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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165화 (165/169)

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 165

-똑똑

여관 복도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해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상했다. 뭔가 나쁜 짓을 하려다가 들킨 아이 같은 심정이었다. 착하게 노크만 했을 뿐인데.

“무슨 일…….”

문이 열리고, 테오도르가 보이고, 노크한 것이 나라는 걸 그가 확인한 순간 말을 멈추자, 그 기분이 더해졌다.

“레나티스?”

잠시 날 쳐다보고 있던 테오도르가 내 이름을 확인하듯 불렀다.

“네. 레나티스 그라티아입니다.”

테오도르가 내 이름을 부른 것이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하게 나는 답변을 해주었다.

“일단, 들어가도 될까요?”

그리고 슬쩍 테오도르의 어깨너머로 방을 쳐다보며 물었다.

1층 선술집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환기창을 열어놓아 싸늘한 복도와는 달리 방안은 따뜻하고 아늑해 보였다.

“아, 그래.”

테오도르는 옆으로 살짝 비키며 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었다. 발을 내디뎌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테오도르가 문을 닫았다.

-탁.

이상하게도, 문 닫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지만 못 들은 척을 하며 나는 방을 구경하는 척을 했다.

슬라임들에게 점령당해버린 내 방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방이었는데도 말이다.

“스기엔과 그 하늘색 슬라임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비켜줬어요.”

내가 방에서 쫓겨난 이유를 말하며, 뒤를 돌아보자 아직 문가에 선 테오도르가 보였다.

“슬라임이 사적인 대화를 나눈다고? 그 사적인 대화가 뭔데?”

“내용을 알리고 싶지 않으니까, 사적인 대화겠죠?”

내 대답에 테오도르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궁금해서인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은데 비밀로 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내 생각엔 후자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저도 테오도르 님과 사적인 대화를 좀 나눌까 해서요.”

나는 눈앞에 놓인 물병을 들어 잔에 따랐다. 투명한 액체가 쪼르륵 흘러나왔다.

“테오도르 님도 드릴까요?”

내 질문에 테오도르는 아무 말 없이 내 앞에 앉았다. 그게 달라는 의미리라 짐작하고 나는 그의 앞에도 물을 한잔 따랐다.

“이렇게 둘만 있는 것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그런 것 같군.”

내 짐작이 맞았던지 테오도르는 내가 따라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마지막이 그 꼬마의 방이었지?”

“네. 맞아요. 안젤라의 방이었죠.”

나는 웃으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방이 그리 건조하지 않았는데, 괜스레 입술이 말랐다.

“인간끼리 나누는 사적인 대화는 어떤 거지?”

어느새 테오도르의 몸은 내 앞으로 기울이고 팔은 테이블에 얹은 채, 턱을 괴고 있었다.

고개가 살짝 뒤로 기운 터라, 반쯤 내리깐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섹시했다.

“지금부터 저희가 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어쩐지 유혹적인 테오도르의 눈빛이 아주 조금 부담스러워서 나는 슬쩍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래? 그럼 넌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테오도르가 살짝 고개를 기울이자, 갑자기 백단향이 훅 끼쳐왔다. 그제야 나는 테오도르 역시 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함께 저녁을 먹고 각자의 방으로 올라간 시간이 똑같으니 씻은 시간도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테오도르는 나보다 훨씬 빨리 씻은 데다가, 머리도 짧아서인지 머리카락이 거의 다 말라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어쩐지 테오도르가 섹시해 보인 이유를.

막 씻고 나와서 촉촉하고 매끄러운 피부에, 따듯한 물에 담갔다가 나온 사람의 특유의 나른한 눈빛이 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내 후각을 자극했던 백단향까지.

“테오도르 님은 무슨 향수를 쓰세요?”

“향수?”

슬쩍 눈썹을 올리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심장이 방망이질했다. 저기서 왜 내 심장이 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랬다.

“네. 냄새가 좋더라고요.”

“그래?”

냄새가 좋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던지, 테오도르가 슬쩍 웃었다. 어쩐지 나른하고, 만족감이 가득한 미소는, 이상하게도 또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럼 비밀로 하지.”

“네? 왜요?”

“그래야 네가 이 냄새를 맡고 싶으면, 나에게 올 테니까.”

테오도르는 또 웃었다. 눈꼬리를 접고,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테오도르가 한번 몸짓할 때마다, 나를 보며 웃을 때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관능적이다고 느끼는 이유를.

테오도르는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해도 될까?”

나는 살짝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이 들으면 좀 그런, 사적인 질문을 해도 되겠지?”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더욱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티스.”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바라보는 눈빛이, 내 이름을 부른 입술이, 모두 유혹적이었다.

“그날은 끝났어?”

