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1화 〉 후속작(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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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만병지왕이자 머글의 지팡이로 널리 알려진 무기, 총. 총의 등장은 역사의 흐름을 뒤집을 정도로 강력했다.
총의 등장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명의 전사를 양성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기마병'과 '기사'들은 말 그대로 돈 먹는 하마 수준으로, 이들의 손실은 곧 국가의 손실에 직결되기 마련이다.
물론 그 값을 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화살은 물론 창조차 제대로 뚫기 힘든 철갑주는 그야말로 '아이언맨'이었으니.
이로 인해 기사들을 죽이는 방법은 매우 한정적이다. 메이스를 이용해 철갑옷까지 박살내거나, 아니면 이음새 부분을 칼로 찌르거나.
하지만 기마병과 기사들은 총의 발명 이후 서서히 사라졌다. 화승총 시기만 하더라도 기마병은 전술적 가치가 높았으나 기사는 얄짤없다.
그냥 방아쇠를 한 번 당기기만 하면 강철이고 나발이고 뚫리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
화약 무기 중에 대포가 있긴 해도 그건 공선전 혹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것이지, 총처럼 개인 화기로 쓰기에는 무리다.
[과학의 정수이자 철갑옷도 가볍게 뚫어버리는 지팡이.]
그러니 총의 등장은 그야말로 역사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해도 무방하다.
전쟁의 주역을 기사에서 평민으로 바꾸었으며, 권력층의 붕괴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제일 집중해야 할 건 총이 '개인 화기'라는 점이다. 인구를 군사력으로 치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기사가 아니라 싸움을 할 줄 아는 병사 하나를 양성하는 것조차 돈과 시간이 드는데 총을 쥔 보병은?
그딴 거 없다. 기본적인 체력과 사격 실력만 있으면 땡이다. 굳이 백병전까지 갈 필요, 이유도 없다.
다만 기사, 정확히는 이 세상의 기사와 비교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이 세상의 기사는 그야말로 인간 흉기를 넘어 일종의 병기 수준이었으니.
일종의 과학 vs 마법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총은 기사도 처치할 수 있을 것인가?]
[석궁처럼 아무리 강해도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걸 피할 수 있는 기사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나? 차라리 오우거처럼 묵직하게 돌격하는 게 훨씬 나을 것.]
[단단한 철갑옷마저 뚫는다는데 그 어느 기사가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여러 존재했다. 참고로 나는 총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이들을 마법사로 만들어 주는 과학의 정수이자 기적의 지팡이. 총구에서 발사되는 탄환은 강철마저 가볍게 뚫어버린다.
여기서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건 '강철'을 뚫는다는 부분이다. 강철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가볍게 뚫어버린다니.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 마법도 없는 세상에 이런 괴물 같은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 총이라는 무기가 정말로 단단한 강철의 갑옷마저 뚫을 수 있는 것이 확실한가?
온갖 갑론을박이 오고 가고 있었지만 나는 여기서 총이 '개인 화기'라는 걸 말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자기들끼리 믿을 수 없다니 뭐니 하고 있는데 병사 개개인에게 주어주는 무기라 말한다면 절대 믿지 않겠지.
[철갑옷을 뚫는다면, 그보다 단단한 신체를 가지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한 평론가가 저리 말했다. 지구인 입장에서는 저게 뭔 병신 같은 소리인가 싶겠지.
하지만 여기는 판타지 세계. 마나를 잘 이용한다면 신체를 강철 이상으로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당장 우리 아버지만 해도 그게 가능하신 분이다. 심지어 세상에는 강철을 순두부처럼 베는 실력자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 위력을 갑옷이 아니라 몸으로 버텨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몸이 자연스레 단단해지는 거고.
[어차피 일직선으로 날아올 텐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피하면 되지 않는가?]
다른 건 몰라도 저건 불가능하다. 어딘가의 해적 만화마냥 견문색을 배운 것도 아닌데 가능할 리가 있나.
총이 발사된 소리를 인지하는 순간 총알은 이미 몸을 꿰뚫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 일반적인 철갑옷보다 더 두터운 갑옷을 만들어 착용하거나 방패를 사용하면 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탱크를 발명하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 세계를 기준으로 두니 나름 합리적이다.
