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6화 〉 후속작(2)
* * *
제논 일대기 마지막 외전이자 프리퀄 속편, 스쳐간 영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릴리 외전을 끝으로 전부 제논 일대기가 진정한 의미로 완결이 된 줄 알았던 독자들은, 또다른 외전의 등장에 환호하면서도 동시에 의아했다.
더이상 이야기가 나올 게 있는 건가? 진·릴리의 외전이 끝이 아니었던가? 대체 무슨 이야기가 있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의문을 갖고 있을 때, 출판사 측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미리 알려줬다.
[마지막 외전, 스쳐간 영웅은 카이르 외전과 같은 프리퀄입니다.]
제논의 스승, 카이르의 젊은 시절 및 엘리샤와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 외전과 같은 프리퀄임이 밝혀졌다.
본래 이 세상에는 프리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으나 카이르 외전을 발매하면서 아이작이 새로 창작한 용어 중 하나다.
어쨌거나 프리퀄 속편, 그것도 스쳐간 영웅이라는 제목을 보고 독자들은 궁금해했다.
과연 누구의 이야기인 것일까? 제목만 보면 본편에서도 등장한 사람일 것 같다.
[스쳐간 영웅의 정체는 누구인 것일까?]
[수많은 독자들은 사크란으로 예상하고 있어······]
[일단 확실한 건 하나다. 바로 그 영웅은 죽는다는 것. 이때까지 다 그랬다.]
[죽음이 확정된 스쳐간 영웅의 주인공에게 미리 애도를 표해······]
많은 사람들이 외전의 주인공을 사크란으로 추측하고 있는 한편, 또 한 번 비극적인 죽음이 나오겠다며 애도하고 있다.
여태까지 제논 일대기 외전의 주인공은 반드시 죽는다. 현재 독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일종의 공식이다.
카이르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고, 진조차 원래는 죽었다가 독자들의 절규로 다시 부활한 케이스다.
당연히 외전의 주인공은 반드시 죽는다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지만 그만큼 아이작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예측을 하고 있을 때쯤, 출판사에서 또다른 소식을 밝혔다.
[이번 외전의 주인공은 본편에서 등장하지 않은, 별개의 인물입니다.]
본편에서도 등장하지 않은 별개의 인물이 주인공이다. 이 말이 나오자 독자들은 환호보다는 다시 한 번 의문을 가졌다.
본편에 충분히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많은데 굳이 전혀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발매가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사그라 들었다.
[주인공, '칼크'는 스쳐간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자다.]
[사람들은 그를 알아주지 않았으나, 그는 악마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희망'을 남겨놓았다.]
[세상에는 그처럼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아스라이 쓰러져 간 영웅이 많다.]
제논 다운 작품이라 해야 될지, 아니면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영웅의 일대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본편 못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칼크는 평범하게 의뢰로 먹고 사는 모험가 및 용병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오면 닥쳐올수록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부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최후의 최후까지 잃지 않는 냉정. 인간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체력과 근성까지.
특히 악마 숭배자가 소환한 악마들을 막기 직전, 동료 및 부하들을 모아 꺼낸 연설이 일품이다.
[우리는 잊혀질 것이다! 거대한 악에 집어삼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희망과 함께 떠날 것이라면 이곳을 떠나라. 하지만 희망에 기대고 싶다면 이곳에 남아라!]
[좋아. 이제 멍청이들만 남았군. 그대들은 스쳐간 영웅으로서, 역사에 기록되지 못 하겠지.]
[우리는 여기에 남는다.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그대들과 일생을 함께 하여 영광이었노라!]
프리퀄 시점에서는 악마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이었으며 전조만 조금씩 드러나던 시점이었다.
그 전조를 칼크가 누구보다 일찍 알아차려 필사적으로 막는다는 게 주요 스토리다.
특히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건 칼크가 질투, 레비아탄과 만나 전투 및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과 그 대화로 둘 사이의 명확한 입장 차이가 드러난다.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부으며 멸망시키려는 질투와 달리 칼크는 상처가 많을지언정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으니.
때문에 최후의 싸움에서도 칼크와 질투가 서로 무기를 맞대는 형식으로 흘러간다.
