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화 〉 초대(2)
* * *
체리의 전시회 초대는 의외로, 너무나 쉽게 진행되었다. 강압적인 가정 환경으로 인해 몇 번 망설일줄 알았다만 제안을 건네자마자 흔쾌히 수락했다.
너무 쉽게 승낙하는 바람에 도리어 내가 얼떨떨해질 정도. 가문은 신경 쓰이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머리가 멍해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문보다 선배님의 제안이 훨씬 중요하니까요.'
그 말을 듣자마자 왠지 모를 불안감에 서둘러 질문했다. 그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후로 돌아오는 대답이 정말 가관이었다. 체리는 특유의 흐리멍텅한 눈을 느릿느릿 깜빡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선배님의 외면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요?'
···여러 의미로 엇나간 듯한 발언이었지만 전시회에 찾아온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보아하니 가문에 대한 트라우마도 어느 정도 털어놓은 것 같고.
이외에는 다음 권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질문했다. 듣자하니 수업은 대충대충 들어도 글만큼은 열심히 쓰고 있다더라.
체리도 나처럼 전개를 미리미리 구상해놓고 글을 적는 스타일이라 작업 속도가 늦어지는 일은 없었다.
듣자하니 1권이 발매되고 어언 한 달이 흐른 지금, 마무리 작업만 한다면 2권을 내보내는 게 가능하단다.
나 또한 그녀의 신간이 궁금한 건 마찬가지여서 장난식으로 재촉했다. 그런데 체리는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 하는 건지 결의를 다지더라.
어떤 식이었냐고?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 한다면 제 손목을 자를게요.'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아뇨. 선배님의 지시니까요. 무조건 지켜야 해요.'
'··· ···'
이에 앞으로 체리에게 농담은 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수업도 모두 끝났고 시험 기간이라 시간도 널널하다.
남은 시간은 당연하게도 집필에 모두 쏟아붓고 있다. 17권부터 그랬지만 19권부터 본격적으로 칠죄종을 비롯한 악마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사탄은 이미 장엄하게 전사했으니 당연히 등장하지 않고 나머지 칠죄종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단, 교만과 식탐은 각각 제논과 진이 처치할 예정이라 조금 후에 나온다. 이들은 두 인물에게 있어서 성장의 원동력이 될테니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아무튼 간에 인류도 각고의 노력과 고난 끝에 연합군을 창설했으나 악마들은 매우 강하다. 심지어 악마의 가장 무서운 점은 셀 수 없이 몰려드는 물량에 있다.
알븐하임조차 그 물량을 이기지 못 하여 저항을 했을지언정 결국 밀렸지 않은가. 게다가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이 아니었더라면 디아볼스까지 부활할 뻔했다.
다행히 디아볼스의 부활을 기다리느라 악마들이 직접 침공을 하는 경우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여기서 알븐하임을 점령당한 엘프들이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알븐하임에서 지내던 엘프들은 악마의 기습적인 침공 이후 서둘러 다크 엘프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쌓여있던 엘프와 다크 엘프 간의 갈등의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가 않았다. 서로 언쟁을 벌이는 건 물론이고, 특히 구세대 엘프와 신세대 다크 엘프가 충돌을 빚고 있다.
이 현상은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 구세대 다크 엘프는 알븐하임을 마음의 고향으로 인식하는 반면 신세대 다크 엘프는 그렇지 않으니.
반대로 신세대 엘프는 다크 엘프를 그냥 듣기만 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으나 구세대 엘프는 그들을 이단자라며 배척하고 있다.
여기서 여주인공이자 엘프 여인, 메리가 나서는 것이다. 메리는 오랜 시간 제논과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만큼 열려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눈 앞에서 의회의 삽질로 인해 알븐하임이 멸망했으니 그들의 분쟁이 열이 나다 못해 속이 터지고도 남았을 터.
