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전주落城前奏
1
요 며칠 죽영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손님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작미성 전투를 끝낸 광운과 편월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괜히 그녀의 마음이 들떠서 행동거지 모두가 부산스러웠을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광운 앞에 놓인 탁자 위의 안주가 채 식기도 전에 벌써 다른 걸 준비해 오느라 연방 주방을 들락거렸다.
“아우웅, 심심해.”
광운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던 편월이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작미성이 함락된 지 벌써 한 달, 그런데 파양주군은 그 후로 일절 군사행동을 하지 않았다. 성주인 마용승의 엄명 때문이라고 나중에 누군가 들려줬었다.
“그런데 왜 성주는 공격을 중지하라고 한 거야?”
“기다리는 거지.”
“뭘? 건주 무융성의 성주가 항복하길?”
“무융성만이 아닐 거야.”
“에?”
하품한 뒤의 눈이라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편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로선 광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 건주군 말고 적이 더 있다는 거야?”
“후후후…….”
한 번 호기심이 발동된 편월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광운은 그게 조금도 귀찮지 않았다. 편월이 귀여운 이유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다 보면 그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마 이 영욱성의 주인은 욕심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그건 무슨 말이야? 싸움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 욕심이 많다고?”
“아마 성주는 건주만 항복시키려는 게 아닌가 보다. 이 주변의 다섯 개 주를 통째로 삼키려는 욕심인가 봐.”
이 말은 더더욱 편월의 이해 범위를 벗어났다. 새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로 광운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번 작미성이 낙성될 때 내가 적장을 항복시키는 거 봤지?”
“응. 그때 광운은 무지하게 멋있었어. 적의 장수도 그랬고.”
“만약 그때 싸웠더라면 우리 편도 큰 피해를 입었을 거야. 그래서 지금 영욱성주는 기다리고 있는 걸 거야. 건주 무융성주가 제 발로 항복해 오기를.”
“응, 거기까진 나도 알겠어. 그런데 주변의 다섯 개 주는 왜 항복한대? 싸우지도 않았는데?”
“그게 바로 위력 시위라는 거야. 건주가 항복하면, 이 주변에 있는 다른 주들이 모두 두려워하거든. 다음엔 우리를 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영욱성주는 지금 은근히 그런 압력을 가하고 있지. 우리랑 싸우기 싫으면 항복하라고.”
“으응…….”
절반 정도는 알 것도 같았지만, 완전히 이해하기엔 편월이 아직은 너무 어리다.
연방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름대로 깊은 생각에 잠겨 버렸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또 죽영이 다른 안주를 해 날라 왔다.
이제 준비한 건 대충 다 내왔는지, 다시 주방으로 가지 않고 광운의 옆에 앉았다.
“이거 다 먹다가는 내 배가 터지고 말 거요.”
“그래도 드세요. 싸움터에선 변변한 식사도 못 하셨을 거잖아요.”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오. 전장에 나선 병사들은 의외로 잘 먹는다오.”
“그러지 말고, 자! 아아-!”
기어이 죽영은 손수 안주 하나를 집어 광운의 입에 넣어 주려고 했다.
“허어, 차암!”
짐짓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광운도 싫지만은 않았다. 전우라는 선 굵은 사나이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섬세하고 포근한 안락감. 이래서 남자들은 혼인을 하고 가정을 꾸리나 보다.
“이제 당분간은 잡가군을 모집해도 지원하지 마세요. 아셨죠?”
자신이 준 안주를 맛있게 씹고 있는 광운에게, 죽영은 다짐을 두듯 강한 어투로 얘기했다.
광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나의 전투가 끝나면 그 즉시 잡가군은 해체된다.
정규군만으로 유지가 되는데, 별도의 경비가 드는 잡가군을 계속 소집해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운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비로소 시작된 것이라고!
이제 곧 파양주는 다시 대대적인 잡가군 모집에 나설 게 분명하다는 걸 광운은 오랜 전쟁 경험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다시 지원하겠다는 게 광운의 생각이었다. 멀리 다른 지방의 전쟁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파양주 근처에서 싸운다면 죽영에게도 작은 위로가 될 터였다.
“유화는 어디 있어? 심심하니 걔랑 놀래.”
“그, 글쎄다. 후원 어디선가 놀고 있을 거야.”
갑작스러운 편월의 질문에 죽영이 당혹스럽게 대꾸했다. 광운의 대답을 잔뜩 기다리고 있던 참이라 그랬으리라.
“나 돈 좀 줘.”
편월은 광운의 턱 밑에 앙증맞은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였다.
“돈을? 뭐 하게?”
광운도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편월이 돈을 달라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유화랑 맛난 거 사 먹으러 가게. 전에 탕과가 무지하게 맛있었어.”
“그래, 여기 있다.”
광운은 품속을 뒤져 스무 닢가량의 동전을 건네주었다.
“갔다 올게!”
그 후로 편월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후원으로 달려 나갔다.
“유화! 유화, 어디 있어?”
후원 어디에도 유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편월은 커다란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쉬잇, 조용히 해. 아직 주무시는 손님도 계셔.”
객방 중 하나의 창문이 벌컥 열리며 유화가 얼굴을 내밀고 편월을 말렸다.
“어? 거기서 뭐 해?”
“청소 중이야. 제발 조용히 좀 해.”
“청소? 누가 그런 거 하래? 죽영이 시켰어?”
“아, 아니야. 주인마님은 그런 거 시키지 않아.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그럼 됐어. 이리 나와. 내가 맛난 거 사 줄게.”
“안 돼. 청소를 끝내야 돼.”
“시킨 것도 아니라며?”
“그, 그렇지만…….”
“나와. 안 나오면 내가 들어간다!”
말과 함께 편월은 정말 방으로 들어갈 것처럼 창턱에 매달렸다.
“아, 알았어. 갈게. 조금만 기다려.”
“헤에, 진즉에 그럴 것이지.”
