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 아이작의 상상은(1)
* * *
20권을 발매하기 직전에 헬리움으로 도망치듯 떠난 이후는 예상했다시피 어머니 때문이다.
진·릴리 커플을 향한 어머니의 애정은 남다른 수준이었기에 20권의 결말을 본다면 분명히 노발대발하실 게 안 봐도 비디오였으니.
잘못했다간 내 머리가 과일처럼 터져버릴 수도 있었기에 서둘러 피신하는 편이 낫다.
그러면 왜 진이 안 죽냐고 말하지 않느냐? 라고 묻겠지. 나는 가급적이면 내 지인이어도 스포일러를 삼가하는 편이다.
지난번 세실리에게 실수로 스포일러를 해버렸다가 실망감을 크게 안겨준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입을 다물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어머니의 압박 아닌 압박 속에서 벗어나 21권을 집필하는 것. 헬리움으로 떠난 이유도 좀 더 편안한 생활을 위함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나 혼자 헬리움으로 향한 건 아니다. 방학 내내 저택에서 지낼 예정이었던 마리는 물론이고 아델리아까지 대동했다.
아마 헬리움의 왕궁에서 약 보름동안 지내지 않을까. 그때까지 21권을 작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사위. 진은 정말로 죽는 건가요?"
"··· ···"
사자를 피했더니 호랑이 굴에 들어왔다는 말이 이럴 쓰는 거겠지. 나는 아이실리아의 질문을 듣고 몸을 덜컥 정지했다.
내가 정지하자마자 나를 향해 쏟아지는 무수한 시선들 느껴진다. 헬리움의 국왕, 데스칼을 포함하여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현재 나를 포함한 일행은 왕궁에서 단란한 휴식을 보내는 중이다.
세실리의 부모님에게 마리와 아델리아를 소개시켜 줄 겸, 서로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건 세실리도 좋은 생각이라며 기꺼이 허락했기에 평화로운 티타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저 질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죽진 않는데···'
나는 아이실리아의 질문을 듣고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안 죽는다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거렸으나 말하면 21권이 나올 때의 충격이 덜하다.
21권의 내용은 마족의 내면, 그러니까 어둠과 깊은 관련이 존재한다. 전생에서 아주 유명한 클리셰 중 하나다.
위기의 상황에서 내면에 숨겨져 있던 힘이 분출되어 각성한다는, 일종의 '폭주' 혹은 '각성' 클리셰.
마족은 내면의 악과 싸우며 만약 패배할시 악마가 되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건 설정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통하는 이야기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마족은 '절제'를 미덕으로 삼고 있으며, 가끔 가다가 욕망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어도 악마로 변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런 절제가 완벽히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색욕, 릴리스처럼 연인을 잃어 절망에 빠지거나 바로 20권의 진처럼 목숨이 간당간당하는 상황일 때.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는 비유가 있는 것처럼, 21권에 보여줄 각성 이벤트도 그 일환이다.
"흠. 흠. 아이실리아. 그런 질문은 삼가해줘. 사위만의 생각이 있겠지."
내가 곤란하다는 듯이 쓴웃음만 짓자 눈치 빠른 장인어른, 데스칼이 제지에 나섰다. 다행히 그는 나름대로의 배려가···
"그래도 말이 나왔으니 궁금하군. 우리에게만 알려줄 수 있는겐가?"
···는 무슨 두 분 다 똑같으시네. 부부 아니랄까봐 똑같이 닮은 붉은색 눈동자에는 짙은 호기심이 담겨있다.
하기야 마족이니 당연한 의문이겠지. 나는 그들과 마주하다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오른쪽으로 옮기니 세실리마저 붉은 눈을 말똥말똥 뜬 채 기대감을 품는 중이다. 그 부모에 그 딸이라고 해야될지.
마지막으로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서로 색채는 달라도 푸른색 계열의 시선들이 나에게 쏠려있다. 예상했다시피 마리와 아델리아다.
내 입장에서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나 재미있는 점은 하나같이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허나 아까 말했다시피 말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이에 나는 여유로움을 가장하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죄송하지만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꽤 중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가? 그럼 다음 권이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군."
