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241화 (242/763)

〈 241화 〉 18권(1)

* * *

아르웬의 예기치 못한 폭탄 투척에 한동안 정신이 혼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사는 세계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왔냐는 그녀의 질문.

무슨 의미를 담아 그 질문을 한 건지 물어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지만 '환생자'인 나로서는 심히 당혹스럽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떤 의도든 간에 내가 다른 세상에서 온 건 맞는 말이니까.

회귀자나 예언자라고 시끄럽게 떠들었을 때는 딱 잘라 답할 수 있어도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것만큼은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 멈칫한 순간이 바로 아르웬에게 모종의 확신을 주게 되었고. 그녀가 무슨 오해를 하던 간에 앞으로의 일이 복잡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

문제는 아르웬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에 아르웬뿐만 아니라 세실리도 같은 방에 있었으니.

세실리는 아르웬이 초대형 떡밥을 던져주고나서 한동안 나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아르웬의 질문대로 정말 다른 세상에서 온 거냐고, 그렇기에 제논 일대기를 집필하게 된 거냐고.

여태껏 생활하면서 알고 있겠지만, 나는 거짓말을 더럽게 못 한다. 평소에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내도 특정 포인트를 건드리게 되는 순간 안색이 싹 변해버린다.

더군다나 세실리는 유달리 내 마음을 잘 꿰뚫어보는 경향이 있다. 마리가 직감적으로 내 거짓말을 파악한다면 그녀는 리나처럼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니 내가 거짓말을 해도 대부분 간파한다는 소리이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세실리는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걸 완전히 믿기 시작했다.

그 후로 태도가 변했냐고? 아니. 변하기는커녕 그 날 날 잡아먹기 바빴다.

이후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말하길,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면 신이 내려주신 은총이고 설사 아니더라도 마족의 은인인 건 변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대신 딱 한 가지. 지금까지 색욕의 모델을 자신으로 잡았던 이유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정말로 미래의 자신이 특정 이유로 인해 악마가 되는 거냐고.

하지만 이건 색욕의 불우한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기에 전부 거절했다. 중대한 스포일러라고 칼 같이 못 박으니 순순히 납득하더라.

아무튼 간에 세실리와의 관계가 전보다 미묘하게 가까워지는 건 덤이다. 하루빨리 내가 제논임을 밝혀 공식적으로 연애를 해도 아무런 잡음이 없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보아하니 세실리는 나라는 존재 자체를 신들이 내려준 선물이라 생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확실히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하면 그런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참고로 환생과 관련된 부분은 당분간 조용히 묻어놓을 계획이다. 이건 세실리도 동의하는 바라며 입단속을 철저히 하겠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어째서 말하지 않냐고, 특히 마리에게 왜 비밀로 하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내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장난식으로 회귀자 내지 예언자라 놀리는 상황에서 환생자라고 한다면? 이 순간부터 장난을 결코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세실리의 말마따나 신이 필멸자에게 하사한 선물 혹은 은총이라 생각하겠지. 특히 이건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가장 가까운 마리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게 뻔하다.

물론 살짝 단순한 마리의 성격상 그렇구나~ 라며 넘어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거지만 그녀는 인간 관계에서 복잡한 걸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과거,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리나에게 한 번 데이고 나서 사람은 단순하게 만나고 싶다고. 여기에 정치처럼 복잡한 사연이 얽히는 건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구구절절 말이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밝힐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어차피 아르웬과 세실리밖에 모를 뿐더러 나조차도 이 세상에 융화된지 오래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는데 사람이라고 변하지 않을까. 부모님을 사고로 잃은 트라우마와 강렬했던 기억을 제외하면 거의 다 잊었다.

굳이 말해봤자 아무런 소득도 없고, 말한다고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현재로서는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다.

어차피 며칠 지나면 내가 환생자라는 걸 깜빡하고 있을텐데 뭐. 아르웬이 질문하기 전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2차 세계 대전 소설을 쓰면 이건 빼도박도 못 하겠는데?'

2차 세계 대전은 강철로 이루어진 병기들의 대결이자,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다. 역사 그 자체를 바꿔버린, 역사의 분기점 그 자체.

만약 아르웬이나 세실리가 그 책을 보는 순간 그들은 분명 직감할 것이다.

아이작은 이러한 세상에서 넘어왔구나, 라고. 이건 100% 확신할 수 있다.