쌩긋 웃으며 편월은 매달렸던 창턱을 놓고 폴짝 뛰어내렸다. 유화는 이내 달려 나왔다.
머뭇거리다가는 편월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탓이었다.
“가자.”
“어딜?”
“그냥 따라와!”
쭈뼛거리는 유화의 손을, 편월은 막무가내로 잡아끌었다. 다섯 살 차이가 나지만, 둘의 덩치는 비슷했다. 얼핏 봐선 친구로 여길 정도였다.
편월이 유화를 데리고 간 곳은 지난번 광운과 같이 왔었던 저잣거리였다.
“자, 이거 먹어 봐. 아주 맛있어.”
편월은 우선 탕과부터 한 움큼 사서 유화에게 건네주었다. 그 전에 자기 입에도 두 개를 털어 넣는 걸 잊지 않았다.
“이, 이러다 주인마님께 혼날 텐데.”
“괜찮아. 죽영은 내 말은 다 들어줘. 또 내가 유화랑 놀러 간다고 얘기했어. 그래서 이렇게 돈도 얻었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편월은 수중에 든 동전을 유화에게 보여 주었다.
“응…….”
말을 하면서 유화는 말끄러미 그 동전들을 들여다보았다. 부모와 함께 있을 때도 두세 번밖에 보지 못했던 돈이다. 바로 저 돈 때문에 자신이 죽영루에 팔리는 신세가 되기도 했고.
물론 유화는 자신이 팔려 온 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죽영은 정말 딸이나 여동생처럼 자신을 보살펴 주었고, 그건 죽영루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와 같이 있을 때보다 고생도 덜했다.
그런데도 괜히 눈물이 났다.
그 이유를 설명하라면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었지만,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는 어렴풋이 알 만한 나이였던 것이다.
“어? 왜 그래? 탕과가 맛없어?”
“아, 아냐. 맛있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편월에게서 얼굴을 돌리며 유화는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
“우리 저쪽으로 가 보자.”
편월이 다시 유화의 손을 잡아끌었다.
“좀 천천히 가. 그런데 너 집으로 가는 길은 알아?”
유화로선 이런 번화가에 나선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많은 사람들을 헤치며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죽영루로 돌아가는 길이 걱정이었다.
“걱정하지 마. 나는 다 알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편월은 자신의 가슴을 탁 쳐 보였다. 기어 다닐 때부터 광운의 등에 업혀 전장을 누빈 몸이었다. 방향감각은 벌써 그의 본능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저거 예쁘다. 저거 사 줄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편월이 한 곳을 가리켰다. 여자들의 장신구를 파는 좌판이었다.
“이거 하나 줘요. 얼마요?”
편월은 그 장신구들 중에서 발환髮環(머리띠) 하나를 집어 들며, 제법 어른스럽게 가격을 물었다.
“그건 동전 오 문이란다. 네 친구 줄 거니?”
“예.”
짤막하게 대꾸하며 편월은 가격을 치렀다.
“자, 이거 해 봐.”
“하, 하지만 이런 건 하, 한 번도 해 보지 않아서…….”
“괜찮아 해 봐. 이야, 이쁘다!”
확실히 유화는 여자다.
처음 해 보는 발환이지만, 어느새 자기에게 어울리게 머리를 정돈해서 묶었다.
“어이, 거기 편월 아닌가?”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들려온 굵은 목소리가 편월에게 알은척을 했다.
“누구, 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편월은 갑자기 깍듯한 군례를 올렸다.
나타난 사람은 바로 별동대의 다섯 부장 중 한 명인 여상계였던 것이다.
“하하하, 갑옷을 벗고 있을 땐 그런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광운 장군은 잘 계시냐?”
“응. 아니, 옛!”
입에 밴 대답을 하던 편월이 갑자기 딱딱한 어투가 되었다. 상대는 광운이 아니고, 게다가 군인이란 걸 깨달은 탓이었다.
“그러지 말래도. 그래, 요즘은 어디 계시는가?”
“죽영루.”
“죽영루? 아하, 몇 번 지나친 기억이 있군. 광운 장군이 거기 계신단 말인가?”
“옛!”
편월의 대답도 절도가 있었지만, 광운에 대한 여상계의 말투도 정중했다.
비록 잡가군 소속으로 한때 잠깐 자신들을 지휘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단단히 반해 버린 모양이었다.
“알겠다. 지금은 곽 장군을 뵈러 가는 길이니, 용무가 끝나는 대로 들르겠으니 술이나 한잔 하자고 전해 다오.”
“옛!”
“하하하!”
편월이 귀여운지 여상계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갔다.
“우이 씨!”
“왜 그래? 나쁜 사람이야?”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는 편월에게 유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냐. 내 머리를 쓰다듬은 것 때문에 그래.”
“그건 귀엽다는 표현이잖아.”
“사나이에게 귀엽다는 건 수치야.”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용감하다고 해야지!”
“피이-! 그럼 용감하다는 표현은 어떻게 하는 건데?”
“어깨를 쳐 주는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광운은 유화의 어깨를 툭 쳤다.
“호호호! 그만 웃겨. 그리고 이제 돌아가자. 주인마님께서 걱정하실 거야.”
“응. 나도 광운에게 방금 전에 들은 여 장군의 말을 전해야 돼. 자, 이거 가져!”
“아, 아니야.”
남은 돈을 주려는 편월에게 유화는 급히 손을 휘저었다. 이처럼 많은 돈은 처음 구경하는 그녀였다. 받는다는 건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괜찮아. 가지고 있다가 내가 없을 때라도 탕과 사 먹고, 예쁜 것도 사.”
“하, 하지만…….”
“난 괜찮아. 난 또 얻으면 돼. 아니 나도 전공이 있으니까 달라고 해도 돼!”
편월은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유화의 손을 억지로 펴고 거기에 동전을 쥐여 주었다.
유화의 전신이 후들후들 떨렸다.
