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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437화 (438/763)

〈 437화 〉 이래서 판타지란(5)

* * *

도대체 뭘 했길래 하루 종일 밤을 샜는지 물었더니 어제 내가 가르쳐준 바둑을 했단다. 그 말을 듣고나서 바로 이해했다.

원래 바둑은 입문자에게는 가차없는 보드 게임이지만, 서로 비슷한 실력끼리 붙는다면 그야말로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지니.

특히 내 주변인은 죄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밖에 없으니 몇 시간 넘도록 할 게 뻔하다.

"한 번만! 내가 큰 그림을 그렸어!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안 돼. 적어도 아침 먹고 해."

"아침 먹으면서 하면 안 될까?"

"··· ···"

바로 지금처럼. 다른 사람과 달리 세실리와 아르웬은 종족 특유의 체력으로 밤을 새고도 멀쩡했다.

하지만 밤까지 새면서 바둑을 뒀다는 건 심각한 중독 증세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기에 내가 바로 떨쳐냈다.

밤을 새면서 하는 건 상관없지만 최소한 밥은 먹고 했으면 좋겠다.

"자꾸 그러면 강제로 빼앗을 거야. 내 관심이 필요 없는 건 아니지?"

"······미안."

"그······ 자중하겠다."

그럼에도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아 강경하게 나섰다. 아무리 바둑에 푹 빠져도 내가 관심을 주지 않겠다고 엄포까지 놓자 순순히 물러났다.

물론 바둑판에 눈길을 주는 건 잊지 않았다. 잠깐 휴식 시간을 가졌을 뿐이지, 바둑판 위의 돌들은 여전히 놓여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마족이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새삼 바둑의 위험성을 알게 됐다. 괜히 가르쳐 준 건가 싶었지만 유희 문화가 거의 없으니 이해할 만 하다.

"아이작. 저걸 그대로 써도 될까? 문화에 꽤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

세실리와 아르웬의 대국을 지켜보느라 함께 밤을 샌 리나가 흐느적거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권유했다.

하룻밤만 샜던지라 다크 서클은 내려오지 않았지만, 어느새 퀭해진 푸른 눈동자가 그녀의 피로함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바둑은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전하는 사람들도 재미있는 종목이니 당연한 결과겠지.

"마음대로 해. 다만 원래 가로세로 13줄이 아니라 19줄인 것만 알아둬. 아, 그리고 바로 내지 말고 내가 어느 정도 정리할게. 제논 일대기에 나온 몇몇 단어가 바둑에서 따온 거거든."

"그렇구나. 그럼 바둑 말고 다른 보드 게임은 없어? 너라면 많이 알 것 같은데."

"글쎄. 보드 게임이 아니라 스포츠라고 있지만 이건 종족 간의 차이가 심해서 인간들에게만 큰 효과가 있을 거야."

리나는 그것만 해도 충분한 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미 한 번 했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거라 귀찮지는 않았다.

뒤이어 그녀는 어디선가 갖고 온 수첩에다가 내 설명을 천천히 기록했다.

다른 건 몰라도 미네르바 제국 입장에서는 부족했던 문화력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이니 더없이 소중할 것이리라.

"고마워. 당장은 그 스포츠라는 것보다 바둑에만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런 보드 게임은 준비물만 있으면······ 어디든지······ 할 수 있······"

대국을 지켜보면서 자기도 머리를 많이 썼던 걸까. 제국의 발전에 싱글벙글 웃던 리나의 눈이 천천히 감기기 시작했다.

최근 폭주하는 업무 때문에 안 그래도 피곤했을 텐데 밤까지 샜으니 당연한 일일 터.

"코오······"

결국 골아떨어졌다. 나는 의자에 기댄 채 새근새근 잠을 청하는 리나를 바라보다가 피식거렸다.

우아한 외모만큼이나 자는 모습도 숲 속의 공주님과 같은 모양새다. 그래도 이대로 잤다가 목에 담이 걸릴 수도 있으니 옮기는 게 낫다.

