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4화 〉 낚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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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강철 2권은 바이마르 공화국 및 세계 사회가 어떤지 단편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하여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수도, 뮌헨의 참상은 그야말로 패전국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정권부터 2개로 분리돼 있어서 틈만 나면 싸움이 발발했으니.
문제는 정치 싸움이어도 그것이 표면에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정치는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편이나 바이마르 공화국은 그딴 거 없다.
광장에는 혁명을 요구하는 연설가들이 목소리를 높였으며 그것에 반대하는 자들은 정치 깡패가 가차없이 두들겨 팬다.
그런 정치 깡패에 대응하기 위해 나서는 자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나 다름없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쟁 배상금만큼은 갚아야 되서 물가는 나날이 상승하는 상황.
[공산주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째서 소련은 공산주의를 채택하게 된 것인가?]
[지배와 피지배를 나누는 계급의 소멸 및 노동자들의 해방. 과연 이것이 가능한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공산주의는 이해할 수 없는 사상이다. 과연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 소련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공산주의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설명했으나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기계 혁명 즉, 산업 혁명이 발발하지 않았으니까. 공산주의의 태생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계급'의 철폐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결코 이해하지 못할 부류에 가깝다.
테르스 왕국조차 공화국에 가까워도 아직까지 왕권이 남아있었으니.
[기계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가 탄생한다면, 혁명을 막아버리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제논 일대기에 등장한 증기 기관차만 해도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존재한다.]
[과학이 발달하면 자연히 등장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경계했다. 다만 공산주의는 '국가'가 된다면 망하는 것이지, 사상으로만 남는다면 '혁명'이 된다.
실제로 마르크스는 스스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위해 노동자들을 도와야 된다고 발언했다.
레닌조차 이건 인정하고 있었지만 희대의 인간 백정, 스탈린은 이걸 교묘히 비틀어 철권 통치로 뒤바꾸게 된다.
다시 말해 나쁜 인식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스탈린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악랄한지 설명할 장치로 이용될 것이다.
[망조가 깃든 나라를 지켜보는 안쓰러운 영웅. 그는 어떻게 마음의 고향을 부흥시킬 것인가.]
[패전국의 비참한 현실. 백성들은 하루 하루 피폐해져 가고 있다.]
[무능한 국가와 국가를 좀먹는 혁명가들. 히틀러는 그걸 두 눈으로 생생히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글로 보고 있지만, 실상은 더 끔찍할 것.]
내가 심혈을 기울여 묘사한 것이 바로 바이마르 공화국의 현실이다. 막장 중의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
히틀러는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명령에 따라 독일 노동자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 사람들은 XX당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을 테니 알려주는 건 잊지 않았다.
원래라면 거의 이해하지 못할 정치 체계지만, 우리에게는 문화의 나라라 칭송받는 테르스 왕국이 있다.
[테르스 왕국의 평민 의회와 비슷한 구조인 것 같다. 대신 여러 분파가 분리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사상과 방향에 따라 여러 의회가 존재하고, 그 의회의 의견을 왕이 듣는 식인가?]
덕분에 민주주의가 아니라 당에 대해 이해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냥 평민 의회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는 식으로 알아들었으니.
다만 민주주의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이것 또한 히틀러가 어떤 식으로 정권을 잡는지 알려주기 위해 남겨놓을 예정이다.
다짜고짜 설명해봤자 크게 와닿지 않을 뿐더러 괜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수 있던 이유도 민주주의 덕분이다. 처음에는 호의적으로 평가할지 몰라도 히틀러의 악행을 지켜본다면?
'민주주의가 과연 옳은가 의구심을 갖겠지.'
아, 물론 나는 전생의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있다.
민주주의 악용의 극단적인 사례가 나치당일 뿐이지, 사상 자체는 옳다.
하지만 그건 전생의 이야기고 과연 이 세상 사람들이 좋게 볼까? 테르스 왕국의 평민 의회조차 아리송할 것이다.
'국력'을 좌지우지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군사력'이며, 그 군사력은 '전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아닌 말로 메테오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마법사가 일반 평민과 동등한 투표권을 갖고 있다?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아무튼 사상에 대해서는 넘어가자.'
