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난 단지 너를 좋아하는 것 뿐이니까."
마리는 그 말을 하면서 서서히 상체를 뒤로 물리더니 자리에 조용히 착석했다. 그 뒤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빙긋 웃어주기까지. 아름답다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예쁜 미소다.
그동안 나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약 5초 간 눈을 깜빡였다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더듬거렸다. 아까 마리가 용기있게 펼친 그 행동이 내 착각이라면, 지금 내 입술에 느껴진 감촉은 모두 거짓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감각은 절대 착각이 아니다. 찰나의 시간동안 입에 느껴졌던 말랑말랑한 감촉은 뇌리에 선명히 맴돌았다.
'그러니까... 마리가 방금...'
나에게 키스를 한 건가? 진한 딥키스가 아니라 흔히 버드 키스라 불리는 입맞춤을?
도통 믿기 어려운 현실에 아무런 말조차 하지 못 했다. 그러던 중, 마리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쑥쓰럽다는 뉘앙스로 입을 열었다.
"어때?"
"... ..."
"네가 무슨 말을 하던 간에, 이게 내 대답이야."
아, 저 말을 하는 걸 보면 착각이 아니구나.
가볍게 입맞춤을 한 게 맞구나.
마리는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는구나.
...세상에 맙소사.
화악!
3번의 이성적인 판단 이후에 소리없는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내 얼굴은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차마 마리와 눈을 마주치지 못 할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덕분에 나아지기... 기는 무슨,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얽혀졌다.
'진짜로? 리얼리? 실화야?'
위의 상념들만 떠돌아다녔다.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리 되새겨도 마리가 나에게 버드 키스를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키스는 단순한 이성 친구를 넘어 연인끼리나 할 법한 행위.
아직 정식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 저돌적으로 나오니 나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웠다. 전생에서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지만 언제나 내가 리드했지, 여자 쪽에서 나서는 경우는 결단코 없었다.
'어질어질하다...'
머리 끝까지 오른 열기 때문일까.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가끔씩 고혈압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딱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차이점은 그들은 지병이고 나는 일시적인 거지만.
"후우. 후우. 후우."
나는 어떻게든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열심히 심호흡을 했다. 한 번 숨을 내뱉을 때마다 얼굴에 차올랐던 열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세실리의 가슴을 만졌을 때보다 훨씬 심했다. 나도 마리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있어서 그런 걸까. 하물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음습한 '욕망'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 가까웠다.
"후우..."
마지막으로 길게 숨을 내쉼으로서 정처없이 날뛰는 심장을 간신히 진징시킬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열이 완전히 가라앉은 건 아니지만 사고회로가 돌아갈 정도는 되었다.
뒤이어 고개를 천천히 들어 맞은편에 앉아있는 마리를 바라본다. 그녀는 본인이 무슨 행동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하는건지 방실거리기 바빴다.
"...마리."
"응. 응."
내가 이름을 부르자 애교가 듬뿍 묻어있는 음성으로 말하는 그녀. 흔히 '꽃받침'이라는 포즈를 취하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하마터면 다시 한 번 심장에 무리가 올 뻔했으나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쉰 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네가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
"알고 있으니까 한 건데?"
"... ..."
"한 번 더 해줄까?"
마리는 그리 말하더니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여차하면 한 번 더 하려는 모양새다.
그 행동에 나는 손을 뻗어 다급히 그녀를 제지시켰다.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운 거지만 여기서 한 번 더 했다간은 '가볍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이건 마리를 믿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나를 못 믿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세실리의 가슴을 만진 부분까지는 참을 수 있었으나 손가락이 빨리니 본능이 튀어나왔으니까.
강조하지만 나는 절대 고자가 아닐 뿐더러 마리처럼 예쁜 미녀를 좋아하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다.
"하아..."
"히히히."
내가 난감하다는 듯이 한 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던 말던 마리는 방실거리기 바빴다. 마음 같아서는 저 얄미운 볼을 잡아다 쭈욱 늘리고 싶었다.
오늘 내가 하려던 '고백'은 결코 이런 의미의 고백이 절대 아니었다. 단지 마리에게 내가 제논 일대기의 저자라는 걸 알려주고, 그녀와의 관계는 이다음에 천천히 생각할 요령이었다.
헌데 지금은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스노우볼이라고, 식당 입구에서 내가 마리에게 건냈던 멘트가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렇다고 기분이 썩 나쁘냐? 절대 아니다.
오히려 마리가 용기있게 행동한 덕분에 마음을 망설임이 모두 사라졌다.
정말로 내가 마리의 곁에 있겠다면, 그녀의 곁이 어울리는 남자가 되자고.
그리고 나는 그런 남자가 될 수 있다. 아니, 이미 훨씬 전에 자격을 갖췄다.
"...마리."
"왜에~?"
마리는 꽃받침을 유지한 채 애교가득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나는 행복 바이러스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중인 그녀를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푸흐흐..."
