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7화 〉 19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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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권의 내용은 여주인공 메리와 색욕, 릴리스의 전투가 주요 장면이나 엘프와 다크 엘프 간의 갈등 또한 집중해야 된다.
초반부터 두 민족은 서로를 불신하며 심지어 중간중간 분쟁까지 벌어졌다.
다크 엘프는 엘프를 향해 자기 고향도 못 지킨 머저리들이라며 흉을 보고, 엘프는 그걸 듣고 다크 엘프를 향해 귀를 잘라버린 이단이라며 쌍욕을 퍼붓는다.
그런데 이 현상은 실제로 두 민족이 화합을 한다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부터 언급했듯이 다크 엘프가 알븐하임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두 민족 간의 발생한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특히 엘프는 신과 관련된 문화가 생활상에 깊게 배어있다. 예를 들자면 신과 소통하기 위해 길어진 귀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야 된다는 문화가 있다.
알븐하임에 있어서 최악의 형벌 중 하나가 귀를 자르는 걸 보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다크 엘프는 과거, 신을 향한 맹목적인 광신으로 인해 추방당했다. 그걸 보고 귀를 향한 짙은 혐오감으로 스스로 귀를 자르는 풍습을 갖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섣불리 믿을 수 없다. 비록 알븐하임이 점령당해 엘프가 피신을 왔다지만 불편한 동거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특히 엘프는 신에게 선택받은 종족이라 자부하고 있는만큼 언제 또 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
19권의 초반 스토리는, 만약 엘프와 다크 엘프가 어떤 이유로 합쳐졌을 시 벌어질 사태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서로 다른 문화가 화합된다면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
[엘프와 다크 엘프는 서로 다른 종족으로 치부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종족으로 대우해야 하는 것인가?]
[인간에게도 수많은 민족이 있고 또 수많은 문화가 있듯이 이들 또한 종족은 엘프가 확실하다.]
문화의 차이가 어떤 참상을 일으키는지 여실히 보여주었기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아르웬도 다크 엘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으며 비록 무산되었다지만 레인을 후원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리고 두 민족을 서로 화합시키려는 아르웬처럼, 제논 일대기 속의 메리 또한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만약 두 영웅들의 희생이 아니었더라면 상황은 더욱 나빠졌을 것.]
[과연 그들의 희생은 의미없는 것인가.]
위의 평가대로 합체를 통해 세계수와 함께 산화한 엘프 영웅들의 희생이 아니었더라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사실상 그들의 희생은 엘프와 다크 엘프가 언젠가 하나로 합쳐질 거라는 떡밥을 투척한 셈인데, 그게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구세대 엘프와 신세대 다크 엘프가 서로 싸우고 난리인데 화합은 개뿔 내전부터 걱정할 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엘프가 그토록 고집하던 전체주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중이다.
[주먹질로 마법을 발현하는 일은 엘프만이 가능할 것.]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전투에 있어서 엄청난 효율을 발휘할 것이다.]
[마법은 주문을 외어야 한다는 상식을 파괴한 새로운 전투 방식.]
메리가 릴리스와의 전투를 통해 보여준 전투법 또한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이 세상의 마법사도 일종의 편견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주문을 중얼중얼 외어야만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인간이 보기에 메리의 전투법은 가히 혁신적이다 못해 기행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건 인간만이 지니고 있던 편견이고, 마법을 숨 쉬듯이 사용할 수 있던 엘프는 생각이 약간 달랐다.
[극한의 효율을 뿜어낼 수 있는 방식.]
[자신의 몸을 일종의 연산으로 취급하는 것인가?]
[연구할 가치가 매우 높으나 위험할 수도 있다.]
연구 가치가 높다며 실제로 따라하려고 하더라.
원래 마법은 일종의 계산을 통해 발현되는 능력. 헌데 메리는 그 계산을 '동작'에 이입시켰으니 엘프 입장에서는 눈이 돌아갈만한 이론이다.
