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7. 블루문의 러닝백 (2) >
제퍼슨이 맨체스터로 이적한 사실을 가장 기뻐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꺼져 블루스들! 제퍼슨은 블루문이라고 이제!"
"런던의 상징? 좆까! 맨체스터의 상징이다!"
우선 라이벌 팀에게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빼앗아 왔다는 자부심에 가득 찬 맨시티 팬을 꼽을 수 있으리라.
"믿기지 않는군. 치프, 보여? 저 제프가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네. 보입니다, 감독님."
"흐흐흐흐!"
과르디올라는 6년 동안 꿈꿔 왔던 제퍼슨을 보고 황홀해했으며.
"뭔가 일이 줄어든 것 같은데?"
"그치? 첼시 만날 때면 한 3주 전부터 밤샘이었지."
"제퍼슨 막을 비책 구한다고 제퍼슨 데뷔 시절 경기부터 다 분석했잖아?"
"이젠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야!"
맨시티의 전력분석관들과 데이터 분석팀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모두가 기뻐했지만, 이중 유난히 좋아한 사람들은 선수들이었다.
"막아!"
처음으로 팀 자체 청백전에 투입된 제퍼슨 리.
반대편 수비수로 나온 존 스톤스는 이를 꽉 깨물었다.
솔직히 말해 자신은 단 한 번도 제퍼슨을 제대로 막은 적이 없다.
'지금은 다르다!'
훈련이기도 했고, 경기 감각이 제대로 오른 자신과는 달리 제퍼슨은 재활 끝에 이제 훈련에 참여했다.
경기 감각, 몸 상태, 모든 면에서 스톤스가 우월하다.
그런데도 지금 막지 못한다면, 축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막는다!'
스톤스가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앞발을 쭉 빼면서 공을 차단하고, 어깨를 낮춰 대놓고 들어가는 어깨 싸움.
그 순간이었다.
제퍼슨의 왼발이 부드럽게 움직이더니, 공을 가볍게 드래그 백(발바닥으로 공을 몸 안쪽으로 당긴 뒤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기술)으로 태클을 피했다.
"······!"
동시에 상체가 유연성 넘치게 흐물거리며 출렁였다.
어깨와 상체가 부딪치는 찰나의 순간.
부드럽다 못해 '우아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환상적인 마르세유 턴이 터져나왔다.
"맙소사! 스톤스가 한방 먹었군!"
"허!"
스톤스는 아연한 얼굴로 멀뚱히 제퍼슨의 뒷모습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수비를 부드러운 동작으로 모두 제쳐버린 뒤, 골문을 향해 왼발로 낮게 깔리는 슈팅을 성공시키는 모습.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우습게도 자존심이 상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저 자식이 이제 우리 팀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이건 비단 존 스톤스만 가진 생각이 아니었다.
케빈 데 브라이너는 미간을 좁혔다.
청백전에서 제퍼슨과 같은 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보는 것이지만······.
투욱!
"나이스 패스!"
"데 브라이너! 굿 패스!"
"좋아! 그렇게 하라고!"
지켜보던 코치진과 과르디올라 감독이 손뼉을 쳐 대며 환호했다.
분명 자신을 향한 칭찬인데도 데 브라이너는 무작정 좋아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저 칭찬과 환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자신은 뻔뻔하지 못했다.
'대체 이 패스가 왜 통하는 건데?'
오히려 그는 의문이었다.
투욱!
"젠장! 막으라고! 또 제퍼슨한테 패스가 갔잖아!"
"왜 못 막아?"
"니들이 막아 봐! 이 자식들아!"
제퍼슨은 본래 특유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분명 설렁설렁, 가볍게 몸을 푸는 것처럼만 보였다.
이때 데 브라이너의 패스는 거침없이 빈틈을 찔렀고, 그 빈틈 사이에 제퍼슨이 존재했다.
벌써 이어지는 제퍼슨의 두 골.
우습게도 데 브라이너는 라이벌 팀의 카이 하베르츠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 개자식, 매년 도움왕을 가져가는 이유가 이거였어?"
입가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얼마나 감탄했던가.
하베르츠는 그가 인정한 진짜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였다. 대지를 가르는 패스와 볼 키핑 능력, 드리블 모든 면에서 좋은 선수.
