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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111화 (111/169)

피폐물을 힐링물로 만드는 방법 111

“난 레나티스 너처럼 흰 살결에 금방 붉어지는 피부를 가진 여자를 좋아해. 그리고 너처럼 잘 웃는 애를 좋아하고, 웃는 얼굴이 예쁜 여자면 더 좋아. 바싹 마른 것보다 통통한 손목이 귀엽고, 언제 무슨 말을 할지 예측되지 않아서 매우 흥미롭지.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는 근성도 좋아해. 매일 아침 훈련을 빼먹지 않고, 다리를 다쳤으면서도 훈련은 하겠다는 성실함도 좋아하지.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똑 부러지게 말하는 점도 좋아해. 그러면서도 마음은 약하고, 착해. 심지어 긍정적이기까지 하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테오도르는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바로 앞에서 칭찬을 듣고 있는 내 얼굴이 뜨뜻해지고 있는 것을 봐선, 붉어진 게 확실하게 보일 텐데도 테오도르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어, 언제부터 제가 테오도르 님 취향이셨는데요?”

내가 멈추게 하지 않으면, 테오도르는 밤새도록 내 칭찬을 할 기세였다. 나는 부끄러움에 더 듣지 못하고, 테오도르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솔직히…… 솔직히! 저는 이제까지 누가 절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제가 이상형이라고 말한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어요.”

“그야 당연히…….”

테오도르가 멈칫했다. 그러더니 입을 다물고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라서.”

“조금 전에는 엄청나게 확고하게 제가 테오도르 님의 취향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 그랬지. 내가 널 좋아하니까 당연히 내 취향은 너라고 생각했지. 아!”

혼자 말을 하다가 답을 발견해낸 듯, 테오도르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래. 그거야. 널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내 취향이 비로소 정해진 거지.”

“그런 게 어딨어요?”

“그거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 좋아하게 된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당연히 내 취향은 너겠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테오도르는 말했다. 세상에 자기 취향을 저런 식으로 정하는 사람은 테오도르밖에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생각해? 자기 취향에 완벽히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자기 취향이 전혀 아니지만 좋아하게 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어려울까?”

테오도르의 손이 담쟁이넝쿨처럼 뻗어져 나와 내 손을 옮아 메었다.

“어려운 문제네요.”

“그래?”

“제 생각엔 후자가 더 어렵지 않을까요? 취향이 아닌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은 쉽지 않으니까요.”

“자기 취향에 완벽하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고?”

“물론 그것도 어렵긴 하겠죠.”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분명한 뜻을 담아서 내 손을 어루만졌다.

아주 은근하고, 매우 은밀하게 내 팔뚝을 타고 올라온 테오도르의 손이 안쪽의 어린 살을 짓누르며 문질렀다.

“제 생각엔, 그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서로 다른 취향의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내 대답을 들은 테오도르가 웃었다. 그리고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벌떡 일어섰다.

이어 두어 걸음밖에 되지 않는 그와 나 사이의 거리를 성급하게 좁혔다.

“내 취향 중의 하나가 기특하고 현명한 대답을 하는 여자인 줄 몰랐는데?”

테오도르의 말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내 등받이의 뒤쪽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뒷머리를 잡은 그는 그대로 내게 입을 맞췄다.

달콤한 키스였다. 오래간만이라고 느껴져 더욱 그랬다.

고작 이틀이었지만, 매일같이 부딪혔던 입술이었기에 그 기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었다.

거기다가 내내 마음 졸여왔던 것이 모두 해결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흐읏…….”

짓눌린 입술의 사이로 저절로 신음이 비집고 나왔다. 거칠게 비벼지는 혀 때문이었다.

뒤엉키는 숨결이 너무 달아서.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테오도르의 입술이 너무 뜨거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아…….”

그리고 내 입술 바로 앞에서 짓눌린 신음이 들려왔다. 테오도르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테오도르 역시 흥분하고, 달아올라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의 테오도르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일부러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자 테오도르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욕망으로 얼룩진 눈, 거친 호흡을 내뱉는 타액으로 젖은 번들거리는 입술. 그리고 시선의 끄트머리에 불쑥 솟아올라 있는 그의 앞섶이 보였다.

‘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자 뱃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들썩였고, 마른 숨을 삼키었다.

“레나티스.”

나의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테오도르가 갑자기 무언가 스위치가 켜진 듯, 한 손으로 내 팔목을 잡더니 그대로 끌어당겼다.

내 엉덩이가 의자에서 떼어진 순간, 테오도르는 다시 입을 맞췄다. 조금 전보다 좀 더 거칠고, 농밀한 입맞춤이었다.

