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6화 〉 이래서 판타지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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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된다는 아르웬의 말에 양심이 조금 찔리긴 했지만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본편이 완결되어도 외전을 적어야 하고 모라를 통해 지식을 얻어야 했으니.
그러니 2차 세계 대전 파트는 겨울 방학이 끝날 쯤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대신 미네르바 제국의 황제, 베리트가 조금만 연장할 수 없냐고 부탁했기에 한 번 고려해볼 참이다.
2차 세계 대전은 정세가 얽히고 섥힌, 쌓이고 쌓인 울분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전쟁이라 양상이 다소 복잡하다.
주인공이라 할만한 인물도 악의 축, 히틀러를 제외하면 거의 없어서 등장인물도 잘 짜야 된다.
더군다나 전쟁은 그 특성상 살아남는 사람이 진정한 주인공인 법. 일단 주연이 되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주위 사람들은 다 죽는 식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독일측은 히틀러를 포함해 나치즘에 물든 병사 한 명, 소련은 스탈린그라드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자. 마지막으로 미국은 태평양 전쟁 참전자.
이외에도 막강한 전쟁 기계, 전차나 전투기 탑승자에 대해서도 묘사할 예정이다. 이걸 하나 하나 다 보여주자니 복잡할 것 같았으나 이건 내 역량이다.
물론, 이걸 다 짜기 전에 외전부터 정해야겠지. 외전에 관한 건 저녁 식사 때 밝혔다.
"아주 이가 썩을 정도로 달달하게 적을게요."
"정말이니?"
"네."
"호호호. 고맙구나."
당연하게도 어머니가 가장 기뻐하셨다. 참고로 저녁 식사는 마리와 아델리아, 그리고 가족들만 참석했다.
듣자하니 세실리, 리나, 아르웬 이 세 명이서 따로 방에서 식사를 한다고.
다 함께 모여서 식사하기에는 여러모로 어색한 부분들이 많았으며, 특히 아직까지는 리나가 그런 경향이 강하다.
더군다나 이들 모두 '회색 사막 원정'을 비롯하여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고. 그래서 따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아마 식사가 모두 끝나면 겸사겸사 바둑도 두지 않을까 싶다. 식사를 하기 직전에 세실리와 아르웬에게 바둑에 관한 규칙을 알려줬다.
'가로세로 19줄이 아니라 13줄이지만.'
보다 더 접근이 용이하도록 19줄이 아니라 13줄로 대체했다. 바둑판과 돌은 마법으로 뚝딱 해치웠고.
규칙 자체도 쉬우니 알아서 잘 할 거라 믿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는······
"뭐? 정말로? 거짓말이 아니지?"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누나가 들은 게 맞아."
아델리아에게도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알려줬다. 동그랗게 떠진 하늘색 눈동자가 정말 귀엽다.
원래 마리와 가족들이 모여있을 때 부를 생각이었지만, 하필 그때 잠깐 일이 있어서 따로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전에 그랬듯이 아델리아에게 이런 저런 사실들을 알려주고, 그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그녀도 마리처럼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있어서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럼 네가 살던 곳에 사생아는 없었어?"
"사람이 사는 이상 사생아는 없을 수가 없어. 취급도 그렇게 좋은 편이라 할 수 없고."
"그렇구나. 하긴, 문명이 발전되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으니까. 성욕도 다를 게 없을 테고."
대신 본인이 사생아다 보니 그것과 관련된 부분에는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더라도 출신은 변하지 않았으니.
어쨌거나 아델리아는 그 부분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의외로 내가 살던 세계에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내가 남들과 무언가가 다르다는 건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지키는 일이라 했으니.
여러모로 기사답게 뚝심 있는 성격이었다.
"그러면 이제 내가 너를 오빠라 불러야 하는 건가?"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그냥 그대로 불러줘."
"알았어. 아이작 오빠."
"··· ···"
"킥킥. 미안. 미안. 평소대로 부를게."
