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화 〉 악연(4)
* * *
아이작이 아델리아를 위로해주고 곧바로 공용 연무장으로 향했을 때, 연무장은 이미 히리야의 등장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당연하게도 미네르바 제국의 라이벌이라 칭해지는 테르스 왕국의 왕녀, 히리야 때문이었다. 무학 조교로 활동한다는 건 들었으나 연무장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분과 실력, 여기에 더해서 겨울철에 간신히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은 미모.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데다가 자체적으로 쉬이 접근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냈다.
"어? 저 사람 아델리아 조교님 아니야?"
"그러네. 졸업하고 기사가 됐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거지?"
잠시 후, 아이작과 함께 아델리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어수선함은 배가 되었다. 그녀도 니콜처럼 평민답지 않게 화려한 외모와 편견 없는 시선, 여기에 더해서 강한 무력을 겸비하여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무엇보다 누구나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성격은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 없었다. 특히 가끔 가다가 짓궂은 장난을 하여 니콜에게 번번이 혼나는 건 아주 유명한 일화다.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더이상 그들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여 아쉬워했으나 갑작스레 아카데미에, 그것도 연무장에 등장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하나 더 있었으니.
"저 두 사람이 대련을 한다고?"
"그렇다는데? 한 번 보자."
그건 바로 히리야와 아델리아가 대련을 한다는 것. 사정을 모르는 제 3자의 입장에는 그들이 어떤 연유로 대련을 성립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딱 한 명. 관객석에 앉아있는 아이작을 제외하고는.
그는 두 사람의 대련이 시작되는 연무장에 시선을 두면서 살짝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호크의 말을 빌리자면 아델리아의 재능은 천재라 할만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바로 노력이다. 그것도 노력을 넘어선 악착 같은 독기.
천재가 수두룩한 무학생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낸 자만 조교가 될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델리아의 이야기지, 히리야가 얼마나 강한지 하나도 모르고 있다. 심지어 어릴 때는 아델리아를 거의 폭행 수준으로 두들겨 팼다는 정황도 있다.
물론 이건 왕가에서 히리야에게 빵빵한 지원을 해줬으니 가능한 일이지만, 둘의 나이 차이를 고려하자면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유한 건 확실하다.
'괜찮으려나...'
무엇보다 아델리아에게는 가슴 속 깊숙히 박혀있는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여 움찔거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 트라우마를 어떻게든 덜어주기 위해 아이작이 그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까지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델리아가 승리를 점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상황이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약간 복잡해진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대로 심해질테고 더 나아가 아델리아의 마음에 대못을 박게 되는 셈이니. 부디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시 여기 있었군."
"응? 아, 레오르트 님."
대련이 시작되기까지 기다리고 있을 때, 아이작의 곁에 황금색 머리의 미청년이 다가왔다. 미네르바 제국의 황태자이자 주말마다 연무장에 방문하는 사람 중 한 명, 레오르트.
레오르트는 아이작이 일어나며 인사하려고 하자 손을 내밀어 제지시켰다. 그리고 쓴웃음을 짓더니 복잡한 심경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럴 필요는 없지 않나? 이제 내가 다 부담스러워지는군."
"둘만 있으면 모를까, 지금은 보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 성격은 한결같군."
레오르트는 그리 말하며 아이작의 옆에 착석했다. 착석한 후에는 서로 훈련용 검을 잡은 채 대치하고 있는 히리야와 아델리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동안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레오르트는 옆을 힐긋거렸다. 아이작 또한 대련이 실시될 연무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이에 그는 약간 조심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아이작에게 질문했다. 때마침 주변에 관객석에 앉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가능한 질문이다.
"자네는 저 둘이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나?"
"네. 잘 알고 있죠."
"그럼 혹시..."
"히리야 왕녀는 제가 누구인지 몰라요. 그냥 아델 누나의 주인인줄만 알고 있죠."
"그거 다행이군."
설마했는데 안심이 된다. 하긴, 아이작이 제논임을 알았다면 아델리아에게 대련을 신청하지도 않았을테지.
하물며 레오르트와 미네르바 제국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다. 정작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테르스 왕국을 향한 아이작의 평판이 실시간으로 깎이고 있었으니.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일 때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 역사에 길이 남을 연중 시위 사태를 겪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다.
덕분에 지금도 나름 괜찮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가. 연중 시위 이후 서로 불편했던 상황이었는데 아이작이 선처를 내려주어 다시금 회복될 수 있었다.
"...레오르트 님.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괜찮습니까?"
"뭐지? 자네의 질문이라면 원없이 받아주겠네."
"테르스 왕족은 원래 그... 뭐랄까..."
아이작은 말을 하다 말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근처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좀... 싸가지가 없습니까?"
"뭐?"