장인어른뿐만 아니라 옆자리의 장모님마저 아쉽다는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커피를 마시며 옆을 힐긋거리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이렇듯 20권의 결말부는 장안의 화제다. 접한 소식에 따르자면 휴재 사태에서 그랬듯이 출판사 앞에서 시위대가 진을 치는 중이라고.
정확히 따지자면 시위대가 아니라 그냥 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이게 사실이냐고 따지는거다.
"우리한테도 말해주지 않는 걸 보면 꽤 중요한 내용인가봐?"
조용히 커피만 마시는 도중에 내 오른편에 앉은 세실리가 다소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했다.
보아하니 한 번 떠보는 것 같은데 어림도 없지. 세실리는 독심술을 쓰는 것처럼 사람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의를 가리는 것이지, 진실과 거짓이 적절하게 섞여있으면 분간이 힘들다.
다시 말해 침묵을 유지하거나 애매하게 말하면 들킬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안 그랬으면 내가 말을 했겠지?"
"그것도 그렇네. 난 안 죽는다에 걸게."
세실리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넘어가는 듯했다. 사실 그녀의 예상처럼 진이 죽지 않는다는 건 얼추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진에게 남아있는 복선과 떡밥이 너무 많이 남았거든. 몰입이 아니라 차근차근 뜯어보는 독자라면 진이 죽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직 클리셰와 플래그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기는커녕 만들어지지도 않은 세상이다.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나저나 진의 친부가 식탐이라는 건 정말 깜짝 놀랐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진짜일 줄은 몰랐거든."
"그 부분은 십분 공감이 되는구나. 사실 그걸 밝힌 이후부터 진의 패배는 예견돼 있는 상황이었지. 전투에 있어서 정신력은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진의 뿔이 다른 마족보다 크다는 것과 검은 마나의 농도 또한 짙다는 것도 복선이었지."
이밖에도 진의 친부가 식탐, 벨제부브라는 사실도 드러난 참이다. 진의 죽음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려졌으나 이것 또한 독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은 제논 일대기 속 헬리움, 판데움을 전복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작업 중이던 벨제부브의 뒤를 추적하여 대면하게 된다.
허나 벨제부브가 알려준 충격적인 태생의 비밀로 인해 제대로 된 싸움조차 성립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한다.
만약 태생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뒤늦게나마 릴리가 합류하여 벨제부브를 후퇴시켰을 터.
이렇게 된다고 해도 문제다. 벨제부브는 무력도 무력이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험하기에 어떻게든 퇴장시켜야 된다.
애당초 검은 마나를 판데움 전체에 흩뿌려 마족들 전체를 악마화시키려던 놈이다. 위험성 때문이라도 서둘러 보내야된다.
"그런데 진도 진이지만 식탐의 계획도 소름이 끼쳤어요. 판데움 전체에 검은 마나를 흩뿌려 마족들을 전부 악마로 변화시켜려 하다니..."
때마침 아이실리아가 그것과 관련된 주제를 꺼냈다. 그녀는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부분만큼은 이왜진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현재의 마족과 1세대 마족을 서로 비교하면서 나온 논문이다.
만약 현세대의 마족이 1세대 마족이 갖고 있던 검은 마나에 노출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현재의 검은 마나는 순수한 어둠으로 변했으나 1세대 마족은 온갖 더럽고 사악한 기운으로 점철돼 있다.
특히 현세대 마족은 기본적으로 '절제'를 미덕으로 삼고 있기에 여러모로 취약점이 많다.
악주기가 나타나는 이유도 이러한 풍습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 욕망을 너무 참다보니 그것이 생리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확실히 현실성이 높은 이야기에요. 만약 악마 숭배자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실제로 행했겠죠."
"덕분에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게 됐지. 더 나아가 검은 마나에도 휘둘리지 않겠다며 절제심이 더욱 강해졌고."
"이게 예언서지, 아니면 뭐겠어요?"
세실리가 방긋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그녀의 미소도 미소지만 동감한다는 듯이 끄덕거리는 데스칼과 아이실리아가 더 압권이다.