물론 그 갑옷을 입는 사람은 죽을 맛이겠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총탄 세례를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머리가 좋으면 몸이 편해지지만, 반대로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해진다는 걸 입증하는 것 같다.
[헛소리도 저런 헛소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대포의 훌륭한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총이 없을 뿐이지 대포는 존재하기에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총탄을 막을 두께의 강철이라면 기동성이 느릴 것이며, 대포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될 게 뻔하다.
이처럼 새로운 무기, 그것도 마법에 비견되는 위력을 지닌 총이 등장하자 저마다 각기 의견을 나누느라 바빴다.
'화약도 충분한 진전을 이룬 것 같은데 어째서 총을 발명할 생각을 안 하는 걸까?'
대포는 당연하지만 드워프가 발명한 무기이며, 종족 전쟁 당시 인간 연합이 기똥차게 썼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화약이 아니라 마나와 마법에만 집중했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건지 모르겠다만 엘프 개개인의 막강한 전력 때문이지 않을까.
과학에 집중할 바에야 차라리 숙련된 기사 혹은 마법사 한 명을 양성하는 게 더 낫다는, 일종의 편협한 시선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총이 발명되어도 기사와 마법사의 권력이 하락하는 건 힘들겠어.'
그정도로 마법은 포기할 수 없는, 정말 매력적인 힘이다. 이 부분은 순순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학 또한 매력적인 건 마찬가지라 두 개 다 취하려는 움직임은 나타날 것이다.
현재 총 vs 기사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 중이지만 제일 중요한 개인 화기라는 부분은 본편에서 밝힐 예정이다.
그때 평가가 재차 뒤집어지겠지. 참고로 이건 1권에서 밝힐 예정이다.
히틀러는 1차 세계 대전 참전자였으니 별로 어렵지 않게 밝힐 수 있다. 보헤미아의 상병이라는 별명도 있지 않은가.
대신 참호전의 끔찍한 지옥도가 아니라 전역할 때의 시점부터 진행할 생각이다. 미대에 떨어지는 건 아쉽게도 과거 회상으로밖에 안 되겠지.
'이제 대충 됐겠지.'
2차 세계 대전은 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쟁 기계들이 등장하지만 이건 넘어갈 예정이다.
이미 총의 등장만으로도 큰 파급력을 선사하고 있으니 더이상 정보를 뿌렸다간 사람들이 담담해질 수도 있다.
"아이작."
"응. 말해."
"정말로 이 총이라는 무기의 위력이 마법과 비슷해?"
그런데 우리의 황녀님께서는 궁금한 게 더 많은 모양이다. 그녀는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으로 나에게 질문했다.
지난번에는 세실리와 아르웬이 찾아오더니 이번에는 리나가 대뜸 찾아온 상황.
여태까지 느낀 거지만 그녀는 나를 어딘가의 로봇 고양이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얘는 핵폭탄의 존재도 알고 있으니까······'
궁금한 게 미치듯이 많겠지. 현재 핵폭탄의 존재는 리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모른다.
가장 먼저 존재를 알려줬던 사람이 그녀였으며, 그때 그 반응을 보고 알려주면 안 되겠다 판단했으니.
물론 2차 세계 대전 막바지에 등장하겠다만 하이라이트나 다름없으니 꽁꽁 숨겨둘 계획이다.
"내가 마법을 잘 모르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비슷할 거야. 석궁의 상위호환이라 생각하면 편해. 내가 전에 말 안 했던가?"
"핵폭탄에 대한 건 말했어."
리나가 속시원하게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주변에 듣는 사람 없이 오직 우리 둘 뿐이다.
항상 내 곁에 대기하던 아델리아도 현재 휴식 차원으로 잠시 떠나보낸 상황이다.
지금쯤이면 마리와 같이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겠지. 마리도 미래의 안주인이 될 몸이니 친해질 필요가 있다.
"그건 극단적인 예시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나 철로 이루어진 배에 대해서도 설명했잖아. 그런 게 떡하니 존재하는 마당에 총의 존재는 별로 이상한 게 아니지."
"그렇긴 한데······ 너희 세상은 마나도, 마법도 없다며? 이런 무기가 있는데 서로 가까이 갈 수나 있어?"
상당히 예리한 질문이다. 실제로 1차 세계 대전 때 기관총과 철조망을 뚫을 방법이 없어서 지옥도가 펼쳐졌지 않은가.
