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171화 (172/763)

〈 171화 〉 금지된 마법(1)

* * *

"금지된 마법? 혹시 사령술을 말하는 것이냐?"

아르웬은 피렌이 입에 담은 '금지된 마법'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마법이 있고, 또 이중에는 너무 끔찍하여 사용이 금지된 마법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예로 '사령술'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령술은 죽은 자를 '언데드'로 되살리는 마법으로 과거, 악마 전쟁에서 악마가 주로 애용했다.

특히 사령술의 숙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언데드로 되살아난 대상의 능력 또한 강해지며 심리적으로도 큰 압박감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언데드는 그 특징상 소모전을 무한히 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힘은 깎이는 반면 언데드의 힘은 나날이 증가한다.

다행히 '신성력'과 '세계수'의 존재로 힘겹게 격퇴했으나 그 잔재는 이 세상에 남아있다. 가장 큰 예시를 들자면 마족들.

마족은 '검은 마나'의 소유하고 있기에 사령술 또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악마에게 큰 피해를 입은 종족이어서 다른 건 몰라도 사령술만큼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최근 악마 숭배자들이 사령술을 몰래 사용했다는 흔적이 곳곳에 나오는 중이고, 그전에 제논 일대기에도 언급돼 있다. 제논 일대기에서도 사령술은 결코 시도조차 해서는 안 되는 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것 말고도 인신공양을 통해 힘을 얻거나 끔찍한 저주나 역병을 퍼뜨리는 흑마법 또한 금지다. 애당초 흑마법 안에 사령술이 포함돼 있는 셈이라 사실상 흑마법 자체가 금지된 마법이라 보아야 옳다.

"사령술 같은 흑마법은 아닙니다. 가장 순수한 마법이지만 끔찍한 참상을 낳기에 금지되었다고 보면 되겠군요."

"음... 듣기만 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아르웬의 피렌의 대답을 듣고 아리송한 표정으로 제논 일대기 14권을 쳐다봤다. 도대체 전개가 어떻게 진행되었기에 피렌이 저러는 건지 쉬이 예측할 수 없다.

사령술 같은 흑마법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마법인 것일까. 더군다나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제논 일대기에서 마법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발동된다는 것. 그러니까 상세한 원리를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무슨무슨 마법을 발동했다는 묘사만 나온다.

제논 일대기 속 비판점이 있다면 바로 빈약한 마법의 묘사였으나 이건 아이작이 마법사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게다가 인간들 사이에서 마법은 제대로 정형화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형식으로 금지된 마법이 서술돼 있길래 피렌이 저러는 것일까. 아르웬은 여전히 딱딱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피렌을 한 번 힐긋거렸다가 책을 펼쳤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논 일대기 14권을 읽을 겸 겸사겸사 파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역시 엘븐하임은 완전히 점령당했구나.'

세계수가 교만, 루시퍼의 간악한 계략으로 인해 완전히 무력화되고 엘븐하임은 악마들에게 침공당했다. 당연히 엘븐하임의 전사들도 항전에 항전을 거듭했으나 해일처럼 몰아쳐 오는 악마들을 막기에는 힘들었다.

엘븐하임의 전사들이 5의 악마를 물리친다면 악마는 10의 병력을 보내고, 그것마저 막아낸다면 20의 병력을 추가로 보냈으니.

오염된 세계수가 일종의 좌표로 인식되어 게이트가 되어버렸고, 더 나아가 디아볼스의 양분까지 되었으니 상황은 최악 중 최악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엘프 전사들이 하나 되어 싸우고 있었으나 엘븐하임은 사실상 멸망당한 수준.

제논 일행도 우연히 만난 다크 엘프와 함께 엘븐하임에서 악마들에게 맞섰으나 칠죄종의 존재로 인해 후퇴는 기정사실이었다.

'의회는... 전부 몰살 당했네. 그거 참 쌤통이다.'

제논 일대기 속 원로원이라 할 수 있는 의회는 제논 일행을 배척하고, 심지어 진을 마족이라는 이유로 투옥시키려 하는 등. 여러모로 엘프의 좋지 않은 점을 극단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되고 있었다.