물론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패배하게 되나 여기서도 칼크 특유의 여유가 드러난다.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죽기 직전에 피우는 담배. 그것도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놓았던 세계수잎 시가를 피우며 칼크는 눈을 감는다.
질투도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부럽군'이라는 말 한 마디만 남긴 채 자리에서 떠난다. 그의 시체가 욕보이지 않도록 친히 화장까지 시켜주면서.
이 다음에 이어진 장면은 칼크 덕분에 도망친 피난민들. 안타깝게도 그 피난민들은 칼크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악마들에게 뒤를 잡혀버린다.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 작고 가녀린 아기를 품에 안은 여인이 어떻게든 살기 위해 강물로 뛰어든다.
다행히 강물에 떠내려가던 도중에 누군가 그들을 발견하여 아이를 살릴 수 있었지만 여인은 이미 기력을 다해 숨을 거둔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의 이름이 '제논'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외전은 끝이 난다.
[희망을 믿은 칼크와 아이를 위한 어머니의 희생. 그 희망의 이름은 제논이었다.]
[희망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믿는 것이다.]
[제논의 아버지가 칼크인 것인가? 아니면 독자들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도록 남겨둔 장치?]
칼크의 아들이 제논이라는 건 작중 내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평론가들은 이를 보고 아무렴 어떠냐는 식으로 반응했다.
아무튼 칼크의 희생으로 제논이 무사히 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고, 훗날 세계를 구하는 대영웅이 되었으니.
어째서 주인공을 본편과 별개의 인물로 설정했는지 제대로 설명했으며, 치밀한 구성 덕분에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냈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칼크의 아들이 제논이 맞다. 이건 아이작이 정말 '실수'로 넣지 않아 생긴 구멍이다.
그래도 스토리 자체에는 큰 구멍이 없어서 훌륭한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나 결정했어."
"뭐가?"
"돈을 모아서 세계수잎 시가를 구매할 거야."
물론 아이작과 머스크가 예상했던대로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로 세계수잎 시가의 수요 증가다.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놓은 시가 한 대. 그리고 칼크가 꺼냈던 대사가 엄청난 시너지를 이루었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모험가들의 '낭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장면이라 평가하고 있다.
이때문에 세계수잎 시가의 구매량이 증가한 건 물론이고, 알븐하임은 난데없이 수출품이 급증하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그다지 큰 이익이 없던 세계수잎 시가였으나 제논 일대기 덕택에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으니.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돼?"
앤은 로이가 꺼낸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칼크의 최후가 멋지긴 해도 따라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으니.
심지어 자신이 아는 로이는 비흡연자다. 담배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안 피는 스타일.
그런데 이번에 발매된 스쳐간 영웅을 보더니 저런 말을 한다. 지인으로서는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하기 싫었다.
"너도 읽었으면서 느끼는 바가 없냐? 가슴을 절로 뛰게 만드는 칼크의 최후를 보고도?"
"난 죽을 생각이 없네요. 무엇보다 현실을 봐야지. 너 세계수잎 시가가 얼마나 하는지는 알아?"
낭만을 추구하는 로이와 달리 앤은 다소 현실적이었다. 그런 그녀도 이번 작품을 읽고 한 번 혹했지만 현실을 직시했다.
우선 세계수잎 시가는 전에 누누이 언급했듯이 미치도록 비싸다. 귀족들조차 벌벌 떨 정도의 사치품이면 알아들을 것이다.
무려 그 세계수의 잎으로 만드는 시가이니 당연한 것이다. 대신 그 값을 하는데다가 치료용으로도 쓰일만큼 유익하다.
다시 말해 하루 하루 의뢰로 먹고 사는 모험가들에게는 꿈도 못 꿀 사치품이라는 뜻이다.
"잘 알고 있지. 그래도 꾸역꾸역 모으면 언젠가 한 대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야."
"차라리 사인본을 팔지 그래?"
로이는 현재 아이작이 준 사인본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얼마나 소중히 여기면 앤조차 모르는 곳에 숨겨놓았다.
아이작이 정체를 밝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사인본 자체는 세상에 몇 없다.