난생처음 가져 본 큰돈에 그녀의 정신은 아득하게 꺼져 들 것만 같았다.
“자, 가자. 상관의 명은 재빨리 전달하는 게 병사들의 임무야!”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유화의 손을, 편월이 잡아끌었다.
유화는 자신이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죽영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 그러니? 어디 아프니?”
창백하게 질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화의 이마를 짚으며 죽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아니에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유화가 대답했다. 편월이 준 거금이 품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연방 두방망이질 쳐서 진정할 수가 없었다.
“죽영, 별동대의 여 장군이 곧 오실 거 같소. 주안상을 준비해 주겠소?”
“예, 알았어요.”
그 뒤를 이어 편월도 한마디 했다.
“죽영, 유화가 청소를 하고 있었소. 다른 사람 시키면 안 되겠소?”
“뭐? 호호호!”
광운의 말투를 흉내 내는 편월의 말에 죽영은 자지러질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이내 표정을 굳히며 유화를 돌아보았다.
“청소를 했다고? 누가 시켜서 한 일이니?”
“아, 아니에요, 주인마님.”
“그럼 왜 유화가 청소를 하고 있었지?”
“그, 그냥. 주인마님 뵙기가 죄스러워서…….”
“휴우-.”
죽영은 긴 한숨을 토했다. 유화의 심정을 알 것도 같았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타인들의 눈치만 보고 살았기에, 어떻게 처신해야 된다는 걸 저 나이에 벌써 깨친 것이리라.
“앞으로 유화는 그런 일 하지 않아도 돼. 유화는 아직 어리니까 그저 먹고 싶은 거 해 달라고 해서 먹고, 재미있게 뛰어놀면 돼. 알았지?”
“하, 하지만 저, 저는…….”
여전히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유화를 보며, 죽영은 다시 한 번 가슴이 메었다. 자신도 저랬던 적이 있었다. 기루에 팔려 와서 온갖 궂은일은 다 하면서도, 매는 매대로 많이 맞았었다.
그런 상처가 있기에 유화에게만은 절대로 같은 기억을 남기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죽영이었다.
그런데 유화는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 입힐 행동을 하고 있다.
험한 시대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을 보는 것 같아 죽영의 가슴에선 싸늘한 서북풍이 불어왔다.
“준비할게요.”
더 있다가는 자기 자신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아 죽영은 몸을 일으켰다.
“편월이 사 준 거니? 아주 예쁘구나. 내일은 나랑 그 발환에 어울리는 옷을 사러 가자꾸나.”
그대로 가는 것도 너무 냉정한 짓이다 싶어 죽영은 한마디 더 한 후에 주방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흑…….”
탁자에 엎드리며 유화는 울음을 터뜨렸다. 왜 우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뭔가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포근한 솜이불 같은 게 가슴을 꽉 채워서 울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날 밤, 죽영루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2
광운의 예상은 적중했다.
여상계가 찾아와 술을 한잔 하고 간 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영욱성에선 대대적인 잡가군 모집 방을 내걸었던 것이다.
당연히 광운과 편월도 거기에 지원했다. 스스로 가지 않았다면, 곽준방이 묶어서라도 데려갔을 터였다. 그만큼 작미성 전투 이후로 두 사람은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의외다 싶을 정도로 죽영은 순순히 광운을 보내 줬다. 가까운 곳에서 싸운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었지만, 말려도 소용없다는 건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까닭에서였다.
“잘 오셨소, 광운 장군!”
집무창으로 들어서자마자 여상계를 필두로 한 별동대의 다섯 부장이 광운을 반가이 맞았다.
“제발 그 장군이란 말은 좀 빼 주시오. 이제부턴 일개 잡가군의 졸자요.”
광운도 반가운 한편, 호칭이 어색해서 얼굴을 붉히며 마주 인사를 했다.
“오, 우리 꼬마 장군도 함께구나!”
“하하하! 한 두어 달 못 본 사이에 부쩍 자란 것 같구나.”
부장들은 편월도 웃는 얼굴로 맞아 주었다. 비록 꼬마지만 파양주군 사이에선 광운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는 터였다.
편월이 그 앞에서 깍듯한 군례를 갖춰 사람들은 또 한 번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에 전령이 달려와 숨 가쁘게 명을 전했다.
“전달이오. 곽 장군께서 별동대의 부장들은 모두 모이라고 하셨소. 지체 말고 가 보시오!”
“알겠다. 자, 광운 장군. 우리는 먼저 가 보겠소이다.”
“잠깐만! 이분이 광운이십니까?”
“그렇소이다만…….”
새삼 알은척을 하는 전령의 얼굴을 보며, 광운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잘됐소. 당신도 곽 장군께서 불러오라고 하셨소. 다섯 부장들과 함께 가시오.”
‘역시…….’
광운의 표정이 구겨졌다. 지난번 별동대를 맡으라고 했을 때 왜 좀 더 강경하게 거부하지 않았는지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잘됐소. 같이 가십시다, 광운 장군.”
“제발 그 장군이란 말은 좀…….”
“장군이었던 건 사실이지 않소. 그보다 왜 그런 좋은 실력을 썩히고 계시오. 그 솜씨라면 어딜 가도 일군의 지휘관이 되기에 충분한데.”
“사람을 이끌 재목이 못 되오.”
“이건 따끔한 소리로군! 광운 장군이 그러시다면, 우리들은 대체 뭐란 말이오? 모두 옷을 벗으라는 얘기와 같구려, 허허허!”
“그런 게 아니오.”
씁쓸하게 내뱉으며 광운은 걸음을 옮겼다.
“하하하! 광운 장군, 농담이오, 농담!”
“그만 하시오, 여 장군.”
앞서 가는 광운의 어깨를 잡으려는 여상계를 우효금이 재빨리 제지했다.
여상계도 순순히 따랐다. 광운의 표정에서 뭔가 있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란히 집무창 안에 있는 별동대 구역으로 들어가 곽준방과 만났다.
