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594)화 (595/763)

Chapter 593 - 재능 기부(1)

케이트의 비틱 아닌 비틱도 잠시, 콜 오브 듀티의 사행성 문제는 무난하게 잘 해결되었다.

루미너스가 말했듯이 도박이라는 행위를 규제해야지, 놀이 그 자체를 규제하는 건 주객전도다.

순수하게 즐기는 게 아니라 막대한 양의 돈이 걸리는 순간부터 도박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건 다른 놀이도 다를 바가 없다.

[머지않아 카지노에 콜 오브 듀티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다.]

[새로운 유흥 거리는 언제나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

사람들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도박을 막아야지 게임을 막지 말자고.

막강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품을 토대로 카드를 만든 것뿐, 객관적으로는 재미있는 카드 게임이 등장한 것밖에 없다.

때마침 루미너스도 교단에게 말을 해놓았는지 종교계에서도 별다른 말은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결국에는 '확률'에 따라 나오는 카드. 사행성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확률을 믿고 카드를 개봉하는 행위 자체가 사행이라는 것.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비록 확률을 공개했다지만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사는 게 아니다.

심심해서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사는 사람도 있기 마련.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한 사람당 카드 구매 횟수를 제한하는 게 좋다.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리 된다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니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행성 문제는 어차피 평생 동안 따라붙을 거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도박 중독자를 조금이라도 줄이자.

"트레이딩 상점을 만들죠."

"트레이딩 상점? 그게 뭐죠?"

"말 그대로 카드를 적절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점이에요. 겸사겸사 카드팩을 팔거나 듀얼 아니,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요."

그래서 나는 가챠가 아닌 확실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을 만들기로 정했다.

전생에서도 비슷한 곳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곳에서는 카드뿐만 아니라 각종 신기한 물건들이 있다고.

다만 콜 오브 듀티는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성된 덱이 얼마 없고, 앞으로도 다양한 카드가 등장할 예정이다.

더구나 완결까지 꾸준히 업데이트가 될 테니 만남의 광장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가끔씩 구경하러 가야지.'

이 세상에서 듀얼리스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 및 종족이 모일지 기대된다.

머스크도 나름 참신한 방법이라며 곧장 추진하겠다고,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마이샬 영지에 세계 최초의 트레이딩샵이 생기면서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났다.

겉으로 본다면 호황 아닌 호황이었지만, 머스크에게 또다른 난관이 덮쳤다.

"실례지만 트레이딩샵을 제가 아닌 마이샬 관할로 넣어주실 수 있습니까?"

"왜요?"

"세금 때문에······"

"··· ···"

이 인간 부패한 건 여전하구나. 제국법에 따라 귀족 가문이 직접 운영하는 건물은 세금이 훨씬 싸다.

특히 평민이 부동산을 축적하는 걸 막기 위해 보유 건물마다 세금을 더 심하게 때린다고.

신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머스크의 잔머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쩜 이리 한결 같을까.'

의리 하나는 넘치지만 개인적인 면모는 그야말로 적당히 부패하고 적당히 성실한 사람이다.

제논 일대기 1권 초고의 도난 사태 당시에도 머스크는 탈세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세금 문제로 나에게 부탁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가요?"

"그건 아니지만 회계사에게 욕을 먹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이 더 늘어나면 퇴사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이건 부패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포기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지. 머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인쇄소만 하더라도 전세계에 퍼져 있다.

컴퓨터도 없는 세상에 회계사는 고급 중의 고급 인력. 심지어 계산기조차 없어서 어지간한 인력보다 큰 대우를 받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문에서도 세금을 걷어갈 텐데 얼마나 걷어가고 있으려나?'

지금은 아버지가 전부 도맡아서 하고 있으나 훗날 가문을 물려받으면 내가 해야된다.

물론 제국에서 고급 인력을 붙여주겠지. 만에 하나 이상한 짓을 저지르는 것만 방지하면 끝이다.