"그게... 아무리 사생아라도 아델 누나에게 한 짓을 보면 너무하다 싶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면전에다 대고 가족임을 부정하는 건 조금 심한 것 같아서."
"흐음..."
그 질문을 듣고 레오르트는 히리야에게 시선을 옮겼다. 미네르바 제국과 테르스 왕국은 서로 으르렁거리는 관계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교류가 활발하다.
상대를 알아야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정세를 제대로 파악해야 약점을 찌를 수 있으니. 양측의 교류가 활발하고 더 나아가 왕족끼리 만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레오르트가 보기에 테르스 왕족은 개개인마다 개성이 강한 건 확실하다. 1왕녀는 만나기도 전에 벨루아 공국으로 시집을 가버려 잘 모르지만, 왕태자와 나머지 두 명의 왕녀가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사생아 관련 문제는 내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이니."
"그럼 사생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레오르트 님께서도 이도저도 아닌 반푼이라 생각하십니까?"
"욕할 거면 자기 마음대로 싸지르고 다닌 아비를 욕해야지. 자식한테 무슨 죄가 있겠나? 생명을 관장하는 루미너스 님이 그 모습을 본다면 탄식할 일이지."
아이작의 레오르트의 무심하면서도 직설적인 대답을 듣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르트는 귀족, 그것도 황제 다음으로 우러러 보아야 하는 황태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생아를 향한 시선은 썩 나쁘지 않은 듯했다. 사실 아무 관심도 없다는 것에 가깝지만 이것도 어디인가.
레오르트는 그런 아이작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속한 황가에는 사생아가 없어서 별로 관심이 없는 건 맞지만, 이렇게라도 점수를 따는 게 좋다.
물 들어놀 때 노 저으라고, 테르스 왕국이 알아서 자폭을 해주니 자신은 그저 영차영차 노만 저으면 끝이다.
"그러고 보니 니콜이 네이비 기사단 입단 테스트를 보러 갔다고 하지 않았나?"
"네. 이제 슬슬 돌아올텐..."
쩌엉!!
아이작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연무장에서 큰 소음이 들렸다. 이에 레오르트를 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연무장 쪽으로 옮겼다.
가장 먼저 땅바닥에 넘어져 있는 히리야가 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 건...
"...뭐야?"
모든 트라우마를 씻어낸 듯, 쓰러진 히리야에게 당당히 검을 겨누고 있는 아델리아였다.
*****
상황이 발생하기 약 3분 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히리야와 달리, 아델리아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자세를 잡고 있었다. 현재 그들의 손에는 훈련용 검이 쥐어진 상태.
대련용 검이라 날이 세워져 있지 않았으나 쇠로 제작돼 있는만큼 무게가 비슷하다. 더구나 살상력만 없을 뿐 충분히 위협적인 무기다.
본래 대련은 서로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허리를 꾸벅 숙이거나 검을 맞대는 식으로 시작되지만, 이들에게 그런 것 따위는 없다. 오직 싸늘한 분위기만 감돌고 있을 뿐.
아델리아는 여유만만한 히리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왼쪽으로 슬쩍 돌렸다. 관객석에 앉은 아이작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어딜 보는 거지? 또 너만의 왕자님을 보는 건가?"
아델리아가 아이작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히리야가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그녀는 이미 아델리아가 아이작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다.
그래서 더욱 같잖았다. 귀족도, 평민도 아닌 반쪽짜리가 자그마치 귀족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니.
매음굴에서 전전하다가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기 위해 무턱대고 왕가로 찾아온 그녀의 어머니와 비슷하다. 나중에는 결국 똑같이 버림받겠지.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다른 사람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매달리기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썩어버린 동앗줄을 잡는 거나 마찬가지다."
"... ..."
히리야의 연이은 모욕에 아델리아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미간은 좁혀지고 평소 활발했던 인상은 호랑이처럼 매서워진다.
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욱 무섭다고, 현재 아델리아가 딱 그런 상황이다. 심지어 히리야조차 보지 못 했던 표정이어서 살짝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과거가 떠오르자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왕가에서 지원을 받고 아델리아를 대련이라는 명분으로 흠씬 두들겨 팼던 기억을.
그때와 지금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자신은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고, 아델리아는 아카데미에 쫒겨나듯이 도망쳐서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운 게 없다.
이 대련은, 자신의 승리가 확실하다.
"그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안다니. 그래서..."
"히리야."
여태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아델리아가 조용히 히리야를 불렀다. 이에 히리야는 말을 하다가 말고 인상을 구겼다.
고작 사생아 따위가 자신의 말을 끊다니, 당장이라도 때려눕히고 싶었으나 곧바로 아델리아의 말이 이어졌기에 잠자코 들었다.
"옛날부터 생각해봤어. 그렇게나 잘 따르던 애가 갑자기 왜 나를 싫어하게 됐을까... 라고."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너는 날 시기했던 거야. 나는 한 번 본 건 다 따라할 수 있었고, 너는 아니었으니까. 그렇지?'