실제로 벨제부브의 간악한 계획이 무엇인지 알려짐에 따라 세계, 특히 헬리움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현실성이 높아도 너무 높았던 계획이었으니까. 다행히 이왜진은 터지지 않았지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안 그래도 마족에게 구원자 취급을 받게 됐는데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달까. 이제는 구원이 아니라 숭배 수준이다.
"계속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마족을 구원해준 은인이 사위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엄마만 그러겠어요? 마리랑 아델 씨도 비슷한 심정일텐데."
모녀가 서로 말을 주고받자 마리와 아델리아의 반응은 썩 볼만했다.
마리도 뿌듯한 건지 가슴을 쭈욱 내밀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했고, 아델리아는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아델리아는 내 호위기사로 왔으나 지금은 나의 여자라는 입장이었기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물론 아이는 제가 먼저 낳을 거지만요."
"세실리 너! 또! 또!"
"한 번만 양보해주면 안 될까? 졸업 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은데."
"안 돼. 다른 건 몰라도 아이만큼은 절대 안 돼."
또다시 시작된 그녀들만의 싸움. 마치 고양이와 여우가 싸우는 듯한 모양새라 아무런 말조차 하지 못 했다.
우리의 골든 리트리버(아델리아)는 눈치만 보며 다과만 우물거리는 중이었고. 저런 모습은 진짜 귀엽다.
데스칼과 아이실리아도 별 다른 제지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속으로 딸을 응원하면서도 마리를 정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나에게 몇 명의 여자가 있던 간에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마족의 구원자이니 당연시 여기는 걸지도 모르지.
솔직히 마리와 아델리아를 소개시켜준다고 했을 때 맞는 건가 싶었으나 이야기는 잘 진행되었다.
"그럼 사위는 당분간 헬리움에서 머무는 건가요?"
훈훈한 상황 속에서 아이실리아가 나에게 물었다. 온화한 미소가 세실리와 판박이다.
일단 그녀 말대로 헬리움에서 지낼 계획이다.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21권은 여기서 모두 집필을 끝낼 것이다.
"네. 아마 21권을 다 쓸 때까지는 머무를 것 같아요."
"잘 됐네요. 그러면 혹시 다 쓰시면..."
"죄송합니다."
내가 고개까지 꾸벅 숙이며 단칼에 거부하자 아이실리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예상하지 못 했다는 반응은 아니다. 더군다나 곧바로 사과하는 걸 보면 그녀도 실례였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 헬리움 쪽에서도 최고의 편의를 보여주도록 하겠네."
"편의에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무슨. 우리가 그대에게 받은 은혜는 평생 갚아도 모자르다네."
나는 그의 감사에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헬리움의 국왕께서 얼굴에 금칠을 해주시니 조금 부끄럽다.
똑똑똑
평화로운 티타임을 즐기는 도중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 노크 소리에 우리의 시선이 전부 문 쪽으로 향했다.
티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도 들어오지 말라고 미리 언질을 해뒀다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는 걸까.
지금 이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여러모로 의심을 살만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크를 했다.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닌 이상에야 일어날 수 없는 일. 이에 데스칼은 의문을 품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누구인가? 분명 방해하지 말라고 했거늘."
[죄송합니다. 폐하. 긴히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문 너머로 시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국왕이 직접 들어야 하는 상황인 듯싶다.
이에 데스칼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자리에 일어나 문쪽으로 향했다.
시종을 직접 안으로 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본인이 직접 나가서 확인하는 게 좀 더 안전한 방법이긴 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품을만 했으니.
끼이익
이윽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데스칼이 문 사이로 시종이 전해주는 급보를 듣기 시작했다. 나는 물론이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뒤이어 시종과 모든 이야기를 마쳤는지 데스칼이 문을 천천히 닫았다. 문을 닫고나서 그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는데,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여보. 무슨 일이 있나요?"
아이실리아가 걱정스레 질문을 하고나서야 데스칼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붉은색 눈동자에 근심을 비롯한 복잡한 감정이 새겨져 있다.
다소 심각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선뜻 말을 열기 힘들어 할 때, 데스칼의 시선이 옮겨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정확히 나에게로. 그리고는 복잡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별 거 아냐. 단지 좀... 놀라워서."
