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508화 (509/763)

편집자(3) 후반에 내용 더 추가했습니다...!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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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내 미래를 볼 수 없다는 모라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당최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신들은 미래를 볼 수 있다. 본인의 신성을 소모하여 신탁 형식으로 미래를 간접적으로 비트는 게 가능하다.

나는 그들로부터 너무나도 많은 신성력을 받아 대놓고 미래를 알려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며, 그 덕분에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정에도 없는 고행을 시키지를 않나. 앞뒤가 안 맞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나.

이제는 아예 내 미래를 읽을 수 없단다. 신들은 말을 돌릴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분위기를 보면 모라는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또다른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하세요?"

여태까지 실컷 미래를 알려줬으면서 갑자기? 어이가 출타하는 걸 넘어 웃음만 나왔다.

약 150년 뒤에 발발할 예정이었던 악마 전쟁이 2000년 뒤로 미루어졌다니. 먼 미래는 몰라도 당장 내 주변인이 다치진 않을 거라니. 세 드워프가 전차를 끌고 올 거라니 등등.

그들이 알려준 미래는 상당히 많다. 다만 내가 직접적으로 이득을 본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상담만 받았다.

하지만 그걸 믿을 수 있던 이유는 그들이 거짓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 가끔 가다가 대답하기 곤란한 건 말을 돌렸지 않았는가.

너무나도 인간적인 그들이었기에 신뢰할 수 있던 것이며 그들의 비호 아래에 집필할 수 있던 것이다.

"난데없이 고행을 시켜놓고 제가 힘들어 하니 미래를 볼 수 없다? 모라님이 생각하기에 이게 맞다고 생각하세요?"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야. 네 주변의 미래는 볼 수 있어도, 너의 미래는 볼 수 없어."

"그게 무슨······"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너무 많은 나머지 무슨 말부터 해야될지 모르겠다.

내 미래를 볼 수 없다면서 어째서 주변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건가.

나로 인해 세계가 변한다면, 이 미래 또한 볼 수 없는 건가.

무엇 하나 뚜렷하게 해석되는 게 없다.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했다면 모를까, 사고를 거하게 치고 다급히 뒷수습하는 꼴이다.

"······상세히 설명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부탁했다.

여기서 아무리 소리쳐봤자 나아지는 건 없다. 분노를 차츰 가라앉히며 이성적으로 나서야 할 뿐.

모라는 내 질문에 살짝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지구."

"지구?"

"네가 지구에서 건너 온 영혼이기 때문이야."

모라의 대답에 눈쌀을 찌푸렸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모라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어딘가 위축된 듯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전에 들었을 거야. 악마 숭배자의 소환으로 지구에 있던 너의 영혼이 이곳으로 온 거라고. 그 일로 인해 지구의 순리가 어긋났고, 지구의 신들은 우리를 비난했어. 그 결과로 너는 기억을 온전히 보존한 채 이곳에서 다시 태어났고."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어째서 너를 지구로 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를 아니?"

"··· ···"

모른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영혼을 다시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악마 숭배자의 소환 의식으로 날아왔다지만 나는 지구의 영혼이니까.

그러나 지구의 신들은 물론 이 세상의 신들은 그러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 것일까.

내가 신들의 사정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필멸자다.

모라는 내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지구의 순리가 심각할 정도로 어긋났기 때문이야. 너는 본래 90살이 넘는 수명을 가진 몸. 지구의 신들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지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영혼이 날아간 거지. 이로 인해 지구의 미래가 심각할 정도로 불투명해졌어."

루미너스에게 들었다. 지구에서의 나는 90세 가까이 장수할 운명이었다고.

부모도 잃고, 스스로 사회와 단절했던 놈이 뭐 그리 오래 살 예정이었냐고 웃어넘겼었지.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어떤 이유가 있었기에 그만큼 장수했던 것일 터.

당장 내일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르는데 70년은 설명해봤자 입만 아프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약적이지 않나요? 모라 님도 아시겠지만 저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킨 것? 너 스스로가 그리 생각하는 거지, 과연 너의 친구들은 너를 가만히 뒀을까?"

"··· ···"

"지구의 신들이 우리 신들을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했어. 이 아이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꽃을 피울 아이라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으로 새로운 가족을 가질 운명이었다고. 순리가 어긋난 정도가 아니라 윤회조차 못하는 영혼이 발생했다는 뜻이야. 그 영혼들이 윤회하지 못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뒤죽박죽으로 꼬여버렸지."

영혼의 윤회. 흔히 불교에서 다루는 분야다.

지구의 신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을 터.

본인의 실수로 일을 그르친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뜬금없이 외세가 간섭한 탓에 모든 일이 꼬여버렸다.

"그래서 지구의 신들이 너희들도 한 번 좆 돼 봐라라며 저를 넘긴 건가요?"

"······응. 원래 우리 세계를 침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걸 어머니가 간신히 막아주셨어. 어떻게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셨거든."

"허."

자칫하다가 각 행성의 신들끼리 전쟁이 날 뻔하다니. 만약 그랬다면 이 세상은 지구의 신들이 관리했을 것이리라.

수많은 신화가 존재하는 지구의 신들과 달리 이곳은 3명밖에 없다. 숫적으로도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지구의 신들 입장에서는 전쟁을 선포해도 되는 것이, 자기 진영에 역병을 퍼뜨린 격이다.

심지어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있는대로 수습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구의 신들도 지구의 미래를 읽을 수 없게 된 건가요?"

