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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552)화 (553/763)

Chapter 551 - 6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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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침공, 속칭 6주는 근현대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쟁이다.

 

전통적인 열강, 그것도 1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프랑스가 너무나도 손쉽게 함락됐으니까.

 

나치 독일의 군사력이 강하다지만 최소 반년 이상은 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낫질 작전 하나로 모든 예상이 뒤바뀌었다.

 

나치 독일의 기갑부대가 아르덴 숲을 통과하고, 그걸 중심으로 영·프 연합의 전력을 모조리 갈아마셨으니.

 

물론 처음부터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프랑스도 나름 방비를 하고 있는데다가 전격전 자체가 첫 시도라 독일도 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독일 일선 지휘관들의 눈물 나는 똥꼬쇼와 연합군의 오판이 합쳐지며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이다.

 

특히 지휘관들의 차이가 결정적이었는데, 프랑스는 구시대적 교리를 사용한 반면 독일은 임무형 지휘체계에 충실했다.

 

스펙상으로 프랑스 기갑 전력이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전부 갈아버렸던 이유가 바로 저런 체계 덕분이다.

 

무엇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통신'부터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으니 승리의 이유는 차고 넘쳤다.

 

[독일군이 사용한 임무형 지휘체계란 무엇인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인가?]

[사실상 힘들다. 피와 강철은 '교육'을 받으면 지휘관이 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러기가 힘들기 때문.]

[임무형 지휘체계는 당장 도입시킬 수 있는 체계가 아니다. 대신 장점을 고를 수는 있다.]

 

의외라면 의외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임무형 지휘체계는 그닥 큰 공감을 받지 못했다.

 

지구는 사람의 무력이 아니라 양질이 중요하고, 이 세상은 사람의 무력이 중요했으니.

 

이 세상은 한 명 한 명이 전술전략급 병기로 취급받으며 '전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영혼의 한타처럼 한 번에 꽝! 붙는 일이 대부분이고 피와 강철을 판타지 취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압도적인 힘 앞에 기술은 필요없다는 말처럼, 이 세상은 그런 힘을 사람이 가지는 게 가능하기에 임무형 지휘체계를 도입시킬 수 없다.

 

아, 물론 지구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지닌 무기가 있긴 있다. 다들 알 거라 믿는다.

 

[통신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어째서 프랑스는 전서구조차 사용하지 않은 건가? 왜 저런 멍청한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통'이라는 틀에 얽매인 자들의 최후.]

 

두번째로는 통신. 당시 프랑스의 통신 설비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아니지. '병신' 이 한 단어로 프랑스의 통신 체계를 전부 표현할 수 있다.

 

하급 부대가 신나게 털린다면 즉각적으로 보고를 해야 하는데, 프랑스는 윗선까지 닿는 데에만 이틀이 소요됐다.

 

더 가관인 건 통신병들이 휴식을 보장하라고 생떼까지 부렸다는 것. 전화기까지 발명된 시대인데 6주 당하기에 아주 적절했다.

 

[내가 지휘관이었다면 저 놈들의 모가지를 다 잘라버렸을 것이다.]

 

자기 일도 아닌데 얼마나 울화통이 터졌으면 저런 말까지 남길 정도일까.

 

전선이 존재하지 않고 영혼의 한타처럼 꽝- 붙는 시대라지만, 적어도 통신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기사가 꼭 사람과 싸우리라는 법은 없다. 대규모 몬스터 토벌 같은 경우에도 군사가 직접 나선다.

 

통신이 원활해야 지휘부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그 밑의 부대 또한 손발을 맞출 수 있다.

 

[수도가 함락됐으나 결사 항전을 한 것도 아니다. 어째서 끝까지 저항하지 않는 건가?]

[페탱은 사실 독일의 간첩이었던 것인가?]

[굴욕적인 항복. 프랑스는 제대로 싸우지도 않았다.]

 

근대로 넘어가는 중세 시대여서 그런지 수도가 함락돼 항복한 건 이해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너무나도 '무력하게' 항복했다는 것이 그들을 폭발시켰다.

 

중세 시대는 수도가 곧 왕국 그 자체다. 상징뿐만 아니라 여러 인프라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세상은 판타지여서 그런지 몰라도 완전히 밀집된 건 아니다.