이에 나는 리나를 침대 위에다 조심히 올려놓았다. 참고로 이 넓은 침대에는 그녀뿐만 아니라 마리와 아델리아가 나란히 자고 있다.

세실리와 아르웬의 대국을 지켜보느라 밤을 샌 나머지 전부 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어이가 나갈 만한 상황이나 더 가관인 건 바둑을 두고 있는 두 여자.

"어서 빨리 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끙끙거리다간 시간만 갈 텐데?"

"시, 시끄럽다! 조금만 기다리면······"

아침 먹고 또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적당히 하라고 일러두고 싶었으나 바로 포기했다.

안 그래도 둘은 서로에게 경쟁 심리를 갖고 있는데 악마의 게임까지 소개시켜준 내 잘못이지.

나는 승기를 잡은 듯 으쓱거리는 세실리와 그 반대로 고민에 빠진 아르웬을 번갈아 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13줄만 해도 수많은 경우의 수가 퍼져있는데 19줄은 얼마나 오래 걸릴까. 내가 괜히 알려준 게 아닐까 걱정됐다.

'그래도 놀이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겟지.'

유희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세상이니 저것도 감지덕지다. 솔직히 말해 오늘만큼은 빠져들어도 상관없다.

오늘은 내가 따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으니까. 다시 말해 그 사람에게 관심을 쏟아부울 수 있다.

그에 나는 휴식실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만날 사람은 이미 저택에 도착한 상황이며, 전에 연락도 받았다.

끼익­

"아!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머스크 씨."

방으로 들어가자 푸짐한 살집과 콧수염이 인상적인 머스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줬다.

나 또한 그와 오랜만에 만남을 가진 터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줬다.

보다시피 내가 만나기로 결정된 사람은 레오나가 아니라 머스크다. 레오나는 아직 우리 저택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점심 시간 이후였으니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특히 그녀와는 저녁을 넘어 밤까지 함께 있을 예정이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허허허. 저야 아이작 님 덕분에 늘 잘 지내고 있죠."

"그런 것치고는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은데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실제로 머스크는 전에 봤을 때보다 살이 조금 빠져있다.

여름 방학 당시에 자랑하던 통통한 볼살이 눈에 띄게 빠진데다가 옷도 다소 헐렁한 느낌이 있었으니.

머스크 스스로도 이 점을 알고 있는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허허허. 바쁘게 살다 보니 살이 알아서 빠지더군요. 게다가 최근에는 아이작 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까지 했고요."

"제 신변을요? 무슨 이유로?"

"29권을 보고 아이작 님이 악마 숭배자에게 납치된 줄 알았습니다. 이런 악독한 전개를 쓰는 건 악마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 ···"

그러고 보니 전에 어머니가 나에게 말씀드린 게 있다. 전개가 워낙 끔찍해서 악마 숭배자가 쓴 게 아니냐고.

물론 그때 당시 나는 황궁에 있던 터라 출판사에게 답장을 할 수 없었다. 아마 그것 때문에 걱정했던 모양이다.

나는 허허 웃는 머스크에 쓴웃음을 지었다. 타이밍이 공교로워도 너무 공교로웠다.

"뭐······ 안 그래도 그런 말이 많이 나왔죠. 게다가 결말마저 진의 죽음으로 이어졌으니까요."

"덕분에 저희 회사 창문이 다 부서질 뻔했습니다. 허허허허."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요. 이럴 줄 알고 예비용을 미리 구매해 놓은데다가 원래 작품은 작가가 원하는대로 써야하는 법이죠. 아이작 님이 관대하신 겁니다."

내가 진심으로 미안해하자 머스크가 두 손을 내저으며 급히 말렸다. 하지만 나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나온 건 변함이 없다.

'사실 머스크가 제일 위험하지.'

내 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머스크도 따라 위험해진다. 옛날에는 악마 숭배자에게 피습까지 당한데다가 지난번에는 인쇄소가 폭파되었지 않았는가.