다시 히틀러로 넘어와, 독일 노동자당은 당시만 하더라도 실업자들이 푸념만 늘어놓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확실한 사상도 없었고, 단지 망해가는 나라를 비관하며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정당.
이미 독일에 흠뻑 빠져있던 히틀러로서는 그런 모습에 당연히 분개했으며, 본인의 재능이었던 '연설'을 마음껏 펼치게 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애국자란 말인가!]
[패배감에 물들어 있던 자들에게 환희를 불어넣는 그의 연설.]
[현실에 낙관하더라도 그에게 '포기'란 없었다.]
소설 속은 물론이요, 평론가들마저 극찬한 히틀러의 연설. 하나 같이 다들 애국자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이후로 히틀러는 독일 노동자당에 가입하고 본인의 특기를 숨김없이 발휘하기 시작한다.
공산주의자들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연설과 선동 능력으로 조무래기 당에 불과하던 독일 노동자당의 세를 불렸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뭐야? 저 사람하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흠뻑 빠져든다.
[그가 얼마나 독일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부디 결실을 맺기를.]
[하지만 '현실'에 대항할 수 있는 걸까? 바이마르 공화국은 이미 망한 나라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히틀러는 가능할 것. 그렇지 않고서야 신이 저런 연설 능력을 하사했을 리가······]
문제는 평론가들마저 빠져들었다는 것. 중간중간 의문을 낳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현실을 보라는 직언이다.
이쯤 되면 알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충분히 몰입한지 오래다. 다들 히틀러를 응원하고 난리났으니 말다했지.
당장 제 3자의 입장으로 보고 있음에도 이정도인데,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빠져들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무력이 없는 사람이어도, 의지가 있다면 나라를 바꿀 수 있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뒤집은 사람은 무력이 강한 장군이였으며, 나라를 부흥시킨 건 지혜로운 현자였다.]
몇몇 사람들은 히틀러를 의지와 행동력이 충만한 현자라 칭했으며.
[그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절망으로 가득한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영웅.]
몇몇 사람들은 그를 빛 혹은 영웅이라 칭했다. 날로 가면 갈수록 깊어지는 착각들.
나는 이런 반응들을 보면서 희희낙락했다. 착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내상도 강하게 입겠지.
중간중간 그의 위험한 사상을 단편적으로 알려줘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종족전쟁 당시 학살을 당했던 수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겠지.
[유대인은 과연 어떤 민족이기에 히틀러를 포함한 독일인들이 이리 싫어하는가?]
[잘못한 게 있으니 싫어하는 것일 터.]
[독일인들은 가난하게 사는 반면, 유대인들은 풍족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위험한 사상이라함은 당연하게도 유대인 혐오다. 히틀러의 뿌리 깊은 유대인 혐오는 이전부터 꾸준히 유지되어 온 사상이다.
하지만 독일인 대부분이 유대인을 싫어한데다가 사회마저 반유대주의가 팽배했기에 독자들의 시선마저 흐려졌다.
싫어할만한 이유가 있으니 싫어하는 것이다. 가난하게 사는데 다른 종족이 잘 살면 그것대로 화가 날 것이다 등등.
히틀러가 아직까지 세상이 낳은 '악마'라는 걸 전혀 모르기에 독자들마저 유대인을 비난했다.
[굳이 유대인을 적으로까지 둘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그들과 협업하여 바이마르 공화국을 부흥시키는 게 좋지 않는가?]
물론 의문을 품지 않은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유대인을 핍박하기보다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자는 쪽.
전부 다 싸그리 묻혔다. 히틀러가 다른 민족이 아닌 유대인만 콕 집은 이유가 있을 거라며 죄다 선동 당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히틀러는 세상이 낳은 악마였으며 당시 사회 분위기부터 심각했다.
[말밖에 없는 선동가가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
[이미 망한 나라를 뒤집는 건 단 하나, 반란밖에 없다. 그러나 힘도 없는 세상에서 반란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히틀러는 더이상 군인이 아니라 의회에 소속된 정치가다. 나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
걱정 마세요. 곧 있으면 무솔리니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히틀러가 거기에 영감을 받아 폭동을 일으킬 예정이거든요.
