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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148화 (148/169)

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 148

“아, 아이는 살려주세요.”

힘없이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안젤라를 감싸 안으며 여자가 말했다.

“착한 아이예요. 마녀님께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거니, 제발 용서해주세요.”

아니, 딱히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를 생각이 없는데요…….

“아니야, 엄마. 이 언니는 착한 마녀야.”

“안젤라!”

안젤라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자 안젤라의 엄마는 기겁하며 급하게 아이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사람을 향해서 손가락질하는 건 나쁘긴 한데, 가정교육이 좀 호들갑스럽네.

“진짜야, 엄마. 착한 마녀님이 엄마 병을 고쳐줄 거야.”

“아니, 저기, 안젤라. 아까도 말하긴 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마녀가 아니에요? 분홍 머리카락인데?”

“머리카락이 분홍색인 건 맞는데, 마녀는 아니고, 내가 딱히 무슨 의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희 어머니가 무슨 병인지도 나는 잘 모르는…….”

나는 채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제 엄마의 품에 안겨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젤라의 눈에서 점점 눈물이 차오르더니, 뚝뚝 눈물을 흘려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울 엄마 병…… 못 고쳐요?”

“아니, 그게…….”

“이거 드릴게요!”

안젤라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메고 있었던 가방에 손을 넣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를 만나면 주려고 챙겨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들었어요. 마녀한테는 소중한 것을 바쳐야 소원을 들어준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안젤라는 나를 향해서 양손을 내밀었다.

아이의 작은 손바닥 위에 얹어진 것은, 도토리로 만든 작은 팔찌와 손때가 묻은 작은 토끼 인형, 그리고 반투명의 반들반들한 조약돌이었다.

“제 보물이에요.”

내 손에 억지로 그것들을 쥐여주며 안젤라가 말했다.

“아니, 저기 이런 걸 줘도…….”

“제발 저희 엄마 병을 고쳐주세요.”

나는 안젤라의 보물을 돌려주며 사양하려 했지만, 안젤라가 더 빨랐다.

그나마 저걸 찾고 있을 때는 잠시 그쳤던 눈물이 아이의 눈에서 다시 퐁퐁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안젤라, 내 아가. 울지 말렴.”

거기에다가 안젤라 엄마까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닦을 생각도 없이,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닦이자마자, 새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 엄마…… 죽는 거야?”

아니, 잠깐만! 이야기가 왜 그렇게 급발진이 되는 건데?

“오, 안젤라! 아니야. 엄마는 언제까지나 네 옆에 있을 거야.”

아니, 아주머니! 그렇게 오열하시면서 말하면, 대체 어떤 애가 그 말을 믿어요! ‘영혼이 되더라도 언제나 네 옆에 있을게.’라고 해석하죠!

“안젤라, 괜찮아. 너희 엄마는 돌아가시지 않을 거야.”

나는 아이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기 위해서 단호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엉엉 울고 있던 안젤라의 입이 그제야 꾹 다물어졌다.

그래, 역시 이렇게 말해야 먹히는…….

“마녀님이 살려주실 거니까요?”

“응? 아…… 그게…….”

내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리자, 안젤라의 입이 더욱 꾹 다물어지며 비쭉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서는 벌써 다시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아, 아마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는.

“거봐, 엄마! 착한 마녀님이 엄마 병을 고쳐주실 거야.”

안젤라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안젤라의 엄마는 의심과 걱정, 그리고 약간의 경계가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안젤라를 꼭 껴안았다.

일단 둘 다 울지 않으니까 된 건가?

“이봐요, 안젤라 엄마?”

한숨 돌렸다고 생각한 순간, 바깥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가 왔나 싶어서 내다보려다가, 이 마을에서 내 평판이 최악인 것을 기억해내곤 슬쩍 벽 쪽으로 붙었다.

밖에서는 내가 보이지 않게 만든 다음, 두 모녀를 향해서 나가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장하게도 안젤라가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더니 쪼르르 달려 나갔다. 아픈 엄마 대신 뭐든 자기가 다 하려는 것이 여간 기특한 게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크흐! 심지어 인사성까지 바르네.

“그래, 안젤라. 엄마는 오늘도 몸이 좋지 않은가 보구나.”

“네…….”

“다른 게 아니고, 촌장님께서 마을 사람들 모두 광장에 모이라고 하는데 나올 수 있겠니? 힘들면 내가 촌장님께 너희 집은 나오기 힘들다고 전해 줄게.”

“아니에요. 나갈 수 있어요. 저희 엄마 곧 나을 거거든요!”

“그래. 널 봐서라도 네 엄마는 곧 나을 거다.”

“네!”

이상했다. 분명 안젤라는 씩씩하게 대답하는 데 왜 내 코끝이 찡해지는지는 걸까? 그리고 그건 안젤라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의 눈에서 그쳤던 눈물이 다시 또르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안젤라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가 눈물을 글썽거리자 조금 당황하는 듯했다.