내가 상처 받은 표정을 짓자 아델리아가 내 볼을 꼬집어주며 익살스럽게 대했다.
평소 누나라 부르던 여자에게 오빠라 불리다니. 잠깐 상처 입을 뻔했으나 어찌 저찌 넘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밤에 괴롭혀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미 선약이 있다. 이건 다른 여자들에게도 말해놓은 참이다.
"응? 아직 짐을 못 풀었다고?"
"미안······ 생각보다 집이 너무 넓은데다가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아마 오늘 저녁에는 짐을 풀어야 할 것 같아."
그런데 그 선약을 잡은 여자, 레오나가 이사 문제로 하루 정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장례식 파동으로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그로 인해 짐을 실은 마차 또한 제때 놓지 못 했다고.
그 설명을 듣고 약간 화가 났으나 이미 벌어진 일. 그녀에게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달래준 후에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아마 내일 아침부터 우리 저택에 찾아와 클라크와 관련된 문제도 해결하고, 밤에는 진득한 첫날밤을 보내지 않을까.
아무튼 장례식 파동으로 인해 시끌벅적해진 영지도 저녁이 되니 슬슬 조용해졌다.
'빨리 후딱 쓰고 끝내야지.'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진 저녁 시간대에는 외전을 집필했다.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주 이가 썩을 정도의 달달함을 보여줄 생각이다.
우선 릴리와 진의 만남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양육 일기. 더 나아가 부부 간의 화목을 자랑하는 아이들까지.
첫째를 제외하고 아예 연년생으로 순풍순풍 낳아주마. 중간에 쌍둥이까지 추가해야지.
'······이거 왠지 내 미래 같은데?'
여자가 릴리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라는 게 차이점이만, 책 속의 진처럼 종마와 같은 삶을 사는 건 비슷할 것 같다.
실제로 진도 릴리의 무시무시한 애정 공격에 날이 가면 갈수록 수척해지는 중이니. 물론 행복한 건 똑같지만.
성녀가 다른 의미의 성녀로 변화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독자들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중간중간 제논과 메리의 근황도 적어주고, 마지막으로 늙은 진과 릴리가 손주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걸로 끝맺으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중간 작업을 끝내고 고개를 들었다. 슬슬 취침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내 침실에는 마리가 없었다.
잠깐 여자들과 할 얘기가 있다며 자리를 비운 상황인데, 이야기가 꽤 길게 이어지는 건지 3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뭐. 여자들 수다는 길게 이어지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머지 작업에 들어갔다.
*****
"그러니까······ 이거 하나 때문에 식사도 걸렀다고?"
마리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아이작으로부터 충격적인 진실을 듣고 여자들이 모여있는 방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웬 걸.
세실리와 아르웬이 웬 네모반듯한 판을 뚫어져라 보면서 각각 흰 돌과 검은 돌을 놓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옆에는 이제 다 식어버린 식사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보아하니 둘 다 끼니를 거른 듯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옆에는 리나가 흥미로운 시선으로 관전하는 중이었다.
"한 수만 놓는다는 게 그만······"
"이길 수 있는 각이 보여서 어쩔 수 없었어."
아르웬은 어린 아이처럼 헤헤 웃으며 변명 아닌 변명을 꺼냈고, 세실리는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걸 보며 더 황당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 마리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함께 아델리아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을 데록데록 굴리고 있다.
"하아······ 일단 잠깐 중단해줘. 보아하니 보드 게임인 것 같은데, 그정도는 되잖아?"
"한 수만 더 두면······"
"아이작이랑 관련된 이야기야."
세실리가 약간 애원조로 말하려던 찰나, 마리가 단호한 목소리로 칼 같이 잘라버렸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작과 관련된 건 0순위에 놓여있다. 이에 세실리도 불만을 가지지 않고 돌을 조용히 놓았다.
상황도 적절하게 해결되었겠다, 마리는 세실리에 이어 리나를 쳐다봤다. 그녀도 아이작에 관한 비밀을 안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살짝 서운했으나 아리엘의 독심술로 인한 사고였다는 걸 알고 나서 풀어진 참이다.