"놀랍다고요?"
"그래."
데스칼은 나에게로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툭 툭 두드렸다.
"정말 고맙네."
갑자기 왜 그래요.
"역시 자네는 모라님이 우리를 위해 내려준 은총이 확실해."
그냥 글만 썼다고.
******
비슷한 시간. 마이샬 영지의 루미너스 신전.
루미너스 교단의 추기경, 케이트는 그 신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아이작을 성자로 추앙하다 못해 숭배한들, 본업은 잊지 않고 충실히 이행하는 중이다.
그 본업이라함은 모두가 알다시피 이단과 악마를 토벌하는 것. 대심문관의 직책에 맞게 일이 생기면 곧바로 파견을 나가는 편이다.
전시회라는 특수한 행사로 인해 여기서 기거하고 있는 것이지,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
그건 제논 일대기 20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도 마찬가지.
케이트는 제논 일대기를 아예 예언서로 확정한 상황으로, 신간마다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악마 숭배자들의 목을 서서히 조이는 중이다.
"역시 이 내용조차 사실이었군요."
"네. 계획 자체는 위험 부담 때문에 파기되었으나, 실제로 수립되었던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그녀는 신도가 전해준 '급보'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자신이 예상했던대로다. 20권에 나왔던 벨제부브의 사악한 계획.
그러니까 판데움 전체를 검은 마나에 뒤덮게 만들어 마족들을 전부 악마로 만든다는, 사악한 계획이 현실에서도 존재했다.
비록 악마 숭배자들 내부에서도 마족과의 충돌을 우려하여 폐기했지만, 악마 숭배자에는 인간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전, 세이비어에게 탄압받다가 폭주하여 날뛰던 강경파 마족들. 그들도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악마 숭배자와 손을 잡았다.
이건 세이비어가 아니라 헬리움의 결사단체, '리퍼'가 알아낸 정보 중 하나다. 리퍼의 주 목적은 악마로 변한 동족의 안식이나 때로는 첩보 활동도 펼치는 중이다.
그리고 20권에 나왔던 계획과 똑같은 계획을 세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현재 그 정보는 협업 중인 세이비어에게도 전달된 참이다.
"너무 오래 전에 세워졌던 계획이라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고요?"
"네. 무려 300년 전에 계획된 거라 문서조차 찾기 힘들었답니다. 특히 공교롭게도 그때 당시 실시되었던 악마 소환의 시기와 유사합니다. 만약 소환되었다면 곧바로 실행했겠죠."
"다시 시행될 여지는?"
"매우 높습니다. 원래 계획은 실패하면 실패할 수록 성공에 다다르는 법이니까요."
케이트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만이 남게 될 것이다. 제논 일대기가 그 사악한 계획을 전부 까발렸으니까.
헬리움의 마족들도 너무나 현실성이 높은 이야기에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혹여 실종되는 주민이 발생할시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합심하여 찾아낸다.
케이트는 스포일러 사건 이후, 악마 숭배자의 계획이 서서히 어그러짐을 느끼며 눈을 조용히 감았다.
이 모든 건 제논 일대기 저자, 아이작 덕분이다. 케이트는 심장이 방망이질치는 것을 느끼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의 성서(?)가 발매될 때마다 세상이 빛으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하루라도 빨리 씨앗을 받고 싶지만...'
방해해서는 안 되겠지. 지금 당장은 본업에 충실해야 된다.
이에 케이트는 눈을 서서히 뜨며 앞의 신도를 바라봤다. 자비로운 푸른색 눈동자였으나 언듯 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헬리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우선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민들의 불안감부터 완전히 끝내는 게 우선일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이렇듯 루미너스 교단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사이.
'저 정말로 회귀자나 그런 거 아니죠?'
[아니라니까. 그냥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야.]
'그런 것 치고는 한 두 개가 아니잖아요. 진짜로 아니죠?'
[만약 네가 이 세상의 주민이라면 내 신격을 너에게 줄게.]
아이작은 모라에게 달려가 또다시 본인 스스로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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