오른쪽, 왼쪽, 그리고 깊숙이.

테오도르가 각도를 달리하며 입술을 맞부딪힐 때마다 정제되지 않은 그의 욕망이 고스란히 입술과 혀, 그리고 타액을 통해서 전해져왔다.

나는 그것을 기꺼이 꿀꺽꿀꺽 받아서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 뱃속 한가운데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다가 꾸욱, 테오도르의 손이 그곳에 와서 닿았다.

“읏!”

달아오른 욕망이 모여 있는 그곳에 손이 닿자, 한 방울의 욕망이 튀어 올라 신음이 되어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테오도르는 그것을 꿀꺽 삼켰다. 그의 뱃속에 나의 욕망이 흘러 들어갔다.

그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테오도르는 그대로 나를 밀어붙였다.

턱, 하고 뒤에 무언가가 닿자, 내 엉덩이는 저절로 그곳에 찰싹 붙어버렸다.

그게 조금 전까지 우리가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던 테이블이라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안 일이었다.

내가 지금 안 것은 내가 무언가 위에 올라간 덕에 테오도르보다 키가 커졌다는 것,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오도르의 입술이 내 입술이 아니라 목선에 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아…….”

말캉한 테오도르의 입술이 목을 짓누르자 자유로워진 내 입술에서는 작은 한숨이 흘렀다.

“으읏!”

그가 입술을 단단하게 만들어 빨아당기자, 한숨이 흘러나왔던 입술에선 신음과 비음 사이의 그 무언가를 뱉어냈다.

그다음에는 내 입술에서 무엇이 나올지 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기대되기는 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감각이 무엇일지, 그것을 어떻게 느낄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저릿함이었다.

테오도르가 손을 뻗어 옷을 아래로 끌어당기자, 드러난 가슴으로 새벽 공기의 서늘함이 닿았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그곳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테오도르의 입술이 닿은 곳에서부터 온몸으로 저릿함이 퍼져나갔다.

발끝에 닿자, 허공에 뜬 발이 저절로 빳빳하게 펴졌다. 그것이 손끝에 닿자, 나도 모르게 테오도르의 머리를 감싸고 안았다.

내 반응에 테오도르는 더 크게 입을 벌려 더욱 세게 내 가슴을 베어 물었다.

나 역시 그에게 반응해 허벅지를 오므려 그를 붙들고, 테오도르의 머리를 더욱 바싹 끌어안았다.

몇 번이나 그 행위가 반복되자, 이제는 힘이 더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가 발발 떨리기 시작했다.

나가고 싶어서 아우성 거리던 뱃속이 이제는 숫제 들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매섭게 몰아붙이던 테오도르가 멈췄다.

대신, 조금 전까지 잘근잘근 씹고 거칠게 빨아당겼던 것에 혀를 내밀어 부드럽게 핥아 올렸다.

하지만 그게 더 나를 미칠 것 같이 만들었다.

“테오도르…….”

나는 그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를 바라며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테오도르의 붉은 혀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그도 이제 한계라는 것을.

오히려 지금껏 나를 배려해서 참았다는 것을.

테오도르는 내 머리와 허리를 받쳐주었고, 나는 그의 손에 내 몸을 맡겼다.

내 손에 테이블보가 닿고, 힐끗 돌린 시선의 끝에 조금 전까지 앉았던 의자가 보여 그제야 나는 내가 테이블에 누워 있음을 알았다.

미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다리는 테오도르가 치마 안쪽으로 손을 뻗어 오며 허벅지 뒤편을 살짝 누르자, 자연스럽게 접혔다.

나의 다친 상처를 걱정했는지, 푸딩이라도 잡는 것처럼 부드러운 힘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행위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아앗!”

나도 모르게 테이블보를 힘껏 움켜쥘 만큼, 테오도르는 강하게 나를 몰아붙였다. 들끓던 욕망은 거듭되는 자극에 이제 폭발할 것만 같았다.

“테, 테오도르!”

어딘지 모를 까마득한 위로 솟아올라 있던 나는 이어 푹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에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테오도르의 손이 테이블보를 움켜쥔 내 손을 덮었다.

그 순간이었다.

“읏…… 으…… 아…….”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온몸에 힘이 한껏 들어가며, 나도 모르게 테오도르를 꽉 붙잡았다.

“흐읏!”

테오도르의 입에서도 나처럼 신음이 흘러나왔다.

방안에는 그저 몰아쉬는 숨소리로 가득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하얗게 변했던 시야에 천천히 색이 돌아왔다.

어느덧, 해가 떠올라 있었다. 밝은 햇살이 나와 테오도르를 비추고 있었다.

함께하는 눈부신 오늘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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