누가 보아도 명백한 도발. 그것도 히리야가 가슴 속 깊이 숨겨놓았던 감정을 강제로 끌어내는 말이었다.
그 감정을 설명하자면... 열등감. 열등감이다.
아델리아의 말마따나 히리야는 검술을 비롯한 무술에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다. 왕가에서 내려오는 비법과 지원이 아니었더라면 그저 그런 기사가 되었겠지.
하지만 아델리아는 완전히 반대였다. 그녀는 사생아라는 신분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을 수 없었으나 어깨 넘어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덕분에 그녀의 재능을 높게 산 몇몇 기사들이 알음알음 그녀에게 기술을 전수해줬고, 히리야는 그런 아델리아에게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부러움, 그 다음에는 질투, 마지막으로는 열등감.
히리야가 아델리아를 싫어하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등만 바라보아야 된다는 열등감. 그것 하나 때문이었다.
"뭐... 뭐? 내가? 너 따위에게?"
아델리아의 팩트폭력에 히리야는 처음에 황당한 기분이었다.. 자신이 고작 저런 반푼이을 부러워하다니, 말도 안 되지 않은가.
하지만 자각만 하지 못 했을 뿐, 그녀의 심장은 요동치듯이 뛰고 있었으며 검을 잡은 두 손 또한 떨리는 중이다.
아델리아는 그런 히리야의 반응을 체크하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아이작을 쳐다봤다. 그 사이에 레오르트가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원래 히리야를 마주할 때마다 극심한 불안 증세를 띄던 그녀였으나 이제는 아니다. 아이작이 근처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른 의미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러면 안 되지만...'
바라만 봐도 좋은 걸 어떻게 하나. 그가 지어주는 상냥한 미소 한 번이면 모든 걱정과 근심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토록 집착하던 가족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질만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델리아는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가 히리야와 마주했다. 과연 그녀는 지금 상황이 행복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히리야. 하나만 물어볼게."
"시끄럽다!"
방금 전 그 팩트폭력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건지 히리야가 매섭게 돌진했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시켰는지 바람이 세차게 휘날릴 정도다.
그러나 아델리아는 침착을 유지하며 그녀의 공격을 끝까지 예측했다. 옛날 같았으면 몸이 굳어버려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연모하는 사람이 지켜보는데다가 이 대련에서 승리를 점하면 그에게 원하는 바를 밝힐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질 수 없다.
쩌엉!!
아델리아는 히리야가 검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치자 한 손은 검집을, 다른 한 손은 칼등 부분을 잡아 간단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지체없이 히리야의 다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히리야는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어 냉정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
퍼억!
결국 다리를 가격당해 균형이 잠시나마 비틀거렸고, 아델리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방어 자세를 유지한 채 그대로 밀어냈다.
뒤이어 방어 자세를 재빨리 풀고 검 끝으로 그녀의 명치까지 찔러버렸다. 그야말로 완벽한 공방이자 이 모든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진 시간은 단 1초.
붉은 사자라 명성을 떨쳤던 기사, 호크가 누누이 강조했던 '부드러움'을 모두 재현한 것이다.
"커억!"
쿠당!
히리야는 명치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침음성을 흘리며 꼴사납게 쓰러졌다. 명치는 본디 사람의 급소 중 하나이며 제대로 공격당하면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급소를 방어하는 건 제일 중요한 기본기 중 하나이나 히리야는 그러지 못 했다. 그녀가 바보도 아니고 급소를 노릴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실력 차이가 압도적이라는 말밖에 나지 않은 탓에 이런 결과가 펼쳐졌다. 그동안 호크에게서 다양한 기본기 및 기술을 전수받은 덕분이다.
척
"허억... 크윽... 너..."
히리야는 당황 반 분노 반의 눈빛으로 아델리아를 쳐다봤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에 아델리아는 그녀에게 천천히 검 끝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 미처 묻지 못한 질문이다.
"히리야. 너는 행복하니?"
"허억... 대체 무슨..."
"너는 나와 달리 신분, 가족, 그리고 부와 명예까지 가졌잖아. 그래서 행복하냐고 물었어."
"그게 무슨 개소... 크윽."
명치를 가격당한 탓에 말을 끝맺지 못 하는 히리야. 아델리아는 그런 그녀를 묵묵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옮겼다.
무슨 일인지 파악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아이작의 얼굴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나오는 그의 얼굴.
자신의 진짜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우연히 찾았다고 봐야겠지.
꼭 피가 이어졌다고 '가족'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가족은 겨우 피 따위로 연연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지금 알려줄게. 히리야."
그 생각에 아델리아는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선언하듯이 말했다.
"난 지금이 훨씬 행복해."
그 남자랑 있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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