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 166
몸에 닿은 바지가 느슨해졌다고 느낀 순간, 커다란 손이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우악스럽게 바지를 붙든 손이 거칠게 아래로 그것을 끄집어 내렸다.
그에 반해 나는 테오도르의 바지 끈을 겨우 풀어낸 상태였다.
자기들끼리 꼬여있는 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은 순간, 테오도르의 커다란 손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얇은 슈미즈 너머로 그의 손과 손가락과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
순식간에 몸이 떠올랐다. 손끝에 걸려 있던 끈이 나와 함께 딸려 올라가다 어느 순간 허공으로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분명 내 위에 있던 테오도르의 입술이 어느샌가 내 아래에 있었다. 내가 입술을 아래로 내리려는 순간, 시선이 다시 빙글 돌았다.
어지러이 눈앞의 광경들이 흐트러졌지만, 오로지 단 하나. 테오도르의 얼굴과 시선만은 그대로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뒷배경은 조악한 그림 액자에서 빛바랜 커튼으로, 또 여관방의 구석진 모서리로 바뀌다, 결국 마지막엔 천장으로 고정되었다.
귓가에 베갯잇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보다 내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럴지도 몰랐다.
너무 오래간만이었다. 이렇게 테오도르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도, 둘만의 이런 분위기도, 그리고 이제부터 해야 할 일도.
너무 오래간만이라서, 마치 처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테오도르.”
그리고 어쩌면 테오도르도 그럴지도 몰랐다. 나만큼이나 뜨거운 눈빛을 하고, 또 나만큼이나 갈증 어린 표정을 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더는 말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내 목소리만으로, 이름을 부른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그래. 여기에 있어.”
그는 조금 전에 조급한 키스를 한 남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치 내가 자신을 부르면 언제든 기꺼이 이렇게 대답할 거라는 것처럼.
테오도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곳에 스며들 듯 그가 닿아왔다.
내 다리 사이에는 단단한 허벅지가 틈을 만들어내며 끼어들었고, 배꼽에는 단단한 복근이 닿아왔다.
그리고 그의 그림자가 마지막으로 어른거리던 목덜미에 테오도르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으흣……!”
테오도르의 입술이 목덜미를 가득 베어 물자 날카로운 아픔과 함께 짜릿한 감각이 그곳에서부터 퍼져나갔다.
내 입술에서는 작은 비음과 숨소리를 한꺼번에 토해냈다.
그리고 내 목소리는 다시 테오도르의 어딘가에 버튼을 누른 듯 했다. 그는 연거푸 목덜미를 베어 물었고, 자극은 점점 더해갔다.
한 입, 한 입, 베어 문 입술이 쇄골까지 다다랐을 때, 내 숨소리는 이미 가빠 있었고, 손은 어느새 시트를 그러모아 잡고 있었다.
“하아…….”
마치 종이 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듯, 테오도르가 내 가슴께에서 뜨거운 숨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 숨에 반응하듯, 내 가슴이 위로 들썩였다.
얇디 얇은 슈미즈마저 방해가 되었는지, 테오도르의 손이 허벅지쯤에 걸쳐있던 슈미즈의 끝자락을 잡고 위로 걷어 올렸다.
말아 올려진 옷은 조금 전 테오도르가 입을 맞췄던 쇄골께에서 구겨진 채, 내 숨소리와 함께 오르락내리락했다.
힐끗, 아래를 내려다보자 슈미즈 아래에서 팽팽하게 실루엣을 드러내던 정점이 부끄러울 정도로 빳빳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본 것은 그저 찰나였다.
한쪽은 테오도르의 커다란 손이 그것을 덮으며 내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잡았고, 다른 한쪽은 테오도르가 제 입안으로 삼켜냈기 때문이었다.
“흐읏!”
저도 모르게 입술에서 작은 한숨과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가슴을 움켜쥔 손은 뜨거웠고, 닿은 혀는 더욱 뜨거웠다.
테오도르의 손이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가슴을 주무를 때마다 오뚝 선 정점이 짓눌리며, 은근한 쾌감을 퍼트렸다.
다른 쪽은 테오도르가 혀를 댄 채, 강하게 빨아올려 날카로운 쾌감을 찔러 넣었다.
“아흣……!”
강도가 다른 쾌감이 동시에 몸을 자극하자 저절로 허리가 뒤틀렸다.
저도 모르게 하체를 움직이자 부드러운 허벅지에 단단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것은 내 피부가 닿자 움찔거렸고, 그와 동시에 테오도르의 단단한 이가 내 가슴을 콱 깨물었다.
“읏!”
제법 날카로운 아픔에 신음을 흘리던 입술이 닫히며 억눌린 비명을 뱉어냈다.
그 소리를 들은 테오도르가 혀로 조금 전에 자신이 깨물었던 보드라운 가슴과 그 가운데를 핥아 올렸다.
물기를 머금어 아까보다 퉁퉁해진 정점이 가볍게 퉁겨지며 흔들렸다.
그 감각에 다시 허벅지가 안쪽으로 모여들었다. 단단한 테오도르의 허벅지를 스치고, 그것만큼이나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허벅지에 닿았다.