아무튼 트레이딩샵도 마이샬 영지에 세웠겠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단 하나다.

[모스크바 공방전의 승자는 소련. 불굴의 의지가 악마의 진격을 막았다!]

[서로 상황이 뒤바뀐 나치 독일과 소련. 처음에는 스탈린이 자국군을 갈아넣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히틀러가 자국군을 패배로 이끌었다.]

[추위야말로 인류의 가장 큰 적이자 최악의 적수. 그러나 히틀러는 따뜻한 곳에 있었기에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콜 오브 듀티의 꾸준한 업데이트를 위해 피와 강철을 연재하는 것.

때마침 모스크바 공방전도 종료되었고, 독소전쟁은 청색 작전 이전까지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진다.

모스크바 공방전에서 패배해도 나치 독일은 나치 독일. 르제프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꾸준히 소련을 압박한다.

소련의 스탈린도 본인의 군사적 무능함을 인정하고 사령관들을 적절하게 배치했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라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미국의 렌드리스 덕분에 꾸역꾸역 버틸 수 있었으며 동장군에 점차 진정한 '붉은 군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미국에게 한 방 먹은 일본. 일본의 본토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려준 공습.]

[연이은 패배에 희망을 실어준 둘리틀 특공대. 이들의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일 것.]

[과연 일본과 미국 사이의 균형은 누구에게로 기울 것인가?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미국이 부족해 보이는 상황.]

미국의 상황도 둘리틀 특공대가 일본 본토를 타격했다. 해군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으니 공군을 이용한 본토 타격.

일본은 지형의 특징상 천혜의 요새 그 자체였으며 수 세기 동안 침략받지 않은 땅으로 유명하다.

허나 그것이 모조리 부서졌으니 국민들이 받는 심리적 충격은 굉장할 수밖에 없다.

[보복으로 25만명의 중국인을 학살한 일본. 단순히 도와줬다는 이유로 무고한 시민들마저 학살했다.]

[그럼에도 끄떡 없다는 듯이 버티는 중국. 일본은 중국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서 일본의 보복으로 인해 중국인들이 학살당했다. 둘리틀 특공대의 탈출을 위해 중국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리틀 특공대로부터 선물을 받은 중국인은 모진 고문까지 당했다는 일화까지 있었다.

중일전쟁이 지속 중이라 정당할 것 같은 보복이지만, 여태까지 일본이 쌓은 비호감 스택 때문에 치졸함과 비열함만 부각됐다.

나치 독일과 소련에서도 죽는 사람이 많지 않냐고? 거기는 너나 나나 할 것없이 서로를 '절멸'시키고 있어서 부각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이 서로서로 한 방씩 카운터를 친다면, 나치 독일과 소련은 서로 머리채 잡고 얼굴만 집요하게 때리는 싸움이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는 나치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이런 식으로 서로 싸우는 중이고. 북아프리카 전선도 꾸준히 묘사하는 중이다.

[이 모든 싸움은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에는 분명 거대한 싸움이 올 것.]

[역사적으로 전황을 뒤집은 전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긴 해도 많은 사람들은 예상하고 있다. 언젠가 전황 자체를 뒤바꿀 전투가 터질 것이라는 걸.

실제로 둘리틀 특공대 이후로 나치 독일이 청색 작전을 펼치고,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미드웨이 해전이 발발한다.

엄밀히 따져서 청색 작전이 아니라 '스탈린그라드 전투'지만 청색 작전 안에 포함된 거니 넘어가자.

북아프리카 전선도 마찬가지. 엘 알라메인 전투가 펼쳐져서 북아프리카 전세가 뒤집힌다.

'신기하게 1942년 중후반에 다 몰려있네.'

전황이 뒤집힌 전투는 1942년에 다 몰려있는데 종전은 1945년에 이루어졌다.

썩어도 준치라고, 나름대로 나치 독일과 일본의 저력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일본은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핵 두 방을 맞고 바로 항복한 거지만.

