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149화 (150/763)

〈 149화 〉 수인(3)

* * *

레오나를 조련... 아니, 구슬리는 방법도 알았겠다, 남은 건 그녀에게서 수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뿐이었다.

시리스한테 전달받은 서적을 통해 단편적인 정보를 얻고, 레오나에게 질문하여 서로 비교하는 것을 반복한다.

덕분에 정보를 빠르게 모을 수 있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그건 바로 수인이 여타 종족과 다르게 너무나도 다양한 민족이 있기 때문이다.

레오나는 스스로를 사자 수인이라 밝혔기에 어떤 부분이 특출난지, 그리고 무엇에 약한지 등등. 스테이크를 대가로 많은 것들을 알려줬지만 다른 종족은 내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수인계의 3대장이라 칭할만한 호족(호랑이), 사족(사자), 웅족(곰) 이 세 민족은 자세히 알고 있어도 다른 동물은 글쎄올시다? 라는 의문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까득! 까드득!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보다 동족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

"무슨 자신감으로?"

"헤일로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어?"

오독! 오독!

뼈를 맛있게 씹으면서 당당하게 대답한 레오나. 나는 납득이 가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나를 맛있는 음식으로 조련하기 시작한지 어언 사흘째. 뼈를 씹어먹는 모습도 이제는 익숙하다.

마리와의 데이트도 문제가 없는 것이, 레오나와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나면 늦어도 8시다. 어차피 데이트의 종착점은 여관이어서 밤늦게까지 놀아도 큰 상관이 없다.

대신 여관 주인이 또 너희냐? 라는 표정으로 보기 시작해서 민망하달까. 그러거나 말거나 마리는 다음 날까지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얼굴이었다.

나 또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랑하는 애인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하루를 더 힘차게 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의심을 살 것 같으니 당분간 자제해야지.'

본래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 법이다. 레오나와 둘이서 자주 식사를 하다보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다행인 건 마리가 나를 굳게 믿고 있다는 걸까. 그렇다고 레오나가 수인이라는 걸 밝힐 수 없으니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과 직면하기 전에 자중해야 된다.

게다가 오늘은 주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금요일. 오늘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레오나에게 자문은 받지 않을 생각이며 내일은 니콜과 약속이 잡혀있다.

마리도 오늘은 자기 오빠와 가문의 일 때문에 바쁜지라 밤에 만나자고 약속한 참이다. 아마 그 다음 날에 또 여관에서 아침을 맞이하겠지.

'겸사겸사 니콜이랑 같이 식사하자고 하면 되겠다.'

어차피 머지 않아 한 가족이 될 사이인데 마리를 합석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전에 함께 식사한 적도 있으니 니콜도 흔쾌히 수락하겠지.

아델리아는... 잘 모르겠다. 지난 번 니콜과 단 둘이 면담을 하고 나서도 언행은 바뀌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미묘해졌다고 해야 할까.

특유의 스킨십은 여전했으나 알게 모르게 빈도가 더 늘어나고, 은근슬쩍 뒤에서 허그를 하는 등. 결코 친구 동생에게 할만한 행동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누나가 별 말 없는 걸 보면 괜찮긴 하겠지만...'

아델리아는 평소와 같으면서 다른 느낌이라 확신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니콜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

그저 단순히 전시회 이후로 사이가 더 가까워졌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 엄격하지만 은근히 무른 니콜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을 지녀서 새로운 친누나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만약 정말로 아델리아가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고 있다면... 심지어 마리와 약혼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런 거라면...

'...그건 내일 생각하자.'

지금은 레오나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13권이 곧 있으면 출간될 예정이니 미리미리 준비해 놓아야 뒷일이 편하다.

이에 상념에서 빠져나오고 레오나를 쳐다봤을 때였다.

"할짝. 할짝."

"... ..."

"소스도 맛있네."

아니. 적당히 좀 해.

나는 윗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간신히 억눌렀다. 그도 그럴게 레오나의 기행은 뼈먹방에서 그치지 않았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먹고 싶다는 욕망을 온전히 표현하듯, 그릇에 묻어있는 소스까지 핥고 있다. 황당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윽고 그릇을 내려놓자 설거지를 한 것마냥 깨끗한 표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으로 그릇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레오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내 기분도 모르는지 세상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귀 또한 하늘로 솟아날 것처럼 바짝 세워진 상태다.