뿐만 아니라 전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알븐하임을 수복해야 된다고 길길이 날뛰는 전사들까지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현재 엘프들 사이에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들을 규합시킬만한 재목이 없다.
다크 엘프측 장로는 너무 노쇠하여 오늘 내일 하는 수준이고, 엘프 여왕은 아직까지 폐인이 된 상태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요, 중요한 시기에 하나로 뭉치지 못 하는 엘프의 특징을 고스란히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난세에는 언제나 '영웅'이 필요한 법이다. 디아볼스의 부활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엘프 영웅들과 같이 숭고한 존재가.
영웅이 필요한 곳에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파멸로 직결된다. 메리는 그러한 영웅적 존재가 될 것이며 제논 못지 않는 다사다난한 고난을 겪게 된다.
정신적으로 고생하는 건 물론이요, 엘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귀' 한 쪽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다름아닌 색욕, 릴리스와의 전투에서.
'메리는 엘프 치고는 호쾌한 전투법을 구사하니까 뭐···'
메리의 성격은 '여걸'이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릴 정도로 호쾌하고 화끈하다. 전설의 헥토파스칼 킥을 처음 선보인 등장인물이 바로 메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무식하다거나 막무가내는 아니다. 오히려 전투시에 항상 냉정을 유지하며, 중간중간 적절한 마법을 사용하면서 전황을 뒤집을만큼 두뇌가 비상하다.
무기? 메리에게 무기 따위는 없다. 그냥 주먹질로 상대방을 두들겨 팰 뿐이지.
제논이 스승, 카이르에게서 배운 검술을 통해 정교함이 특징이라면 메리는 수 십년간 세상을 돌아니면서 터득한 체술을 주로 사용한다.
여태까지 메리의 전투를 보면 그녀의 스타일이 어떤지 대강 알 수 있다. 어쩌면 마법사의 고정 관념을 박살낼지도 모르지.
물론 메리의 전투 방식은 그녀가 엘프여서 가능한 것이지, 인간이었다면 엄두도 못 낸다. 인간은 간단한 마법조차 주문을 읊어야 하니까.
사실 메리의 전투법은 엘프보다는 마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모 해적 만화마냥 불주먹을 날려버리니.
'반면에 세실··· 아니, 릴리스는···'
메리가 상대하는 칠죄종이 색욕, 릴리스라는 건 전에도 언급했을 것이다.
그리고 릴리스는 여주인공 메리와 라이벌리티를 생성하는데 다양한 방면에서 대비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종족부터가 다르다. 릴리스는 악마가 되었다지만 원래는 마족이었으며, 메리는 모두들 알다시피 엘프다.
하물며 릴리스는 과거, 사랑했던 연인을 눈앞에서 놓치다 못해 잃어버린 경험이 있지만 메리는 서투를지언정 제논과 이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메리가 릴리스를 도발하는 건 덤. 덕분에 격노한 릴리스가 헛점을 보여 치명상을 입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래도 귀 하나는 잘라버리니.'
메리와 릴리스 간의 전투는 사흘밤낮 이상 진행된다. 아버지에게 듣자하니 강자들끼리의 전투는 누가 더 강하냐가 아닌, 지구력과 임기응변의 싸움이라고.
서로 대등한 실력을 갖췄다고 가정 할 시, '최악'의 경우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므로 최상이 아니라 최악을 항상 염두하고 전투에 임해야 하며, 특히 목숨이 걸린 사투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 메리가 릴리스보다 우위였기에 승리를 점하게 된다. 엘프에게 상징이자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귀가 잘리는 부상?
메리에게 있어서 귀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의 미래가, 그리고 세상의 존속이 더욱 중요하다. 세상을 구해야 제논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는가.
이러한 마인드는 훗날 메리가 엘프 연합을 이끌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이자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엘프의 정체성을 확립시킨다.
뭔가 엘프식 공산주의 같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아르웬이 떠오르는 건 착각이겠지.