심지어 이름도 2차 세계 대전이다. 어쩌면 300년 전 발발했던 종족 전쟁과 연관지을 수도 있겠지.

이 탓에 2차 세계 대전 소설은 보류해야 되나 싶었지만, 우선은 제논 일대기부터 완결지어야 된다.

당장 제논 일대기 때문에 골치 아픈 일들이 연달아 터지는 중인데 2차 세계 대전 소설이라니. 문어발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사실 마음 같아서는 문어발을 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다. 살기 위해서 신성력을 어떻게든 쥐어짜야했으니 제논 일대기에만 집중해야 된다.

다행히 최근 아델리아의 지도 아래에 고난이도 체력 단련을 감행하여 체력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그덕분인지 몰라도 마리가 세실리를 부르는 일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듣자하니 이제는 혼자서 무리라며 지원군을 부른 거란다.

어쨌거나 잡설이 길어졌지만, 아르웬의 환생자 질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논 일대기 18권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실에서 스포일러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독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으나 그럼에도 책은 불티나게 팔렸다.

현실은 현실이고 책은 책이니까. 결말부가 궁금해서라도 읽어볼 수밖에 없다.

[현실에 나온대로 악마와 결탁한 자의 정체는 추기경이었다.]

[스포일러 한 놈 때리고 싶다.]

[오히려 진을 겁박한 추기경이야 말로 신실한 자. 단지 입장 차이가 있었을 뿐.]

[그러한 추기경조차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마족을 향한 편견을 깨뜨렸다.]

중간에 이상한 감평이 끼어들어있는데 실제로 저런 말이 있다. 보아하니 제논 일대기 애독자인 것 같은데 신문에 저런 말을 넣을 정도로 꽤 화가 난 모양이다.

그걸 보고 잘못 본 건가 싶어 두 눈을 여러번 비볐다. 그런데 진짜로 있더라.

얼마나 화가 났으면 신문에 저런 말을 기재할까. 사실 이 평론가뿐만 아니라 꽤 많은 수의 일반 독자들이 스포일러를 당해 화가 난 참이다.

하물며 내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으니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이었겠지. 작가인 나조차도 이게 뭐지? 라는 반응을 했는데 독자들은 오죽할까.

[타락한 추기경을 유혹한 자의 이름은 '벨제부브'. 이 이름을 지닌 자의 정체는?]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악마들의 농간.]

[현실도 다를 바가 없다. 현재 악마 숭배자들이 하나 둘씩 퇴치되어···]

케이트의 현실 스포일러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그런지 제논 일대기와 관련된 이야기 반, 현실의 악마 숭배자 이야기가 반이다.

세이비어 교국이 자그마치 '성전'을 선포한만큼 파급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실제로 추기경이 악마 숭배자의 간부 중 한 명이었고.

덕분에 정말로, 제논 일대기 발매 이후 이례적으로 아무런 소동없이 지나가···

[이래도 예언자가 아니라고 잡아뗄 것인가? 제논은 하루 빨리 정체를 드러내라!]

[세이비어 교국. 반드시 보호해줄테니 부디 성전에 힘을 보태주기를···]

[그는 분명 악마 숭배자의 간부 또한 모두 알고 있을 것. 어서 빨리 세상의 혼란을 잠재워야···]

···기는 개뿔. 이제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뭐든 상관없으니 제발 정체를 밝혀서 악마 숭배자를 퇴치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중이다.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나는 환생자지 회귀자나 예언자는 절대 아니다.

미래의 일이고 나발이고 당장 애인들한테 짜이는 걸 걱정해야 하는 판인데 도움은 무슨 무슨.

게다가 내 곁에 여자가 늘어나는 탓에 체력까지 꾸준히 비축해야 되는 상황이다. 일단 나부터 살아남아야 도움을 주든지 말든지 하지.

'그나저나 케이트는···'

신문에 기재된 소식에 따르자면, 케이트는 또다시 순례길에 올랐다고 한다. 지난 순례의 목적은 나를 찾기 위함인데 이번에는 다른 목적인 듯했다.

아마 악마 숭배자의 머리통을 깨부수면서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세이비어가 성전까지 선포한 이상 대심문관인 그녀가 한가할리가 없다.

