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일러스트 올리겠습니다! 타이포도 올라올 예정이라 따로 공지란을 만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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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강철 10권에 등장할 민족자결주의를 알려주자마자 리나는 거의 실성한 듯이 분노를 떠트렸다.
안 그래도 스타비르크에서 독립이니 뭐니 하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중인데 여기서 민족자결주의가 나온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터.
다만 히틀러가 이용할 민족자결주의는 정말 안 좋은 쪽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안슐루스, 그러니까 오스트리아를 반강제적으로 병합하고 체코슬로바키아의 땅 일부분을 뜯어냈다.
더 나아가 폴란드를 침공할 때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만들고, 한 술 더 떠서 자작극까지 펼쳤다.
이처럼 히틀러와 나치 독일은 독일인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간기부터 깡패질을 일삼았다.
영국과 프랑스는 1차 세계 대전에서 잃은 게 너무 많았던 나머지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얻은 게 6개월짜리 평화다.
어쨌거나 민족자결주의는 대한민국의 3·1 운동처럼 숭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반면 나치 독일처럼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니 민족자결주의에 대해 설명하는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다.
"아, 그래! 아이작! 너네 나라도 남북으로 분단됐다고 했지? 소련이랑 미국이 서로의 사상 때문에 싸워서!"
"응? 응. 맞아. 그건 왜?"
"스타비르크도 그렇게 할까 생각 중이야. 테르스 왕국이랑 협약해서 남북으로 쪼개는 거지!"
"··· ···"
멘탈이 얼마나 터졌으면 내 면전에다가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악담 수준을 넘어선 그 무언가다.
문제는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마리와 아델리아도 그걸 알기에 입을 떡 벌리며 경악했다.
"아니야. 아니야. 이렇게 하다가 또 전쟁이라도 터진다면······ 이러면 테르스 왕국과도 마찰을 빚는 거잖아. 안 그래도 경제가 망가진 상황인데 여기서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으면······"
방금 전 그 말이 리스크가 크다는 걸 깨달았는지 횡설수설하며 고민에 빠진 리나.
평소 현숙하고 나긋나긋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뜻이겠지.
이 모든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다.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 저지른 일들이 기어코 주변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할 생각을 해야하는데 또다른 폭탄을 터뜨리려 하다니. 경솔한 걸 넘어 생각이 없는 수준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최대한 궁리하는 것도 잠시, 리나를 안정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저러다가 더 망가지기라도 하는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널지도 모르니까. 스트레스로 정신이 맛가는 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똑같다.
"리나."
"··· ···"
"리나."
"······말해."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민족자결주의만큼은 수습해볼게."
대공황이 터진 건 언젠가 벌어질 일이라고 루미너스가 직접 증명했다. 거품이 일찍 터진 거라 오히려 피해가 덜하다고.
하지만 민족자결주의는 자칫하다가 분쟁을 넘어 전쟁까지 터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만약 생각없이 신간을 발매했다면 미네르바 제국은 크게 망가졌을 터. 그리고 그 타격은 리나를 비롯한 황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더구나 그녀는 머지않아 정략결혼을 할 상대. 그녀의 가족들과 안면까지 튼 상황에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습한다고? 어떻게?"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민족자결주의를 수습한다고 말하자 리나가 고개를 빼꼼 들어올리며 나에게 물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얼굴이 퀭해진 것이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이다.
"당장 생각나는 건 몇 가지 있어.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해서 루미너스 님에게 여쭈어 보려고."
"······너만 가능한 일이네. 그래도 확실하긴 하겠어. 루미너스 님이라면 조언을 내려주시겠지."
개인의 의견이었다면 모를까, 무려 루미너스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하니 리나도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뒤이어 그녀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찻잔을 쥐는 것만으로도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저거 잘못하다가 쏟는 건······
덜그럭!
"앗."
진짜로 쏟아버렸다. 찻잔이 순식간에 아래로 기울더니 안의 내용물이 테이블 위와 리나의 옷을 적셨다.
리나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서둘러 손수건을 이용해 옷을 닦았다.
테이블 위로 엎질러진 차는 아델리아가 대신 닦아줬다.
"미안. 너무 피곤해서 힘이 빠졌나봐."
"괜찮아."
"이만 가봐야겠어. 아바마마에게 소식을 전달해야지. 스타비르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리나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얼마나 힘들면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일어난다.
나는 저러다 쓰러질까봐 걱정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이 정도는 눈치껏 행동해야지.
이윽고 내가 리나를 부축하려던 때였다.
비틀-
"어?"
안 그래도 한가득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결국 몸을 해쳤는지 리나의 몸이 크게 비틀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가 넘어지려던 방향에 내가 서 있었다는 것. 자연히 내 품 안에 리나가 안겨들었다.
"괜찮아?"
"으, 응? 아, 고, 고마워."
피로로 인해 사고가 잘 돌아가지 않던 리나가 내 목소리에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나는 내 품에 안긴 그녀를 지그시 쳐다봤다.
리나와 이 정도로 가까웠던 적이 있었던가.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었을지언정 밀착한 적은 없었다.
