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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엇갈린 결혼식 (8/95)


8. 엇갈린 결혼식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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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나가십니다.”

그렇게까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직원의 우렁찬 목소리에 소유는 공연히 부끄러워졌다.

이윽고 커튼이 촤락 옆으로 젖혀지고, 드레스를 입은 소유의 모습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지체된 시간에, 급한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있던 태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순백색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소유에게 넋이 나간 탓이었다.

강하게 내리쬐는 조명조차 최선을 다해 그녀를 반짝이게 만들었다.

단언컨대 태오가 살면서 본 가장 눈부신 광경이었다.

들고 있던 휴대폰을 놓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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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우시죠? 사실 너무 화려한 드레스라 어울리는 분이 없었는데 드디어 주인을 찾은 것 같네요.”

옆에서 직원이 호들갑을 떨어대는 통에 소유의 얼굴이 자두만큼이나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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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게 베스트 같은데, 다른 드레스도 피팅해 보시길 원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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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이걸로 하겠습니다.”

태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소 독단적인 결정이긴 했지만, 소유도 현재 입고 있는 드레스가 마음에 들었기에 딱히 딴지를 걸진 않았다.

처음 결혼을 전제로 태오와 맞선을 봤을 때 드레스고, 신혼여행이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고 보니 괜히 들떴다.

여자들이 왜 결혼을 할 때 드레스 입는 순간을 가장 설레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릴 적 아빠가 읽어 주던 동화책 속 공주님이나 입을 듯한 풍성한 드레스를 손으로 매만지던 소유는 씩 웃으며 태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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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번 찍어 줄래요? 아빠한테 보여 주고 싶어서.”

그런데 태오는 대답도, 떨어진 휴대폰을 줍지도 않았다.

대신 소유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태오의 돌발행동에 소유의 눈은 커졌고, 직원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태오는 그대로 소유의 허리를 끌어안고, 반대편 손으로는 커튼을 닫았다.

순식간에 좁은 공간에 둘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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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그래요.”

커튼 너머로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신랑님이 아주 박력이 넘친다느니.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느니.

소유는 태오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깨를 잡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태오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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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 씨.”

태오는 대꾸 없이 소유에게 다가갔다.

당장이라도 태오의 아랫입술과 소유의 윗입술이 맞물릴 것만 같았다.

소유는 숨도 쉬지 못하고 움찔했다.

소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태오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손끝이 귓불을 살짝 건드리고 목을 쓰다듬었다.

그다음엔 오프숄더 드레스로 인해 훤히 드러난 쇄골을 만지작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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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그 순간 그는 완전히 본능에 사로잡혀 있었다.

태오의 눈은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진짜 위험하군.

가까스로 아득해져 가는 이성을 다잡은 태오가 입 안의 여린 살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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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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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소 황당한 변명에 소유가 태오를 힘주어 밀어냈다.

그의 나른한 눈매를 보고 있자니 덩달아 소유도 몽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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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이, 좋군.”

태오가 드레스를 만지작댔다.

그가 이토록 드레스 애호가였던가.

소유는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이 사건이 당혹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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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게 해서 미안해.”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 이중적인 모습조차도 야하게 느껴졌다.

소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부드러운 드레스가 태오의 손안에서 스르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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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태오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소유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을 때, 그는 이미 커튼을 열어 직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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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레스, 구매하는 것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보통 본식 드레스는 대여의 개념으로 이용된다. 하루를 위해 구매하기엔 너무나 거액의 옷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드레스를 큰 고민도 없이 구매하겠다니 역시 재벌은 재벌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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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알아보겠습니다.”

직원이 어버버하며 대답했다.

물론 강화 그룹 장남이 그러겠다는데 안 될 일이란 없겠지만.

직원만큼이나 놀란 소유가 퍼뜩 태오의 팔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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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이걸 왜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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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잘 어울려서. 다른 사람이 입는 건 싫네. 너만 입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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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결혼식 당일에만 입을 거잖아요.”

너무 화려해서 평상시엔 입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엄청난 규모의 파티가 열리지 않는 이상.