그녀가 뿜내는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된 걸까. 뜬금없이 헛웃음이 나왔다.
헛웃음도 평범한 헛웃음이 아니었다. 행복과 진심이 듬뿍 묻어있는 웃음이다.
환생하고나서 마음편히 웃은 적을 꼽자면 가족과 함께 있을 때였는데 지금 그런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지금 내 기분이 미친듯이 날아오르는 중이다.
"진짜 미치겠네. 푸흐흐..."
"왜 미치겠다는 거야?"
"묻지 마. 크흡..."
큰일났다. 말하긴 해야하는데 마리의 얼굴만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바보같은 웃음이 나와버린다.
전생에서 첫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당시에도 이러진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후으..."
다행히 웃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정처없이 날뛰던 심장과 불처럼 타올랐던 얼굴이 대부분 다 가라앉았다.
뒤이어 나는 고개를 들어 마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리는 방실거리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는 중이다.
이제는 정말로 말해야겠지. 그러나 전과 달리 긴장이 훨씬 덜해졌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마리. 내가 전에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지?"
"응."
"그걸 말하기 전에... 우선 이것부터 봐줄래?"
나는 초판이 든 우편봉투를 마리에게 전달했다. 그녀는 본인이 말한 것처럼 이미 짐작하고 있었는지 미소를 유지하며 봉투를 받아 속에 든 내용물을 꺼냈다.
그걸 보며 살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긴장이 풀렸다고하나 비밀을 내 입으로 직접 밝히는 것만큼 긴장되는 건 없을테니까. 심지어 내가 밝히는 비밀은 마리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 ..."
원고를 읽으면 읽을 수록 마리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점차 내려왔다. 그러면서 나를 곁눈질하는 것이 본인도 예상은 했지만 쉬이 믿지 못 하는 반응이다.
나는 마리가 초판을 대충 훑는동안 바싹 말라가는 입술에 혀를 낼름거렸다. 지금처럼 1분 1초가 매우 길게 느껴지던 때는 처음이다.
"하아..."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초판을 빠르게 훑어보던 마리가 원고지를 슬쩍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후련한 것 같기도 한, 묘한 한숨이었다.
이후로 그녀는 한동안 초판에 시선을 고정시키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녀의 푸른빛 눈동자에 약간의 의심이 서려있었다.
"어쩐지 세실리가 너한테 관심이 깊더라더니... 이거였구나?"
"...세실리 누나가?"
"응. 지난 번에 네가 가고 나서 나한테 말했거든. 자기는 너랑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라고. 그때부터 설마하면서 의심하긴 했는데..."
말을 흐린 그녀는 다시 한 번 원고에 시선을 두며 믿기 힘들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진짜일 줄은 몰랐네."
"...정말로 믿는거야?"
"솔직히 믿기 힘들어. 너도 알다시피 세간에는 제논 일대기의 저자를 현자라고 추측하고 있잖아. 너처럼 20살도 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너희 아버지가 붉은 사자로 유명한 사람이니 아마 전부 다 그쪽으로 생각할 걸?"
마리의 말대로다. 레오르트도 사람을 시켜 추적했을 당시 내가 아니라 내 아버지를 저자로 예측했었다.
그런데 마리는 정말로 내가 제논 일대기의 저자라고 확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에 살짝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어째서 나를 제논 일대기 저자로 확정지은 것일까.
"너는 정말로 내가 작가라고 믿는거야?"
"이걸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믿기 힘들었겠지. 네 필기체랑 완전히 똑같은데다가 종이도 변색되기 직전인 걸 보면 꽤 오래 전에 썼다는 걸 알 수 있어."
"내가 변색된 원고지에다가 옮겨적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
"사칭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여기 잉크를 봐. 종이처럼 색이 변하기 직전이잖아. 잉크와 종이가 함께 더럽다면 모를까, 잉크만 깨끗하다면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금방 사칭이라는 걸 눈치채겠지."
"오..."
그럴 수도 있구나. 나조차도 몰랐던 사실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마리는 내 감탄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약간 붉혔다가 헛기침을 토했다. 그리고 원고지를 힐끔거렸다가 타박하는 듯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나저나 관리 좀 잘하지 그러니? 이게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닌지는 알아?"
"음... 잘 몰라."
"그래. 모르니까 이렇게 막 관리하는 거겠지. 하나만으로도 나라에서 걸작을 넘어 국보로 지정될 정도야. 경매에 내놓는 순간 피바람을 넘어 나라 간의 쟁탈전이 벌어질 거라고."
"그정도야?"
끽 해봐야 돈이 썩어넘치는 부자들이 돈지라를 해댈 줄 알았는데 국가 단위로 변모한다니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내 몸값이 높은거지, 초판의 가치는 잘 모르고 있었으니까.
마리는 그런 내 반응에 '이 놈을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다.