'가스실도 가동됐고.'

반제 회의 이후에 가동되기 시작한 홀로코스트. 지금까지 전투만 하느라 그렇지, 그 유명한 가스실은 이미 가동됐다.

그 내용을 다음 권에 조금씩 보여줄 예정이다. 강제수용소에 끌려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 이후에 영원히 볼 수 없었다는 내용까지.

아마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평생 동안 노예처럼 굴려지다가 죽었다는 식으로만 알고 있겠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쪽으로 사고 방식이 돌아갈 수밖에 없지.'

개처럼 굴려지다가 개처럼 버림 받아 죽는 운명. 간혹 포로들을 총살시키거나 잔인하게 고문한다지만 이건 학살의 범주다.

절대 '가스실'에 끌려가서 가축이 아닌 벌레 목숨처럼 죽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이 세상 사람도 '가스'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독이 공기 중으로 널리 퍼진 환경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판타지다운 환경.

그렇기에 사람들은 가스실이 얼마나 흉악한 곳인지 와닿을 것이다. 숨을 쉬면 쉴수록 내부의 장기가 전부 타들어가는 고통.

'그나저나 노스 그 인간은 요즘 말이 없네?'

새로운 예언가(?)로 칭송받던 노스는 최근 어그로를 끌지 않았다. 듣자하니 반제 회의를 보고나서 겁에 질렸다나 뭐라나.

나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 노스는 그나마 정답에 접근하고 있던 사람이어서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개소리로 치부하는 것들이 사실은 정답이었다. 이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어디 보자. 아카데미는 결혼식 이후에 복학하는 걸로 정했고, 남은 건······'

여러모로 바쁜 일상이다.

*****

세상은 넓고 바보는 많다. 다소 부정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바보가 꼭 나쁜 의미로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때로는 미친 발상을 한 천재를 애둘러 표현하는 단어였으니.

여기에 포함되는 사람이 바로 에인스다. 제논 일대기에서 얻은 영감으로 마력 기관, 더 나아가 전차까지 발명한 위대한 인물.

그조차 처음에는 주변인들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그의 친구들까지 헛짓거리하지 말고 광물이나 캐라고 했을 정도다.

이처럼 바보의 오명을 쓴 천재들은 시대의 빛을 얻지 못해 사라지는 일이 많다. 설령 그것이 이상한 일이어도 말이다.

[콰앙!]

보기만 해도 육중함을 과시하는 전차가 불을 뿜는다. 고속으로 발포된 포탄은 이윽고 목표물에 정확히 적중했다.

이것만 본다면 마키나에서 전차를 실험하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마치 형상이 또렷하지 않고 약간 흐릿한 느낌이 난달까. 외양 또한 마키나에서 발명한 오우거 1호 전차와 달랐다.

소련군의 주력 전차인 T-34에 흡사한 모습. 마치 홀로그램으로 표현한 듯한 모습이다.

"됐다! 됐다! 성공했어!"

"소리랑 형상을 조금 더 다듬어야겠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해!"

아리따운 외모를 자랑하는 두 남녀가 불을 뿜는 전차를 보고 환호했다.

마치 세기의 발명품을 보고 환호하는 발명가들의 모습 같달까.

실제로 며칠 동안 씻지 않았는지 상당히 꾀죄죄한 외관이었으며,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성공'을 마주하면서 두 눈만큼은 그 어느 보석보다 찬란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빨리 여왕님께 보여드리자! 이거라면 여왕님께서도 분명 좋아하실 거야!"

"그 전에 씻고 가자. 이 모습으로 가면 실례니까."

"알았어."

꾀죄죄한 몰골에도 아리따운 외모를 간직하고 있는 두 남녀. 그리고 두 남녀의 공통된 특징은 또 있다.

"드워프의 도움이 필요하려나? 우리가 직접 카드에 마법을 삽입한 거라지만······"

"공장이라는 걸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귀가 길다는 것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