테오도르의 질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숨 쉬는 것을 잊었다. 질문의 의미는 명백했다.

“……네.”

간신히 숨을 토해내며, 나는 대답했다.

“그래?”

테오도르가 또 웃었다.

“마침 잘됐네. 나는 광증이 끝났거든.”

너무 예쁘게, 너무 유혹적이게, 테오도르가 웃었다.

“알아요.”

홀린 듯이 그 모습을 쳐다보다가 대답하는 것을 잊을 뻔했다.

“그래서, 왔거든요.”

방금 내 목소리가 떨렸던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말을 들은 테오도르의 눈이 놀란 듯 살짝 커졌고, 이내 예쁘게 접혔으며, 순식간에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는 것이었다.

.

.

.

오랜만에 키스는 조급했다. 마른 입술이 성급하게 타액으로 젖어 들었고, 성마른 혀는 예고도 없이 깊숙하게 안으로 침범했다.

그리고 나는 그 조급한 키스에 기뻤다. 테오도르가 이만큼이나 나를 기다려왔다고, 이렇게나 참고 있었다는 것이, 이토록 나를 원한다는 것이 참으로 기꺼웠다.

그의 커다란 손이 내 허리를 더듬는다고 느껴진 순간, 뱀처럼 스르륵 그의 손이 바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셔츠 자락을 붙잡고 들어올 때처럼 미끄러지듯 밖으로 나왔다.

테오도르가 사주었던 셔츠는 힘없이 구겨지며 위로 들어 올려졌다.

허리에서 배꼽, 상복부까지 허물을 벗는 뱀처럼 셔츠가 벗겨지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서 든 생각이라고는 테오도르가 이걸 머리까지 올리면 입술을 떼어내야 할까? 라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러고 싶지 않아서 든 생각이었다.

그가 네 입술을 가득 머금고 빨아당기는 것이 좋았다. 내 입안을 제멋대로 휘젓는 혀도 좋았다.

아리도록 내 혀를 빨아당기는 것도, 그러고선 너무 조급했던 것을 사과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혀를 비비고, 입을 맞추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테오도르는 입술을 떼어냈다. 아쉬움에 내 입술이 저절로 벌어지는 순간, 아주 빠르게 셔츠가 내 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벌어진 입술에 이내 그의 입술이 맞닿았고, 순식간에 혀가 다시 미끄러져 들어왔다.

다시 닿은 입술에 만족감이 깃들었다. 잠시 떨어졌던 찰나를 메꾸려는 것처럼 테오도르는 아까보다 더욱 깊숙이 내 숨을 빨아당겼다.

그러자 마치 그 숨이 뱃속 깊은 곳과 연결된 것처럼, 배 안쪽이 찌릿해졌다.

입술과 혀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가득 덧발라져 있고, 입안에는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이 가득한데도, 목이 마른 느낌이었다.

목 안이 바싹 타서 조금 더, 조금 더, 조금만 더, 라며 내 몸이 테오도르를 원했다.

마치 이 갈증을 해소해줄 유일한 사람이 테오도르인 것처럼.

나는 나의 오아시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레나티스?”

맞닿은 입술과 마찬가지로 내 입안에서 채 빠져나지 못한 혀 때문에 살짝 뭉개진 발음으로 테오도르가 나를 불렀다.

그 바람에 테오도르의 셔츠 단추를 풀고 있던 손에 힘이 바싹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팅!

테오도르의 셔츠에 달려 있던 단추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손이 멈추고, 시선이 단추를 따라서 돌아갔다.

탁, 또르르.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방 어딘가로 날아간 단추가 어딘가에 떨어져서 어딘가로 굴러가 버렸다.

“…….”

테오도르는 말없이 가운데 단추가 날아가 버린 셔츠를 내려다보았다.

“아, 그…… 죄송해요. 나중에 찾아서 제가 달아…….”

단추를 찾아서 달아드리겠다는 말은 채 완성되지 못했다. 테오도르가 제 입술로 내 입술을 막아버린 탓이었다.

다시 시작된 키스는 아까보다 더욱 거칠고, 격렬했다. 마치 나를 한입에 꿀꺽 잡아 삼켜야지만 멈출 것만 같은 키스였다.

동시에 테오도르의 손이 다시 내 바지춤에 닿았다. 아까처럼 매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급한 사람처럼 테오도르는 양손으로 내 바지의 끈을 풀러 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테오도르가 나를 원하는 만큼, 나도 그를 원했다. 그가 급한 만큼, 나도 그랬다.

가만히 옷을 벗겨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얌전히 그가 옷을 벗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에게 닿고 싶었다. 테오도르의 매끈한 피부가 내 살결에 닿기를 원했다. 내 품 안에 백단향을 가득 안기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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