"리나. 너도 여기에 남아. 어쩌면 너에게도 무시 못할 이야기일 수도 있거든."
"조금 심각한 건가 보네?"
"우리에게는 아니지만 아이작에게는 심할 수도 있어. 본인만 모를 뿐이지."
도대체 무엇이길래 마리가 저리 진지한 것일까. 리나는 흥미 반 진지 반의 태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작과 연관된 문제는 이렇듯 마리가 손수 나서서 해결하는 편이다.
틈만 나면 세실리가 시시각각 견제를 해도 명실상부 아이작의 첫번째 아내에다가 정실로 취급받고 있으니.
마리는 바둑판이 놓은 테이블 의자에 조용히 엉덩이를 붙였다. 아델리아는 그녀의 뒤에 섰으나 마리의 배려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메이드가 아닌, 아이작의 여자로서 함께 나서야 된다.
'아이작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게 다겠지?'
레오나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하루 정도 미룰 테고, 무엇보다 그녀는 첫날밤에 아이작이 비밀을 밝힐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리나는 아직 거사를 치르진 않았으나 사실상 확정이나 다름 없으니 참여해도 큰 상관은 없었다.
'······뭔가 빡치네?'
무슨 여자가 이리 많은 건지. 따로 따로 만날 때는 와닿지 않았으나 이렇게 모여있으니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아이작의 비밀을 알고 나니 이런 여성 편력도 이해가 간다. 그의 불행한 인생을 되새겨보면 애정을 갈구하는 게 당연한 것일 터.
이에 마리는 깊게 숨을 몰아쉰 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마 모두들 아이작의 비밀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전부 들었지?"
아르웬에게는 존댓말을 해야 정상이나 이 자리는 아이작의 여인들이 모인 곳.
게다가 아르웬이 겨우 이런 사소한 부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잘 파악하고 있다.
"물론이니라. 나와 세실리가 함께 들었지."
"나는 몇 주 전에 우연히 듣게 됐어."
"저도 방금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상관없다. 마리는 그들의 확답을 하나씩 듣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가 말을 이었다.
"그럼······ 아이작의 과거에 대해서도 알아?"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는 건 알고 있어. 그게 전부 악마 숭배자 때문이라는 것도."
"나도 거기까지만 알고 있느니라."
이건 리나와 아델리아도 비슷했다. 23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악마 숭배자의 소환 의식에 말려든 불쌍한 영혼.
허나 여기까지였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어버렸다는 것도, 징집되어 군대에 끌려간 것도. 그 과정 속에서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도.
아무래도 자신과 가족들의 반응을 보고 말하면 안 되겠다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리는 이 점을 우려했다.
'아이작은 본인이 얼마나 기구한 삶을 살았는지 모르고 있어.'
과학과 문화의 차이가 있다지만 '징집'은 기본적으로 전쟁 혹은 그에 버금가는 위기에만 시행되는 제도다.
당장 미네르바 제국조차 징집제가 사라진지 몇백 년이 흘렀다. 군대는 예로부터 돈 먹는 하마로 유명하며 제아무리 미네르바 제국이어도 감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모병제로 전환했다. 심지어 말만 모병제지, 사실상 기사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 발발한다면 징집을 하겠으나 지금은 적어도 평화의 시대. 하물며 전쟁이 발발해도 위기의 상황이 아닌 이상 마구잡이로 징집하지 않는다.
'내전이 발발한 나라가 그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건 믿을 수 없지만······'
그 말은 솔직히 믿을 수 없었지만 당시 아이작은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었다. 이건 특유의 독심술을 통해 파악했다.
하지만 그걸 배제하더라도 개인사 자체가 불우한 건 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전방에서 근무했다 하지 않았는가.
적어도 마리 입장에서 최전방은 미네르바 제국의 국경 지대와 똑같았다.