“그동안 잘 지냈나?”
곽준방은 광운을 보자마자 마치 껴안을 것처럼 반갑게 맞았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군문에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은 평복이기에 광운은 가볍게 포권을 해 보였다.
하지만 편월은 여전히 자로 잰 듯한 군례를 갖췄다.
“오오, 우리 꼬마 장군도 오셨구먼. 그래, 잘 지냈느냐?”
“옛!”
편월은 장군이란 말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우선 앉게. 이런 계절에 군을 소집해서 이상하게 생각들 하겠지. 하지만 전쟁이란 시기가 중요하네. 특히 남의 땅으로 쳐들어가는 전쟁은!”
자리에 앉자마자 곽준방은 입을 열었다.
아닌 게 아니라 확실히 전쟁을 하는 시기치고는 이상했다. 아무리 철천지원수 사이라고 해도, 추수기에는 싸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일 년 애써 지은 농사가 황폐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주님도 고심해서 결정하셨네. 알다시피 건주는 곡창지대일세. 올가을 추수를 끝내고 나면 그들은 군량을 넉넉하게 비축할 걸세. 반면 우리들은 그렇지가 못하네. 그동안 군량은 물론 백성들이 먹을 양곡도 모자라 건주에서 사들이지 않았나.”
얘기를 들으며 광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전쟁을 시작하면 승패가 결정되는 건 한겨울이 될 게다. 군량이 제대로 비축되지 않으면 병사들은 굶어서 얼어 죽기 십상이다. 건주에서 추수를 하기 전에 전쟁을 시작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건주와 파양주의 백성들이 불쌍하다.’
파양주군이 건주로 밀고 들어가면 농민들은 추수를 하지 못한다.
올겨울 그들은 굶주릴 것이고, 그건 고스란히 파양주 백성들의 고통과도 통한다.
곽준방의 말대로 여태 건주에서 곡식을 사들여 백성들을 먹여 살렸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 전쟁은 속전속결로 끝내야만 하네. 내 욕심 같아서는 한 달 이내로 끝냈으면 하는 바람일세. 그 선봉은 우리 별동대가 맡기로 했네.”
“와아-!”
“우우-!”
곽준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실내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선봉을 맡는다는 건 무장으로선 영예로운 일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한 달…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끝내겠다는 말이군.’
서북방의 겨울은 일찍 시작된다. 구월이면 벌써 살갗을 파고드는 바람이 차갑고, 시월이면 천지는 두터운 눈에 뒤덮이고 만다. 그 전에 전쟁을 끝내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을 턱이 없다.
“출동은 언제입니까?”
“열흘의 말미를 얻었지만, 그 전에 출발할까 하네. 건주에서도 우리의 동태를 눈치 채면 덜 여문 곡식이나마 모두 거둬들이려 할 테니까.”
“그리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다섯 부장들은 하나같이 분발하고 일어섰다.
“자네는 잠깐 기다리게.”
덩달아 일어서 나가려는 광운을 곽준방이 불러 세웠다.
“자넨 이번에도 수고를 좀 해 줘야겠네.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성주님의 명령일세.”
“흐음…….”
“이번에 지원한 잡가군 낭인 중에서 자네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오백 명 정도만 따로 뽑게. 되도록 성벽을 타고 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네만.”
“그러니까 그 오백으로 돌입대突入隊를 만들라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네. 무융성이 비록 허허벌판에 서 있지만, 그 성벽은 높고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네. 주변에 판 해자도 넓고 깊지. 파양주의 오만 병사 전원이 공격을 한다고 해도 정면으로 쳐서는 승산이 없다네. 겨울이 오기 전에 전쟁을 끝내려면 돌입대를 운용하는 수밖에 없네.”
“흐음…….”
“어려운 일인 줄은 아네.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까지 전쟁을 끝내지 못한다면 쌍방의 피해가 막심해지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자네들…….”
거기서 곽준방은 잠시 말을 맺었다. 차마 입 밖으로 내기 힘든 모양이었다.
“자네들 오백의 목숨을 내게 주게.”
‘기어이…….’
광운의 표정이 침울하게 굳어졌다.
연방 입매를 꿈틀거리며 격렬한 심적 갈등에 시달리는 얼굴이었다.
“광운…….”
편월이 그의 손을 잡으며 나직이 불렀다. 새까만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 훨씬 반짝였다.
‘이 아이는 내게 이 제의를 받아들이라 하고 있다. 내가 지휘하는 게 보기 좋아서. 하지만 이건 내 어깨에 타인의 목숨을 지고 가는 일이다.’
이건 분명 별동대를 지휘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들에겐 후퇴란 말도 있지만, 돌입대에겐 그게 없다. 일단 성벽을 뛰어넘는 순간 죽느냐 사느냐만 남을 뿐이다.
“보수는 다른 잡가군에 비해 세 배를 주신다고 하셨네. 맡아 주겠나?”
“광운…….”
“하…겠소!”
결국 광운은 승낙하고 말았다.
세 배의 보수가 탐나서가 아니라, 편월의 새까만 눈동자에 설득당한 탓이었다.
무융성 공격의 선봉은 별동대였지만, 그보다 이틀이나 먼저 작미성에 입성한 일단의 잡가군이 있었다. 질풍에 높이 올라탄 광운이 그 지휘자였다.
* * *
가겸후는 그날도 공사장으로 말을 달렸다. 요즘 들어 일과처럼 반복하는 일이었다.
사실 이건 파격적인 일이었다. 명색이 일국의 왕으로 칭하는 가겸후가 이렇게 직접 공사장까지 손수 말을 달려 나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가겸후는 왕이기 전에 무장이었다. 이런 식의 파격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전하께서 납시오!”
수행했던 호위관이 큰 소리로 외쳤다.
왕이 오셨으니 보다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모두들 일손을 놓고 꿇어 엎드리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리고 저만치에서 공사 감독관이 달려와 가겸후의 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삼가 대왕 전하를 뵈옵니다.”