그런 선수에게 경쟁의식을 느낀 게 몇 년 인가.
매번 도움왕을 내주면서 절치부심했던 세월이 몇 년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시스트 능력에 소름이 돋았던 적이 몇 번인가?
한데 데 브라이너는 지금 몸에 소름이 다닥다닥 올라왔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짜릿한 기분이었다.
빈틈이 보이고, 그곳으로 패스를 찔러 넣으면 제퍼슨이 짠 하고 나타난다.
자신의 패스가 획기적이고 정확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니야. 그냥 저 자식이 내 패스를 다 읽고 있어. 내 생각을 말이지. 오늘 처음 호흡을 맞춰 보는데.'
그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패서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는 움직임.
최전방에서 싸우는 스트라이커가 2선의 미드필더 생각을 완벽하게 읽는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데 브라이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베르츠 이 개자식! 제퍼슨 덕을 많이 봤겠어! 이젠 내 거라고! 제퍼슨은!"
이렇게 선수들은 하나씩 제퍼슨의 플레이에 감화되어 갔다.
적으로 만나면 몸서리쳐질 정도로 끔찍했던 선수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가 되었으니까.
삐이이익!
제퍼슨의 환상적인 움직임에 이은 두골로 제퍼슨의 청팀이 승리했다.
서로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들기는 가운데 제퍼슨이 선수들을 모았다.
팀의 첫 훈련에 참여한 이적 선수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
하기야 첼시에서 수년 간 부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던 제퍼슨이 아니었나.
선수들은 자연스레 제퍼슨에게 몰렸다.
"헤이, 스톤스."
"으응?"
"수비 좋았어. 내 몸 상태 파악하고 어깨 싸움 걸어오는 판단 꽤 좋았어."
"······흐흠! 뭐, 못 막았는데."
"맞아. 아까 네가 먹힌 실점 원인을 잘 분석해 봐. 첼시의 산티아고 녀석이 이렇게 플레이하거든."
"······!"
스톤스가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선수들이 순간 얼어붙었다. 제퍼슨은 아랑곳 않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데 브라이너의 패스를 받고 박스에서 보여 줬던 움직임은, 너희들 다 기억해야 해. 마크 우트 녀석은 이렇게 귀신처럼 나타나 공을 잡거든. 알겠지?"
"······지금 네 플레이가 아니라 첼시 선수들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 줬다는 거야?"
"맞아. 그러니까 몸으로 느끼고 잘 생각해 보라고. 그래야 실전에서 잘 막겠지?"
선수단 사이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제퍼슨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선수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제퍼슨은 두 골이나 넣었고, 수비수들을 여러 번 농락했다.
한데 그것들이 모두 자신의 플레이가 아니라, 다른 선수의 플레이를 흉내낸 것이라니.
제퍼슨의 움직임에 감탄하고 또 경악했는데······.
"그러니까······ 훈련에서 보여 준 모습이 네 플레이가 아니라고?"
"내 플레이?"
제퍼슨이 고개를 모로 꺾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보여 주면, 감당되겠어?"
"······!"
"헉!"
제퍼슨이 농담이라는 듯이 잔뜩 굳어 버린 스톤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첫날부터 동료들에게 밉보이긴 싫었어. 그리고 어차피 이제 우린 동료인데, 내 플레이 막을 필요가 뭐 있어?"
굳어 버린 선수들을 뒤로 한 채 제퍼슨은 몸을 돌렸다.
선수단 사이에 가라앉은 침묵이 깨진 건 한참 지난 후였다.
"잠깐 생각해 봤는데, 저 자식이 우리 팀으로 왔다는 사실이······."
"우승컵 트로피보다 더 기쁠 것 같다는 얘기지? 나도 그래."
"Fuck······."
선수단에게 '제퍼슨 밤(Jeffrson BOMB)'을 터뜨린 제퍼슨을 과르디올라가 묘한 표정으로 불러 세웠다.
"으흠. 정말 동료들 밉보이기 싫어서 네 플레이를 안 보여 준 거야?"
과르디올라 말대로, 실제로 훈련에서 제퍼슨은 특유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다이내믹한 방향 전환, 폭발적인 스피드, 탱크같은 돌진력이 없었다.
과르디올라도 그것이 의문이었고, 또 걱정이었다.