미네르바 제국의 국경 지대는 야만수인뿐만 아니라 알븐하임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아르웬의 정치적 입장이 불안정했던 과거만 해도 엘프 레인저가 시시때때로 침범하지 않았는가.
그걸 호크가 전부 처치하지 않았더라면 국경 지대는 야만수인이 좀 더 편하게 활개쳤을 것이다.
"전부 알려준 건 아닌 모양이네.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도 이 때문이야. 아이작의 과거를 좀 더 알았으면 하거든."
"······안 좋은 이야기야?"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어. 어쩌면 아이작한테 바람둥이 기질이 있던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생각보다 좋지 못한 과거사를 가진 것 같은 직감에 여자들은 각각 반응을 보였다.
아르웬은 다소 불안한 표정을, 세실리와 리나는 진지한 표정을, 마지막으로 아델리아는 묵묵한 표정을.
마리는 그들이 경청할 자세가 되어있자 다시 한 번 숨을 깊이 내쉰 후,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일단 아이작이 스스로 밝힌 것만 알려줄게. 우선은······"
마리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여자들의 얼굴은 안타까움으로 물들어갔다.
두 강대국의 견제로 인해 반으로 갈라진 국가. 그 내전 속에서는 수많은 비극들이 탄생했고, 그 결과로 징집제가 탄생했다.
방금 말했다시피 징집은 보통 전쟁이 발발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사태에만 유지되는 체제.
아이작 입장에서는 그저 좆 같은 군대라 생각하겠지만, 이들에게 군대란 '목숨'을 기본적으로 내놓는 집단이다.
심지어 '최전방'에 섰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안타까움은 배로 증가했다.
"여기에 여자 친구가 바람까지 피웠어. 전역을 하고 나서는 부모님을 사고로 잃기까지 했고."
"저, 정말이야?"
"그런······ 왜 그런 일이······"
"아이작······"
아이작은 그거 과거라며 평온하게 넘겼으나 하나 하나 글로 풀면 충분히 비극이라 부를만한 것들이다.
안 그래도 징집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였는데 여자 친구까지 바람을 피웠다. 여기에 결정타로 부모님의 타계까지.
과연 그에게 기댈만한 게 있었을까? 이후에도 집필을 꾸준히 했다지만 그나마 그것이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생의 아이작은 사회적으로 완벽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마리가 내린 결론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 바보 같은 성격도 아마 이때문일 거야. 아이작은 곁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테니까. 설령 불만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았겠지."
"··· ···"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를 아프게 하지 말자는 거야. 마음의 상처는 덮을 수 있어도 완벽히 치유하기는 어려우니까. 알겠지?"
실제로 마리의 말은 틀린 곳이 없었다. 단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착각 아닌 착각을 심어줬을 뿐.
특히 그들이 더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던 건, 전생의 아이작이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
만약 귀족층이나 그에 준했다면 책임을 질만한 건덕지가 있을 텐데, 그는 오직 의무만 짊어져야 하는 평민이었다.
여기에 비극이 연타로 터졌으니 자살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다.
"설마 제논 일대기에 그런 비극들을 적은 것도······"
"정말로 비슷한 경험을 겪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구나."
"괜찮기는 무슨······ 정작 본인도 잘 모르면서."
착각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마리는 그들이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방금 전까지 세실리와 아르웬이 하던 보드 게임. 가로세로 13개의 줄이 그어져 있었으며 그 위에는 각각 흰색 돌과 검은색 돌이 놓여있다.
이에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 궁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건 뭐야? 이것도 아이작이 알려준 거야?"
"응? 아, 응. 바둑이라고, 어떻게 하냐면······"
그렇게 착각만 깊어진 밤이 흘러가고.
"······너희들 왜 그래? 괜찮아?"
"응. 우리는 괜찮아······ 아마도······"
"밤을 좀······ 새긴 했지······"
다음 날, 아이작은 무슨 일을 했는지 몰라도 흐느적거리는 여인들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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