'그리고 릴리스는···'
릴리스의 최후는··· 여러모로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 소식을 들은 제논이 서둘러 달려와 메리를 부축한 반면, 릴리스는 자기 동료에게 배신당한다.
그녀를 배신한 칠죄종은 엘프 사이에서 배신자라 불리는 교만 즉, 루시퍼다. 루시퍼는 죽기 직전인 릴리스를 싸늘히 내려보다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살해한다.
동료를 살해한 것만으로도 가관인데 릴리스를 살해한 이후에 루시퍼가 꺼낸 망언이 더욱 가관이다. 진작부터 디아볼스를 위한 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나 뭐라나.
이러한 와중에도 안타까운 건, 릴리스가 죽기 직전까지 전 애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는 것. 여러모로 마족의 비극성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그건 엘프의 교만함을 상징하는 루시퍼도 마찬가지일테고. 심지어 그는 제논과 메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자리에서 떠난다. 그 선택이 자신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안티팬이 많이 양산되겠네.'
악당이 자신의 부하 또는 동료를 죽이는 클리셰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클리셰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선사한다.
전생의 매체도 이러한데 이곳은 오죽할까. 어쩌면 개새끼를 넘어 썅놈의 새끼로 취급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들이 이름을 신경 쓰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사람들이 이름까지 일종의 예언으로 생각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 루시퍼라는 이름이 흔한 편이 아니지만 그렇기에 의심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아니라고 소리쳐도 제논 일대기를 향한 모욕이라며 마녀 사냥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내가 삽화를 취소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나는 열심히 집필을 이어가는 것도 잠시, 손이 점점 아려왔기에 마법필을 내려놓았다. 다 좋은데 타자기가 없는 게 정말 아쉬운 세상이다.
타자기가 발명된 시기가 적어도 산업 혁명 이후였으니 등장하려면 한참 멀었다. 그래도 인쇄소까지 있으니 어떻게 안 되나 싶었으나 들리는 소식은 없다.
'가능하면 전시회 전까지 발매하고 싶은데.'
방학까지는 약 20일 정도가 남았고, 전시회까지는 정확히 한 달이 남았다. 현재 속도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만 앞으로도 이렇게 진행한다면 손이 버티기가 힘들다.
살기 위해 무리하게 집필을 한 것도 있고, 학업까지 병행해야 했으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 쓰는 기계 혹은 마법 자체는 분명히 존재하나, 어디까지나 '복사'에 가깝다. 내가 필요한 건 인쇄기가 아니라 타자기다.
그러면 작업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텐데 매우 아쉬웠다. 거짓말이 아니라 보름에 1권씩 낼 자신이 있다.
'욕심이지, 뭐.'
일단 글이나 쓰자. 전시회 전까지 19권을 모두 적는 것이 내 목표다.
똑똑똑
이제 막 펜끝이 원고지에 닿았을 쯤,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에 고개를 들어 문 쪽을 쳐다봤다.
지금 시간에 딱히 찾아올 사람은 마땅히 없는데. 아카데미 관계자인가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나가요."
덜컥
잠시 후 문을 조심스럽게 여니 이게 누구일까.
아카데미 관계자도, 그리고 아델리아도 아닌 세실리의 호위 기사 가르츠가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세실리와 달리 양뿔처럼 휘어진 뿔이 특징인 마족. 모라의 투정으로 인해 헬리움에 방문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가르츠와 자주 연락하는 중이다.
허나 보통 내가 먼저 그를 부르는 식이었지, 가르츠가 먼저 찾아오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아주 정중하게 노크까지 하면서.
"가르츠 씨?"
그가 찾아올만한 일이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을 쯤, 가르츠가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간 잘지냈셨습니까?"
목소리는 차가워도 나를 향한 예의를 차리는 말투가 인상적이다. 겉보기에는 싸늘해도 묘하게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그였으니.
나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그의 인사를 받다가 문득 그의 두 손에 무언가 들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통 검은색 투성이지만 네모반듯했으며 가로 길이가 길고 세로 길이가 짧다. 겉으로만 본다면 전생의 키보드를 보는 것 같다.
