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 167
작은 방안을 빼곡히 채운 것은 신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것인지, 테오도르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 귓가에 들리는 숨소리는 나의 것인지, 내 가슴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는 과연 누구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의 입술과 내 입술이 닿아 있었다.
테오도르의 가슴에 내 가슴이 납작하게 짓눌려 있었고, 발딱 솟은 두 점도 마치 키스라도 하듯 마구 비벼지고 엉켰다.
딱딱한 테오도르의 장골이 몇 번이나 부딪힌 자리가 아플 법도 했건만, 전신을 타고 흐르는 쾌감과 어지러움에 묻혀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읏!”
또다시 눈앞에서 번개가 튀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하늘도 보이지 않건만 이 침대 위에서만 벌써 몇 번째 벼락이 내렸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땀에 젖은 테오도르를 꽉 붙들고 매달렸다.
“…… 흣!”
그러면 테오도르는 더욱 세게 아래에서 위로 나를 치받아 올렸다. 그 움직임에 저절로 허리가 튀었다.
도저히 내 안에 고여 있지 못하는 감정들이 신음과 숨결이 되어 바깥으로 흘러넘쳤다.
“레나티스…….”
“흐…… 아…….”
일부러였다. 분명히 일부러였다.
귓가에 내 이름을 속삭이며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면, 내가 자신에게 더욱 꼭 매달린다는 것을 알고 그러는 것이었다.
테오도르가 그렇게 내 이름을 부르면, 저절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고 뱃속이 조여들었다.
“흣……!”
테오도르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내 귓가에 신음을 흘려 넣었다. 그러면 그 소리에 나는 또 반응하고야 말았다.
나는 그에게 반응했고, 그 반응에 테오도르는 다시 반응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또 반응했다. 나는 그의 미모사였고, 그는 나의 미모사였다.
“아흣!”
“큿!”
내가 견디지 못하고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테오도르를 꽉 끌어안은 것과 온몸에 힘이 들어간 테오도르가 그대로 굳어버린 것,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신음이 두 입술에서 터져 나온 것은 모두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간이 멈췄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눈앞은 그저 새하얀 빛만이 가득했고, 숨소리로 가득했던 방안은 그저 고요했다. 가열하게 움직이던 테오도르와 나는 순간 동상이라도 된 듯 굳어 있었다.
“아…….”
“하…….”
그 찰나의 순간 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동시에 숨을 토해냈다.
나는 내 등이 침대에 털썩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서야 그동안 내가 테오도르에게 거의 매달리듯이 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침대에 등을 눕히자, 부드럽게 테오도르가 내 위에 무너져내렸다. 기분 좋은 무게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두 개의 가쁜 숨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고, 마치 달리기를 하듯 미친 듯이 뛰던 심장도 천천히 제 템포를 찾아갔다.
조금 전의 격정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방안은 그저 평화롭고 나른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레나티스.”
부드럽게 내 어깨에 입을 맞추고, 내 볼에 자신의 이마를 비비며, 테오도르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애정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몸짓에는 조금 전까지 나를 몰아붙이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아니, 그 흔적이 아직 남아 있긴 했다. 테오도르는 여전히 바싹 붙어 있는 자신의 하체를 은근히 비비적거렸다. 그 움직임에 민감한 안쪽이 움찔 떨렸다.
너무나 예민해진 내 몸이 어쩐지 부끄러워 나는 테오도르가 내가 이랬다는 것을 모르기를 바랐다.
“이상해.”
쪼듯이 내 어깨에 입을 맞춘 테오도르가 중얼거렸다.
“뭐가 이상한데요?”
되묻는 내 목소리야말로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왜 그런 목소리가 나왔는지 짐작이 가서 얼른 입을 다물고 얼마 없는 침을 그러모아 꼴깍 삼켰다.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
테오도르의 입술은 이제 어깨를 넘어 쇄골 근처에 가 있었다. 다시 한번 그가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내 피부에 그의 입술이 머문 시간이 조금 길었다.
입술만 닿은 것이 아니라, 입 안의 점막까지 닿았는지 축축함이 살짝 느껴졌다.
조금 전의 행위로 땀이 나서 짜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려는 찰나였다.
