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헤일로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갖게 된 주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으나 일주일이라는 개념 자체는 전생에서도 고대의 시절부터 이행해왔다.
"으음~ 잘잤다."
오랜만에 늦잠까지 자니 몸도 정신도 개운하다. 뒤이어 기지개를 펴면서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8시 반밖에 되지 않았다. 나름 늦잠을 잤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오늘은 마음 편히 쉬면 끝이다. 어제 원고를 검수하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해서 부랴부랴 퇴고를 거쳤다.
'진짜 하마터면 위험했지."
나는 침대에서 빈둥빈둥거리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책상 쪽으로 바라보니 어제 저녁부터 밤까지 퇴고를 하느라 고생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내가 어제 식당 앞에서 세실리에게 해줬던 말은 모두 원고에 적어놓았던 것들이다. 제논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두 번째 주인공, 진을 위로하기 위해 건낸 말.
그 상황을 통해 진이 내면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니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다. 헌데 하필이면 그 말을 그대로 세실리에게 해버렸다는 게 문제랄까.
결국 약간 수정하는 걸로 대체했으나 뉘앙스는 비슷해서 약간 거슬렸다. 마족의 놀라운 기억력으로는 내가 한 말을 모두 기억할테니 어쩌면 수상함을 눈치챌 수도 있다.
'그때는 뭐...'
우연이라고 적당히 얼버무려야지.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논 일대기의 저자를 경험 많은 현자로 추정하고 있다. 나처럼 20대도 되지 않은 새파란 청소년이 아니라.
나는 배를 긁적였다가 아침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리했다. 주중에는 학식이 지원되지만 주말은 따로 식당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학생에게는 혜택이 주어져서 가격은 싼 편이다.
'그런데 운동은 어디서 하지?'
집에 있을 때는 아침마다 가볍게 운동을 하는 편이었다. 아버지가 매일매일 책상에 앉아있으면 허리도 굽어지고 몸도 뻣뻣해지니 운동을 장려했다.
나 또한 건강을 챙길 겸 겸사겸사 아버지를 따라 열심히 운동했다. 조깅은 기본이고, 굳은 몸을 풀기 위해 다양한 스트레칭을 병행했다.
그 덕분인지 몸의 어딘가 불편하다거나 아픈 곳은 거의 없었다.
가끔씩 일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눈이 건조해져 시력이 하락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러고 보니 여기 연무장이 넓어 보이긴 하던데...'
시간이 날 때마다 아카데미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공용 연무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기사와 마법사를 교육하는 무학이 있는 마당에 연무장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수준이다.
다만 직접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굳이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으니까.
'아침은 운동 끝나고 대충 테이크 아웃으로 먹어야지.'
헤일로 아카데미에는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식당이 몇 군데 존재한다. 식사를 할 시간조차 낭비라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또한 무학생보다는 문학생들이 테이크 아웃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무학생은 몸이 중요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사를 꼬박꼬박하는 편이지만 문학생들은 아니니까.
중세 시대에 웬 테이크 아웃이냐고 할 수 있는데, 의외로 이 세상은 요식업이 잘 발달한 상태다. 다양한 향신료가 존재할 뿐더러 무역도 매우 활발하다.
약간 과장을 보태서 음식만큼은 전생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거리도 있다.
'콜라 같은 탄산 음료는 없지만.'
그것까지 있었다면 화학이나 기계공학도 같이 발달했겠지. 마법으로 탄산음료를 제작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나는 간편하게 운동을 끝내고 샌드위치나 먹어야겠다 생각하며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샤워는 운동을 갔다 와서 할 예정이지만 세수만큼은 생략하지 않았다. 이건 기본이니까.
"어디 보자... 내가 분명 사복을 여기에다가... 아, 있다."
집에서 갖고 온 옷은 몇 벌 없었으나 운동할 때마다 입는 옷은 갖고 왔다. 손재주의 대표격인 드워프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옷의 종류가 전생만큼 다양한 편이다. 트레이닝복은 고사하고 레깅스까지 있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산업혁명의 상징이자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공장'이 없기에 종사자들이 한땀 한땀 열심히 제작해야 한다. 그러므로 트레이닝복이나 레깅스처럼 특수한 재질로 제작한 옷은 더럽게 비싸다.
내가 귀족이어서 망정이지, 평민이었다면 손을 벌벌 떨면서 구매했을 것이다.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기묘한 세계네.'
마나와 마법이 있고, 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까지 있으니 이런 결과를 낳은 듯하다.
이런 미묘한 불균형 때문에 기계공학의 발달이 늦어지는 게 아닐까. 이들은 불편한 걸 마법으로 충당하면 그만이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럼 냉장고나 에어컨 비슷한 온도 조절 장치는 뭐냐고 물을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겠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지 마법사가 아니다.