그나마 방법이라면 포격을 비롯한 독가스 등이 있다. 하지만 이것마저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았다.
애당초 독일이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가 미국의 참전이다. 그전까지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는 중이었다.
"신문에서 이런 말을 한 사람을 봤을 거야. 철갑옷을 뚫는다면, 그보다 더 두꺼운 갑옷을 착용하거나 방패를 사용하면 된다고."
"······길라스 자작의 말이구나."
"길라스 자작?"
"군사 가문 중 한 곳이야. "
군사 가문이니 그런 헛소리 아닌 헛소리를 할 수 있던 거구나. 대신 리나의 표정을 보아하니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 사람이 꺼낸 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해. 대신 사람이 아니라 기계일 뿐이지."
"기계라고? 총알을 막는 철덩어리가 움직인다는 거야?"
"하늘을 날고 바다를 유영하는 철덩어리도 있는데 이상해?"
"······다시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네."
그 철덩어리에 기관총을 비롯한 포신까지 달려있다는 말을 하면 얼마나 놀랄까. 나는 구태여 설명을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곧 있으면 다 알게 될 텐데 미리 말하면 재미없다. 당장의 뿌듯함을 위해 미래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뒤이어 리나는 한동안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 세상은 정말이지 파면 팔수록 괴상한 것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아. 핵폭탄부터 시작해서 총까지······ 총은 누가 쓸 수 있었어?"
"모두가 쓸 수 있었는데?"
"······계급을 가리지 않고?"
"응."
"··· ···"
이제는 도대체 뭐라고 반응해야 될 지 모르겠다는 리나의 표정.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뭐부터 말해야 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윽고 그녀는 자포자기에 가깝다는 말투로 나에게 다른 질문을 꺼냈다.
"핵폭탄 발명 전에 하늘에서 메테오를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했어?"
"가능했어. 도시 전체가 불바다가 됐지."
"그럼 먼 거리에서 도시를 타격하는 건?"
"그것도 가능했어."
"아예 총처럼 개인이 익스플로전을 썼다고 말하지 그래?"
"단발이긴 해도 가능해."
"뭐 그딴 세상이 다 있어?!"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목소리까지 높히는 걸까. 그러나 나 또한 우리 세상이 신기한 건 마찬가지라 어깨만 으쓱거렸다.
리나도 더이상 질문할 거리가 없었는지 진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아름다운 외모에는 허탈한 감정이 섞여있었으며 회의감도 들어있는 것 같다.
"······마법에만 집중했던 우리가 바보처럼 느껴지네."
"대신 과학이 불가능한 마법도 있잖아. 그리고 증기 기관차도 발명되었으니 이제 발전만 남아있어."
"그럼 마지막으로 물을게. 그 모든 병기들이 총집합된 전쟁에서 지출된 금액이 얼마야?"
"음······"
이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머릿속으로 환산을 해야 되니까.
그러나 워낙 천문학적인 액수라서 암산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나는 앞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 후 마법필로 끄적거렸다.
리나는 내가 전부 계산을 마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녀의 표정을 한 번 살피니 왠지 모를 긴장이 담겨있었다.
이윽고 모든 계산이 완료되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략 120······"
"120만 골드? 하긴, 그런 전쟁 병기들이 모였으니 많이 쓸 수밖에 없지."
120만 골드는 한화로 약 1200억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한 건지 리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 눈만 데록데록 굴렸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어서.
그리고 그런 내 반응을 살펴본 리나도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뒤에 만이 아니라 억이 붙어야 하는데······"
실제로 2차 세계 대전에서 사용된 돈만 해도 1조 달러, 즉 한화로 1200조에 달하는 금액이다.
어지간한 나라는 파산하고도 남다 못해 그 미국조차 벌벌 떠는 수준.
리나는 내 말을 듣고 눈을 깜빡거렸다가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눈을 감으며 담담하게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닌가.
"아이작."
"응?"
"나는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
"뭐가?"
이어서 리나는 우아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진심이 가득 든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너 혼자만 여기로 넘어와서."
"······?"
"만일 나라 전체가 넘어왔다면 우린 노예가 됐을 거야."
전생에서 비슷한 것들을 본 적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로부터 며칠이 흐르고······
[제논의 신작! 2차 세계 대전 1권이 등장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1권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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