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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549)화 (550/763)

Chapter 548 - 불타는(4)

알량한 용기 따위, 잘 훈련된 총알 앞에선 무의미하다.

 

2차 세계 대전의 명장, 조지 S. 패튼의 명언이다. 또한 패튼이 어째서 명장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패튼은 겁쟁이를 싫어하고, 전쟁을 좋아하는 걸 넘어 집착하는 전쟁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조차 겁쟁이를 싫어할 뿐이지, 프랑스의 엘랑과 일본의 군국주의에 비해서 상당히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패튼은 적어도 기관총이 배치된 참호 앞에서 돌격! 이라고 명령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덤덤하게 전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하지.

 

쓸데없이 '정신력'만 강조하는 엘랑 혹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다만 프랑스의 엘랑은 어느 정도 변명이 가능한 것이, '참호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후로 교리를 전부 뜯어고쳐서 어찌저찌 승리를 했다만, 그 놈의 구시대적 마인드는 고치지 못해 '6주' 당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말을 말자. 프랑스는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기라도 했는데 일본은 그딴 거 없다.

 

틈만 나면 반자이 돌격을 외치는 건 기본이고, 막바지에는 카미카제까지 사용할 정도였으니.

 

아무튼 '엘랑'은 프랑스 군사의 무능함을 표현하는 단어인 셈이다.

 

더 나아가 정신력을 극한까지 강조하더라도 전쟁만큼은 융통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일종의 교훈이다.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단련한 자만이 영웅이 될 수 있는 법이다!]

[꺾이지 않는 의지만이 강력한 적도 쓰러뜨릴 수 있는 법.]

[제논은 기사의 정신을 무시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 뜻도 모르는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에게 비판을 가했다. 가끔 보면 비난도 섞여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상은 기관총은커녕 총조차 발명되지 않았다. 드워프들이 전차를 발명하고 혁명까지 성공했지만 이건 넘어가자.

 

어쨌거나 강력한 기사 몇 명이 전황을 뒤집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안에서 '영웅'이 등장하는 세계다.

 

정신력은 체력이 뒷받침해야 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스포츠를 보아라.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투혼을 발휘하여 역전을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나는 무턱대고 '엘랑은 병신이다. 그러니 기사도 병신이라'라고 하지 않았다.

 

당장 내 아버지가 기사, 그것도 붉은 사자라는 명성까지 갖고 있는데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겠지.

 

그래서 히틀러의 과거 회상을 통해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사람의 정신력이 얼마나 무력한지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히틀러는 1차 세계 대전 참전자여서 참호전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래서 구데리안과 함께 전차 생산을 함께 주도했다.

 

또한 '기관총'의 위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설명했다. 이걸 보고 나서 뭐 저런 끔찍한 무기가 다 있냐고 다들 놀랬지.

 

[제논은 불굴의 정신을 무시하지 않았다. 닥치고 정신력만 강조하는 자들을 비판했을 뿐.]

[시대가 바뀌면서 전쟁의 양상은 다양하게 변할 것이다. 가이스트가 발명한 전차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대들은 마법이 난사되는 곳으로 몸을 들이밀 것인가? 자살을 해도 시체는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생각이 열려 있는 자들은 나를 옹호해줬다.

 

저들의 말처럼 나는 기사를 비판한 게 아니라 '유연함'을 강조했다.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유연한 사고방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아까 말했듯이 패튼도 저 유연함 하나로 명장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본인만의 사고방식은 그대로라서 온갖 사건사고를 쳤다는 게 문제지만. 교리는 바꿀 수 있어도 성격은 바꾸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기사의 시대가 평생 이어지리라는 법은 없다. 설령 기사의 힘이 유효하더라도 주인공은 아닐 것.]

[그래도 기사와 기관총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기사를 고를 것이다.]

[압도적인 화력을 버틸 수 있는 갑옷 혹은 기술을 발명하는 게······]

 

그나마 간과한 게 기사를 끝까지 버리지 못 한다는 걸까.

 

기관총에 기사들이 쓸려나갈 거라고? 그러면 쓸려나가지 않게 강화하면 되지! 딱 저런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는데 그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여기가 판타지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병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총의 발명이 필수적이지만, 그렇다고 기사가 사장될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전차가 기관총에게 강해도 보병에게 약한 것처럼, 기사에게 있어서 전차는 잡아먹기 편한 상대일 테니.

 

기술이 발전되면 발전될수록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나조차 예상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공군은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폭격은 기사로 처치할 수 있는가?]