그러니까 기본 중의 기본인 마법, 파이어 볼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제아무리 엘프 혹은 마족이라 해도 계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동작에 그 술식을 대입시켜 모 해적 만화의 화염 능력자마냥 불주먹이 나가니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만약에 이 이론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손가락 튕기기만으로 마른 하늘에 벼락을 떨어뜨리거나 눈보라가 치는 게 가능하다고.
[이 이론의 명칭은 무엇인가?]
[알븐하임의 위그드라실. 이론의 명칭을 '메모라이즈'로 지정할 것. 만약 제논이 확실한 명칭을 내놓는다면 그것으로 바꾸겠다.]
[제논이 알려준 이론인만큼 분명히 실현 가능할 것.]
아니. 난 그정도까지 생각은 안 했는데요. 이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제는 하다하다 제논 일대기에 나온 전투법을 따라하다 못해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서운 점은 그 사람들이 인간도 아닌 엘프라는 것. 엘프는 마법의 깊이에 한해서 마족보다 한 수 높은 경지를 자랑하는 종족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작정하고 파고든다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
책 속에서는 그냥 메리가 단순히 '귀찮아서' 만든 전투법인데 이걸 현실에 써먹으려고 작정하고 있다.
'···엘프니까 뭐.'
애당초 이곳은 판타지 세계관. 전생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릴리스도 결국 사랑하는 애인을 잊지 못한 마족에 불과했다. 최후 또한 마족에 걸맞게 비극적.]
[잊지 않기 위해 살아간다. 드디어 밝혀진 릴리스의 진실.]
[진이 릴리를 잃었다면 릴리스와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악마가 된 마족은 환경이 낳은 불행한 자들이다.]
메리와 릴리스의 싸움도 싸움이지만 특히 릴리스의 최후가 독자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들었다.
안 그래도 악마가 된 마족이라는 설정 때문에 주목을 끌고 있었는데 과거가 어렴풋이 밝혀지자 연민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전생에서 흔히 나오는 '이 녀석도 사실 불쌍한 녀석이었어'라는 클리셰로, 마족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릴리스다.
진이 릴리를 잃게 된다면 릴리스와 다를 게 없어진다는 평가가 대다수일 정도. 더군다나 현실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 마족을 향한 연민의 눈길 또한 늘어났다.
이러한 평가는 내가 예상했던대로여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메리의 전투법을 따라하는 건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교만, 루시퍼의 등장은 짧지만 그와 동시에 매우 강렬하다. 교만에 어울리는 행동을 보여준 그의 행보는?]
[동료를 단순히 장기말로 취급하는 자의 말로는 좋지 않다.]
[그는 과연 어떤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릴리스를 살해한 교만, 루시퍼의 등장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자그마치 동료를 살해한 칠죄종에다 엘프였으니 관심이 적을 수가 없다.
하물며 이제 막 과거사가 밝혀지며 떡상의 기미가 보였던 릴리스를 가차없이 죽였으니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되도록이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으면 좋겠다니, 어서 빨리 살려달라고 빌었으면 좋겠다니 등등.
시작부터 수많은 안티팬을 양상하는 중이다. 심지어 알븐하임에서도 불똥이 튈 걸 우려했는지 착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아무리 자신들이 오만해도 저정도의 '쓰레기'는 아니라고. 평가도 아니고 성명문이다.
[릴리스와의 격전 끝에 한 쪽 귀가 잘려나간 메리. 그러나 그것은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메세지를 담은 메리의 행보. 혼혈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현재의 알븐하임과 매우 유사하다.]
[현실에서도 엘프와 다크 엘프의 융합은 가능할 것인가?]
이렇듯 19권은 메리의 전투법을 실현화시키려는 것만 제외하면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왜진은 어떠냐고? 이건 그냥 포기했다. 내가 똥을 싸질러도 박수를 치다 못해 열광할텐데 포기해야지.