재활 후 그 장점이 사라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
하지만 제퍼슨은 여유롭게 웃었다.
"그건 아니에요. 아직 몸이 완전히 따라 주질 않네요."
"그래?"
"속도를 터뜨려야 할 때 못했고, 몸으로 밀어붙여야 할 때 망설였고, 근육이 좀 빠진 것도 있고······."
"부상 전 몸 상태하고 비교하면 지금 네 상태를 점수로 표현할 수 있나?"
"한, 60점 정도요."
그 말에 과르디올라의 얼굴이 이상하게 구겨졌다.
"60······ 60점이란 말이지."
왠지 모르게 꾹 눌러 담은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 제퍼슨은 혹여 자신의 몸 상태에 화가 난 게 아닐까 싶어 급히 말했다.
"하지만 곧 80점 이상까진 올라올 것 같아요, 보스. 노력하겠습니다."
"아냐. 응. 그래. 어어. 알겠다."
펩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잡았던 제퍼슨을 보내줬다.
제퍼슨이 떠난 후에야 과르디올라는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60점이란 말이지. 60점 수준으로 내 선수들 상대로 두 골을 넣고 농락했단 말이지. 그렇단 말이지."
말하면서 점점 허탈함이 묻어 나왔다.
그러다가 양손으로 머리를 잡으며 괴성을 내질렀다.
"첼시 이 개자식들! 이런 치트키를 치고 게임을 해 왔다 이거지? 이래서 우리가 우승을 못 했던 것이었어! 이 개자식들! 쓰레기놈들! 개쓰레기!"
화를 한참 쏟아 내다가 별안간 또 웃음을 터뜨렸다.
"아냐, 아냐! 이제 내 선수지! 그래.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 100점으로 만들면, 이젠 그 치트키가 우리 거라고!"
허탈에서 분노, 분노에서 갑자기 광기어린 웃음으로 변하는 감독의 모습에 코치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감독님이 많이 변하신 것 같은데?"
"제프가 온 이후로 저래."
"냉철했던 우리 펩이 아니라······ 첼시의 그 또라이 감독 필마르크 같은데?"
"······내가 들은 게 있는데 말이야. 첼시에 또라이들 많잖아."
"응?"
"제프만 따라하는 우트, 무심한 얼굴로 축구만 하는 하베르츠나, 싸움닭 산티아고나, 잘생겼지만 좀 이상한 션 올리버나. 걔들 다 좀 또라이 같잖아?"
"걔들 괴짜들로 축구계에선 유명하지."
"그게 다 제퍼슨 때문이라는데?"
"응?"
그 말에 코치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제퍼슨하고 뛰기만 하면 사람이 다 또라이로 변한대."
"그게 무슨······."
"봐봐! 우리 팀 애들!"
코치진이 일제히 훈련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들 이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 봐! 스톤스가 훈련이 끝났는데 귀신에 홀린 것처럼 또 훈련하러 가고! 어! 데 브라이너를 보라고! 왜 얼굴에 홍조를 띠고 제퍼슨을 바라보는데? 쟤들 다 또라이처럼 보이잖아! 심지어 감독도!"
코치의 말처럼.
맨시티는 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보기엔 조금 그렇지만 분명 좋은 방향으로.
***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첼시와 맨시티의 경기가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흥분에 가득 차 있습니다! 다름 아닌, 왕의 귀환이거든요!]
[여러분! 방송 실수가 아닙니다! 맨시티의 선발라인업에 제퍼슨 리가 있는 건, 어색하지만 당연한 일입니다! 제퍼슨 리. 그가 1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그리고 또 끔찍하네요. 어떻게 친정팀과의 경기, 그것도 챔피언스리그 4강전, 그것도 첼시의 홈구장에서 복귀할 수 있을까요?]
[첼시 팬들, 복잡한 표정으로 필드에 올라온 제퍼슨을 바라보는군요.]
[원래 이 시간에는 제퍼슨의 응원가가 이곳에서 늘 울려 퍼졌는데······ 정말 이 어색함이란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 말씀드리는 순간! 제퍼슨에게 데 브라이너의 패스가 향합니다!]
***
"어때, 제프. 이런 움직임, 가능하겠나?"
