 독소전쟁의 전개가 나치 독일의 공격과 소련의 방어였으니까.

미국이 렌드리스로 물자를 지원해주고 있다지만 소련이 워낙 못 싸워 패배가 더 많았다.

[스탈린그라드도 결국 소련의 방어로 끝날 것.]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탈린그라드도 소련의 선방으로 끝날 거라고 예측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에 대해 동의했다.

가장 중요한 전투인만큼 두 세력 모두 사력을 다할 것이지만, 결국 나치 독일이 물자적 한계를 맞이할 거라고.

무엇보다 나치 독일은 본인들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었기에 소련의 선방할 수밖에 없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발생한 사상자가 벌써 10만명을 웃돌았다. 꽤 많은 사상자.]

하지만 전개가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사상자가 10만명을 돌파했을 때는 좀 많네? 라는 반응들을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홀로코스트로 사망하는 유대인들이 훨씬 많다. 그렇다 보니 사상자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사상자가 매번 갱신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 때마다 사상자를 매번 갱신시키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며칠 차.]

[나치 독일 측 전사자 및 부상자 X명.]

[소련 측 전사자 및 부상자 X명.]

지금까지 크고 작은 전투가 발생할 때마다 사상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스탈린그라드는 무려 6개월간 이어진 전투다.

당연히 한 전투에서 사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시간이 흐를 때마다 독자들의 심정도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큰 전투구나 싶었을 테지만 스탈린그라드의 도시 규모는 작은 산업 도시에 가깝다.

그런데도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눈이 휘둥그레 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달이 지났다. 북아프리카는 나치 독일의 후퇴로 마무리되고, 태평양 전쟁은 미국이 우세하다. 그리고 오늘 스탈린그라드에서 만명이 죽었다.]

[스탈린그라드에 군인은 없다. 생존자만 있을 뿐.]

[두 국가의 자존심을 건 전투가 명운을 건 전투로 변질됐다.]

약 3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믿을 수 없다며 경악했다. 모두 알다시피 이 세상의 군대는 규모가 매우 적다.

행정력이 발달되지 않아 징병제도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으며, 상비군을 키우는 것조차 고된 일이다.

기사 한 명을 키우는 것 자체부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라 미네르바 제국조차 상비군이 많지 않다.

물론 이 세상의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거지만 그만큼 막대한 지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려 30만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스탈린그라드에서 발생했으니 경악할 수밖에 없다.

[나치 독일과 소련은 자국의 군인을 스탈린그라드에 밀어넣고 있다.]

[신병의 평균 생존 시간이 24시간. 하지만 7초마다 군인들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이 지옥은 대체 언제 끝나는 것인가?]

모스크바 공방전조차 3개월만에 종료됐는데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점점 늪에 빠졌다.

시가전의 특정상 건물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점령하지 않으면 답이 없었으며 심지어 민간인도 총을 들었다.

언제, 어디서, 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점점 미쳐갈 수밖에 없을 터. 실제로도 그랬다.

가끔 이게 말이 되냐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현실성이 없지 않냐고 묻는 독자들도 있었다.

[저기에 군인을 밀어넣는 건 왕들이다. 당신의 왕의 명령에 거부할 것인가?]

물론 한 평론가의 반론에 전부 수긍했지만. 실제로 히틀러와 스탈린은 전체주의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왕의 잘못된 명령으로 대규모의 군대가 몰살당한 기록이 많다. 아니면 회군해서 반란을 일으키던가.

그러나 히틀러와 스탈린은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황제보다 더 강력한 실권을 틀어쥐고 있는 셈. 그 누구도 그들의 명령에 불복종할 수 없다.

[눈을 감았다 떴다. 전우의 머리에는 총알이 관통한 흔적이 남아있다. 나는 오늘 살아남았다.]

[오늘은 폭격이 떨어졌다. 신병의 몸이 산산조각났다. 장기들이 내 얼굴에 튀었다.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내일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죽기 전에 저 빌어먹을 파시스트를 더 죽이고 가자. 놈들의 목을 따서 전우들의 곁에 다가가 자랑할 것이다. 어머니 러시아 만세!]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매운맛 그 자체지만 계속 먹다보면 익숙해지는 법. 그래서 나는 '주인공'을 등장시켰다.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생존자에 더 가깝지만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인물로 설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면 나치 독일을 향한 무한한 증오심을 표출하며 전진하겠지. 위의 묘사는 그걸 위한 초석이다.

[생존자 드미트리의 생존 일기는 무덤덤하지만 그래서 더 무섭다. 인간이 차츰 증오에 빠지는 과정을 생생히 묘사했다.]

[드미트리는 언제까지 생존할 것인가. 또 언제까지 싸울 것인가.]

[더 안타까운 건 정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을 붙이는 순간 사라질 테니.]

드미트리의 모티브 아닌 모티브는 당연하게도 우리 아버지다. 나는 아버지의 허락 하에 조언을 구했고, 아버지도 기꺼이 허가했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이미 가족과 모라의 신전을 방문하면서 상당수 치료되었고,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는 게 더 낫다고.

혹여 PTSD를 유발시킬까봐 몇 번을 물어봤지만 아버지는 시원하게 승낙하셨다.

