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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126화 (126/169)

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 126

“하아……. 하아…….”

레나티스는 자신의 위에서 우뚝 멈춰버린 테오도르를 보며, 숨을 골랐다. 그러면서 눈은 바쁘게 그의 얼굴을 살폈다.

본능을 억누르느라 경직된 얼굴의 가운데에 있는 눈은 아직 붉었다.

그 붉은 눈이 레나티스의 눈과 마주치자, 그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그리고 레나티스의 얼굴 옆을 짚고 있는 그의 팔이 살짝 파르르 떨렸다.

‘괴로운 걸까?’

별 표정이 없는 테오도르의 얼굴로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아직 타오르는 눈빛을 한 그의 붉은 눈을 보며, 살짝 떨리는 테오도르의 팔을 보며, 레나티스는 그가 괴로우리라고 짐작할 따름이었다.

“저기, 테오도르 님?”

레나티스의 목소리에 테오도르는 움찔했다. 마치 그녀의 목소리에만 반응하는 길든 짐승 같았다.

그 모습은 이 상황에서도 레나티스에게 퍽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광증 속에서도, 본능만 남았어도, 그는 자신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제 가빴던 호흡은 어느 정도 돌아와 있었다. 레나티스는 테오도르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살짝 눌렀다.

그러자 테오도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내렸다.

다시 입술과 입술이 닿았다. 아주 잠시 떨어졌던 것이 못내 힘들었던 듯, 테오도르는 급하게 레나티스를 삼켜갔다.

보드라운 입술도, 매끈한 혀도, 달큼한 타액까지.

“흐…….”

그는 단숨에 레나티스의 호흡을 앗아갔고, 자신을 멈추게 할 말은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녀의 목소리와 신음마저 삼켜버렸다.

꿀떡꿀떡 목구멍으로 삼켜지는 레나티스는 그저 달았다. 정말 제 뱃속에 몽땅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달콤했다.

둘이 아닌, 하나가 되고 싶었다.

“으…… 읍……!”

레나티스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테오도르는 더 크게 입을 벌려 그녀의 입술을 막아 버렸다.

호흡이 딸린 레나티스는 그를 안고 있던 손을 내려, 가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레나티스는 마음을 바꿨다. 손에 줬던 힘을 풀어내고, 대신 더 아래로 손을 내렸다.

테오도르의 단단한 가슴을 지나고, 레나티스의 판판한 배와 거의 맞붙은 단단한 복근을 지나, 그의 허리춤에서 그녀의 손이 멈췄다.

손에 잡히는 셔츠 자락을 끄집어 올리고, 무게를 지탱하고 있느라 평소보다 더욱 단단하게 솟아오른 테오도르의 복사근을 맨손으로 어루만지자 그제야 테오도르가 움찔하며 행동을 멈췄다.

하지만 레나티스의 행동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녀의 손이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테오도르의 피부와 바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레나티스의 손이 그의 사타구니를 미끄러지듯이 훑었다.

“흣!”

팔 길이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레나티스가 입술을 떼어내자, 이번에는 그녀의 입술이 아니라 테오도르의 입술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읏!”

그리고 레나티스의 손이 더욱 아래로 내려와 그의 욕망을 조심스럽게 움켜쥐었을 때, 조금 전보다 더욱 묵직한 신음이 그의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뜨거워…….’

레나티스의 이마에 닿는 숨결도, 그녀가 움켜쥔 테오도르의 욕망도 모두 뜨거웠다. 그리고 레나티스는 제 손안에 있는 열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하아…….”

뜨거운 숨결이 다시 토해졌다. 테오도르의 모든 신경이 아래쪽으로 몰려들었다. 그의 모든 감각이 레나티스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미치도록 좋았다.

테오도르는 무릎과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허리는 둥그렇게 구부린 채, 고개를 숙였다.

혹여, 레나티스가 무거울까 봐 제 몸의 무게는 그대로 지탱한 체여서 힘이 많이 드는 자세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자, 바닥에 흩어진 레나티스의 머리카락이 테오도르의 머리에 닿았다.

그대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레나티스의 관자놀이에 입술이 닿았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레나티스의 체취가 그의 코에 가득 들어찼다.

꽃송이가 작은 소소한 들꽃 같은 소박한 향기와 보드라운 살냄새, 그리고 달큼한 땀 내음까지.

“으흣!”

그것과 똑같은 냄새가 날 손의 움직임에 테오도르의 입에서 다시 짧은 신음과 뜨거운 숨이 토해져 나왔다.

미칠 것 같았다.

이미 미쳐있는데도, 테오도르는 미칠 것 같았다.

레나티스가 주는 이 감각에, 자신의 핏속을 내달리는 이 광증에, 그것보다 더한 제 아래에 있는 여자에 대한 감정에, 테오도르는 정말 딱 미칠 것만 같았다.

“레나티스…….”