소유 생각엔 명백한 돈 낭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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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결혼 선물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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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게 무슨 이런 선물을…….”

더 이상의 거절의 말을 막듯 태오가 티 나게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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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들어가 봐야겠군. 나 때문에 이미 한 차례 회의가 미뤄져서 더는 못 미뤄. 그 영감탱이들 성격이 보통 아니야.”

병원에서 시간을 끈 건 다름 아닌 저였기에 소유는 할 말이 없었다.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다.

나와 결혼할 저 남자는 무지막지한 드레스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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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 얼른 갈아입고 나와.”

태오가 강경하게 고갯짓을 했다.

억지로 웃은 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러 사라졌다.

태오는 진이 빠진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는 손등으로 눈을 가리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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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고를 쳐 버린 자신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가둬 둔 욕망의 고삐가 풀리며 온 사방으로 날뛰고 있었다.

아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소유의 앞에만 서면 그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그녀를 마구 깨물려고 든다.

하마터면 그녀에게 거칠게 입을 맞추고, 구석으로 몰아붙일 뻔했다.

다치거나 아픈 것은 보고 싶지 않은데.

새빨개진 귀만큼이나 태오는 진하게 동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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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도 아니고.”

아니, 짐승이 맞았다.

방금 전 제 모습은.

* * *

결국 태오의 뜻대로 제 것이 된 드레스를 입고서 결혼식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숍에 들른 소유는 연예인처럼 완벽한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넣었다.

면사포와 크라운까지 착용하자 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신부가 되었다.

스스로도 어색한 모습에 가만히 눈만 깜박이고 있는데, 반갑지 않은 두 사람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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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사람이 됐구나.”

연옥과 다해였다.

다해는 아직 재현과의 일이 잘 해결되지 않은 건지 소유를 노려보았다.

붕 떠올랐던 마음이 처참하게 아래로 추락했다.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란 건 알았지만, 신부대기실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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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재벌 며느리 태가 나. 이것 봐. 이래서 엄마 말 들어서 나쁜 것 없다는 말이 있는 거란다.”

불합리함에 대해 인식해 버린 소유는 대답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옥이 거만하게 코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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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너도 불만스러웠겠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신분 상승의 기회를 만들어 준 내게 고마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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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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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에 유아 물산이 강화 전자의 협력체가 되었단다. 세계적 기업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 거지.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하겠니?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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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어머니가 제게 결혼을 강요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소유가 고마워해야 할 상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를 배려해 준 태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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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이런 식으로 성장한 회사는 바라지 않을 거예요.”

연옥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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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 말로 요즘 막무가내라더니 정말이구나.”

연옥의 고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제 연옥은 ‘친절한 어머니’의 연기를 완전히 그만두기로 한 모양이었다.

소유도 더 이상 속지 않을 테니.

연옥이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소유에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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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가(家)의 며느리가 되어 의기양양한 것은 이해한다만.”

그리고 소유의 턱을 손으로 그러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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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의 유일한 보호자인 내게 그러면 안 되지. 암.”

태오 덕분에 대담해진 소유였지만, 이렇듯 연옥에게 꽁꽁 묶이자 과거의 트라우마가 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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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이렇게 키운 적이 없는데.”

용기는 사라지고, 무기력이 찾아오더니, 몸이 덜덜 떨렸다.

어린 시절 연옥에게 학대당했던 악몽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노골적인 폭력은 아니었지만, 연옥은 교묘한 방법으로 소유를 통제해왔다.

소유가 말을 바로 듣지 않는 기미가 보이면 어두운 방에 가두는 등 어린아이에게 가혹한 벌을 주었다.

다해와의 차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을 강요해 반발심이 생겨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때론 소유의 친어머니를 들먹이며, 소유를 약해지게 만들 때도 있었다.

소유는 그 모든 것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연옥은 아주 영악하게도 그것이 학대가 아닌 사랑이라 세뇌시켰다.

가까스로 끼워 맞춰진 우리 네 가족의 평화를 깨서는 안 된다고.