그 때문인지 리나가 이렇게 작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됐다. 내가 커진 건지 아니면 그녀가 야윈 건지 알 수 없없다.
단지 리나도 가까이 오면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닫았을 뿐. 그 사이 리나가 내 품에서 나오기 위해 조심조심 움직였다.
꾸물- 꾸물-
"··· ···"
그런데 얘가 꾸물거리기만 하고 도통 나오지를 않는다. 마치 새끼 고양이가 어미 품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것처럼.
이에 나는 의문어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
"그······"
리나는 내 의문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작디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나는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마냥 꼼지락거리는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리나는 내 시선이 부끄웠는지 아예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 품으로 들어왔지만.
덤으로 황금빛 머리카락 속에 감추어졌던 작고 귀여운 귀가 쏙- 하고 드러났다. 귀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붉게 물들어 있다.
나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리나의 새로운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진 것도 잠시, 잠깐 생각에 빠졌다.
평소와 달리 이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몸에 피로가 쌓였다는 뜻. 이대로 보내기에는 내가 다 미안하다.
"잠깐 자고 갈래?"
"뭐, 뭐, 뭐, 뭐?!"
내 제안이 썩 당황스러웠던 걸까. 고개를 돌리고 있던 리나가 화들짝 놀라며 말을 더듬거렸다.
고양이처럼 올라가 있던 눈매 덕택에 정말 고양이가 놀란 것 같다.
물론 나는 정말 순수한(?) 호의로 제안한 거지 누구처럼 음흉한 속내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왜 그리 놀라. 너무 피곤해 보이니까 잠깐 자고 가라는 거야. 몸에 힘도 안 들어가잖아."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네 방인데······ 게, 게다가 마리도 있잖아."
리나는 나와 시선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마리를 방패막이로 세웠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마리는 나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답했다.
누가 봐도 자기는 상관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리나도 그 반응을 보며 어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봤지? 지금 내가 너를 업고 기숙사로 가는 것도 그러니까 편히 쉬었다 가."
"······알았어."
리나도 이성적으로 판단했는지 내 말에 순순히 따라줬다. 대신 눈치가 보였는지 차마 내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읏차."
"흐익?"
제안을 들어줬겠다. 나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흔히 칭하는 공주님 안기 자세로.
리나는 갑작스러운 부유감에 놀랐는지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내 목을 와락 껴안았다.
뚝부러진 성격과 달리 은근 겁이 많나 보구나. 나는 새롭게 알게 된 면모에 약하게 웃었다가 침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스윽-
리나는 등에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느껴지자 내 목을 껴안았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 나도 혹여 실수할까봐 조심조심 내려놓았다.
이윽고 그녀는 어딘가 멍해 보이는 얼굴로 나를 멀거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얼굴에 깃든 홍조는 가시지 않은 채.
"푹 쉬고 있어. 아까 말했지만 이건 모두 내 책임이니까 내가 어떻게든 수습할게. 공황은 전세계적인 문제라 힘들어도 더 이상 너를 힘들게 만들진 않을······"
"코오."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리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대체 얼마나 피곤했으면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질까.
하루에 세 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고 했으니 피로가 한가득 쌓여있었을 터. 게다가 그녀는 마나조차 다루지 않는 일반인이다.
베리트 황제와 레오르트 황태자는 황실 차원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기사와 병사 간의 차이가 심한 것처럼, 훈련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도 심한 법.
"얘가 이렇게 피곤해 하는 건 처음이네. 하긴, 지금 제국 꼴이 말이 아니지. 몸이 두 개, 세 개여도 모자랄 거야."
잠에 푹 빠져든 리나를 본 마리가 딱하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뾰족한 수라도 있어?"
"지금 벌어진 대공황은 시간이 해결하는 수밖에 없어. 꾸준히 말했지만 거품이 터진 거라 일시적인 침체에 가깝거든."
스케일이 크다는 게 문제지만. 마력 기관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생산력이 충족된다면 미네르바 제국은 물론 전세계의 경제 또한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다.
비록 드워프들이 만든 제품보다 질은 다소 떨어지긴 하겠으나 의존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게다가 불평불만이 있어도 공급이 원활하게 되는 셈이니 괜찮겠지. 앞으로 드워프제는 세계수잎 시가와 같은, 프리미엄 형식으로 높은 가격에 책정될 것이다.
'혹시 러다이트 운동도 발발하려나?'
이건 약간 좀 애매하다. 수공업은 거의 다 드워프에게 맡긴 상황이었으니까.
드워프도 차라리 새로운 기계를 만들지 러다이트 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건 넘어가도록 하고.
"대신 스타비르크 지역은 당분간 해소할 수 있을 거야. 시간벌이밖에 안 되겠지만."
"독립 자체는 막을 수 없다는 거야?"
"독립 운동이 활발해진 이상 불꽃을 꺼트리긴 어려워. 침략하는 순간 결집력만 강해질 뿐이고."
스타비르크 지역의 독립은 민족자결주의고 뭐고 이전부터 존재하던 갈등이다. 무엇보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이다.