머스크는 다른 사람과 달리 어디까지나 돈 많은 평민에 불과하다. 여러 곳에서 공격 당할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제논 일대기가 그저 그런 작품으로 남았다면 평범한 비즈니스 관계로 남았겠지. 하지만 이제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앞으로 제논 일대기보다 파급력이 더 클지도 모르는 작품을 발간할 예정이다.

머스크에게 가해질 영향이 지금보다 커지면 커졌지, 적어질리는 없다.

"독자들이 아니라 악마 숭배자가 해를 끼치진 않으셨나요?"

"최근에는 잠잠합니다. 벨루아 공국에 있는 인쇄소 지부가 파괴되었지만, 이벤트를 펼친 이후로는 다시 잠잠해진 상황이에요. 무슨 일을 꾸미는지 도통 알기 힘들지만 그래도 조용하긴 합니다."

"이벤트라······ 현재 이벤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최근까지만 해도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그러면서 내 눈치를 보는 머스크. 아무래도 진의 죽음이 이벤트에 큰 타격을 줬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모든 이목이 진의 죽음에 쏠렸으니까. 심지어 어제는 장례식까지 열렸지 않았는가.

"아이작 님이 결말을 바꾸신다고 하셨으니 다시 원활하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행이네요. 혹시 이벤트에서 누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지 아시나요?"

"예. 로이와 앤이라는 모험가입니다. 그리고······"

머스크는 이벤트와 관련된 상황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외전이 남았더라도 본편은 완결된 상황이니 이벤트에 신경을 기울어야 한다.

아마 클라크를 모티브로 삼은 외전까지 발매하고 나서 종료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악마 숭배자 토벌은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이미 악마 숭배자가 저지른 만행이 덮을래야 덮을 수 없는 수준으로 드러났으니.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교단이나 국가 차원에서 보상을 한다고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 마음 놓고 종료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니까 외전은 총 두 권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하나는 진과 릴리의 후일담이고, 다른 하나는 숨겨진 영웅에 대한 이야기요?"

"예. 첫번째 외전은 몰라도 두번째 외전은 다른 의미로 큰 영향력을 띌 거예요."

"어째서죠?"

"주인공이 마지막에 담배를 물면서 죽거든요."

"호오······ 자세히 얘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내 설명에 돈냄새를 맡았는지 머스크가 두 손을 맞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 돈에 한해서는 여전한 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가 이내 차근차근 설명했다.

모든 줄거리를 말하는 건 아니고 엔딩에 한해서만. 그래도 머스크의 머리를 팽팽하게 돌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거 참 멋진 최후로군요. 뭐랄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모험가나 용병의 낭만을 깨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담배는 어떤 회사의 제품이죠?"

"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오자 되려 내가 당황했다. 갑작스레 어느 회사의 담배라니,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수많은 상단이 존재합니다, 아이작 님. 만약 특정 상단 제품이 제논 일대기 속에 묘사된다면 그 상단의 매출이 급등하는 건 시간 문제겠죠."

"그건 알고 있습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정 회사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받고, 그것을 작품에 묘사하여 더 큰 인지도를 얻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제가 회사들을 모아 경매를 할 예정입니다. 도장은 아이작 님이 찍으실 테고요."

"··· ···"

그거 '협찬'이잖아. 나는 머스크의 설명을 듣고 황당함에 입이 벌어지는 걸 가까스로 억눌렀다.

단순히 결말만 말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돈에 한해서는 머리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굴러가는 사람이다.

심지어 외전의 전개에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바뀌는 건 단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아무 담배나 넣어도 되잖아요."

"흠흠. 아이작 님. 아이작 님은 비흡연자라 모르실 테지만 흡연자는 어지간해서 피우던 담배만 고집하는 편입니다. 미치도록 비싸다는 세계수잎 시가만 아니면 말이죠."

"··· ···"

어쩐지 클라크 할아버지가 세계수 잎 시가를 좋아하더라니. 모든 흡연자들에게 공통된 거였구나.