 

문화 도시로 빠르게 발전하는 마이샬 영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투자만 한다면 충분히 멋진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도 수도가 상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며, 수도가 공격 받는다면 기를 쓰고 방어하는 편이다.

 

[병사 한 명 한 명 전부 쓰러질 때까지 맞서 싸우지도 않았다.]

[페탱은 드골처럼 나서야 됐다. 겁쟁이라는 말조차 아깝다.]

[목숨을 얻고 명예를 버린 귀족.]

 

중근세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 입장에서 페탱은 '겁쟁이'에 딱 알맞았다.

 

명예를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기보다는 전황이 불리해지자 뒤도 안 돌아보고 항복했으니.

 

아이러니한 점은 페탱은 1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 중 한 명이었다는 것.

 

[대체 무엇이 그를 겁쟁이로 만들었단 말인가? 전에 발생한 대전쟁 때문인가?]

[나치 독일의 악랄함이 자신들에게까지 뻗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전쟁이 무서워도 나라를 파는 짓은 하면 안 됐다.]

[샤를 드 드골이야말로 진정한 귀족이자 애국자. 전쟁은 끝나도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1차 세계 대전이 얼마나 끔찍했으면 항복 서명을 한 건가라는 의문도 있고, 그래도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무기력하게 항복한 것도 어이가 없는데 드골은 끝까지 항전을 표명했다.

 

안 그래도 비교가 되는 상황인데 페탱은 한 술 더 떠서 비시 프랑스 즉, 괴뢰정부의 수장까지 됐다.

 

훗날 드골이 이를 보며 평가하기를, 용감하기는 하나 조국의 영웅이자 자신의 우상은 사라졌다고.

 

조금이라도 옹호하자면 불필요한 피를 흘리지 않았다는 거지만, 프랑스의 국력을 독일에게 갖다 바친 셈이라 두고두고 비판받고 있다.

 

이렇듯 6주 당해버린 프랑스는 중세가 배경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수도, 파리를 '옛다. 받아라'는 식으로 내줬다는 부분이 가장 컸다.

 

단, 비판의 대상은 프랑스에게만 향했던 게 아니다.

 

[이탈리아는······ 뭐하는 놈들일까?]

[히틀러는 무솔로니를 존경했으나 정작 이탈리아는 아무런 힘도 못 썼다.]

[대체 군대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프랑스에게 질 수 있는 건가? 그것도 산악부대에게?]

 

2차 세계 대전 내내 졸전만 거듭했던 이탈리아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자 이때다 하며 추축국에 가입한 이탈리아.

 

이탈리아도 열강에 소속된 국가지만, 너무 많은 전쟁을 치른 바람에 군사를 갈고 닦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무솔리니가 쿠데타를 일으켜 내부적인 문제도 많았다.

 

[그래도 이번 계기를 통해 바뀔 거라 믿는다. 독일도 폴란드 침공 당시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훗날 이탈리아는 그리스에게도 빌빌거려 히틀러의 분통을 터지게 만들었다.

 

프랑스 침공에 참전한 것도 히틀러를 향한 질투 때문이다. 진짜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전쟁선포만 해버렸다.

 

어떻게 됐냐고? 프랑스의 산악부대에게 신나게 털리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상선은 영국한테 털렸다.

 

[아무리 그래도 히틀러를 너무 띄워주는 게 아닌가? 6주는 말이 안 되는 기록이다.]

[낫질 작전이 성공했다고 한들, 왜 이리 무력하게 항복했는가?]

[전에도 그랬지만 제논이 정말로 전쟁을 아는 것이 맞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프랑스 6주 자체가 워낙 말이 안 되는 역사다 보니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는 것이, 실제로 발생했던 역사다.

 

나를 깔 게 아니라 지구를 까야지. 그래서인지 억울한 마음도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다.

 

이처럼 프랑스 6주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까이는 신세가 됐다.

 

지구에서도, 판타지 세계에서도 까이는 프랑스 침공. 조금 웃긴 상황이긴 해도 이게 현실이다.

 

그래도 모든 사람이 프랑스 침공에만 집중한 건 아니다.