“올해 안에 공사를 끝낼 수 있겠지?”
“궁궐 공사는 문제가 없으나, 성벽 공사는 아무래도 해를 넘겨야 될 것 같사옵니다.”
“해를 넘겨?”
반문하면서 가겸후는 말 머리를 돌려 저 멀리 내성을 둘러싼 성벽을 쳐다보았다.
숱한 사람들이 개미 떼처럼 다닥다닥 붙어 한창 일하고 있었다.
“황제께서 거처하실 궁이니라. 최선을 다해 지으라!”
“명심하겠사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가겸후는 말을 달려 성벽 공사를 하는 곳으로 갔다.
지금 창일성에서는 새로 성 하나를 짓는 것 이상의 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자신과 황제가 한곳에 있을 수 없으니, 그를 위해 새 궁궐을 짓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전각 몇 개만 뚝딱 올리면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내성 안에 거대한 궁궐이 들어서니만치 성벽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 그건 외성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신하들은 내성 안에 황제의 궁궐을 짓는 걸 반대했었다.
따로 작은 성 하나를 지어 주는 게 더 편하고, 경비도 적게 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겸후는 굳이 황제를 내성에 두기를 고집했다. 겉으로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기실 마음대로 부리기 위함이었다.
“전하, 건주에서 또 사자가 왔사옵니다.”
오기총감장 육우맹이 저만치서 말을 달려오며 고함을 질렀다.
이 역시 크나큰 파격 중 하나였지만 전국난세엔 이처럼 무관들을 우대하는 경향이 짙었고, 가겸후 역시 문관들보다는 무장들을 더 믿고 좋아했다.
“또 지원군을 보내 달라는 얘기오?”
“그러하옵니다.”
“성벽 공사하는 거나 한 바퀴 보여 주고 돌려보내시오. 이 공사가 끝나는 대로 지원군을 보내 주겠다고!”
“하오나 이자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온 것 같사옵니다. 전하를 뵙기 전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기세이옵니다.”
“그래도 소용없소. 건주의 고욱교는 너무 간교한 짓을 저질렀어. 이참에 버릴 참이오.”
“하오나 그래서는 파양주의 마용승이 너무 뻗어 나오지 않겠사옵니까? 지금도 건주를 공격하면서 주변 다섯 개 주에 은근히 압력을 가하고 있는 듯하옵니다.”
“그래 봐야 그자는 산골에서 땅굴이나 파 뒤집는 두더지에 불과하오.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그 두더지가 막대한 금과 쇠를 파내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겠사옵니까? 그렇게 축적한 부에다가 건주까지 합병해 버리면 식량 걱정도 덜게 되옵니다. 이건 재고再考를 하심이 가할 줄 아옵니다.”
“육 장군, 괘념치 말라는데도!”
“부디 속하에게 군사 이만 명만 딸려 주시옵소서. 한달음에 마용승을 치고 그놈의 모가지를 들고 오겠나이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육우맹은 주청을 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가겸후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의도였다.
“육 장군…….”
조금 전과는 달리 가겸후의 언성이 잔잔하게 깔렸다. 호통만 친다고 자기 고집을 꺾을 육우맹이 아님을 잘 아는 까닭에서였다.
“지금 준동하고 있는 자는 비단 마용승만이 아니오. 동남쪽에선 강국의 증두신이 날로 세력을 뻗쳐 호시탐탐 짐에게 도전할 날만 기다리고 있소. 서쪽은 또 어떻소? 변방을 돌며 비적질을 하던 목철린木鐵隣이 서남방을 평정하고 중주까지 넘보고 있소. 어쩌면 곧 제위에 올라 왕이라고 칭할지도 모르겠소. 이런 마당에 어찌 건주에만 신경 쓰며, 마용승 따위를 정벌하러 병력을 보내겠소? 그러니 자중하시오.”
“마용승은 그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인물이오이다. 통촉해 주소서!”
“그 점은 염려 마시오, 육 장군. 내년이 되면 마용승과 목철린은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시작할 것이오, 후후후.”
말끝에 가겸후는 나직이 웃었다. 황제가 수중에 들어왔을 때부터 세워 뒀던 계획이 내년이면 비로소 실행될 것이다. 그 생각만 해도 즐거워 견딜 수 없었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 소장이 여쭤도 될는지요?”
“황제를 이용하는 거요.”
“황제를?”
“그렇소. 황제에게 칙서를 내리게 하는 거요. 마용승에게는 목철린을 치라고 하고, 목철린에게는 마용승을 치라고 하는 거요. 아무리 국법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황제의 명을 거역하지는 못할 거요.”
“하오나 그자들은 황명이라고 해서 고분고분 따를 자들이 아니옵니다.”
“그렇게 되면 더욱 좋지. 그땐 내가 나서는 거요. 황제의 정식 칙명을 받아 역적을 토벌하는 거지. 명분이 서 있으니 각국의 왕이나 패주들도 내 명을 들어야 할 거요. 이건 당당히 이 난세를 종식시키고, 사분오열된 천하를 통일하는 초석이 될 것이오.”
육우맹은 좀 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가겸후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벌써 천하 통일의 꿈에 젖어 있는 가겸후의 얼굴을 보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 따라오시오. 육 장군! 오랜만에 성안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둘러보기로 합시다.”
“불가하옵니다, 전하!”
곧바로 말에 채찍을 가하려는 가겸후 앞을 육우맹이 전신으로 막아섰다.
“지금 진세궁鎭世宮엔 건주의 사자가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비록 건주를 버리실지라도 사자만은 정중히 영접해야 될 줄 아옵니다. 이는 대왕의 위명에도 영향을 끼치니, 깊이 통촉해 주시옵소서!”
그러고 보니 육우맹의 말투가 그 어느 때보다 정중했다. 아마 가겸후에게 일국의 왕으로서 체통을 지키라는 무언의 충고인 것 같았다.
“꼭 그래야만 하나?”