카이르의 죽음 이후로 반쯤 폐인이 된 엘리샤를 대신해 국정을 운영했으나 제논 일행을 조사라는 명목으로 엘븐하임 바깥으로 내쫒았다. 그 일행 속에는 평소 의회의 눈엣가시였던 '루덴'이라는 전사장까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의회는 악마와 제대로 된 전투조차 못 하고 그대로 목이 잘렸다. 더 나아가 언데드로 부활하여 끝까지 제논 일행을 물고 늘어지기까지.

이것만 보아도 원로원이 노발대발할 사유는 충분하나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애당초 페린이 언급했던 페이지까지는 한참 남아있다.

'그런데 디아볼스가 부활하면 전개가 어떻게 되는거지? 그냥 끝나는 거 아니야?'

이대로 가다간 대악마 디아볼스가 부활하게 된다. 세계수에는 대악마마저 부활시킬 수 있는 양분을 갖고 있어서 가장 먼저 엘븐하임을 침공했다.

그리고 디아볼스는 설정상 매우 강력한 무력을 가졌다. 손짓 하나로 산맥을 부수다 못해 천지마저 반전시킬 수 있으니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아르웬은 점점 심각해져는 상황에 몰입하려는 찰나, 슬쩍 시선을 올려 피렌을 확인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딱딱하게 굳어있는 얼굴로 대기하는 중이다.

슬슬 그가 언급했던 페이지에 도달하게 되는데 과연 어떤 마법이 있는 것일까. 아르웬은 더욱 깊게 몰입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에이르까지 합세하네?'

에이르는 13권에 등장했던 다크 엘프의 대표자이자 전사 중 한 명이다. 다크 엘프 내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에게 부여되는 직위, '어둠 인도자'를 가진 전사.

다시 말해 전사장인 루덴과 비등비등한 무력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헌데 이런 전사가 엘븐하임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현실 속의 다크 엘프도 오래 전, 끔찍한 내전을 겪고 추방당했으나 애향심만은 짙게 남아있다. 알븐하임은 신이 직접 뿌리를 내리게 해준 마음 속의 고향이니 당연하다.

그러므로 제논 일대기 속의 다크 엘프가 엘븐하임을 위해 싸우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민족 간의 갈등이 잔존해도 '루덴'과 '에이르'는 엘븐하임을 위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하나된 마음이 향하는 곳은 바로 오염된 세계수. 본래는 신의 선물이었으나 이제는 반드시 소멸시켜야 할 거목.

만약 이대로 물러간다면 디아볼스는 부활하게 되고, 이 세상은 멸망의 길을 가게 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두 영웅들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칠죄종을 뚫고 가기에는 힘들텐데...'

당장 루시퍼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텐데 다른 칠죄종도 포진되어 있다. 다른 엘프도 그들이 길을 뚫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나 불가능하다는 건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남은 선택은 단 하나. '협력'.

그것도 둘을 합쳐 2의 위력을 내는 것이 아니라, 10의 위력을 내야만 오염된 세계수를 불살라버릴 수 있다.

엘프 영웅, 루덴과 다크 엘프 영웅, 에이르도 그 점을 알고 있어서 최후의 선택을 강행했다.

'합체... 라고? 이건 또 무슨 능력이지?'

진정한 의미로 '하나'가 되는 능력, '합체(??)'.

수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쌓았던 마나와 지식, 신성력, 마지막으로 자아마저 순수한 에너지로 변형시킨다.

육체를 장작으로 삼아 마나라는 불길이 거세게 타오를 수 있도록 변화시킨다.

빛의 신을 따르는 루덴과 어둠의 신을 따르는 에이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졌기에 위험할 수도 있지만 '뿌리'는 같은 종족.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라!]

이윽고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체로 변화한 두 영웅이 오염된 세계수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한다. 루덴도, 에이르도 아닌 에너지체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인 음성을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가벼운 손짓 하나에 고위급 악마조차 막강한 에너지에 모두 잡아먹혀 소멸하고, 그 아래의 악마는 말할 것조차 없다.

사람의 몸이 낼 수 있는 출력의 한계가 100이라면 순수한 에너지체는 그 이상. 하물며 에너지가 모두 유실되면 자연스레 소멸하기에 주변의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려는 성질까지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주위의 악마를 흡수하면서 충당했다. 악마에게 깃든 검은 마나조차 오직 '에너지'로 간주하여 전진하는 건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그 능력이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묘사상으로는 주변을 지원하던 엘프 전사마저 빨려들어갔다는 설명이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칠죄종조차 당황하며 함부로 나서지 못 하고 있을 때, 에너지체는 어느새 세계수에 도달한 상황.