악마 숭배자들에게 단단히 찍힌 상태로 대외적인 행사를 했다가 기습을 당할 위험도 있고, 이외에 여러 이유 때문에 자택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설령 나왔다 하더라도 워낙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기회조차 없다. 그러니 로이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인본을 경매에 내놓기만 하면 벼락 부자가 되는 건 일도 아니잖아."
"어허! 그게 무슨 소리! 내가 가진 사인본은 세상에 몇 없는 거라고! 두고두고 가보로 삼아야지. 그리고 이걸 경매로 내놓는다면 제논 님도 슬퍼하실 걸?"
"일리 있는 말이라 할 말이 없네."
앤은 그리 말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현재 이들이 있는 곳은 마이샬 영지.
지난번 진의 장례식 사건 이후로 일감을 도우면서 생활하고 있다. 생각보다 일은 많은데다가 의뢰금도 쏠쏠해서 당분간 여기서 지낼 예정이다.
하지만 그만큼 제논을 향해 열렬한 관심을 보내는 독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인본을 갖고 있는 로이의 정체가 탄로난다면?
어쩌면 할렘가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실 방금 전 그 실언도 상당히 위험했다.
'다행히 지금은 신경 쓰는 사람이 없네.'
시끌벅적한 주점이라서 그런지 이곳에는 관심도 없다. 혹시 몰라 의심이 갈만한 곳을 살펴봐도 똑같다.
앤은 이걸 보며 마이샬 영지의 범죄율에 대해 떠올렸다. 마이샬 영지는 다른 곳에 비해 범죄율이 상당히 낮다.
황실에서 직접 지원을 하는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루미너스와 모라의 신전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성력이 충문한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부담스러울 텐데 하물며 '성역'이라 칭송받는 곳이라면?
걸리기라도 하는 순간 심문실로 끌려갈 게 뻔하다. 이 덕분에 영지민들은 하루 하루 웃는 얼굴로 지낼 수 있었다.
이사를 오는 정착민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니 남은 건 발전밖에 없다.
"응? 뭐야? 작가의 말이 남아있네?"
앤이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책을 마저 읽던 로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에 앤도 아, 하며 입을 열었다.
"그거 한 번 읽어봐. 지금 그거 때문에 난리도 아니거든. 자그마치 후속작이랑 관련된 거야?"
"후, 후속작?!"
후속작이라는 말에 아까보다 눈이 더 커진 로이. 그는 서둘러 제논의 말을 천천히, 동시에 흥분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제논입니다. 이번 스쳐간 외전을 끝으로 제논 일대기의 기나긴 여정은 끝을 맺게 됩니다. 무려 30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따라와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중략)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우선 여러분들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다소 생뚱맞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이 세상에 마법과 마나가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더 나아가 가장 나약한 종족이라 평가받는 인간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신조차 존재가 불분명해 의지할 대상이 없다면, 인간들은 무엇에 의지하면서 살아갔을까?]
[다소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여러분들도 궁금하실 겁니다. 마나와 마법이 없는 세상. 드래곤 같은 거대한 몬스터가 없는 세상. 그러나 가장 나약한 인간밖에 없으며 신조차 존재가 불분명한 세상. 이런 세상 속에 인간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요?]
[한 번 이 세상 속의 이야기를, 그것도 '전쟁'과 깊게 연관된 세상을 쓰려고 합니다. 역사의 정수는 단연코 전쟁이니까요. 아, 그렇다고 전쟁을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몰라 미리 말씀드리지만 신들께도 집필을 허락 받았습니다. 작가의 말 뒷편에 간략한 프롤로그가 있으니 한 번 정독해주셨으면 합니다.]
처음에는 완결 기념 감사 인사였으나 이후로 알쏭달쏭한 얘기들만 줄지어 나왔다.
마나와 마법이 없는 세상이라니. 당장 마나를 사용하여 신체를 강화하는 로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마나가 있어야 나약한 종족인 인간들도 문명을 이룩하고, 더 나아가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드래곤 같은 거대한 몬스터가 없다지만 늑대만 해도 인간들에게는 큰 위협이다.
오죽하면 서민들조차 몬스터보다 늑대가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런 세상이 있다면 진작에 멸망했을 텐데?'
이처럼 로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자가 대부분이다. 마나와 마법은 이 세상에 있어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문물이다.