"으음~ 잘 먹었다. 이건 맨날 먹어도 안 질리겠어."

"... ..."

"응? 왜 그런 표정으로 봐?"

레오나가 호박처럼 빛나는 금안을 깜빡거리며 나에게 묻는다.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얼굴이다.

그걸 보며 그녀에게 친구가 없다는 걸 정말 다행이라 여겼다. 만약 친구가 있었다면 그녀가 수인이라는 걸 진작에 눈치채고도 남았겠지.

어쩌면 내 앞이라서 이런 기행을 펼치는 걸 수도 있다. 나는 레오나가 수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도 알고 있었으니 연기를 할 필요따위는 없다.

"...너 학식 먹을 때도 그러는 건 아니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까지는 아니지. 학식은 마음껏 먹어도 되잖아?"

"대체 한 끼에 몇 인분을 먹는 거야?"

"글쎄? 그냥 배가 부를 때까지 먹는데?"

그 대답을 듣고 레오나의 옆을 확인했다. 이미 3그릇이나 해치워서 겹겹이 쌓여있다.

참고로 스테이크의 크기는 절대 작지 않고 오히려 큰 편에 속한다. 설명을 듣자하니 코끼리만한 소를 도축하여 나오는 부위라고.

최근 몸집이 커지면서 이것저것 많이 먹는 나조차 다 먹기 힘든 양이다. 심지어 옛날 기사 훈련을 받았기에 일반인보다 근육량이 훨씬 많다.

"어제도 그렇고 이틀 전도 그렇고 수인은 너처럼 대식가인 거야?"

"그럴 수밖에 없지. 수인은 다른 종족보다 근육량이 더 많거든. 태생적인 신체 능력이 모든 종족을 통틀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

레오나는 그 후로 잠깐 말을 멈추더니 나에게 질문했다.

"야. 나 혹시 몇 kg로 보이냐?"

"뭐?"

"무게가 얼마나 나갈 것 같냐고."

"음..."

그 질문에 레오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키는 170cm에 달하는 장신으로 보이고, 전체적으로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교복으로 가려져 있어서 살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건 가슴밖에 없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의 흉부 지방.

그것과 뼈무게를 고려하자면 어림 잡아서 약 55kg정도 되지 않을까. 아마 그쯤이지 싶다.

"한 55kg 정도?"

"땡. 85kg 입니다."

"뭐?"

말도 안 된다. 키가 180이 넘는데다 근육량이 증가한 나조차도 80kg가 안 되는데 85kg라니. 이게 말로만 듣던 내장형 근육이라는 건가.

레오나는 내 반응을 보고 특유의 시니컬한 미소를 짓더니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생각보다 많이 나가지? 내가 여자여서 그렇지, 남자였다면 90kg를 넘겼을 수도 있어. 우리 수인은 '신체' 그 자체에 특화돼 있거든. 엘프와 마족 같은 경우는 마나와 친할 뿐이지 신체 자체는 인간이랑 다를 바가 없어."

"아. 들어본 적이 있어."

모두들 엘프와 마족이 태생적으로 신체 능력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이건 수인도 마찬가지고.

다만 엘프와 마족은 근육과 체급이 인간보다 강한 게 아니라 마나 친화력이 훨씬 강할 뿐이다. 이로 인해 몸무게를 비롯한 체급 자체는 인간과 비슷하다고 논문에서 본적 있다. 하지만 수인은 아닌 모양이다.

한 마디로 엘프와 마족은 소프트웨어가 크게 발달한 거고, 수인은 깡 하드웨어가 강한 거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은...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나는 씁쓸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수인은 무식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것 때문이야? 몸이 너무 좋으니까 머리를 쓸 일이 거의 없었겠지."

"아주 정확해. 단 세상이 바뀌면서 몸으로만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거든. 이제는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레오나가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 툭 치면서 자랑스럽게 말한다. 보아하니 수인이어도 헤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자기자신이 뿌듯한 모양이다.

"근육량이 타종족보다 많으니 자연스레 식사량도 늘어난다... 그럼 한 사람당 몇 인분을 먹는거야? 식량 문제는 없어?"