위기감을 느낀 디아볼스는 서둘러 칠죄종에게 명령을 내렸으나 에너지체가 한 발 빨랐다. 뒤이어 그들, 혹은 그는 오염된 세계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엘븐하임을 위하여.]

에너지체의 등장은 여기가 끝이었다. 그 후로 제논 일행 쪽으로 관점이 옮겨졌다.

남아있던 엘븐하임의 주민들을 피신시키고 있던 제논 일행은 세계수 쪽에서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세계수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폭발. 일순간 눈이 멀 정도의 밝은 섬광이 터져나왔다가 이내 차츰 사그라들었다.

빛이 사그라들자 3000년 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세계수는 온데간데도 없이 사라지고 거대한 버섯 구름만 남은 상태. 두 영웅의 숭고한 희생으로 대악마의 부활을 약간이나마 늦춘 것이다.

"... ..."

아르웬은 한 차례의 에피소드가 끝나자 회색빛 눈을 깜빡거렸다. 제논 일대기답게 한 번 빠져드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버렸다.

그러나 원래의 목적에서는 벗어나서 안 된다. 그녀는 책에서 시선을 떼어 앞을 바라봤다.

"전부 읽으셨습니까?"

피렌도 아르웬이 중요 부분을 읽었다는 걸 알아챘는지 특유의 늙수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르웬은 제논 일대기를 정신없이 읽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진 것도 잠시,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그대가 말한 부분은 전부 읽었다. 루덴과 에이르가 순수한 에너지체가 되어 세계수를 부수는 장면이 인상적이구나. 헌데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냐?"

"...여왕님. 3000년이라는 시간은 우리 엘프에게도 몹시 긴 시간입니다. 강의 상류에서 물이 말라버리면 하류 또한 바닥을 드러내듯이, 역사와 전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선조에서 기록을 모두 소실시키면 후대에게 전달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요."

피렌은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법한 비유를 하며 아르웬에게 설명했다. 아르웬은 그의 설명에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무슨 의미인지 곧바로 눈치챘다.

선조 때부터 막았다는 건 고의로 기록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 실제로 다크 엘프와의 내전도 기록이 대부분 유실되었으나 성지에 약간이나마 보관돼 있다.

하지만 아예 기록 자체를 말살시킨 건 조상들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 판단했다는 뜻일 터. 아르웬은 피렌에게 14권을 보여주며 다급히 물었다.

"그, 그럼 여기 써 있는 내용이 과거에 유실된 마법이란 말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합체라고 묘사돼 있는 그 마법의 명칭은 '합일'. 그 마법은 3000년 전 악마 전쟁에서도 사용되었죠. 사람을 순수한 에너지체로 변화시키고, 그 에너지를 합쳐 거대한 생명체를 탄생시킵니다. 책에는 두 사람만 에너지체가 되었으나 실제로는 여러 명이 가능합니다."

"그런..."

아르웬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소실되었던 마법까지 알고 있는 아이작은 정말로 예언자 또는 미래인인 것일까? 그리고 피렌은 어찌하여 이 마법의 존재를 알고 또 금지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의문이 뇌리에 돌아다녔으나 일단 피렌이 어찌 하여 이 마법을 알고 있는가부터다. 그녀는 책을 한 번 힐긋거렸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피렌에게 질문했다.

"...그럼 그대는 어떻게 이 마법이 금지된 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냐? 그대라면 왜 금지되었는지도 알고 있을 터."

"물론입니다. 그전에 제가 제논을 예언자 또는 미래인이라 확신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체가 된 이후에 발생한 영향입니다. 육체가 없는 에너지 덩어리는 언젠가 소멸될 운명. 그 운명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주변의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잡아먹죠. 악마뿐만 아니라 지원하던 전사들까지 에너지체에 빨려들어갔다는 묘사를 보셨을 겁니다."

"거대한 에너지는 그 주위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 이론은 옛날에 들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대를 포함한 원로원에서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치부하며 폐기시켰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닌, 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에너지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죠."

"... ..."

너무 위험한 진실이었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속인다. 아르웬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악마 전쟁 당시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여 어쩔 수 없이 합일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아닙니다. 우리 선조는 합일을 통해 사람을 하나의 거대한 마나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러나 이 사실이 새어나가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여왕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 ..."