“사자로 온 자를 박대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각처의 왕들이나 패주들이 대왕 전하의 속이 좁다고 비웃을 것이옵니다.”
“알겠소. 당장 돌아가서 사자를 만나리다.”
“그러셔야 하옵니다. 감사하옵니다.”
“자, 갑시다!”
가겸후는 곧장 진세궁을 향해 말을 달렸다. 그때는 벌써 황궁이나 성벽 공사 그리고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씻은 듯 사라져 버린 뒤였다.
지금 가겸후의 뇌리엔 이 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바로 이게 가겸후의 무서운 점 중 하나였다.
3
오백의 돌입대가 작미성을 출발한 건 팔월 열이틀, 그들이 무융성의 외성 밖 오십 리 지점에 있는 채가장蔡家莊에 집결한 것은 사흘 뒤인 열닷새였다.
정오가 되기 전에 채가장에 도착한 광운은 미리 도착한 자들은 물론, 그 뒤에 도착한 자들까지 하나하나 손을 잡아 줬었다.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오백의 돌입대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모인 건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너른 채가장 여기저기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고, 광운은 수뇌 급 다섯 명만 따로 불렀다. 각기 백 명씩 지휘하는 자들이었다.
“무융성은 둘러봤소?”
광운은 그중 한 명에게 물었다.
미리 무융성을 살펴보기로 되어 있던 장걸張桀이라는 자였다.
“도저히 들어가 볼 틈이 없었소. 지금 무융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소. 미리부터 성내에 살고 있어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눈에 익은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성주가 발행한 통행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그대로 체포되고 만다오.”
“그럼 성안의 병력이나 배치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는 말이오?”
“배치에 대해선 알 수가 없었소. 하지만 성문 출입이 가능한 농부들의 말을 들어 보니 안엔 약 일만의 병사들이 있는 것 같았소. 고욱교가 급히 잡가군을 끌어 모았다고 하더이다.”
“일만이라…….”
“아, 그리고 또 하나. 이제 곧 지원군이 도착한다는 말도 했소이다.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원군 얘기는 고욱교가 성내의 동요를 막으려는 수단으로 낸 계략일 게요. 내가 알기론 어디에서도 건주를 돕기 위해 군사를 움직인 곳은 없소.”
그건 사실이었다.
광운이 돌입대를 맡은 이후로, 건주에 대한 모든 정보는 곽준방이 제공해 줬었다.
“성병이 일만이라지만, 그 대부분이 잡가군이라면 크게 염려할 건 없을 듯하오. 나가서 싸우라면 강할지 몰라도, 농성하라면 질색하는 무리들이니까.”
광운의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신들 역시 잡가군인지라 그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파양주의 선봉인 별동대가 무융성을 치는 건 아마 모레 정오쯤일 거요. 그들이 원하는 건 단시간 내에 성을 함락하는 것이오. 그러니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모레 새벽에는 무융성에 잠입해 있어야 하오. 무슨 방법이 없겠소?”
“성의 출입이 그토록 까다롭다면, 위장을 하고 스며들기는 어려울 것 같소. 이건 아무래도 선봉대와 같이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소.”
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서진청徐眞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십 대의 사내였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거요. 하지만 대낮에 성벽을 타고 넘는 건 많은 희생이 필요하오.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봅시다.”
“그런 희생이 있기에 우리가 남들보다 세 배의 보수를 받는 거 아니겠소! 은밀히 잠입하려다 실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오.”
“그게 바로 개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오. 비록 잡가군이 주축이라지만, 상대는 무려 일만이오. 고작 오백으로 정면을 친다는 게 말이나 되오?”
세모꼴 눈에, 세 가닥 수염을 기른 오강吳剛이 서진청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방법을 제시해 보시오!”
“정 안 되면 땅굴이라도 파야지.”
“한 달 동안 땅굴을 파 보시오.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뿐이오. 그걸 명심하시오!”
갑자기 좌중이 떠들썩해졌다. 제각기 가장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입에 올리며, 그 타당성을 열변한 탓이었다.
“조용히 해! 조용히!”
어디선가 높고 뾰족한 음성이 그 산만한 소란을 가라앉혔다. 편월이 지른 고함이었다.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땐 대장의 말을 듣는 거야. 우리 대장은 여기 광운이니까, 광운의 얘기를 들어 봐. 우리는 그가 내리는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돼!”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히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갓 말을 배운 것 같은 꼬맹이가 전장에서 단련된 거친 사나이들의 입을 봉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누구도 나무라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편월은 꼬마 전사라는 인식이 파양주 병사들 및 잡가군 사이에 퍼져 있었고, 또 그 말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그렇소. 우리는 광운 대장의 말이라면 뭐든 하겠소. 목숨 따위는 벌써 돌입대에 들어올 때 던져 버렸으니, 서슴없이 말씀해 보시오!”
“자, 대장의 복안을 들어 봅시다!”
삽시간에 의견은 광운의 명에 따르자는 걸로 모아졌다. 오랜 세월 잡가군의 삶을 살아오는 사이 어느새 명을 받는 것에 익숙해진 탓이리라.
광운의 표정이 조금 흐려졌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돌입대에 편입된 오백의 목숨이 걸려 있는 것이다. 가슴이 뻐근해지고, 어깨에 커다란 바위가 올라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들에겐 답을 해 줘야 한다. 자기마저 입을 닫고 있으면 이들은 정말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전멸되기 십상이다.
“다른 방법을 세워 시행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 같소. 우리는 별동대가 공격하기 전인 모레 새벽에 성벽을 타고 넘어가겠소.”
“하지만 별동대의 공격은 정오라고 하지 않았소? 새벽이라면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소?”
“성벽을 타고 넘는 건 아무래도 새벽의 어둠을 이용하는 게 쉬울 거요. 그 직후 우리는 무융성의 서문을 장악하고, 별동대가 공격할 때까지 적들과 싸우는 거요.”