이 세상은 '종족'의 구분이 명확하여 민족끼리의 나눔이 의미가 없었던 거지, 지구의 예시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민족마다, 그리고 종교마다 구분지어 나라를 세우고 온갖 갈등을 빚었는데 이 세상이라고 다를 게 있나.
비단 스타비르크 지역만 문제가 아니다. 스타비르크 민족처럼 이 세상에는 종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 또한 분포돼 있다.
'종족'이라는 거대한 틀이 존재해서 자각하지 못 하는 것 뿐. 종족자결주의가 등장할지 아니면 민족자결주의가 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정말로 스타비르크 지역의 사람을 만나려고?"
"그건 모르겠어. 전이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만났겠는데 지금은······"
"또 마키나처럼 될까봐 그러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 삼인방 아니지, 이제는 가이스트라 칭하는 자들에게 조언을 해줬다가 대공황이 터졌다.
이번에 스타비르크 사람과 만났다가 어떤 일이 발발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마키나가 전차를 발명한 것처럼 예상치 못한 무기를 발명할 수도 있겠지.
이건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언론에다가 내 입장을 표명하는 것조차 무섭다.
"지금으로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대공황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
그나마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지다. 마력 기관을 도입하고 몇 개월만 기다리면 대공황은 얼추 해결된다.
믿기지 않겠지만 역사가 저랬다. 증기 기관의 도입으로 생산력은 뻥튀기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증가했으니.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스타비르크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언론을 통해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된다면 미네르바 제국이 또 공격 받을 것이다. 내가 미네르바 제국민이라는 걸 명분으로 헐뜯겠지.
자연스레 리나는 지금처럼 피로가 겹겹이 쌓여 쓰러질 테고. 안정적이긴 하나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다.
"그럼 다른 하나는?"
"내가 몸을 갈아서 폴란드 침공까지 집필하는 거지."
스타비르크에 알음알음 성장 중인 불씨를 꺼뜨리기 위해서는 독소전쟁 전까지밖에 답이 없다.
아까 전에 히틀러가 민족자결주의를 이용해 땅이란 땅은 다 뜯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건 히틀러가 외교를 정~말 잘해서 그런 거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거지 같은 구실로 삥 뜯긴 거나 똑같다.
여기에 결정타를 꽂아버리는 것이 폴란드 침공. 스타비르크가 이걸 보고 그대로 따라 한다면 여론은 바닥을 기겠지.
독립을 위해서는 옹호하는 나라가 최소한 한 곳이라도 필요한데, 테르스 왕국마저 대공황으로 빌빌거리는 이상 전쟁을 한다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야. 넉넉하게 잡아도 일주일 내에 다 집필해야 돼."
"그 폴란드 침공이라는 게 몇 권쯤 터지는 거야?"
"지금이 10권이니까······ 아마 최소로 잡아도 15권?"
"그, 그게 가능해? 일주일 안에?"
"힘드니까 그러는 거지."
문제는 시간이다. 불씨는 완전히 꺼뜨리지는 못해도 찬물을 가득 부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독립의 불씨가 화마로 변한 상황에서 찬물을 붓는다면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시간이 생명이다.
"그래서 루미너스 님께 여쭈어 보려는 거야. 어떤 선택지를 고르면 좋을지, 그리고 후자를 택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지 말이야."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 수 있어?"
"시간역행마저 가능하신 분들인데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책임지겠다고 말한 이상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마리는 내 진지한 표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렇게 집중하는 얼굴은 집필할 때나 봤는데. 그렇죠, 언니?"
"난 자주 봐서 딱히?"
"에이씨. 괜히 메이드 시켰나?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작이 아니라 내 전속으로 옮겨야겠다."
"아~ 그러지 마. 이 언니가 좀 더 잘해줄게."
웬일로 마리에게 한 방 먹인 아델리아가 아양을 부릴 쯤이었다.
똑똑똑-
기숙사 문에서 울리는 노크 소리. 우리는 곤히 잠든 리나를 두고 문 쪽을 쳐다봤다.
지금 딱히 누가 올만한 시간이 아닌데. 세실리도 부모님을 뵈러 가기 위해 헬리움으로 간 상황이다.
[아이작. 나 세실리인데 안에 있지?]
근데 진짜 세실리네. 문 너머로 노크한 사람이 세실리라는 걸 알자마자 서둘러 아델리아가 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아델리아가 기숙사 문을 열어주자 늘 그렇듯이 섹시한 미모를 자랑하는 세실리와 만날 수 있었다.
부모님을 뵈러 가기 위해서였는지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상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가슴은 멀리서도 생생히 느껴졌다.
"아이작이······ 저기 있구나."
세실리는 나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있는 모양이다.
이윽고 그녀가 내 앞까지 다가오고, 나는 특유의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그녀와 마주했다.
"오늘 헬리움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런데 아이작."
"응."
세실리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그럴 리가 없다는 투로 나에게 질문을 날렸다.
"너 혹시 모라 님께 실례를 끼친 일 있니?"
"······응?"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