대신 다짜고짜 시간이 휙 휙 지나가지는 않고 지구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묘사했다.
[사진기를 통해 본인의 연설 장면을 확인한 히틀러. 사진기는 그림이 아니라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며······]
[월드컵? 올림픽?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달라도 너무 다른 문화. 하지만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
[제논은 이런 세상을 어떻게 구축한지 것일까?]
산업 혁명 전과 후의 세상은 극명하게 나뉜다. 생산력이 폭증하여 인구수가 증가했으며 제국주의와 공산주의를 탄생시켰다.
더군다나 이들에게는 '공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오로지 수작업만 존재할 뿐.
현대 아니, 근대의 문화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판타지'처럼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베니토 무솔리니가 로마에서 진군하다! 이탈리아의 정권은······]
[강력한 장군이 나라를 뒤집는 건 세상을 막론하고 똑같다.]
[무솔리니. 그는 어떤 자일까?]
히틀러의 롤 모델로 널리 알려진 베니토 무솔리니가 등장했다. 대신 직접적인 등장이 아니라 소설 속 신문을 통해 묘사되는 식이다.
추축국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독일과 일본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강렬해 묻혀버린 이탈리아.
심지어 파시즘의 원조이긴 해도 히틀러에 비해서 말도 안 되게 온건한 편이었다.
2차 세계 대전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졸전을 치른 나머지 독일의 도움을 받기까지.
'여러모로 체면이 구겨지긴 하겠지만······'
히틀러의 롤 모델이라는 것 하나만 해도 존재감 어필은 충분하다. 게다가 이탈리아를 쿠데타로 뒤집었지 않은가.
쿠데타 즉, 반란은 이 세상 사람들에게도 큰 자극을 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왕권이 뒤바뀌는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운명의 뒤바꾼 '맥주홀 폭동' 혹은 '뮌헨 폭동'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무솔리니의 혁명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히틀러. 그 또한 바이마르 공화국을 뒤집기 위해 반란을 일으킬 것인가?]
[세력이 충분하긴 해도 그에게는 '군대'가 없다.]
[베르사유 조약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바이마르 공화국에는 '군대'가 없다.]
[반란을 통해 정권을 붙잡는 스토리로 이어질 것.]
아쉽게도 히틀러는 폭동 이후 수감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때 신나게 입을 털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게 되죠.
그때 짝불알이라는 것도 들키고 더 나아가 전설의 '나의 투쟁'을 집필한다.
본래 반란은 어느 시대에서나 좋게 보지 못하는 행위지만, 히틀러의 폭동은 독일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이것을 어떻게 잘 묘사하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평가도 나뉘어 질 것이다. 어떻게든 호의적으로 만들어야 하니.
'2권까지 달렸으니 3권은 천천히 적는 게······'
기뻐하면서 신문의 다음 페이지를 넘긴 것도 잠시.
[제논이 이런 세계를 적을 수 있던 이유? 간단하다. 그 세상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꽤나 예리한 사람이 나의 본질을 꿰뚫는 발언을 꺼냈다. 살짝 움찔거렸지만 이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제논 일대기를 발매했을 때도 이런 추측이 나왔으니까. 이렇다 보니 무덤덤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그의 추론이 문제다.
[또한 히틀러의 마음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할 수 있던 건, 히틀러가 바로 제논이기 때문이다!]
뭐, 씨발?
[히틀러가 이곳에 환생하여 제논이 된 것이다!]
잠깐만.
[악마 숭배자의 위협을 알 수 있던 이유? 신들이 이곳에 환생시키면서 진실을 알려주는 대신 제약을 걸었던 것.]
이건 또 뭔 개소리야.
[하지만 이 세상을 구원했으니 이제 본인의 세상을 집필하는 것.]
좆됐다.
[히틀러의 인생이기도 하지만 제논의 전생이기도 한 피와 강철. 앞으로의 줄거리가 기대된다.]
진짜로 좆됐다.
[보통 정열적이었던 혁명가는 나이를 먹으면 온화한 현자가 되는 법이다. 제논 또한 그런 절차를 밟았기에······]
진짜진짜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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