[비행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 발명된 추적 마법을 사용하면 될 것.]

[엘프나 마족은 몰라도 다른 종족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 다른 방도가 필요하다.]

[과학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마법을 선택할 것인가.]

 

물 흐르듯이 이어진 상황은 어느 순간 과학 vs 마법으로 변질됐다.

 

하다못해 전차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다들 마법을 선택했을 터.

 

그러나 가이스트를 보듯이 단 한 대의 전차가 부패한 왕정을 무너뜨렸다.

 

비록 군중들의 힘을 얻었다지만 전차의 등장은 전세계를 거대한 충격에 빠뜨렸다.

 

더구나 마력 기관 및 공장의 설립으로 대공황이 점차 해결되면서 등장한 기계 부흥 운동까지.

 

[과학과 마법을 분간시키는 건 어리석은 짓. 서로 규합할 필요가 있다.]

[철학에서 수많은 학문들이 독립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학과 마법은 분리돼 있었다.]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완전한 접목은 불가능해도 용접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본래 6주 해버리는 프랑스를 비판하기 위해 묘사했던 엘랑은,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했다. 대신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

 

[프랑스는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반면, 독일은 폴란드 침공을 통해 어마어마한 경험을 쌓았다. 독일의 승리는 자명한 일.]

[그러나 프랑스는 예로부터 강력한 육군을 보유했다고 묘사됐다. 하물며 나폴레옹이라는 위인은 유럽 전체를 집어삼켰지 않았는가.]

[전통적인 강군과 패권을 노리는 강군 간의 대결.]

 

그렇다 해서 모두가 과학 vs 마법에 치중된 건 아니다. 앞으로 맞붙게 될 영·프 연합과 독일 간의 싸움에도 집중했다.

 

겉으로만 본다면 누가 봐도 영·프 연합이 유리해 보였다. 실제로 노르웨이 침공으로 독일 해군은 유명무실해졌으니.

 

반면 영국의 해군은 한 방 먹었을지언정 제해권을 빼앗기지 않았고, 프랑스는 전통의 육군 강국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들의 싸움이 '최소' 반년 이상은 갈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2달도 채 안 되어 무너질 것. 6주 내에 무너질 것으로 예측된다.]

 

단 한 사람, 저번에도 예언 아닌 예언을 지껄인 노스를 제외하면 말이다.

 

안 그래도 독일은 개새끼다! 라는 스포일러를 함으로써 인지도가 늘어났는데 또다시 어그로를 끌었다.

 

[근거? 원래 외부적인 문제보다 내부적인 문제가 더 큰 법. 프랑스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근거는 그럴 듯했다. 문제는 말 그대로 그럴 듯하다는 것뿐이다.

 

프랑스 침공 이전까지 꾸준히 언급되던 만슈타인의 '낫질 작전'의 효능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나치 독일조차 불완전한 낫질 작전을 채택하느라 편제조차 제대로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벨기에에 불시착한 장교 때문에 계획안이 전부 노출되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낫질 작전을 고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마지노선? 천혜의 요새가 맞지만 모든 곳을 방어해주지는 않는다. 무력하게 뚫릴 것.]

 

실제로 낫질 작전은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어떻게든 뚫기 위해 고안된 작전이다. 마지노선이 없었더라면 다른 작전을 썼겠지.

 

피와 강철에서도 낫질 작전의 수립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걸 통해 근거를 내세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많은 군사 가문에서 나에게 근거를 대라고 편지를 보냈다. 도리어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왜 모르는 건가?]

 

노스 이 사람은 그냥 마구잡이로 말을 뱉는 사람이라고. 중근세에서 모르면 공부하세요를 시전하고 있다.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지만 도대체 무슨 깡으로 저러는지 당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떻게든 나를 까내리기 위해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노스의 정신머리가 이상해서 저딴 말을 하는 거지, 정상적인 독자들도 있다.

 

[마티우스 후작. 낫질 작전은 너무 도박수가 짙고 무모하다. 프랑스가 멍청하지 않다면 막을 수 있는 작전.]

 

특히 군사 가문들 쪽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낫질 작전 자체가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작전이다보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전차의 기동성을 살리는 건 훌륭하다. 그러나 만에 하나 프랑스가 진격로를 예상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군도 마찬가지. 전차가 아무리 강해도 공군에게는 무력할 것이다. 독일 공군이 무섭다고 뒤로 물리는 건 멍청한 짓.]