도대체 저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다른 누구도 아닌 가르츠가 들고 있으니 더욱 궁금해진다.
"그건 뭐예요?"
"아. 이건 말이죠. 은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헬리움에서 직접 제작한 겁니다."
"절 위해서요?"
가르츠 개인이 아니라 헬리움에서 제작했다는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시험 준비로 바쁜 세실리를 대신하여 전달하러 온 모양이다.
그러는 동안 가르츠는 잠깐 실례한다는 말과 함께 안으로 기숙사 안으로 들어왔다. 본래라면 타인은 출입 금지이나 명목상 금지일 뿐이지 지금 와서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뒤이어 그는 책상 위에 올려진 원고를 보고 흠칫하더니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원고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내가 원고를 책상 서랍에 넣자 가르츠는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바쁘신 줄도 모르고···"
"아뇨. 아뇨. 괜찮아요. 그나저나 그 물건은 뭐에 쓰는 거예요?"
다 필요없고 물건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가르츠는 내 질문에 긴장된다는 듯,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책상 위에 올리니 정말로 키보드 같다. 이 세상에서 사용하는 문자가 배열돼 있을 뿐더러 특수 문자까지···
'···응?'
뭐야. 이거 진짜 키보드잖아. 이 사람들이 도대체 뭘 만든거야.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키보드처럼 생긴 물건을 응시하고 있을 때, 가르츠가 헛기침을 하며 설명을 내놓았다.
평소 차가웠던 말투에 어울리지 않게 긴장을 하고 있는건지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가 포인트다.
"아까 말했다시피 은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헬리움에서 발명한 물건입니다. 헬리움에서 내노라하는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였죠."
"··· ···"
"우선 이 버튼은 전원이라는 것으로, 말 그대로 장치를 켤 수도 있고 끌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장치를 켠다면···"
파앗!
어딘가 익숙한 버튼을 누르자마자 키보드(?)가 푸른색 빛을 발산했다. 솔직히 이건 누가 봐도 키보드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르츠는 뿌듯한 목소리로 설명을 마저 이었다.
"이렇게 빛이 나타납니다. 여기에 이 문자를 누르게 된다면 허공에 메세지가 출력될 겁니다. 예를 들어 제 이름을 친다면···"
톡 톡 톡
그 유명한 독수리 타법으로 조심조심 자기 이름을 누르는 우리의 호위 기사 가르츠. 이 사람이 사람 목숨을 따위로 취급하는 리퍼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가르츠는 언제나 진지했다. 그는 허공에 출력된 자기 이름을 보더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혹시 남는 종이 없으십니까?"
"···여기요."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건넸다. 그러자 가르츠는 키보드 아래에 존재하는 미세한 빈틈에 종이를 끼워넣었다.
이어서 또다시 특정 버튼을 하나 누르더니 위잉 거리는 소음과 함께 종이가 키보드에 말려들어갔다. 전생에서 흔하디 흔한 '복사기'처럼 말이다.
그리고···
위이잉
키보드 윗부분에 나 있던 빈틈으로 종이가 빠져나왔다. 종이의 맨 위에는 방금 전 타이핑했던 가르츠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있다.
나는 그걸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단순한 키보드인 줄만 알았더니 키보드와 인쇄기를 합친 수준이다.
키보드와 인쇄기가 혼합된, 그야말로 진정한 과학과 마법의 산물.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인가.
"···가르츠 씨."
"네. 말씀하십시오."
"어떻게 만든 거예요?"
그 질문에 가르츠는 뿌듯한 미소를 짓더니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마법입니다. 은인께서 공주님과 교제를 시작한 이후, 국왕께서 은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고안하셨습니다."
"··· ···"
"만약 고장이라도 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곧바로 찾아오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가르츠에게 말했다.
"혹시 싸인 더 필요하세요?"
마법 만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