“적어도 세 시진 이상은 버텨야 할 텐데, 우리 오백으로 가능하겠소? 비록 잡가군이라지만 무융성엔 일만의 병사들이 있소.”
“별동대가 최대한 빨리 공격할 수 있도록 손을 써 보겠소. 영채 따위는 세우지 말고, 도착하자마자 공격을 감행한다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요.”
“그래도 우리 오백만이 들어가서 적들과 접전을 벌인다는 건 자살 행위요. 아무래도 별동대의 공격을 기다려 그 혼란한 틈을 이용해 성벽을 넘는 게 상책일 듯하오.”
“잠깐! 잠깐만!”
이번엔 서진청이 두 손을 들어 좌중을 조용히 시켰다.
“우리는 조금 전에 광운 대장의 명이라면 무조건 따르겠다고 했소. 그런데 이게 뭐요? 광운 대장이 분명히 하나의 작전을 제시했음에도 또다시 이의를 제기하는 거요? 이래서는 성공할 일도 실패하고 말 것이오!”
광운의 뜻이 자기와 같다는 걸 안 서진청의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좋소. 군령으로 내린다면 기꺼이 따르겠소!”
가장 반대가 심했던 오강이 뜻을 바꾸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거기에 동조했다.
이젠 광운이 본격적으로 나설 때였다.
“그럼 정식으로 작전을 하달하겠소. 우리 오백은 모두 네 개 조로 나누겠소. 목표인 서문 공략엔 이백, 나머지는 모두 백 명씩 편성해서 무융성의 사대문을 장악하고 불을 지르시오. 서문 공략엔 내가 직접 앞장서겠소.”
“알겠소. 그 명에 따르겠소!”
“세 시진을 버티자면 갑옷 자락을 단단히 여미고 가야겠군.”
일단 정식으로 작전이 하달되자 그들은 더 이상 군말이 없었다.
오직 성공한다는 결의만 다지며, 각자의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왜 그래, 광운? 어디 아파?”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나자 편월이 작은 손으로 광운의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땀이 흥건히 고여 있었던 것이다.
“아니, 괜찮아.”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
“더워서…….”
실제로 바깥엔 팔월의 태양이 한창 따갑게 내리비치고 있었지만, 실내는 비교적 서늘해 이마에 땀이 밸 정도로 덥지는 않았다.
하긴 단순한 더위뿐이라면 윤유월의 폭염 속에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광운이었다.
지금은 주변 환경보다는 심적인 부담감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 광운이 다른 이름으로, 지금은 멸망해 버린 한 성의 정식 장수로 재임하고 있을 때, 그는 스물을 갓 넘긴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그 당시 광운이 소속된 성은 이웃과 전쟁 중이었고, 그에겐 지금과 같은 돌입대를 결성해 본대의 공격에 맞춰 적의 성문을 열라는 명이 떨어졌었다.
젊은 광운은 분발했었다. 천 명의 부하 장병들을 이끌고 정면으로 성벽을 넘어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멸이었다. 천 명의 부하들을 잃은 건 물론, 그 작전의 실패로 광운이 소속됐던 성도 멸망하고 말았다.
지금 광운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소속과 신분만 달라졌을 뿐, 상황은 그때와 너무나도 똑같다. 또 한 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오백이다.’
숫자 자체는 그리 많은 게 아닌지도 모르지만, 그게 사람 목숨이고 보면 결코 적다거나 가볍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 광운은 이상해. 정말 괜찮은 거야?”
편월이 이런 말을 할 때면, 광운은 늘 내심 찔끔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날카로운 관찰력 때문이었다.
“괜찮다고 했잖아.”
“그럼 오늘 같은 날은 부하들에게 술 한잔 사 줘야 되는 거 아냐? 광운이 또 대장이 되었으니, 명령에 잘 따르라는 의미에서도…….”
“후후후…….”
나직한 웃음으로 광운은 편월의 말을 막았다. 정규군이라면 부하들에게 술을 산다는 건 생각도 하지 않지만, 잡가군 사이에선 흔한 일이다.
지원할 땐 같은 신분이었지만, 대장과 부하로 갈리고 보면 더러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걸 사전에 무마하자는 의도로 대장이 한턱내는 거다.
“저들에겐 술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저만한 사기라면 명령에 불복종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 점은 나도 이상해. 다른 데 있을 때 봤던 아저씨들과 확실히 달라. 왜 그럴까?”
“보수가 세 배니까!”
“에?”
광운의 대답에 편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싸움을 알고, 또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잡가군의 지원자들이 돈을 위해 전쟁을 한다는 걸 이해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어렸다.
“그럼 지금부터 뭘 할 거야?”
“작미성에 전령을 보내야지.”
“뭐 하러?”
“그야 되도록 빨리 무융성을 공격해 달라고 요청하려는 거지. 다 들었잖아. 능청 떨지 말어!”
전쟁에 관해선 나이를 넘어선 감각을 발휘하는 편월이란 걸 잘 알기에 광운은 그를 잡아 간지럼을 태웠다.
“꺄르르륵! 이, 이거 놔!”
“편월은 어떻게 생각해? 이번 작전이 성공할 거 같아?”
“응. 광운이 대장이면 틀림없이 성공할 거야. 지난번에도 그랬잖아!”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편월이 대답했다. 마치 자기가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손으로 부하들을 지휘하는 시늉까지 했다.
“편월은 대장이 되는 게 그렇게 좋나?”
언젠가 한번 물었던 질문을 광운은 또다시 반복했다. 그만큼 이번 임무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응. 좋아! 언제고 성도 하나 가질 거야. 아주 큰 성으로!”
“성이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냐. 대대로 물려받는 게 대부분인데, 편월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괜찮아. 빼앗으면 돼!”
“뭐?”
“두고 봐. 내가 나이가 들어 광운만큼 키도 커지고, 힘도 세지면 반드시 큰 성 하나를 뺏을 거야. 누가 뭐라는 놈이 있으면, 그놈도 쳐부술 거야.”