"게다가 각각 모양과 냄새, 그리고 입맛도 제각기 다른 편이죠. 죽기 직전에 담배의 향과 맛을 묘사하고, 눈을 천천히 감는 겁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마지막에서야 이 담배가 어떤 상단의 제품인지 알게 되는 거죠."

"오······ 거기까지는 몰랐는데요. 그것도 추가해야겠네요. 다른 거는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외전이 나온다면 보나마나 담배의 매출량이 급등할 텐데 그렇게 된다면 상단들이 이를 악물고 말하겠죠. 외전에 나온 담배는 우리 상단의 제품이다! 라면서요."

"그냥 가상의 제품이라 하면 안 될까요?"

그 물음에 머스크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 미약하게 웃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쉬이 믿지 않을 뿐더러 그런 분쟁이 나오기 전에 차단하자는 겁니다. 물론 이것도 시끄럽긴 매한가지지만 제가 알아서 진행시킬 뿐더러 아이작 님이 언론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다른 상단들이 저를 미워하지 않을까요?"

괜한 적을 만들기는 싫다. 나는 목표를 위해 굳이 적을 만드는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에 한해서지, 상단과 관련된 건 머스크가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미워하면 그 상단은 거기까지인 겁니다. 게다가 아이작 님을 미워해봤자 굴러들어오는 돈이 1골드라도 늘어납니까? 절대 아니죠. 게다가 경쟁 상단의 이익이 급속도로 늘어나면 다른 상단들이 위기감을 느껴 힘을 합칠 수도 있습니다. 그쪽은 그쪽 일이고, 아이작 님은 아이작 님만의 일이 있듯이 서로 갈 길을 가는 거죠."

"······머스크 씨."

"예. 말씀하십시오."

"머스크 씨는 왜 출판사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이만한 수완을 가진 사람이 어째서 고작 책 파는 일만 하고 있던 것일까.

당장 협찬만 하더라도 문화가 몇 세기 정도 발전된 지구에서나 나올 법한 전략이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이, 이 세상에는 아직 그쪽과 관련된 법안이 하나도 없다.

내가 머스크의 혜안에 감탄하는 동안, 그는 멋드러지게 기른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부끄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도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몸이 커지니 자연스레 꿈도 커지게 됐습니다. 허허허허."

"머스크 씨가 제 편이라 정말 다행이네요."

"아이작 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작 제가 그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

아직 신분제라서 그렇지, 현 시대가 자본주의에 물들었다면 머스크는 얼마나 큰 명성을 갖게 될까.

실제로 반쯤 자본주의인 것이, 머스크는 나라는 거대한 방패를 얻고 있다. 여기에 막강한 재력까지.

돈을 버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있지, 따지고 보면 야심 자체도 얼마 없다. 그냥 돈을 번다는 것에 만족하는 느낌이랄까.

"흠흠. 아이작 님?"

"예. 말씀하세요."

"사실 오늘 제가 선물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부끄러워하던 머스크는 옆에 놓여있던 작은 상자를 나에게 보여줬다.

손바닥만한 상자였는데, 무엇이 담겨있는지 몰라도 깔끔하게 포장돼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뭘까. 일단 받긴 했다만 무엇인지 몰라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에 그는 헛기침을 하다가 나를 힐끔거렸다가 이윽고 선물에 대해 설명했다.

"꽤 유명한 연금술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약입니다. 효능은······ 예. 남자에게 좋다는 말밖에 못 하겠군요."

"······남자에게 좋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아이작 님은 나이도 젊으니 저보다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이것 덕분에 부인과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죠. 허허허."

대충 뭔지 알 것 같다. 어쩐지 자식들이 많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아마 오늘 아주 요긴하게 쓰지 않을까 싶다. 발정기에 접어든 수인만큼 강력한 체력을 가진 종족은 없을 테니까.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가 문득 궁금증이 하나 떠올라 그에게 질문했다.

"이것도 상품화하는 게 어때요?"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안타깝게도 대량 생산이 거의 불가능한 거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실로 그다운 대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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