펩의 물음에 난 피식 웃었다.
이 양반도 참 여우 같다.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니, 그렇게 지시를 하신 거겠죠?"
"역시!"
내가 맨시티에 와서 놀란 점이 하나 있다.
맨시티가 가진 나에 대한 상세 자료다.
나도 몰랐던 내 사소한 습관 하나까지, 맨시티의 전력분석팀은 알고 있었다.
날 막아 내기 위해 분석한 자료들이라고.
아무튼,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펩 과르디올라는.
어쩌면 필드 위에서만큼은, 내 가족보다 제퍼슨 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말은······.
투욱!
60점의 몸 상태만으로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전술이라는 사실.
데 브라이너가 길게 패스했다.
나는 패스를 향해 전진했다.
잔디에 내딛는 발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감각.
"-----!"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
션 올리버, 카이 하베르츠, 마크 우트, 산티아고, 풀리시치, 뤼디거······ 그 외에도 모두가 다 복잡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다.
오랜만이야, 친구들.
그런데, 필드에선 친구는 없는 법 아니었나?
"제프를 막아!"
"Fuck! 우리팀이 아니라고! 막으라고!"
순식간에 세 명이 나를 에워싸려 했고, 나는 나에게 온 패스를 원터치로 가볍게 오른쪽 측면으로 빼줬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하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젠장!"
그 공을 스털링이 잡고 전진했다. 순간적으로 첼시의 수비가 일시 정지한 듯했다.
짧은 순간. 나는 있는 힘껏 수비 사이를 내달렸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코너 라인에서 중앙으로 내주는 컷백.
"제-프!"
동시에 두 가지 목소리.
하나는 스털링의 외침이었고, 하나는 나를 막으려고 달려드는 뤼디거의 움직임이다.
저돌적인 움직임. 어깨 싸움이다.
흠.
부상복귀 후 몸 상태라, 떡대로 유명한 뤼디거를 상대하긴 좀 벅찰지도.
그래서 뤼디거가 저렇게 자신 있게 달려드는 거겠지.
근데 말이야.
"헤이, 뤼디거! 그거 알아?"
"시끄러워! 네 말 안 들을 거야! 안 들려!"
"내가 프리미어리그 처음 온 애송이시절부터, 넌 날 몸싸움으로 이기지 못했다는 걸."
"······!"
"부상 복귀한 지금이라고, 다를까?"
동시에 상체를 숙였다. 흔들리는 뤼디거의 눈빛을 마주하며, 그와 부딪치는 찰나 몸을 비틀었다.
둔중한 충격이 어깨에 가해지는 찰나의 순간. 몸을 힘껏 들어 올리며 반동을 이용해 그를 말 그대로 날려 버렸다.
"컥!"
그 다음은, 뭐, 뻔하지.
뭐겠어?
뻐엉!
음.
첼시의 골문으로 골을 집어넣는 기분이란 참······.
히죽.
"나쁘진 않은데?"
***
[제퍼슨의 선제골이 터져 나옵니다! 오! 이런! 이런! 맙소사! 제퍼슨이 친정팀의 심장에 비수를 꽂습니다!]
[아아아! 제퍼슨 리! 제퍼슨 리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스탬포드 브리지에 복수의 칼날을 쑤셔 넣습니다!]
도저히 뭐라 하기 힘든 감정이 스탬포드 브리지를 가득 메웠다.
제퍼슨은 선제골을 넣고도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하프라인으로 돌아갈 뿐, 친정팀에 대한 예우를 보여 줬다.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모습을 보는 첼시팬들의 심정은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아무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뱉을 수 없었다. 가슴속에서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들이 더한 고통을 느낀 건, 원정석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진동이었다.
쿵쿵, 짝!
쿵쿵, 짝!
쿵쿵, 짝!
너무나도 익숙한 리듬과 진동.
그리고 1년 동안은 잊고 있던, 자신들의 입에 배고 또 뱄던 그 노래가.
상대에게서 흘러나오는 끔찍한 상황을, 상상이라도 해 봤을까.
"LEE Will, LEE Will Kill you!"
제프가 너희를 죽여 버릴 거야!
"LEE Will, LEE Will Fuck you!"
제프가 너희를 엿 먹이겠지!
< 외전 7. 블루문의 러닝백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