“했어도 더 하고 싶고, 닿아 있어도 더 닿고 싶어.”
테오도르의 입술이 조금 전보다 더 아래에서 느껴졌다. 그러니까 좀 더 가슴에 가깝게 말이다.
어느새 테오도르는 한 손으로 침대를 받쳐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허벅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그냥 온종일 이렇게 네 안에 있고 싶어.”
자기가 한 말이 진심이라는 증거를 대고 싶어서였을까? 내 안에 있던 테오도르가 은근히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분명 버드 키스로 시작했던 입맞춤은 점점 더 진득해졌고, 내 가슴을 향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허벅지에 닿아 있던 손 역시 점점 더 안쪽으로 들어왔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손길은 어느새 힘이 들어가 바깥으로 다리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왜?”
자신은 정말 그게 왜 곤란한지 모르겠다는 듯이 테오도르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순진무구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야…….”
차마 그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내가 망설이자, 테오도르는 재촉이라도 하듯 내 가슴을 덥석 물었다.
“읏!”
이미 테오도르가 잔뜩 물고, 핥고, 씹어서 부어오른 그곳에 단단한 치아와 말캉한 혀가 닿자 거의 반사적으로 나는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동시에 저절로 뱃속이 조여들었다.
“너도 사실은 그러고 싶은 것 같은데?”
천천히 내 안에서 부피를 키우며 테오도르가 말했다.
또다시 시작된 연쇄반응이었다. 테오도르가 나를 자극하고, 내가 반응하고, 내 반응에 다시 테오도르가 반응하며, 그 반응에 다시 내가 반응하는.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
“하아…….”
뱃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숨이 토해져 나왔다. 테오도르의 말이 옳았다.
나 역시 이 도돌이표가 계속해서 되돌아오기를 바랐다.
“온종일 이러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테오도르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널브러져 있던 손을 들어 테오도르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그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제 마음은 항상 이 안에 있어요.”
은근히 움직이고 있던 테오도르의 허리 짓이 멈췄다. 짓궂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얼굴에선 표정이 사라졌다.
대신 그의 보라색 눈에서는 약간의 당황과 약간의 놀람이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테오도르의 얼굴에 봄날의 햇살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나도.”
고개를 내려 테오도르가 내게 입 맞췄다.
“나도 항상 네 안에 있어.”
* * *
우리가 저택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이었다.
“카르오 대공님!!”
그 누구보다도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오르디였다. 정확하게는 테오도르를.
그는 거의 울 듯이 감격한 표정으로 테오도르를 불렀고, 그 옆에서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클레어는 그런 오르디를 보며 눈물이 쏙 들어가 버린 듯했다.
“정말, 지금 돌아오셔서, 저는, 정말…….”
“고생이 많았어.”
테오도르가 가볍게 오르디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대공님…….”
어? 방금 오르디의 눈가에 진짜로 뭐가 반짝인 거 같은데?
“일단 집무실로 가서 이야기하지.”
“네. 알겠습니다.”
아…… 아깝다.
테오도르를 보자 아주 잠시 이성을 놓았던 오르디는 집무실로 가서 마저 이야기하자는 말에 다시 이성을 되찾은 듯했다.
오르디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한 얼굴로 돌아와 버렸다.
“방에 가서 쉬도록 해. 그것들도 갑갑할 테고.”
거의 습관처럼 테오도르를 따라가려던 나를 향해서 그가 말했다. 테오도르가 말한 ‘그것들’이란 당연히 가방 안에 든 슬라임들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귀환하기 위해서 굉장히 서둘렀던 데다가, 늦은 시간이었다.
당연히 피곤했고, 얼른 씻고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대충 알아서 해.”
그리고 인스트도 마찬가지였는지, 뭔가 물어보는 고용인에게 손사래를 치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
오르디와 함께 집무실로 가려던 테오도르가 갑자기 발을 멈추더니, 다시 뒤를 돌았다.
덕분에 일단은 같은 방향이었던 나도 움찔해선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내가 말한 방은 네 방이 아니라, 내 방이야.”
테오도르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아주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혹시나 생길 착오나 오해는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듯이.
“넵.”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