그러나 제논의 작품이니 필히 무언가 다를 터. 로이는 작가의 말에서 언급된 내용에 따라 페이지를 넘겼다.
[1500년대 초기. 항해술의 발달로 신대륙이 발견되다. 이후로 1600년대까지 대항해시대가 막을 올린다.]
[먼 거리의 항해를 위한 원양항해술이 발달되었으며, 자연스레 조선술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이 발달되었다.]
"응?"
갑작스레 연도 및 설명이 짤막하게 나오자 로이가 의문을 품었다. 프롤로그라 해서 설명이 길 줄 알았는데 짧아도 너무 짧다.
또한 '항해'라는 단어를 보면 바다와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1700년대. 대항해시대를 통한 기술력 발전으로 '기계 혁명'이 발발하다.]
[증기 기관차를 필두로 다양한 기계들이 등장하다. 기계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증기 기관은 들어본 적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제논 일대기에 '증기 기관차'가 등장했으니.
더군다나 현실에서도 증기 기관차에서 영감을 받아 '마력 기관'이 발명되었다. 아직 마력 기관차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나올 터.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계 혁명이다. 제논 일대기에서도 등장했던 증기 기관차가 기계 혁명에 포함돼 있다.
원래는 산업 혁명이지만 좀 더 직관적인 설명을 위해 아이작이 기계 혁명으로 대체한 것이다.
'기계 혁명? 그 증기 기관차도 기계라 하는 건가?'
물론 기계의 정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에 로이는 쉬이 넘어갔지만.
[1700년대 후반. 한 국가가 경제력 및 무력으로 다른 국가를 제압하며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지배권을 가지는 '제국주의'가 등장하다.]
[영국, 러시아, 포르투칼, 스페인 등. 강력한 무력 및 문화를 가진 나라가 다양한 식민지를 보유하게 되다.]
[제국주의는 1900년대 초기까지 유행하며, 수많은 갈등의 원인으로 부상한다.]
[이를 배경으로 '미국'이라는 신생국가가 탄생한다.]
기술 및 경제의 성장은 국가의 성장. 당연히 무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국주의는 언뜻 본다면 그 나라를 완전히 지배하는 걸로 보인다.
이건 과거, 미네르바 제국의 전신이었던 인간 연합이 보여줬던 현상과 비슷했다.
[1871년.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주변 국가들을 합병 및 통일. 그 결과로 '독일 제국'이 탄생한다.]
[비스마르크는 러시아와 동맹을 체결하여 프랑스를 고립시키려 하나, 빌헬름 2세의 즉위와 동시에 파면되다.]
[이 틈을 타 프랑스. 러시아와 동맹을 체결한다.]
간략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 속속 나열되었다. 왠지 모르지만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마치 대체역사를 보는 듯한 기분. 도대체 어떤 세상이기에 이런 복잡하면서도 이해가 쏙쏙 되는 걸까.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리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그의 부인 호엔베르크 여공작 조피가 사라예보에서 암살을 당한다.]
"허억······!"
황태자와 그의 부인이 암살되었다는 걸 보자마자 숨을 깊게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황태자와 그의 부인의 암살이라니.
이건 누가 보아도 전쟁의 원인이 되는 거대한 사건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게 선전포고를 함으로서,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하다.]
예상했던대로 전쟁이 터졌다는 글귀가 등장했다. 그런데 그 글귀의 끝이 이상하다.
평범한 전쟁도 아니고 세계 1차 대전이라니. 순간 뭔가 했지만 앞에 나왔던 글을 다시 읽었다.
제국주의가 성횡하여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는 부분. 혹시 이것과 긴밀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당장으로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어서 알기 힘들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었다.
마지막으로······
[1889년 4월 20일. 오스트리아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나다.]
주인공(?)으로 추측되는 인물의 탄생을 알리면서 프롤로그는 종료되었다. 로이는 프롤로그를 전부 읽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리 읽었던 앤과 의견을 하나 둘씩 나누었다.
"이번에 주인공 이름이 아돌프인가?"
"그런 거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잖아."
"어떤 세상인지, 그리고 이번 주인공이 또 어떤 활약을 할지 궁금하네. 분명 제논처럼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겠지?"
정반대의 이야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