"히크 님이 애니머즈를 건국하기 전에는 부족마다 식량난이 심했지. 이때문에 약탈 풍습이 생겼고 인간이 우리를 야만인이라 부르는 이유지. 솔직히 이런 말을 하기에는 미안하지만... 우리에게 만만한 건 인간인데다가 풍족한 토지를 가진 것도 인간이거든. 엘프와 마족은 너무 강해서 약탈을 하기에는 출혈이 심하고, 드워프는 광산에 도시를 만든 탓에 약탈을 할 수가 없어."

"그럼 지금은?"

"지금은 농사도 짓고, 목장도 세워서 큰 문제는 없어. 하지만 수인의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영토도 늘어야 하니..."

레오나는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을 흐렸다. 뒷말을 굳이 언급하진 않았으나 대충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간다.

비단 수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게 있어서 식량은 아주 중요한 난관 중 하나다. 전생에서도 질소 비료를 발명하기 전까지 무려 20세기 초반까지 기근으로 고통받았다. 괜히 프리츠 하버에게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는 명예가 붙은 것이 아니다.

마법이 존재하는 이 세상도 식량난만큼은 어찌하지 못 하고 있다. 마법으로 대지를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면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이나 새, 그리고 더 나아가 잡다한 몬스터까지 등장하여 여러모로 큰 문제를 낳는다. 마법이라고 전부 만능은 아니라는 소리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한 질소 비료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은, 언제 어디서든 기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이 세상에는 '신'이 존재하여 흉년이 들면 기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걸까.

질소 비료가 없음에도 총 인구수가 25억에 가까운 건 마법과 신 덕분이지만, 이대로 가다간 그것조차 해결이 안 되는 기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대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

'이것도 한 번 고려해봐야겠다.'

나는 노트에 '대기근'이라는 키워드를 적고 별표까지 쳤다. 제논 일대기에 당장 넣을 건 아니고 후속작에 넣겠지만, 대기근만큼 갈등을 부추기고 문명을 빠르게 붕괴시키는 재앙도 없다.

더군다나 수인이 명예를 아는 전사 집단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인간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 터. 제논 일대기 결말 쯤에 인간과 수인이 격돌했다는 설명을 넣어 후속작 떡밥을 넣으면 될 듯했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을 집필하고 나서 적을 예정이지만.

"너희 나라에는 곡창 지대가 없어?"

"곡창 지대는 많아. 하지만 수인의 수는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지. 수인의 인구수가 5억이고 인간이 16억이라지만, 수인은 어린아이조차 어마어마한 식사량을 자랑하니까 사실상 비슷하다고 봐야겠지. 무언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하르트님에게 기도를 올려서 해결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거야."

"언젠가 인간과 전쟁을 해야된다는 거구나. 인간은 현재 가장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레오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당당했던 전과 다른 모습이다.

인간과 전쟁을 한다는 걸 꺼려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인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둘 중에 뭐가 되었던 간에 인간과 수인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차 종족 전쟁은... 인간과 수인을 중심으로 발생할 수도 있겠네.'

종족 전쟁이 발발한지 어언 300년이 흐르고,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엘프를 압박했던 인간은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반면 수인은 차근차근 힘을 비축했다.

엘프, 마족, 드워프 이 세 종족이 누구의 편을 들지는 예상할 수 없으나 1차 때와 구도가 유사하지 않을까.

"...야."

"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잠시 어색한 상황이 이어질 뻔했을 때 레오나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나는 그녀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에 그녀는 입을 달싹거리며 말하기를 망설였다가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황금색의 눈동자에는 걱정과 우려가 섞여있었다.

"그... 너희들 인간은 강해. 그렇지?"

"객관적으로 본다면 강하다고 할 수 있지."

"그럼 우리 수인이 너희 인간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거였나. 그 질문을 듣고 레오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은 초조하기 짝이 없었으나 은근한 기대도 묻어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저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인간과 수인의 관계가 견원지간 수준으로 나쁘다지만 지난 전시회에서 봤다시피 인간 사회에 섞여있는 수인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제논 일대기 발매 전까지 '마족'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기에 서로 쉬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마족의 인식이 수직상승한 이상 적으로 두기에도 힘들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의 눈엣가시였던 인간과 수인의 마찰이 날이 갈 수록 심해질 터. 때마침 식량 문제도 있겠다, 두 종족 간의 갈등 및 마찰은 필연적이다.