애당초 순례길에 오른 이단심문관은 그녀만 있는 게 아니다. 성전을 선포한 이상 대부분의 이단심문관이 출동했다고 나와있다.

세이비어로서는 최악의 치부가 드러난 셈이니 어떻게든 똥을 치워야하겠지. 한동안 세상이 시끌시끌해질 예정이다.

'아니지. 원래부터 시끄러웠구나.'

지금은 존나 가만히 있어야겠다. 나는 온갖 뉴스거리가 실려있는 신문을 덮으며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이제 슬슬 방학이 다가오는데··· 전시회도 준비해야 하고.'

신입생들이 들어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 방학이 슬슬 다가오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전시회 또한 우리 영지에서 활발히 준비 중이다.

원래라면 테르스 왕국 쪽에서 자신들이 전시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었으나 몇 달 전, 미네르바 제국이 기어코 가로챈 결과다.

전에 내가 마이샬 영지를 출생지라고 언급했기에 이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더군다나 나날이 상승 중인 제논의 명성이 테르스 왕국조차 고집을 부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에 비례하여 아버지의 업무량까지 폭증한 건 덤. 어머니가 보내주신 편지에 아버지가 하루빨리 나에게 가주직을 승계하고 싶다며, 어서 빨리 전시회가 후딱 끝났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리신단다.

괜히 미안해졌으나 황실에서 풍부한 지원을 하고 있어서 인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애당초 위쪽에서 우리 아버지를 묶어두기 위해 잠재력이 뛰어난 영지를 하사한 거다.

'릴리도 빨리 보고 싶고.'

1년 전, 전시회가 종료되고 마리와의 첫날밤을 보냈을 때다. 하필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피임약을 선물해주는 바람에 덜컥 릴리를 가져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달 전, 사랑스러운 막내딸 릴리를 출산하셨다. 4명째라 그런지 아무 위기 없이 건강하게 낳았다고.

편지로는 아버지처럼 빨간 머리카락과 황금색 눈동자를 지닌, 정말 귀엽고 아기자기한 아기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릴리만큼은 보고 싶다.

'얼마나 귀여울까?'

나는 기대감을 품으며 머릿속으로 릴리를 상상했다. 그와 동시에 이번 전시회는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도 생각했다.

분명 테르스 왕국에 그 싸가지들이 올 게 분명하지만, 아델리아가 트라우마를 떨쳐낸 이상 조심한다면 큰 사단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때 아델리아는 내 호위 기사로 활동할테고, 마리를 비롯한 일행도 있을테니.

데이브와 니콜도 오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바빠도 경조사 정도는 휴가를 통해 보내준다고 들었다.

'일단 올만한 사람은 올테고···'

대충 올 사람은 확실하게 정해져 있으나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레오나와 체리 이 두 명이 관건이다.

레오나는 내가 어느 정도 도움을 주면 올 가능성이 높지만 체리가 문제다. 그녀의 가정 환경은 아델리아 못지 않게 가혹한 편이니까.

꿈과 희망을 쏟아부어 적었던 작품을 무참하게 찢어발기고, 더 나아가 짓밟기까지 한 가정이다.

만약 그대로 방치했다면 어떤 꼴을 당했을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다행히 내 도움을 통해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그런 곳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전시회에 방문하는 게 좋을텐데···'

그 점이 체리에게도 좋을 것이다. 지옥 같은 가문에서 방학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다른 곳에서 지내는 편이 나을테니.

아니지. 어쩌면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방학 내내 아카데미에서 지낼 수도 있다. 레오나도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지 않았나.

나는 괜찮은 방법이 하나 생각나 미소를 지었다. 그냥 아카데미에서 지낸다고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우리 영지로 오면 끝이다.

'어차피 그 사람들은 안 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여러모로 많은 기대가 되는 방학이다.

******

제논 일대기 18권이 나오면서 가장 바빠진 곳은 어디일까. 이쯤되면 모두 알겠지만 당연하게도 출판사다.

출판사 사장, 머스크는 세이비어가 성전을 선포했다니, 추기경이 사실 악마 숭배자였다라는 소식을 접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그런 거에 신경 쓸 바에야 제논 일대기를 한 권이라도 더 인쇄해야 했으니. 돈에 미쳐도 단단히 미친 사람이 바로 머스크다.

느닷없이 배때지에 칼빵을 맞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이고야···"

"괜찮으십니까?"