뒤이어 그녀는 재차 한숨을 푹- 내쉬더니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오늘 말했었지? 제논 일대기 저자, 그러니까 너는 나라에서 극진히 모셔갈 정도의 거물이라고. 아니지. 거물을 넘어 걸어다니는 문화라고 보면 돼. 원래 문화라는 건 그 나라만의 고유의 특징인데 너는 그 특징 자체가 되는거지. 우리는 제논 일대기의 저자를 가진 국가다! 라고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거야."
"...위험한 건 아니지?"
"너 하기에 따라서 위험해질 수도 있어."
마리가 진지한 얼굴로 충고했다. 나는 역시나라며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
"...응."
"아까 내 대답을 들었겠지만 나는 네가 비밀을 밝히던 상관없어. 하지만 이건 조금 다른 문제야. 나는 네가 불순한 의도로 글을 쓸까봐 걱정 돼. 마족의 인식을 바꾸는 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지만... 제논 일대기 8권 초반부에 나온 이야기 있지? 귀족을 명과 암을 드러난 장면."
다소 논란이 되었던 장면이 마리의 입에서 언급되었다. 그녀도 귀족, 그것도 공작가 일원이니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깨달아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마리의 걱정은 쓸데없는 부분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마리."
"응. 말해."
"난 절대 그런 의도를 담아 글을 쓸 생각은 전혀 없어. 나는 단지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즐거워하면 그만이거든."
내가 여태까지 상황을 피한 이유가 여기서 기인한다. 늘 이야기했지만 나는 전생에서 평범한 웹소설 작가에 불과했다.
정치와는 거리가 먼 직업일 뿐더러 단지 사람들이 즐거워해서 글을 썼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즐거워하기에 꾸준히 글을 쓸 생각이다.
마리가 말한듯이 특정 의도를 담아 쓸 생각은 절대 없다. 마족의 인식이 모조리 뒤바뀐 건 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며 인기가 나날이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중압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싶을 뿐인데.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재미있어하는 반응이 좋을 뿐인데.
"만약 내가 쓴 글 때문에 세상에 해악을 끼친다면, 나는 절대 글을 쓰지 않을거야. 만약 누군가 악의를 담아 억지로 시킨다면 손을 잘라버릴거고."
"... ..."
"과연 이 말을 네가 믿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진심이라는 것만큼은 알아줘. 나는 그냥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면서 즐거워하면 그만이라는 걸."
마음 속에 있던 고민을 모두 털어놓으니 후련해지는 기분이다. 가족에게도 말한 거지만 가족이기에 말할 수 있던 것이지, 타인에게 말하는 건 처음이다.
비록 인지하고 못 했지만, 그만큼 내가 마리를 믿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금 전 그 키스가 기폭제가 되어 신뢰로 변할 수 있던 걸지도.
"...그렇구나."
마리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그 말을 나에게 하는 걸 보니 나를 믿고 있나봐?"
"...아마도?"
"아마도는 무슨 아마도야? 그냥 맞다면 맞는거지. 넌 이런 부분에 솔직하지 못 하더라."
"하하."
나는 마리가 투덜거리자 민망하다는 웃음을 흘렸다. 뾰족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마리도 내 웃음에 기분이 풀렸는지 피식 웃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가족 다음으로 믿는 사람이 나라는 거니까. 혹시 이 사실은 누가 더 알고 있어? 일단 세실리는 알고 있는 것 같고 혹시 리나까지?"
"아니. 리나는 내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를 작가로 생각하는 중이야. 레오르트 님도 마찬가지고."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어째서 리나가 아니라 둘 다 알고 있는거야?"
"그게 있지..."
나는 그때 있었던 일들을 마리에게 모두 설명해줬다. 안 그래도 리나에게 악감정이 있던 마리인데 더 나빠질지 않을까 약간 우려되었다.
그리고 그 우려되어 내 설명이 이어지면 이어질 수록 마리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 보는 내가 무섭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그 년이 진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그래도 일은 잘 풀렸으니 너무 그러진 마. 네 말대로라면 그 분들도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을테니까."
"아마 그러겠지. 하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어. 알겠지?"
"알았어."
"아. 그리고, 하나 부탁할 게 있는데..."
"부탁?"
"그게..."
부탁이라는 말에 내가 의아해하자 마리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본인도 말하기 민망한 듯, 푸른빛이 감도는 흰색 머리카락을 베베 꼬더니 내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얼굴도 미약하게 붉어진 걸 보아 입 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운 듯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의문은 점차 증폭되었다.
마리는 다른 사람과 달리 이상한 부탁을 하지 않을테니 평범한 것일텐데 왜 저러는 걸까. 그 생각을 들 때 쯤 마리가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크흠... 그... 사인 좀..."
"...뭐?"
"사인 좀... 가능할까? 일단 네가 제논 일대기 저자니까... 사인 하나 쯤은 괜찮을 것 같아서..."
"... ..."
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눈만 깜빡이자 마리가 바보같이 웃었다.
"헤헤헤..."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