대충 듣자하니 마법사 쪽에서도 전투와 지원을 분류한다던데 지원 쪽 마법사는 전생의 공학자와 비슷한 걸로 보인다.
'하긴 세탁기나 증기 기관차 같은 건 기계공학이 더 중요하니까. 마법도 한계가 있겠지.'
나는 내 머리색과 비슷한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상쾌한 아침 공기가 나를 맞이해줬다. 정말로 가볍게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일단 연무장부터...'
식당은 미리 생각해 둔 곳이 있으니 나중에 찾아가면 그만이다. 맛이 좋은데다가 가격도 싸서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역시 주말이네.'
나는 공용 연무장으로 걸어가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교복보다는 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야. 저거 맛있어 보이는데 갈까?"
"가자. 가자."
"샐리 님! 같이 가요!"
"빨리 따라와, 케이! 이거 엄청 재미있어보여!"
귀족은 누가 봐도 공들여 제작한 티가 나는 옷을, 평민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있다.
가끔씩 나처럼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는데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뛰는 중이다. 행인들도 그 사람을 한 번 보기만 하지, 그 이흐부터는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헤일로 아카데미 내에서는 익숙한 풍경인 듯했다.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즐기기에 바빴다.
'대학교 번화가랑 비슷하구나.'
주중에는 강의가 끝나면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숙소로 직행한 것도 있지만 오가는 사람의 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주말이 되니 사람도 북적북적하고 활기로 넘쳐갔다.
거기다 평소 잘 보지 못 했던 종족들도 드문드문 보였는데, 미의 화신이라 일컫는 엘프는 물론이고 드워프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수인만큼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마족은 뭐...'
헤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마족은 세실리밖에 없으니 당연히 없을 것이다. 수인이 없는 이유는 현재 인간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일 일 것이다. 왜 좋지 않냐면 역사를 뒤져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며 하염없이 걷고 있을 즈음, 머지않아 내가 원하던 공용 연무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공용 연무장 입구 앞에.
"...진짜 크긴 크다."
말 그대로 '공용' 시설이라 그런지 축구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대강당도 큰 편이었는데 공용 연무장은 그것보다 훨씬 큰 수준이다.
건물 형식은 전체적으로 콜로세움과 유사했으며 방어 마법을 떡칠했다고 입학식 때 설명했으니 아마 튼튼함으로 따지자면 최상위일 것이다.
"어라? 아이작?"
"응?"
내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공용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그에 나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누나?"
긴 남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 남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미녀이자 내 친누나, 니콜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나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팔짱을 끼더니 의문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여기는 웬일이야? 설마 운동하려고?"
"아, 응. 간단하게 운동하려고 왔어."
"음..."
니콜은 내 대답을 듣고 공용 연무장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더니 다시 나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될 걸?"
"엥? 어째서?"
"저긴 연무장이잖아. 무술을 펼치는 장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몸을 풀기 위해 적합한 곳은 절대 아니야. '단련'이라면 모를까."
"간단한 운동도 못 하는 거야?"
"가능하기는 한데..."
그녀는 설명하기 난감하다는 듯, 턱을 긁적거리며 공용 연무장을 바라보더니 애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뭐랄까... 워낙 이상한 녀석들이 많아서. 남 괴롭히는 걸 즐기는 녀석들도 있거든."
"어떤 식으로? 갑자기 장갑을 던지면서 대련하자거나..."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거니?"
내 물음에 니콜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대신 니콜이 언제적 이야기냐고 반문하는 걸 보면 그런 문화 자체는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 건 없고, 애들이 장난을 좀 짓궂게 친다고 생각하면 편해. 특히 신입생한테 그러는 편이고."
"혹시 무학생 말고 문학생들도 찾아와?"
"응. 평민은 몰라도 귀족은 꽤 많이 찾아와. 보통 자기 가문에서 기본적인 무술은 배우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네가 특이 케이스인 거야."
니콜의 설명처럼 나는 기초적인 무술조차 거의 모른다. 정확히 따지자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또한 마나를 컨트롤해서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까지는 가능하나 그게 끝이다. 전생에서도 몸을 거의 쓰지 않았는데 판타지 세상에 환생했다고 다를 건 없었다.
집중력 하나는 아버지도 놀랄만큼 상승했지만 체력이 받쳐주질 못 하니 말짱도루묵이었다.
"그래도 한 번 들어갈래. 누나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해졌어."
"에휴. 말하지 말 걸 그랬나? 괜히 말했네."
니콜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더니 허리에 손을 척 얹으며 말했다.
"알겠어. 경험 삼아 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대신 안으로 들어서면 널 도와주기는 힘들거야."
"왜?"
"학생들이랑 대련해야 하거든. 누나가 조교인 거 잊었어?"
"아. 그렇지 참."
무학에서 조교를 맡는다는 건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니콜은 현재 데이브와 함께 헤일로 아카데미에서 조교로 활동 중이다.