오히려 이런 게 널리 퍼져야 전쟁의 무서움을 알 수 있을 거라나 뭐라나.

아무튼 아버지는 북부 지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나에게 알려주셨다.

'진짜 스탈린그라드 급이었지.'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규모는 훨씬 적었고, 신병의 평균 생존 시간이 더 길었으나 참혹함은 그에 맞먹었다.

야만수인들은 틈만 나면 네이비 기사단의 기지를 습격했고, 네이비 기사단도 필사적으로 그들과 맞서싸웠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둘씩 얻을 수 있었다.

"네이비 기사단은 사실상 형벌 부대였단다. 지금은 황제가 명예롭게 포장했기에 그렇지, 그곳에는 자유를 약속해서 들어온 범죄자가 꽤 많았어."

"진짜로 형벌 부대였다고요?"

"예측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아버지의 말마따나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최강의 기사단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었으나 그전까지 대우는 최악이었으니.

정말로 최강의 기사단이었다면 기사단원이 죽지 않도록 온갖 지원이란 지원은 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근무했을 당시에는 보급은커녕 몸으로 떼워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더구나 베리트의 말에 따르자면 아버지도 강제적으로 전출을 보냈다고 하지 않았는가.

살인멸구라고, 진실을 아는 자를 죽이는 것만큼 비밀을 지키기 쉬운 것도 없다.

"예. 지금은 명예에 걸맞는 보답을 해주고 있지만 과거에는 아니었잖아요."

"그랬지."

"혹시 정말로 자유롭게 풀려난 범죄자가 있는 건가요?"

"아마 두 세명은 있을 게다. 한 명은 지금도 연락 중이고. 듣자하니 몰락 귀족이나 억울하게 잡혀온 놈들이 대부분이었거든."

악마 숭배자도 그 사이에 끼어있을 수도 있지 않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아버지가 설명을 덧붙였다.

"참고로 그보다 죄질이 심한 놈들은 진작에 사형됐으니 걱정 말거라."

"아."

역시 중세 시대. 중범죄자들은 얄짤없이 사형 당하는 세계다.

어쨌거나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많이 참고한 주인공이라 보면 된다.

끝까지 살아남아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어마어마한 공적을 세우게 될 주인공.

여러모로 지구에 있는 게임 속 등장인물과 흡사한 배경이지만, 모티브가 아버지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실제 역사랑 살짝 달라져도 되겠지?'

드미트리가 인기를 끌게 된다면 독일 국회의사당에 소련기를 꽂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때까지 꾸준히 빌드업을 거치면 될 것이다. 지금도 꽤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만약 불편하시다면 바로 관둘게요."

"어떻게 관둔다는 거냐?"

"어······ 죽여야죠?"

"··· ···"

생각없이 막 내지른 대답에 아버지의 표정이 묘해졌다.

뒤이어 붉은색 수염이 난 턱을 긁적거리더니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냥 살려주거라. 괜히 찝찝하구나."

"네."

아버지가 그렇다면 그래야지. 드미트리는 끝까지 살리는 게 좋을 듯했다.

정 아니면 패튼이나 모델처럼 임팩트 있게 등장하거나. 참고로 패튼은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래도 성격 자체가 근대보다는 중세 시대의 장군에 걸맞기 때문이겠지. 게다가 능력까지 있어서 반응이 좋다.

비록 입이 다소 문제이긴 해도 대부분 호쾌하다며 넘어가는 편이다.

특히 전설 그 자체의 연설, '패튼이라는 빌어먹을 개새끼'가 남아있다.

'무솔리니가 추축국의 약방의 감초고, 패튼은 연합국 측의 약방의 감초겠지.'

그리고 나치 독일의 똥꼬쇼를 담당할 장군은 롬멜에서 모델로 차츰 넘어갈 예정이다.

둘 다 나치 독일의 절망적인 보급 및 전력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버텼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렇듯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무수한 사상자를 갱신하면서 이어졌다.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죽거나 다칠지 궁금해하면서 다음 권을 읽었다.

[콜 오브 듀티에 새로운 카드가 등장하다! 바로 스탈린그라드.]

[서로서로 극한의 소모전을 유발하는 효과를 지녔으며 한 판 싸움을 유도하는 카드다.]

[사람들은 주요 전장을 대부분 스탈린그라드를 택할 거라며 우려를······]

겸사겸사 '메타'라는 신조어를 창조할 스탈린그라드 카드에 콜 오브 듀티에 등장했다.

아무래도 소모전 그 자체나 다름없는 전투였기에 콜 오브 듀티에도 비슷한 효과를 부여한 모양이다.

문제는 그 소모전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 고증을 잘 살린 카드이긴 해도 불리한 전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정도로 도박수인 카드였다.

뭐, 밸런스 문제는 내가 아닌 머스크가 잘 해결하겠지. 나는 상관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잠잠하던 예언가 노스.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사상자는 200만명일 것이다!]

그런데 노스 이 사람이 또 예언을 하더라. 나는 신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정도면 진짜 예언가가 아닌지 심히 궁금해졌다. 나를 끌어들이기 위한 언플인 건 진작에 파악했다.

하지만 알고도 못 막는 공격이라고, 지난번 프랑스 6주도 그렇고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사상자마저 정확히 맞췄다.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진심으로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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