"그들은 세상에 간섭하지 않으니 미래를 읽는 건 의미가 없어. 오직 순리만 신경 쓰고 있으니까."

"그러면 지구의 신들이 제 영혼을 그대로 넘김으로써 뭐라고 한 건가요? 지금처럼 고행이라는 이유로 저를 괴롭혀도 되는 거예요?"

모라는 내 질문을 듣고 한동안 우물쭈물거렸다. 지금까지 잘만 대답하더니 이건 난처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인내심 있게 기다릴 생각은 없다. 언질도 하지 않고 잘못을 저지른 건 그쪽이었으니까.

이에 내가 인상을 험악하게 굳히자 모라가 화들짝 놀라더니 사실대로 토했다.

"너, 너가 살아있는 동안 간섭을 해도 상관없으니 영혼을 거두지 말라고 했어! 전생에서 피우지 못했던 꽃을 피우기 전에 꺾어버린다면 곧장 침략하겠다는 말까지 했고!"

"쉽게 설명해주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신경질적으로 되묻자 모라가 찌그러진 목소리로 쉽게 설명해줬다.

"네가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들 앞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그 어떤 간섭조차 하지 못하도록 조약을 건 거야. 본래 있던 전생의 운명을 그대로 갖고 오되,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은 우리가 수습해야 되는 거지."

"그런데 이딴 고행을 시킨 거예요? 제가 자살이라도 한다면 어쩌시려고?"

어처구니 없게도 초월자인 신들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막나가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럴만한 깡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온과 동떨어져 있으니.

모라는 내 타박에 다시금 우물쭈물거리며 망설이더니 눈을 내리깔며 소심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래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

"의무? 저를 괴롭히는 게 의무라고요?"

모라는 황당하다는 내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아니라는 뜻.

이에 내가 한 쪽 눈을 치켜뜨며 표정으로 말하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까 너의 미래를 볼 수 없다고 말했을 거야. 대신 주변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했지."

"그래서요?"

"하지만 그 주변의 미래라는 것도 '당시', 그러니까 우리와 대화할 때를 기준으로 삼는 거야. 이후에 네가 특정 행동을 하는 순간 미래가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 터진 대공황도 마찬가지고."

"거짓말은 하지 않았네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뿐이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가 찬다.

저딴 장난질을 할 거면 미래를 알아도 전부 부질없지 않는가.

신들을 향한 신뢰도가 수직낙하하고 있을 때, 내 표정을 확인한 모라가 변명하듯이 다급하게 해명했다.

"그, 그래도 너와 대화하면서 알려주는 미래는 전부 진실이야! 내가 본 미래도 마찬가지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큰 화를 입는 미래요?"

"으, 응!"

"그거랑 모라 님이 지니신 의무가 무슨 상관인 거죠?"

모라는 어둠과 안식의 여신. 그리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초월자다.

정신을 단련시켜주기 위해 고행을 겪게 만드는 것과 거리가 멀다. 차라리 루미너스였다면 이해라도 했겠지.

하지만 이건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완벽한 '실패'다.

내 미래를 볼 수 없기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 이것만으로는 명쾌한 해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모라가 숨기는 게 더 남아있다는 거겠지. 나는 추궁하듯이 그녀를 몰아세웠다.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대체 또 뭘 숨기시는 거죠? 안식과 제 고행이 무슨 관계냐고요."

"··· ···"

"대답하지 않는다면 전 모라 님을 정말로 싫어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부디······"

이때까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제가 여러분들을 싫어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나는 그들을 싫어하기 싫다. 내가 호구여서 그런 게 아니다.

그들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으니까. 지금까지 나에게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내가 저들을 믿는만큼 그들도 나를 믿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멸자의 작디 작은 소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이 세상을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생각은 없다. 그냥 평범하게 책만 쓰면서 지내고 싶을 뿐이다.

그로 인해 그들이 큰 해를 입는다면, 당장 연재를 중단할 저의가 있다.

"······평화."

"네?"

"나는 어둠, 안식, 밤을 관장하지만, 동시에 평화를 관장하기도 해."

내 진심을 알아줬는지 몰라도 모라가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대답을 듣고 속으로 몇 번 곱씹었다. 평화. 평화의 여신, 모라.

한 번 요동친 세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법. 그리고 지금은 대공황이 진행 중이다.

상황이 약간 다르긴 해도 대공황은 곳곳에 분쟁의 씨앗을 심어놓았을 터.

평화의 여신인 모라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못해 기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최대한 회전시켰다. 중간중간 비어있는 부분이 많기는 해도 얼추 조합이 가능하다.

"모라 님은 제 주변인이 잘못되는 미래를 보았고, 그 충격으로 제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불확실한 미래를 방지할 겸, 세계의 혼란을 저 스스로 수습할 수 있도록 고행을 시킨 거다? 평화의 여신이니 혼란이 가중되면 본인에게도 큰 피해가 오니까?"

"··· ···"

"맞죠?"

내 확인성 질문에 모라는.

"······응."

신 답지 않게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나는 그 반응을 보며 다시 헛웃음을 흘렸다. 저렇게 말하니 대충 이해가 간다.

문제는.

"그것 참."

'필멸자'인 내 입장에서는 상식과 아득히 동떨어진 '교육'이었으며.

"역겨울 정도로 인간적이시네요."

다시 한 번 초월자의 권세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겠지.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셨나요?"

내 미래를 볼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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