“안돼. 레나티스.”
조금 전까지 가슴에 얹어져 있던 테오도르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내 허벅지를 부드럽게 짓눌렀다.
저도 모르게 세워져 있던 다리가 다시 얌전히 침대로 내려왔다.
“날 너무 자극하지 마. 난 지금도 충분히 미칠 것 같으니까.”
테오도르의 입술이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그의 타액이 어느새 식어버려 서늘함을 느끼고 있는 쪽이 아닌, 반대쪽이었다.
테오도르는 마치 차별 없이 쌍둥이를 똑같이 예뻐해 주는 것처럼 조금 전과 똑같이 내 가슴을 입안으로 머금었다.
입술을 오므려 그것을 빨아당기고, 혀를 넓게 펴 핥아 올리고, 이와 혀 사이에 그것을 끼워 넣어 아프도록 자극하는 것까지 공평했다.
“하으읏!”
그러니 나 역시 아까와 똑같이 신음을 흘리고, 다시 허리를 뒤트는 수밖에 없었다.
“너는 모를 거야.”
아니, 모든 것이 같지는 않았다.
작게 속삭이는 테오도르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욱 탁해져 있었고, 내 입술에서 나오는 숨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거칠어져 있었다.
“내가 얼마나 널 만지고 싶었고,”
허벅지를 잡은 테오도르의 손이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나를 쓰다듬었다.
“내가 얼마나 너에게 입을 맞추고 싶었고,”
어느새 아래로 내려온 테오도르의 입술이 내 배꼽께에 입술을 맞췄다. 그 간지럽고 찌릿한 감각에 나는 또 짧은 숨을 들이켜야 했다.
“흣!”
“네 그런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었고,”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다른 한 손이 부드럽게 내 다른 한쪽 허벅지를 잡고 옆으로 밀어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너를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테, 테오도르 님!”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그의 숨결이, 입술이 내 몸의 어디에 닿았는지 깨달은 순간, 나는 깜짝 놀라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내 예상처럼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검은 머리카락을 보며 더욱 놀랐다.
“오랜만이니 네가 다칠 수도 있어. 그러지 않으려면 이 방법이 제일 빠를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테오도르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거, 거긴…… 아흑!”
안된다는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목소리보다, 숨결보다, 입술보다 더한 것이 그곳에 닿고 말았다.
테오도르의 혀가 닿은 순간, 날카로운 비음이 목소리를 뚫고 나왔다.
아래에 닿아오는 습한 숨과 뜨거운 혀에, 그리고 그것이 아래를 휘젓는 감각에 어쩔 수 없이 허리가 위로 솟구쳐 오르고, 머리가 베개를 짓누르며 비벼졌다.
더럽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생리적인 수치심이 그를 말려야 한다고 입술을 벌렸지만, 본능적인 감각이 내 목구멍을 콱 틀어막고서 그것을 말리고 있다.
“흐읏! 읏! 하읏!”
결국 내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그저 신음이었고, 그저 교성이었다.
그리고 테오도르는 그런 내가 잘하고 있다는 듯, 내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때마다 더욱 정성스럽게 그곳을 핥아 올렸다.
마침내 어느 한순간이었다. 허벅지가 꽉 조여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불을 긁어대던 발바닥이 달라붙어 버린 듯, 딱 멈췄다.
“아…… 아아…… 아…….”
마치 뭍으로 나온 물고기가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펄쩍 가슴을 들어 올린 채 나는 숨을 내쉬지 못하고, 들이쉬기만 했다.
바닥에 달라붙어 버린 발과는 반대로 손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의미 없이 허공을 휘저었다.
“여기에 있어.”
그런 내 손을 붙잡은 것은 테오도르였다. 테오도르가 내 손목을 붙들자, 내 손안에도 테오도르의 손목이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꽉 쥐었다. 그러자 숨이 쉬어졌다.
“하아아…….”
깊고 긴 한숨처럼, 마침내 숨이 토해져 나왔다. 동시에 온몸을 꽉 조이고 있던 힘이 천천히 풀렸다.
“레나티스.”
힘이 풀어진 나와는 달리 테오도르는 아직 내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그는 늘어진 내 손을 살짝 잡아당기며 내 쪽으로 바싹 붙어 앉았다. 그러자 조금 전에 내 허벅지에 닿았던 그 무언가가 다시 닿았다.
그것은 그때보다 더 뜨겁고, 더 단단해져 있었다.
“레나티스.”
억눌린 본능에 탁해진 음성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부름에 고개를 들자, 욕망으로 얼룩진 테오도르의 눈이 보였다.
조급하게 기다렸던 때를 드디어 맞닥뜨리자 테오도르는 오히려 차분해 보였다.
그리고 나 역시 그건 마찬가지였다. 모였던 열기를 한번 터트리긴 했지만, 아직이었다. 내가 정말로 바랐던 순간은 지금부터였다.
“테오도르 님.”
조용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테오도르의 목을 감싸 안았다.
살짝 땀에 젖은 피부가 내 손바닥에 달라붙었고, 은은한 열기를 품은 체온이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테오도르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레나티스…….”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바라보며, 테오도르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