머스크의 비서, 매튜는 새하얀 침대 위에 누워 끙끙 앓고 있는 머스크를 걱정스럽게 불렀다.

매튜가 걱정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머스크의 상태 때문이었는데, 현재 그의 두터운 배에는 새하얀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처음에는 출혈이 꽤 심하여 위험한 수준이었다.

"자네는 씨발 내가 괜찮아 보이니?"

머스크는 걸걸한 욕설까지 날리며 매튜를 윽박질렀다. 욕을 얻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매튜는 걱정스러운 낯빛을 지우지 않았다.

평소 건강하다 못해 배에 기름이 줄줄 흐르던 그가 왜 이렇게 된 거냐면, 간단히 말해서 악마 숭배자들의 짓이다.

현실에 스포일러가 터진 이후로 악마 숭배자들이 위기를 감지해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그 우선 순위를 머스크로 잡았기 때문이다.

제논 일대기만 아니었으면 본인들의 사악한 계획을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고 진행되었을 터인데 지금은 그야말로 개박살나는 중이었으니.

원래라면 제논, 즉 아이작을 0순위로 노렸겠으나 그는 정체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그와의 연결 고리 중 하나인 머스크를 노린 것이다.

머스크를 제외하고 엘프 여왕, 아르웬도 있었으나 악마 숭배자가 노리기에는 고래에 준하는 크기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덩치가 적은 머스크를 타겟으로 잡은거고.

물론 머스크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던지라 꽤 큰 돈을 투자해 용병을 고용했다. 하지만 그 용병들 사이에 악마 숭배자가 끼었다는 걸 간과했다.

만약 한 번이라도 용병과 함께 신전에 방문했다면 모를까, 이쯤되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거기까지 못 미친 것이다.

"왜 욕을 하고 그러십니까. 걱정되서 그런 거잖습니까."

"후우··· 미안하군."

"사장님이 없으면 제 월급은 누가 준다고요."

"개새끼. 너 당장··· 아이고···"

매튜의 농담 아닌 농담에 머스크는 화를 내려다 말고 배를 붙잡았다. 만약 평범한 날붙이라면 모를까, 독까지 발라놓은 탓에 후유증이 심각했다.

천만다행히도 '돈이 많아봐야 죽으면 못 쓴다'는 신조 하에 비상용 포션을 상비하던 그여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신전에 들어와 회복에 전념하는 중이지만, 걱정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보게, 매튜."

"예. 사장님."

"다른 직원은 어떻지? 동요하고 있지 않나?"

"동요하고 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다. 사장인 자신이 악마 숭배자들에게 당했다는 소식이 퍼지고 나서 출판사 직원들이 극심한 동요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 루미너스 교단의 보호 조치 아래에 신변을 위협받는 일은 없었지만, 걱정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제아무리 돈에 열광하고 돈에 미쳐있는 머스크라지만, 사람의 목숨을 돈 아래에 두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린 채 신전의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매튜."

"네. 사장님."

"당장 편지 준비해."

"편지요?"

"그래."

자신이 이렇게 당했는데 다른 사람도 당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특히 '전시회'라면 더 위험하다.

악마 숭배자는 어떻게든 제논의 이름을 어떻게든 깎아먹기 위해 발악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시회에서 '테러'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

당장 자신마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데 전시회는 오죽할까. 심지어 전시회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찾아온다.

그러므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

'그 사람들이 얼마나 큰 손들인데!'

···하긴 개뿔. 그들이 사라지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온다. 머스크는 그것만큼은 막아야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출에 타격을 입히는 놈들은 개새끼. 머스크에게 있어서 악마 숭배자는 그런 개새끼에 부합하고 있다.

그리고 개새끼는 응당 매로 다스려야 잠잠해지는 법이다. 이에 그는 속으로 킬킬 웃은 것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로 다시 돌아왔다.

"직원들의 보호 문제는··· 하아··· 어쩔 수 없군."

"무슨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

"루미너스 님이 허락하신다면 가능해."

"무슨 방법입니까?"

뒤이어 머스크의 입에서 나온 건···

"신전을 사는 거지."

"예?"

"그리고 출판사와 합치는 거야."

정말이지 병신 같지만 아주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는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매튜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근거'에 대해 말했다.

"제논 일대기와 계약된 유일한 출판사인데 루미너스 님도 허락해주지 않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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