사람을 '마나'로 이용한다. 그 사실이 널리 퍼지게 되는 순간 물밑으로는 끔찍한 인체 실험이 오고 갈 확률이 크다.

이뿐만이 아니라 현재는 악마 전쟁 당시보다 문명이 고도로 발전돼 있으며 그만큼 인구도 몇 배는 증가한 상황. 피렌의 설명대로 합체, 그러니까 합일은 제논 일대기의 묘사처럼 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행할 수 있는 마법이다.

만약 특정 인원 몇몇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실행한다면... 끔찍한 참상이 벌어진 게 불 보듯 뻔하다. 주위에 에너지라 할만한 것들이 남아있다면 소멸되지도 않으며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

선조들도 이걸 예상하고 있었기에 기록을 완전히 폐기시켰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아르웬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가 조용히 물었다.

"그전에 다시 한 번 더 묻겠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 금지된 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지?"

"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조부님에게, 조부님은 증조님에게. 문헌으로 남은 기록은 사라졌으나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위험을 알려주셨습니다."

"정말로 위험한 마법인 것이 맞느냐? 제논을 찾기 위한 구실이 아니라?"

"그런 거라면 제가 어찌하여 무례를 무릅쓰고 여왕님을 찾았겠습니까? 이미 이 책은 인간 세상에 널리 퍼졌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출판을 금지하고, 더 나아가 제논을 찾아야 됩니다."

"으음..."

말로만 듣는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 합일이라는 마법은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며 자칫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작을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 아르웬은 고민에 빠진 눈빛으로 제논 일대기 14권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 합일이라는 건 엘프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종족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엘프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의 선에서 막을 수 있다. 비록 몇몇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뭣도 모르고 실험을 자행할 수는 있어도 그때 처벌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제논 일대기가 정말로 '예언서'라면 큰 문제가 없다. 제논 일대기에서 언급된 합체는 개나 소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귀한 정신력을 지닌 전사만이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 설명하고 있다.

제논 일대기에 묘사된 루덴과 에이르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 대악마 디아볼스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희생을 선택한 영웅들. 그런 영웅들만 합체가 가능하다면 문제없지 않을까.

물론 거대한 에너지가 주위의 에너지를 빨아들인다는 이론 자체는 위험하다. 허나 이건 각 국의 지도자들과 합의를 통해 통제하면 그만이다.

'여러모로 찜찜한 구석도 남아있고...'

평소 원로원이 지랄을 했던 것때문에 선뜻 믿기가 어려웠다. 이걸 구실삼아 아이작을 데려올 수도 있었으니.

아르웬은 재빨리 생각을 정리한 후, 피렌에게 시선을 옮겼다. 피렌은 아직까지도 표정을 풀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다.

"피렌 대의원.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다."

"예. 여왕님."

"그대가 언급한 합일은 우리 엘프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종족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신의 선택을 받은 우리 엘프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장 순수한 마나를 지닌 종족이 바로 우리 엘프니까요."

그러면 문제없다. 몇몇 멍청한 인간들이 자기들도 한 번 해보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곧바로 제지당할 확률이 크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마법사는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터.

다만 인체 실험이 조금 걸린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인신공양이나 다름없으니 '흑마법'으로 치부하여 엄격히 금지하면 된다. 만약 어기는 순간 신성교국에서 직접 처단하면 될테고.

너무 급할 필요는 없다. 아이작도 이런 결과를 원해서 적은 것이 아닐테니 나중에 직접 찾아가 물어보면 된다.

'진짜 예언자인지도 진지하게 물어봐야겠구나.'

실제로 본 적이 있어서 아이작도 책에 적은 것이 아닐까. 아르웬은 그쪽에 무게를 실어주면서 피렌을 향해 대답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겠구나. 엘프만 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니라. 우리가 직접 통제하면 그만이니."

"하오나 여왕님. 이런 금지된 마법이 알려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부디 신중히 고려해주십시오. 이건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흠. 왜 그리 불안해 하는 것이냐? 혹시 자신이 없는게냐? 여태까지 알븐하임을 다스리던 그대가? 그것도 아니면..."

아르웬은 잠깐 말을 흐렸다가 설마하는 목소리로 넌지시 물었다.

"다크 엘프 때문이라던가?"

흠칫­

그 말에 피렌이 살짝 움찔거렸다. 그 반응에 아르웬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 *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