지금은 이왜진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헬리움. 그의 출생지인 마이샬 영지에 모라의 신전을 세울 것.]
"···?"
기숙사에서 여유롭게 빵을 먹다가 때아닌 날벼락을 맞았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나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뻔한 걸 간신히 피하고는 다시 한 번 신문을 들여다봤다.
몇 번을 보아도 헬리움에서 마이샬 영지에 신전을 세우겠다는, 정말이지 믿기지 못할 소식만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왜?"
타자기를 선물받아 내가 그 보답으로 외전을 쓰겠다는데 어째서 이런 일까지 하는 걸까. 설마 마족은 기브 앤 테이크를 다른 방식으로 아는 건가.
만약 신전이 아니라 텔레포트 시설처럼 단순한 기관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기관도 아니고 신전이다.
신전은 전생과 달리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뚝딱뚝딱한다고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엄연히 신성이 존재할 뿐더러 신과 직접적인 교류를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건축물이다. 애당초 신전을 세우기 위한 조건부터가 더럽게 까다롭다.
우선 그 지역이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가부터 따져야한다. 이른바 가성비라고 할 수 있지.
만약 처음부터 신성력이 강한 지역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마이샬 영지는 이제 막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곳이다.
수도와 거리가 가깝다지만 신전을 세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이며 보답 차원이라고 한들 스케일이 커도 너무 크다.
루미너스 교단은 신전을 세우기 위해 최소 추기경급에 해당하는 인원이 직접 감독해야 된다고 들었다. 그러니 모라도 마찬가지일 터.
'세실리 누나도 이 사실을 알고 있겠지?'
나는 상황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걸 깨닫자마자 난감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대부분의 인간이 루미너스를 신봉하는 거지 모두가 신봉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 모라의 신전을 찾는 건 매우 힘들다.
무엇보다 마이샬 영지는 대외적으로 제논의 출생지라 알려진 지역. 모라의 신전이 세워진다면 당연히 루미너스와 히르트 쪽에서도 반발이···
[현재 들리는 소식에 따르자면 마이샬 영지에는 케이트 추기경의 감독·관리 하에 루미너스 신전에 건설되는 중이며···]
[이렇게 되면 마이샬 영지에는 루미너스와 모라의 신전이 동시에 세워지게 된다. 남은 건 히르트의 신전 뿐.]
[히르트는 생명과 자연의 여신으로, 쌍둥이 신들과 달리 신전을 따로 세우지 않아도 된다. 자연 그 자체가 히르트이기 때문.]
[마이샬 영지에서 히르트 여신을 위한 '제사'를 올리게 된다면, 마이샬 영지는 말로만 듣던 '만신전'이 세워질 것.]
···그럴 필요가 없구나! 어쩐지 케이트가 아카데미에 찾아오지 않더니 우리 영지로 찾아간 거였네.
아무래도 영지에 찾아가 신전을 세우느라 따로 소식이 없었던 모양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편지를 부치치 않았을테고.
더군다나 최근 릴리가 태어났으니 그쪽에 더욱 집중해야 할테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음. 이제야 납득이 가네."
나는 해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납득이고 뭐고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해하는 걸 포기하자.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똥을 싸도 열광할 상황까지 도달한 것 같다. 내 의견을 묻기도 전에 신전부터 세우니 이게 뭐하는 짓인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영지는 신들의 비호 아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 되는 것이다.
당장 신전 하나만 있어도 악마 숭배자들이 죽을 쓰는 상황인데 모라와 히르트까지 있으니.
아, 참고로 히르트는 생명과 자연의 여신이기에 따로 신전을 세울 필요없이 제사만 지내면 된다. 기우제 같은 주술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이 바로 히르트였으니.
신전보다는 제단 혹은 '토템' 같은 것만 세우면 끝이다. 대신 신성력이 깃들어야 하기에 주술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술사 초빙은 뭐··· 알아서 하겠지. 난 모르겠다.
