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526화 (527/763)

본래 기계 파괴 운동으로 확산됐을 러다이트 운동.

하지만 악마 숭배자의 활약 아닌 활약으로 기계의 효력만이 세상에 알려졌다.

미네르바 제국측에서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의미는 없다. 직조공이 자백을 하면서 공장의 능력이 만천하에 퍼져나갔으니.

따라서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 확산 운동이 아닌, 기계 부흥 운동으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품질 같은 건 필요없다! 우리는 당장 사용할 도구와 물건이 필요하다!]

[장인들이나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은 1%의 귀족이 사용하지만, 나머지 99%는 공장이 생산한 물건으로도 충분하다.]

[마력 기관은 대공황을 해결할 열쇠였다. 제논의 말이 옳았다!]

[이제 남은 건 증축뿐이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마력 기관이 필요하다.]

더 많은 마력 기관. 더 많은 공장. 더 많은 공급량.

지구에게 있어서 마법은 거의 불가능한 현상이듯이 이 세상도 다를 게 없다.

마법을 안 쓰는데 저 거대한 철덩어리가 굴러간다고?

마법도 없이 마나를 자체 생산한다고?

마법조차 해결할 수 없던 대공황을 마법이 아닌 순수 기계가 해결한다고?

하나의 기계가 100명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고?

이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기계는 마법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들어 준 수준이다.

[우리는 미래를 보았다. 피와 강철을 통해서!]

[피와 강철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미래다. 이들은 마법은커녕 드워프조차 없지 않은가?]

[마법은 필수가 아닌 보조 수단에 가깝지만 기계는 아니다. 이제부터 기계는 필수로 취급될 것.]

겸사겸사 피와 강철의 주목도가 올라간 건 덤이다.

프롤로그에서도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기계 혁명 즉, 산업 혁명이 터졌다고 언급됐다.

이 세상을 기준으로 잡아도 기계 혁명을 목전에 둔 셈이다. 당연히 세상은 더 많은 마력 기관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을 쳤다.

[노동자들의 대우를 고려해야 할 것. 소련은 물론 마키나의 공장들이 그러했듯이 국가가 전복될 수도 있다.]

[피와 강철에서 봤다시피 기계 혁명은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게 만들 것이다.]

[기계가 발전되면 발전될수록 공급량이 상승하는 건 좋다. 하지만 몬스터를 비롯한 각종 문제가 산재해 있어······]

물론 모두가 기계를 찬양하는 건 아니었다. 신중한 사람들은 기계 혁명이 무작정 좋은 영향만 끼칠 거라 단언하지 않았다.

특히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노동자들의 대우. 대공황의 결정적 원인이 마키나의 혁명임을 상기했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되는 문제다.

당장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이른바 국유화가 된 상태이나 시간이 흐를수록 민영화로 바뀔 터.

다시 말해 노동자와 공장주 즉, 기업 간의 싸움이 잦아질 것이 자명하다.

[노동자들의 대우에 관한 갑론을박 속에서 입을 연 제논. 소련처럼 나라가 바뀌기 싫다면 노동자들의 권리를 챙겨라.]

[1주간의 노동 시간은 40시간, 1일의 노동 시간은 8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할 것. 노동 중간 1시간의 휴식 시간을 반드시 챙길 것.]

[부득이한 이유로 초과노동을 할 경우 초과수당을 지급하거나 휴일을 지급할 것.]

[부모의 허락 없이 어린이 및 미성년자 고용 금지. 단, 부모가 없는 경우 사정에 따라 고용이 가능하다.]

[이외에 최저 임금과 임금 지급 등등. 제논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제도를 말하여······]

그래서 나는 미리미리 근로기준법을 언급했다. 여기서는 노동기준법이라 해야되곘지.

사회 및 세계관이 다르다지만 최소한의 권리 정도는 보장할 수 있다. 여기서 최저임금은 말로만 했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대공황이 물러가지 않은데다가 이 세상의 경제는 내가 알던 것과 달라도 한참 달랐으니. 이건 정부가 정해야 된다.