만약 무슨 역할을 하는지 감을 못 잡겠다면 대충 무술 사범이라고 보면 편하다. 체력이 소진되어도 학생이 대련을 원하면 꿋꿋이 나서야하므로 육체적으로 꽤 고된 일이다.
나는 그녀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불현듯 생각난 게 있어 입을 열었다.
"그럼 대련하는 거 구경해도 되는거야?"
"구경 정도는 괜찮아. 책에 쓰려고?"
"응."
"알았어. 그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나는 니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공용 연무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내 기대와 달리 구조는 의외로 매우 간단했다.
성별에 따라 라커룸과 샤워실이 나뉘어져 있었으며,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훈련용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병장기가 배치돼 있었다. 호기심에 검 하나를 빼니 역시 훈련용이라 날은 세워져 있지 않았다.
내가 훈련용 철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 갈림길 앞에서 멈춘 니콜이 나에게 물었다.
"어디부터 볼래? 대련장 아니면 운동장?"
"응? 운동하는 곳이 따로 있어?"
"당연하지. 운동하는데 옆에서 대련을 해봐. 제대로 될 리가 있겠어? 위험하기도 하고."
"그럼 운동장부터 갈래."
공용 연무장에 온 이유도 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니콜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아참. 미리 말하는데, 보고나서 위축되지 마. 알겠지?"
"알겠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니콜이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후우...! 후우...!"
"이야! 잘 한다! 잘 한다! 더 빨리 끌어!"
"마이크! 너 이거 지면 나한테 큰일날 줄 알아!"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나는 운동장에 입장하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벌어진 턱을 다물 수 없었다. 정말로 내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우선 상황 설명을 하자면 각각 두 남자가 허리에 줄을 묶고 쇳덩어리를 질질 끌고 가는 중이었는데, 크기가 어찌나 큰지 거의 집채만하다. 그런 쇳덩어리를 고작 사람 한 명이 끌고 가는 중이다.
"이거 말고 더 큰 거 들고 올까?"
"이정도면 충분해. 시작한다."
"... ..."
하지만 다른 쪽도 만만치 않았다.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등 위에다가 무쇠덩어리를 얹는 사람은 양반이고, 턱걸이로 예술 행위를 펼치는 사람도 널려있었다.
공통점이라면 남녀노소, 그리고 종족 구분할 것 없이 육체미를 온전히 드러내는 복장이라는 걸까. 남자는 대부분 옷통을 깐 상태고 여자들은 전부 민소매다.
덕분에 눈이 즐겁긴 하다만 그것보다 정말로 저들이 사람이 맞긴 한 건가라는 의심부터 들었다.
내가 입을 벌리며 경악하고 있는 사이, 니콜이 한 쪽 입꼬리를 쭈욱 올리며 내게 물었다.
"어때? 대단하지?"
"... ..."
"여기서 운동할 생각이 있다면 말리진 않을게."
"...아냐. 그냥 밖에서 뛸게."
차마 저 괴수들 사이에 낄 용기가 나질 않았다. 니콜은 괜찮다는 듯이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럼 누나가 대련하는 모습 1시간 정도 보고 운동하러 가. 알겠지?"
"응."
결국 운동장에서 발걸음을 돌려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나마 대련은 마음편히 볼 수 있을테니 안심이 된다.
'다음부터는 수첩이랑 마법필도 들고 와야겠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건 천지차이다. 더군다나 다소 빈약했던 제논 일대기의 전투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아쉬운대로 머리로 기억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걸 기회로 삼아 매주마다 오면 좋을 듯했다. 때마침 누나도 조교이니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나저나 통로가 꽤 기네.'
안전을 위해서인지 대련장으로 향하는 통로는 상당히 길었다. 또한 출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쇠와 쇠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는데 이미 한바탕 대련이 진행 중인 모양이다.
이윽고 나와 니콜이 출구에 다다랐을 때 즈음이었다.
후웅!
느닷없이 어떤 한 물체가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내가 그 소리를 인지했을 쯤이었다.
텁!
바람을 가르며 세차게 날아오던 물체는 머지않아 내 눈앞에서 멈추었다. 내가 손을 올리기도 전에 니콜이 잽싸게 막아준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눈을 깜뻑거렸다가 니콜이 막아준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냥 단순한 공이었다. 말랑말랑할 것 같이 생긴 공. 그런데도 상당히 빨리 날아와 내가 잡기도 전에 니콜이 먼저 잡아챘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눈을 깜빡이며 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슬쩍 니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 반응이 좀 느린 것일 수도 있지만 니콜도 대단한 반응 속도였다.
"...이 새끼가 진짜... 이런 거 하지 말래도...!"
그러거나 말거나 니콜의 인상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동생으로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며, 또 처음 들어보는 욕설이었다. 그리고...
"아~ 미안. 미안. 내가 던진 공이 그쪽으로 날아가버렸네."
출구 밖으로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