[성공하면 망치와 모루 전술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으며, 어마어마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성공한다면.]

 

놀랍게도 유명한 군사 가문들은 낫질 작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완벽하게 이해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든 이해시켜주기 위해 내가 똥꼬쇼를 펼친 것도 있지만, 이들의 두뇌가 똑똑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역시 과거의 사람들은 기술력의 한계로 인하여 사고방식이 막힌 거다. 절대 현대인보다 지능이 낮은 건 아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저걸 다 안 해서 뚫렸지.'

 

나치 독일도 불안 요소를 지닌 채 전쟁을 시작했지만 프랑스는 그것보다 더 심했다.

 

전차의 스펙도 프랑스가 우위였는데 전차마다 무전기를 설치한 독일의 기갑전력한테 개털렸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부대는 헛것을 보는 바람에 알아서 와해됐다. 너무 쉽게 뚫린 나머지 독일군도 여기가 맞나? 싶었다고.

 

히틀러조차 말도 안 되는 성과에 깜짝 놀라서 서둘러 저지시킬 정도다. 그 시간동안 기적의 철군,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이어졌다.

 

[난 부디 이 작전이 실패하기를 바란다. 성공한다면 나치 독일은 더욱 오만해질 것일 테니.]

[지금 히틀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쓰라린 실패다. 부족함을 알고 정신적인 성장을 원한다.]

 

몇몇 사람은 낫질 작전의 실패를 원했다. 쓰라린 패배를 통해 정신적인 성장을 하라는 식으로.

 

이게 꽤 의미심장한 말인 것이, 실제 역사에서도 너무 큰 성공을 한 탓에 히틀러의 교만이 폭주했다.

 

더 나아가 나치 독일마저도 히틀러에게 흠뻑 빠져버린 나머지 자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때가 본격적인 폭주의 분기점이다.

 

[난 그래도 히틀러를 지지한다.]

[낫질 작전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히틀러와 나는 한 몸이 될 것이다.]

 

그래봤다 대가리 깨진 사람이 더 많았지만. 저런 사람들은 나치 독일의 학살을 보고도 전쟁이니 어쩔 수 없다며 넘어갔다.

 

여기에 중근세적인 마인드까지 합쳐져서 동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적나라하게 표현된 전쟁의 참상 덕분에 전쟁을 하자는 말은 거의 없다는 걸까.

 

과연 홀로코스트를 보고 나서도 뇌수가 줄줄 흐를지 궁금하다.

 

그전에······

 

"아아아악! 저리 가! 저리 가라고! 나 모라 님 만나러 가야 돼!"

"구구구! 구구구! 구구!"

"냐앙! 냥! 우웨엥!"

"커엉! 컹!"

 

이 빌어먹을 드루이드 패시브는 언제 해제되려나.

 

******

 

아이작이 모라의 신전으로 방문하기 위해 마이샬 영지로 복귀했을 때쯤.

 

세상, 엄밀히 말해 군사 가문들은 피와 강철에서 등장한 작전, '낫질 작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낫질 작전은 군사 가문들에게 있어서 충격을 넘어 혁명에 가까운 작전이었다.

 

도박이라는 점은 변치 않지만 '전차'를 극한까지 활용한 예시였으니까.

 

전차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판타지답다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차가 발명된 상황.

 

시대를 한참 앞서나가는 작전임과 동시에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여지가 많다.

 

물론 대놓고 공개하는 바람에 약점 또한 명확해진 상황이다. 어디까지나 교본 중 하나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이 작전에 대해 의논을 나누어 보도록 하지. 당장 도입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논의를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말일세."

 

북부를 담당하는 사령관, 마티우스 후작은 앞에 서 있는 귀족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귀족들은 마티우스 후작의 말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들이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난데없이 호출 당한 것도 모자라서 낫질 작전에 대한 의논을 내놓으란다.

 

"성공이든 실패든 과감하게 말하게나. 납득이 가는 선에서 의견을 말한다면 됐으니."

"··· ···"

"자.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생각이고 나발이고 할 것없다. 마티우스 후작의 가신들은 저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씨발. 왜 우리 보고.'

'차라리 제논을 부르는 게 낫지 않나?'

'우리에게는 전차가 없습니다, 후작 님.'

 

피와 강철로 인한 피해 아닌 피해 중 하나였다.

"제가 의견을 내도 되겠습니까?"

"자네는 보급만 신경 써."

"알겠습니다."

마셜의 의견은 가볍게 묵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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