“엄마! 촌장님이 광장에 모두 모이라고 했대요!”

안젤라가 달려와 자기가 들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촌장이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 우리 일행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엄만 찬 바람 쐬면 안 되니까, 여기 있어요. 제가 가서 촌장님 말씀 듣고 올게요.”

안젤라는 야무지게 말하며 제 엄마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에 눕혔다.

거기다가 이불을 끌어 올려 턱 끝까지 덮어주기까지 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거 같았다.

“마녀님! 지금 저희 엄마 고쳐주실 건가요?”

“어…… 그게…….”

내가 마녀인 것도, 그리고 안젤라 엄마의 병을 고쳐주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어쩌지? 저렇게 기대와 희망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에 대고, 아까는 너 울지 말라고 엉겁결에 그렇게 말한 거라고 해도 될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마도?’라고 했지, ‘YES!’라고 대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능력이 부족해서 안 될 것 같다고…….

“마녀님?”

……는 저 간절하고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 도저히 그렇게 말 못 하겠어!

“이, 일단은 모두 오라고 했으니까, 나도 광장으로 모여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얼른 그렇게 둘러댔다. 적어도 광장에 모여 있는 동안의 시간은 벌 수 있겠지.

일단 밖으로 나가서 테오도르나 인스트와 의논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작은 마을에 의사는 없을 듯하니, 좀 큰 마을에 가서 의사를 불러달라고 촌장에게 부탁하는 편이 제일 나을 듯했다.

적어도 나보다는 의사 쪽이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마녀인데 촌장님한테 져요?”

안젤라는 살짝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질 것 같지는 않은데, 난 평화주의자거든. 되도록 남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야.”

이건 안젤라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결코, 내가 나이 많은 어르신을 이겨 먹겠다거나, 힘으로 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역시, 언니는 착한 마녀님이구나!”

안젤라는 해맑게 웃었다.

“다녀올게요, 엄마.”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렴.”

안젤라가 덮어준 이불 안에서, 희미한 웃음을 띤 얼굴로 안젤라의 엄마가 배웅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은근히 잘 부탁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처음과는 달리 내가 안젤라의 눈물에 어쩔 줄 모르고, 그녀의 병을 고쳐달라는 막무가내에 결국 알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난 뒤, 그녀 역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묵례하고, 안젤라의 뒤를 따라 나갔다.

.

.

.

광장은 안젤라의 집에서 멀지 않았다. 작은 마을이니 어디든 멀겠냐 싶긴 했지만.

“역시나…….”

하나둘씩 모이고 있는 사람들의 사이로 테오도르의 모습이 보였다.

단상으로 사용하는 듯한 평평하고 널찍한 돌 옆으로 인스트와 촌장도 보였다. 그들이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안젤라, 나는 저기 우리 일행들이 있으니까 잠시 저쪽에 있을게.”

“저도 같이 갈까요?”

“아니. 여기 마을 사람들은 날 무서워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은 게 좋겠어.”

이미 나랑 안젤라가 함께 있는 것을 몇몇 사람들이 본 듯했지만, 그래도 보란 듯이 함께 서 있는 것보다는 따로 있는 게 나을 성싶었다.

“나중에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진짜 오실 거죠?”

안젤라는 테오도르 쪽으로 가려는 내 옷깃을 잡으며 물었다.

“그럼 물론이지. 뭣하면…… 이 토끼를 담보로 맡길게.”

나는 이제까지 들고 있던 안젤라의 보물 중에서 토끼 인형을 안젤라의 손에 쥐여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다시 다 돌려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젤라가 자신의 부탁을 내가 거절한 것으로 생각할까 봐 그러지 않았다.

“아뇨. 괜찮아요! 이건 제가 마녀님 드린 거잖아요.”

안젤라는 도리질을 치며 사양했다.

애기야…… 좀 봐줘. 이 언니가 이제는 인형을 들고 다닐 나이가 아니란다.

“나도 괜찮아. 그리고 토끼 입장에서도 너랑 작별 인사도 해야 할거고, 나름의 시간도 필요 할테고 말이야.”

“그럴……까요?”

안젤라는 내 말에 물끄러미 토끼 인형을 바라보았다.

친구를 남에게 넘겨야 한다는 미안함과 아끼는 인형에 대해 애틋함을 가득 담은 시선에서 안젤라가 그 인형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 일단 받아 줘. 나중에 찾으러 갈게.”

나중에 꼭 돌려받는 거 잊어버려야지!

나는 굳은 결심을 하며 안젤라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몸을 돌려 저쪽에 선 테오도르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날 발견한 테오도르가 살짝 웃으며 손을 들었다. 얼른 자기 옆으로 오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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