말하는 편월의 눈이 흑요석보다 더 검은빛으로 반짝였다. 상상 속에서는 벌써 거대한 성 하나를 목표로 쳐들어가고 있는 자기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아이…….’
어쩌면 방금 했던 말처럼 나중엔 실제로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다고 광운은 생각했다.
“그렇게 성을 빼앗아서 뭘 하려고?”
“싸울 거야!”
“누구와 싸우지? 또 싸움은 지금도 하고 있잖아.”
“그냥 미운 놈들하고는 다 싸울 거야. 그 싸움은 지금 싸우는 것과는 달라. 음… 그건 말이야… 음, 그건…….”
편월은 답답했다.
가슴속에는 할 말이 가득 쌓여 있는데 그걸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 얼굴이 붉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어린 머리로는 하고픈 말을 모두 다 할 수 없을 터였다.
뭐, 어른이 된다고 해서 속에 있는 걸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 지금 당장은 말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생각나거든 언제라도 내게 얘기해 줘야 해. 누구와 싸울지, 또 왜 싸워야 하는지.”
“그땐 광운도 내 편이 되어 줄 거지?”
“당연한 건 묻는 게 아냐!”
“그럼 됐어! 광운만 내 편이 되어 주면 난 세상 누구라도 다 이길 수 있어.”
편월은 손뼉을 치며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벌써 한 성의 주인이 되어 믿음직한 장수를 얻은 듯한 모습이었다.
“자, 나가자. 전령을 뽑아 작미성으로 보내야지.”
“그 전령 내가 뽑아도 돼?”
“그러고 싶어?”
“응!”
아무래도 편월은 아직까지 한 성의 주인이 되어 있는 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간절한 눈빛으로 광운에게 부탁했다.
“알았어. 그럼 난 편월이 어떤 사람을 전령으로 뽑는지 구경이나 해 볼까?”
“고마워!”
일단 승낙이 떨어지자 편월은 광운의 손을 잡은 채 팔짝거리며 걸어갔다. 이럴 땐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편월이 전령으로 뽑은 사람은 이귀李龜였고, 그 인선이 광운을 놀라게 했다.
자기라도 그를 선택했을 테니까 말이다.
왜 이귀를 뽑았느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도 가관이었다. 말 잘 타고, 사람이 똑똑해서 실수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했던 것이다.
어쨌든 이귀는 그길로 작미성을 향해 말을 달렸다. 전갈은 별동대의 공격을 최대한 앞당겨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돌입대는 준비하느라 분주해졌다. 갈고리 달린 밧줄을 가장 우선으로 챙겼고, 각자의 손에 맞는 병기와 커다란 망치, 또한 밧줄로 만든 사다리 등이 갖춰졌다.
“그 망치는 필요 없을 거요.”
터무니없이 크고 무거워 보이는 망치를 챙긴 장정에게 광운은 주의를 주었다.
“아니, 성문을 깨뜨릴 때는 이게 반드시 필요하오. 요즘 들어 성문 안쪽에 말뚝을 박아 놓은 성이 많아서 말이오.”
“그보다는 기름을 챙기시오. 성문을 깨뜨리는 게 아니라 아예 태워 버릴 테니까.”
“예?”
장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까지는 성문을 태운다는 말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면 지휘자가 그 말을 했을 때 졸았거나…….
어쨌든 그 장정은 망치를 버리고 기름통을 챙겨 들었다.
“혼자서 장비를 확인하지 말고, 서로서로 짝을 지어 확인하시오. 성에 돌입할 때는 장비 준비가 철저해야 하오.”
“광운, 대장은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응?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흠흠! 다들 빠뜨린 장비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라. 장비가 생명이란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도록! 이렇게 하는 거야. 키키킥!”
억지로 꾸민 굵은 목소리로 목청껏 고함을 지른 후, 제 딴에도 겸연쩍었는지 편월은 킥킥 웃었다.
하지만 우렁찬 대답은 오백의 잡가군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존명!”
그렇게 말한 후 그들 역시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뇌리에 편월이 부동의 꼬마 장군으로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 * *
열이레의 약간 기울어진 달이 서편 하늘로 기울기 시작했을 때, 네 개 조로 나뉜 오백의 돌입대는 각자 맡은 성문 밖 해자가에 몸을 숨기고 대기했다.
“명심하시오. 별동대가 최대한 빨리 공격을 개시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하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소. 그러니 누가 됐든 가장 먼저 성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즉각 성문에 불을 지르시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별동대가 공격을 감행할 때까지 버티시오.”
“알겠소.”
“존명!”
승복하는 목소리가 어슴푸레한 새벽의 대기 속으로 녹아들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네 군데서 동시에 쳐들어가야 한다는 거요. 저 달이 산 너머로 완전히 떨어진 뒤가 바로 공격 개시 시간이오!”
이번에도 나직하게 복명하는 속삭임들이 잠시 일렁거리다 사그라졌다.
“그럼 각자 위치로!”
그 말에 따라 세 명의 지휘자가 푸르스름한 달빛을 밟고 자기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달려갔다.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광운은 달의 움직임에만 시선을 집중했다. 완전히 기울기까지 각 지휘관들은 충분히 부하들과 합류할 수 있을 터였다.
이윽고 달이 서산 너머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자, 출발!”
여름 끝 자락의 새벽은 짧다.
그 길지 않는 어둠을 이용해서 성벽을 넘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가장 먼저 광운은 해자에 몸을 담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건너간 후, 준비한 갈고리 밧줄을 힘차게 성벽 위로 던져 올렸다. 소리가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미리 갈고리의 쇠가 노출되지 않도록 솜을 감아 뒀기 때문이다.
턱!
갈고리가 걸렸다.
몇 차례 밧줄을 당겨서 단단히 걸렸다는 걸 확인한 광운은 밧줄에 몸을 실었다.
그때도 편월은 광운의 등에 업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