이처럼 마키나의 공장들처럼 노동자들이 가혹한 환경 속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방패'를 세워줬다.

기계 혁명 즉, 산업 혁명이 예정된 이상 노동자들이 노예 수준으로 전락한다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다.

[마키나는 제논이 내놓은 제도를 즉각적으로 따랐다.]

그런데 마키나 쪽에서 덥썩 물더니 곧바로 제도화시키더라.

들어보니 부르주 5세가 공장들을 착취한 탓에 휴식을 어떻게 취할지 몰랐다고.

드워프식 공산주의를 천명했지만 가이스트는 여전히 행정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에인스는 기술자에 가깝지 정치가와는 거리가 멀다. 아마 지금쯤 기아스가 죄다 일을 도맡고 있겠지.

[미네르바 제국. 마력 기관으로 공급된 면직물들은 대공황 이전,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생산량을 보일 것이다.]

[폭등하기 시작하는 석탄의 수요. 다행히 운송은 무난히 되고 있지만 보급이 여전히 느리다.]

[마키나. 마력 기관차는 본래의 예정대로 시승식을 보일 것. 마력 기관차와 철도는 막혔던 혈로를 뚫어줄 것이며······]

원래 산업 혁명 이후 증기 기관차가 발명되는데 이곳은 거꾸로 진행됐다. 그래도 좋으면 좋은 거라 다들 넘어갔다.

하지만 숨어있던 마키나의 저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네르바 제국은 물론 다른 나라도 간과했던 분야다.

그건 바로 마키나의 제철 능력. 그러니까 '야금술'이다. 전에 언급한 적이 있듯이 마키나의 야금술은 다른 나라보다 몇 시대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마키나의 물품, 특히 무기들의 품질이 뛰어났던 이유도 야금술 하나 때문이다. 강철의 품질부터 차이가 나는데 무기는 오죽할까.

이 이유는 공장들이 사용하는 '용광로'에서 드러났다. 사실 용광로 자체는 인간들에 비해서 큰 차이점은 없다.

단 한 가지. 제철 공업에 사용되는 '연료'가 달랐다는 것.

그 연료의 원자재가 바로 '석탄'이었다는 것뿐이다.

[미네르바 제국. 마력 기관에 석탄을 넣었는데 가동되지 않는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마키나에게 연락해······]

무작정 석탄만 캐던 미네르바 제국도 그 차이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은 마키나에서 증정한 석탄을 사용하다가 그 후부터는 본인들의 석탄을 직접 넣었다.

헌데 마력 기관의 효능이 급격하게 떨어졌을 뿐더러 잔고장마저 생기는 게 아닌가.

기계 찬양이 주를 이루던 시국이라 제국으로서는 심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나 또한 마찬가지. 내 입장에서는 저거 왜 저래?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심지어 마키나산 석탄을 사용할 때는 잘만 가동됐다.

[마키나. 목재를 가공하여 목탄이 되는 것처럼, 석탄을 가공하면 좀 더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모르면 가공 방법을 알려줄 테니 사용해라.]

근데 마키나는 정말 쿨하게도 가공 방법을 던져줬다. 알고 보니 '코크스' 정제법이 없던 거더라.

나는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뭔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본래 산업 혁명의 순서는 대략 이렇다.

코크스 발명으로 석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 갱도로 깊숙히 진입해야 됌 -> 갱도에 찬 물을 빼기 힘들어 펌프의 자동화 -> 증기 기관의 발명 -> 증기 기관차 및 철도 등장

이렇게 따지고 보면 마키나는 산업 혁명을 거치고도 남는다. 하지만 마키나의 지리적 특징 및 사회 문제로 앞길이 꽉 막혔던 것이다.

드워프는 종족 특징상 산, 정확히는 광산 근처에 마을 혹은 도시를 짓는다. 이렇다 보니 수송에 문제를 느낄리가 없다.

더 나아가 부르주 5세의 폭정까지. 정말 기형적이면서 언밸런스한 발전도이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코크스 가공은 혁명 중의 혁명일 텐데······'

본인들은 코크스 정제법이 얼마나 혁신적인 발명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왜냐고?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던 거니까. 다른 종족도 자신들처럼 똑같은 연료를 사용하겠지라며 넘어갔던 것이다.