 

[연합국에게 벌어진 기적. 덩케르크 철수.]

[이것이 신의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신이 내려준 기적이지만, 동시에 사람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조국'이 보인다. 이 말만큼 감동적인 대사가 있을까.]

 

가히 기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철군 작전, 덩케르크 철수.

 

17권은 낫질 작전과 파리 점령이 약 3분의 2 정도를 이루었고 나머지는 덩케르크만 채웠다.

 

민간인들이 군인을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작전이기도 하지만, 흔히 '뽕맛'을 채우는 데에 이만한 작전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민뿐만 아니라 영국 상류층도 자신의 요트까지 직접 몰고 왔다. 귀족들에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개다.

 

결정적인 건 바로 개연성. 프랑스 6주는 말도 안 된다며 비판한 독자들이다.

 

그러나 덩케르트 철수 작전은 실제로 있을 법한 기적의 철군이었기에 더욱 각광받았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점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내는 처칠의 연설까지.

 

연설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 덕분에 영국의 사기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다.

 

독자들은 저 연설을 페탱이 했어야 됐다며,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국가끼리 이런 차이가 날 수 있냐며 감탄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처칠 최대의 흑역사, '갈리폴리 전투'를 말이다.

 

아마 나중에 그걸 묘사한다면 두고두고 까이겠지.

 

[덩케르크 철수 작전으로 전력을 보존한 영국. 남은 건 영국과 독일 간의 전쟁일 것.]

[영국 해군은 독일 해군보다 몇 배는 막강하다. 혹시 프랑스 해군을 사용할 건가?]

[어쩌면 공군 간의 전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무엇이 됐든 간에 선택지는 많다.]

 

프랑스가 무너지면서 자연스레 홀로 남은 영국. 영국은 앞으로 프랑스까지 흡수한 나치 독일을 홀로 상대해야 된다.

 

나치 독일의 악행과 벌크업이 겹쳤기 때문일까. 독자들도 영국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이다음에 영국이 저지른 짓이 캐터펄트 작전이다. 이건 18권 초반부에 적을 예정이다.

 

프랑스 함대가 독일에게 흡수될까지 영국이 죄다 박살낸 작전. 정작 독일은 먹고 체할까봐 가만히 뒀다는 점이다.

 

당연히 프랑스 쪽에서 노발대발할 수밖에 없었으나 6주 당해버린 이상 그 어떤 발언권도 없겠지.

 

'그리고 슬슬 큰 형님도 등장시켜야 하고.'

 

큰 형님이라 하면 당연하게도 미국이다. 민주주의의 병기창이라 칭해지는 '무기대여법'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다.

 

이 세상에도 무기대여법과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종족전쟁에서 드워프가 인간 연합에게 무기를 공수했던 일이다.

 

그거 하나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으니 비슷하다면 비슷하겠지. 영국도 무기대여법으로 숨통을 틀 수 있었다.

 

'독소전쟁이랑 진주만 공습도 나오겠지. 마지막으로······'

 

홀로코스트까지. 이제부터 독일이 아니라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홀로코스트가 등장한다면 나치 독일은 빼도박도 못하게 '그레이트 십새끼'로 진화할 터.

 

여러모로 생각할 부분들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통조림 안에 넣을 것이다. 모라와 관계 회복도 할 겸 겸사겸사하면 되겠지.

 

또한 모라를 통해 '루미너스의 과거'를 조금씩 들을 계획이다. 한때 전쟁의 신이라 추앙받던 빛의 신.

 

[이번에도 예언을? 노스의 예언력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현재 노스의 저택 앞에는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또다른 예언자의 탄생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노스는 뭐······ 알아서 하라고 해라. 내 알 바 아니다.

 

나를 어떻게든 까내리기 위해 혼자 지랄한 건데 내가 신경 쓸 이유라도 있나.

 

무엇보다 지금 나는 바빠도 너무 바쁘다.

 

"아이작."

"으, 응?"

"너 뭐 숨기는 거 있어?"

"··· ···"

 

사랑스러운 약혼녀에게 들킬 위기거든.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뻔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모른 척해주면 안 될까?"

 

나도 내 스스로가 너무 얼간이 같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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