겨우 찾아온 네 아버지의 행복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어린 소유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딸이 되기 위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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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실수는 곧 내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라는 걸 잊었니? 예의 있게 행동해야지?”

아무리 상황이 변해도 넌 내 손안에 있다.

연옥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해는 쌤통이라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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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년이 까불긴.”

그때, 커다란 손이 다해의 어깨를 툭 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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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지 말고 비켜.”

다해는 저 멀리로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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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고개를 홱 돌리자 무표정으로 서 있는 태오가 보였다.

곧바로 기가 죽은 다해가 시선을 피했다.

태오는 단정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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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식 시작해.”

말은 소유에게 하고 있었지만, 그의 매서운 눈은 연옥에게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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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강 서방!”

뒤늦게 태오의 존재를 알아차린 연옥이 다급하게 소유를 놓아주었다.

턱이 빨개진 소유가 소리 없이 눈물을 툭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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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와이프 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태오가 높낮이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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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게.”

아까의 기세는 어디 가고 연옥이 뒤로 물러났다.

연옥은 약한 사람에겐 한없이 강하지만, 강한 사람에겐 한없이 약한 사람이었다.

태오는 연옥을 벌레 보듯 바라보다가 소유의 손을 잡아 제게로 당겼다.

소유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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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장모님도 자리에 가서 앉으시죠. 지금 신부 쪽 부모님 석이 텅 비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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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겠네.”

마침 그 순간,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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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 동시 입장이 있겠습니다.”

오늘 결혼식은 신부의 아버지가 참석이 곤란한 까닭에 신랑과 신부가 동시에 입장하기로 했다.

소유의 손이 위로 올라와 태오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 작은 움직임을 보고 있던 태오가 문득 뒤로 돌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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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장모님의 기회는 이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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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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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목을 확 비틀어 버렸을 테지만.”

결혼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말이었다.

눈물을 뚝 그친 소유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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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흠집 내면 그 목을 확 비틀어 버릴 거라고.’

소유로 하여금 처음으로 태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했던 그 말이 되풀이되었다.

아마, 단순한 협박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말로 목을 비틀 요량인 거다.

설령 그게 장모님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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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라 특별히 오늘까지만 봐 드리는 겁니다. 두 번 다시 내 사람한테 상처 내지 마세요.”

연옥은 시리도록 차가운 두려움에 얼어붙었다.

그건 다해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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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까.”

태오는 지금까지 그녀가 마음껏 휘둘러 온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뼈도 추리지 못하겠지.

반항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태오가 경멸스러운 표정을 구태여 감추지 않고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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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후로 부부가 될 두 분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태오와 소유는 꽃으로 꾸며진 화사한 길을 걸었다.

지옥 같던 대기실은 마치 꿈처럼 흐릿해졌다.

태오는 소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타인에게 무자비한 사람.

하지만 제게는 놀라울 만큼 다정한 사람.

소유는 모든 소음을 차단한 채 태오에 대한 감상을 털어내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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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그러다 태오가 불쑥 속삭였다.

그리고 멍하니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소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그녀도 곧 깨달았다.

어느 결혼식에나 있다는, 그런 식상한 키스 타임이 찾아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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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실례할게.”

태오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그의 숨결에, 소유는 떨리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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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

태오의 부드러운 입술이 소유에게로 닿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입술 위에 올려 둔 태오의 엄지 위에.

태오의 눈속임에 깜박 속은 하객들이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까지 일처리를 하듯 깔끔한 그였다.

그럼에도 진짜 입맞춤을 한 것처럼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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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 여러분들은 두 사람의 앞날을 박수로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

소유는 마침내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헷갈릴 것도 없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이 사람을.

아직 첫사랑을 잊지 못했다는 이 남자를.

블랙 가면 속 소년과 닮은 강태오 씨를.

혼자만의 가슴 아픈 짝사랑이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엇갈리는 감정 속에서, 태오와 소유는 모두의 앞에서 서약을 했고, 공식적인 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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