드워프 입장에서는 코크스 정제가 너무나도 당연한 기술이었기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물론 손재주가 극히 뛰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도 손재주가 뛰어나니 다른 종족은 절대 따라갈 수 없었다.

'이러니 죄다 수입하지.'

일종의 선입견이다. 드워프라는 종족부터가 그리 태어나서 다들 관심을 주지 않았다.

드워프라는 종족부터 손재주가 뛰어나니 그 내막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게 크다.

어차피 노력해봤자 드워프보다 떨어질 텐데 굳이 노력할 필요가 있나 싶었겠지.

원자재란 원자재는 전부 마키나에게 넘겨주고, 마키나는 적당한 값을 치러 공급을 한다.

이게 쌓이고 쌓이다가 거품이 터져버려 대공황이 발생했다.

'진짜 기형적이구나.'

역사의 결과는 어느 정도 비슷해도 흐름이 전혀 다르다. 엄밀히 따지자면 마키나 홀로 압도적인 과학발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마키나도 헬리움처럼 기초 학문이 부족한 탓에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다.

마력 기관이 발동되는 원리조차 말로는 설명할 수 있어도 공식으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내 입장에서만 기형적인 거겠지.'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역사의 흐름일 것이다. 단지 나라는 존재가 끼어들었을 뿐이지.

나는 기계를 향한 찬양, 그리고 피와 강철의 관심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소식을 천천히 훑어봤다.

앞으로 빠르면 한 달, 길면 세 달 정도 안에 대공황이 사라질 터.

미네르바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력 기관을 도입한다고 했으니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이번 년도의 제논 축제는 정상적으로 개최될 것. 또한 피와 강철의 연재도 전처럼 주기가 짧아질 것이며······]

대공황으로 취소가 될 뻔한 제논 축제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정했다.

나에 대한 여론이 압도적으로 올라간 건 물론이요, 차오르기 시작한 희망을 더 부풀리기에 충분했으니까.

또한 겸사겸사 루미너스와 모라와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에게 사과를 받고 서로의 앙금을 풀어야겠지.

'그리고······'

제논 축제 이전에 내 입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엄청난 용기가 요구되는 '이벤트'가 있을 예정이다.

그 이벤트 하나를 위해 조금씩 빌드업을 쌓고 있으며 더 나아가 유명한 '세공사'에게 의뢰까지 한 참이다.

물론 사랑스러운 약혼녀, 마리가 전혀 알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췄다. 아리엘의 입단속까지 시켰으니 들킬 염려는 없다.

마리의 능력 때문에 들킬 수도 있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간파할 뿐이지 아리엘처럼 속마음을 읽는 건 불가능하다.

'기념일에 맞춰서 해야겠지?'

나와 마리가 처음으로 교제를 시작했던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 엄청 부끄러웠는데.

난생 처음 진행하는 이벤트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폴란드 침공까지는 후다닥 내야지.'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민족자결주의도 아니고 폴란드 침공도 아니다. 이건 세상이 알아서 평가할 터.

"후우······"

나는 점점 쌓여가는 긴장에 가슴을 가볍게 쳤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어찌 될 지 모르겠다.

'어찌된 게 사람들 앞에서 정체를 고백할 때보다 긴장되는 것 같지?'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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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피와 강철 3권 분량을 발매했다.

민족자결주의로 끓어오를 게 뻔한 스타비르크 독립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고, 그동안 미루었던 연재를 한꺼번에 터뜨린다는 명분까지 있다.

따라서 세상은 민족자결주의로 조금 시끄러워졌을 뿐이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자 다른 의미로 열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리아인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 T4 작전. 과연 이 작전의 정체는?]

[작중에서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작전, 그리고 아리아인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 설명돼 있다.]

[히틀러는 장애인마저 일반인으로 탄생시키는 능력자인 것인가? 아니면 피와 강철 속 기술력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무리이니 강력한 복지 제도를 마련했을 것.]

홀로코스트의 전신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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