"후우···"
나는 여러 의미가 담긴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이젠 나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신문에서는 마족의 선물 덕분에 나의 작업 속도가 향상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의외로 엘프 쪽에서는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길래 아무런 말도 없는 건지. 비슷한 예로 애니머즈가 있다.
애니머즈가 한동안 조용했던 이유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으니. 알븐하임도 비슷하지 않을까.
'엘프 쪽에서는 무슨 선물을 하려나···?'
정말로,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기대가 되는 나머지 잠조차 못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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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슷한 시간, 알븐하임의 알현실.
알현실은 왕이 신하와 만나거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르웬의 집권 이후로 좀 더 넓은 의미로 바뀌었다.
굳이 신하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일이라면 일반 백성이 찾아와도 상관없다는 의미. 다시 말해 백성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그 상황이다. 현재 아르웬이 앉아있는 왕좌 앞에는 많은 수의 엘프들이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무언가 선물해야 된다?"
"저희들의 의견은 그렇습니다. 마족따위에게 질 수 없다며,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을 전달하자는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흠. 그건 나도 동의하는 바이니라. 그래서 백성들은 어떤 선물을 주기를 원하는 것이냐?"
아르웬은 요청을 하기 위해 알현실까지 입성한 대표단의 이야기에 경청했다. 사실 소식을 접하면서 배알이 꼴리던 참이었다.
마족이 전달한 선물 덕분에 작업 속도가 대폭 향상되었다는, 마법의 대가 엘프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소식.
특히 지난번 세실리와 언쟁을 벌였던 아르웬의 눈 밑을 꿈틀거리기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때마침 무슨 선물을 줄까 고민하려던 찰나였는데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지금처럼 백성들이 스스로 나섰다.
"마족들이 제논의 작업 속도를 향상시켰으니, 그에 걸맞는 선물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니라."
"그래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제논과의 유일한 연결 고리인 여왕님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감히'라는 수식어까지 강조하는 것일까. 아르웬의 은회색 눈동자에 호기심과 기대가 서려졌다.
뒤이어 대중들을 대표한 엘프가 고개를 빳빳이 세우더니 아르웬과 똑바로 마주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들의 여왕이자 알븐하임의 상징. 아르웬 여왕님을 제논에게 선물하는 것입니다."
"···뭐?"
잘못 들은 걸까. 아르웬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은회색 눈동자를 두어번 깜빡거렸다가 반문했다.
순간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헷갈렸지만, 그 말을 꺼낸 엘프의 눈동자에 깃든 의지는 확고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다. 멀리 가지 않아도 엘릭서의 원액인 세계수의 이슬도 있는데 왜 자신을 선물한다는 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 아르웬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대표단이 강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님이어야 말로 '우리'라고 할 수 있는 존재. 여왕님을 선물하는 건 우리 엘프 전체를 선물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마족의 선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세계수를 구해준 은인에게 합당한 선물인 것이죠."
"··· ···"
순간 내 의견은? 물어보려던 걸 가까스로 억눌렀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자신에게 점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갔으니.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백성들이 저리 원하는데 거부할 수 있는 왕이 있기나 할까. 아이작도 황당해할지언정 표면적으로나마 받아들이겠지.
하물며 저 의견을 통해 현재 백성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알븐하임은, 결코 자신을 버리는 일이 없을 거라고. 제논 일대기에 등장한 엘프 관련 이야기와 피렌이 저질렀던 발악성 외침이 극렬한 시너지를 이루었다.
물론 자신 또한 알븐하임을 버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녀는 권력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이상향을 위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아르웬은 그들의 표정을 하나 하나 살펴보다가 헛기침을 작게 하고는 마지못해 동의하는 식으로 답했다.
"···일리가 있구나. 한 번 고려해보도록 하겠다."
뒤이어 나온 그녀의 발언은.
"이건 내가 아니라, 우리 엘프를 위하는 것이니."
엘프식 공산주의가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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