테오도르는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그 이름을 불렀다.

“테오…… 도르.”

그러자 그의 아래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 순간, 제 이름이 불린 그 순간, 미칠 듯한 그 감정이 테오도르의 몸 안에서 밖으로 넘쳐흐르고야 말았다.

테오도르의 모든 것은 레나티스로 인한 것이었다.

그를 미치게 하는 것도, 그를 미치지 않게 하는 것도.

* * *

“쯧. 무슨 발정기의 개새끼도 아니고.”

니제르는 테오도르가 벌써 며칠째 제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는 소리를 듣곤 혀를 찼다.

테오도르의 광증이 발현되자, 두 사람은 당연히 합방했다.

그런데 이전에 며칠 동안 만나지 못한데다가, 죽을 위기를 넘긴 뒤라서 그런지 두 사람은 도무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제까지의 패턴을 봐선, 테오도르의 광증은 하루 만에 나아졌다.

기절 뒤 깨어나면 멀쩡해져 있으니, 이번에도 그다음 날이면 다 나았을 텐데, 두 사람은 여전했다.

식사는 모두 오르디가 직접 방으로 날랐고, 신음과 교성이 툭툭 복도로 흘러나와 그 앞을 지나는 이의 얼굴을 붉히게 했다.

“당장 약혼식이 모레인데, 계집애에게 정기가 빨려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나올 생각인지, 원. 쯧!”

니제르는 다시 한번 혀를 찼다. 내일도 여전히 그 꼴이면 더는 참지 않고 끌어낼 생각이었다.

적어도 약혼식 전날이면, 남자 측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나도 내일은 준비를 좀 해야겠군.”

그리고 그건 니제르도 마찬가지였다.

형식적인 통과의례이기에 잡은 약혼식이었고, 거의 가족 간의 약혼식으로 아르보 백작가와 이야기가 된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완벽하긴 해야 했다.

“엘부르 백작 가에도 기별을 해야 했나?”

막 침대에 오르려던 니제르는 멈칫했다. 별로 좋지 못하게 끝이 나긴 했지만, 델마는 테오도르의 친모였다.

그녀가 죽었다고 해도, 테오도르의 외조모가 살아 있었고, 이모와 외삼촌이 있었다.

니제르는 델마의 장례식장에서 혼절했던 장모와 눈물을 멈추지 못했던 처제, 그리고 그들을 달래던 처남이 생각났다.

어쩌면 자신의 조카, 혹은 외손자의 신부가 궁금하고, 약혼식에 참석하고 싶을는지도 몰랐다.

“뭐, 나중에 결혼식에서 보면 되겠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당장 내일이 테오도르의 약혼식이니 참석하라고 하는 것도 우스웠고, 귀찮아서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니제르는 델마네 식구들을 가볍게 흘려 내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델마의 여동생이 델마와 많이 닮았었지? 똑같은 금발에다 녹안이었어.’

니제르는 자신을 노려보던, 델마의 여동생을 떠올렸다.

그녀가 뭐라고 했었지? 언니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나? 아니면, 그 남자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나?

기억이 흐릿했다. 딱히 니제르의 안중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니제르는 그녀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 델마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델마의 가문인 엘부르 가문은 더욱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결혼식에도 딱히 부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델마와 비슷한 얼굴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니제르는 테오도르의 결혼식 초대 명단에 엘부르 가문을 넣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눈을 감았다.

.

.

.

“카르오 대공님! 카르오 대공님!”

니제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얼마 자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직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무슨 일이지?”

니제르는 잘 떠지지 않은 눈을 간신히 떠서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침입자가 있습니다, 대공님.”

“그럼 침입자를 잡으면 될 일 아니냐?”

니제르는 자신을 깨운 호위 기사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난번 별채의 일로 외부 침입에 예민하긴 했지만, 그게 자신의 단잠을 깨울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게…… 즉시 잡기에는 현재 상황이 조금 어렵습니다.”

“뭐?”

호위 기사의 말에 니제르는 아까보다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침입자를 못 잡아? 카르오 저택을 지키고 있는 사병이 몇이고, 그들이 얼마나 정예병인데 고작 침입자를 잡지 못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제야 니제르는 호위 기사가 지금 혼자 자신을 찾아온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뒤에는 다섯 명의 기사가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한밤중에 5명이나 되는 기사를 이끌고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니제르는 금방 깨달았다.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니제르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창문 밖에서 어른거리는 횃불과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건 무슨 소리지?”

니제르는 비로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깥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저 횃불이 아니었다. 횃불 떼였다.

그냥 침입자가 아니었다. 완벽한 대열을 갖춘 군대가 저 멀리 카르오 저택의 대문을 부수고, 담장을 넘어서 침입하고 있었다.

“저, 저게 뭐냐!”

니제르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그의 기사에게 물었다.

그의 평생에서 가장 놀라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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