'얘도 무슨 족장의 딸인건 아니겠지?'

애니머즈의 정세에 대해 빠삭한 것도 그렇고 유독 본인의 사자 수인이라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범상치 않은 신분인 건 확실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아델리아의 예시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일단 대답은 해야겠지. 나는 그 생각은 뒤로 미루고 질문에 대한 답을 꺼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

"어째서? 참고로 난 입에 발린 말은 싫어해."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따진거야. 너도 알고 있겠지만 인간이 전쟁을 할 때 유독 돋보이는 것이 있었지. 바로 단합력이야. 그 단합력을 통해 엘프에게서 승리를 점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너희 수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거지."

"... ..."

수인에게 있어서 최악의 역사를 언급하자 레오나의 입이 꾹 다물렸다. 나는 그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해줬다.

"하지만 그로부터 300년이 지나고 인간의 숫자는 폭등하고 세력도 다양해졌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정치적으로 분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야. 300년 전의 인간 연합 같은 단합력을 기대하긴 현재로서는 힘들어. 반면 수인은? 수인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인간보다는 훨씬 낫겠지. 상황이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우리 수인이 하나로 단합될 수 있다고?"

"하나의 공통된 목표가 있다면, 마냥 불가능한 건 아니지."

"꼭 전쟁을 할 필요가 있어?"

"응?"

이건 좀 의외의 질문이다. 당연히 전쟁을 할 거라 예상했는데 레오나의 생각을 달랐던 모양이다.

레오나는 내가 얼떨떨해 하는 동안 약간 슬픈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꼭 전쟁을...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인간은 정치를 좋아하잖아? 우리 수인도 그럴 수는 없을까?"

"글쎄. 꼭 안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역사가 그걸 증명하지. 예로부터 힘이 점점 강해지는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세력이 공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 그리고 아까 네가 말했다시피 점점 증가하는 인구를 받치기 위해 국토를 늘려야 된다고 했잖아. 여기서 과연 갈등을 피할 수 있을까?"

"... ..."

내가 팩트를 찔러넣었는지 몰라도 솟아올랐던 레오나의 귀가 추욱 아래로 쳐진다. 표정 또한 급격하게 우울해진 게 괜히 말했나 싶어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의문이 든다. 레오나는 수인이며, 더 나아가 스스로를 사자 수인이라 밝힌만큼 호전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당연히 전쟁을 선택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평화 쪽으로 노선을 잡는 것 같았다.

"레오나."

"... ..."

"너에게 이런 말을 하기에 잔인할 수도 있지만, 본래 현실과 이상은 구분해야하는 법이야. 이상을 현실화시킬 능력자라면, 애니머즈의 국부이자 위인인 히크처럼 역사에 기록됐겠지. 그는 뿔뿔이 흩어진 수인을 한데 모아 국가를 건국했으며 더 나아가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줬어.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상보다는 현실과 타협하여 선택을 해야 돼. 네가 정체를 숨기고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유는 잘 몰라도 그와 연관이 있을 것 같아 충고해주는 거야."

본인의 이상을 이룬 능력자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역사에 기록되기 마련이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레오나가 무슨 길을 가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충고 정도는 해줘야 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괜히 고집을 부려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나갈 것 같았으니.

레오나는 내 말을 듣고 한동안 고민하더니 어딘가 씁쓸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 엄마랑 똑같은 말을 하네. 엄마도 이상과 현실은 명백하게 구분해야 된다고 말씀하셨거든."

"어머니가 현명하시네. 그래서, 마음이 바뀌기라도 했어?"

"일단 졸업부터 한 뒤에 생각하려고. 그나저나 너 정말 말 잘한다? 17살 맞지? 알고 보니 나이가 더 많은 거 아냐?"

"... ..."

농담으로 한 얘기겠지만 괜히 가슴이 찔린다. 레오나는 내가 쓰게 웃자 낄낄거렸다.

나는 분위기도 환기됐겠다,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레오나."

"응."

"너는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유가 뭐야?"

그 질문에 레오나는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답했다.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 ..."

효녀였구나.

"혹시 한 그릇 더 주문해도 될까?"

"야이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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