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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괴물 러닝백-234화 (234/258)

< 외전 3. 덜 푸른 심장 (3) >

각 클럽의 정보 싸움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제퍼슨 리와 첼시 구단주 사이에 불화설이 불거졌단 소식은 곧장 여러 구단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뭐? 그 제퍼슨 리를 정리한다고?"

"재계약에 연봉 삭감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답니다!"

"아니, 그건 제퍼슨 보고 나가라는 뜻 아니야? 첼시 놈들이 미쳤나?"

"선수들이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데. 부상 입었다고 연봉 삭감? 더구나 첼시에 우승컵을 수도 없이 갖다 준 제퍼슨 리에게?"

"What the Fuck!"

"첼시가 내가 아는 그 첼시 맞아?"

라이벌 구단들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제퍼슨 리는 첼시의 상징이다. 모든 축구팬에게 첼시는 곧 제퍼슨 리. 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을 정도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상징성과 컬러는 첼시와 똑같지 않나.

심지어 제퍼슨이 첼시에서 이룩한 성과를 보라.

"발롱도르 4회 연속 수상, FIFA 올해의 선수상 4회 연속 수상!"

"유럽 챔피언스리그 3연속 우승, 3연속 대회 MVP!"

"프리미어리그 3연속 디펜딩 챔피언. 3시즌 동안 리그에서만 133골!"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프리미어리거 독식!"

"이번달의 선수상을 매달 받으니까, 아예 제퍼슨을 후보에서 빼야 한단 말이 있을 정도잖나!"

"이런 선수를 부상 입었다고 내친다고?"

구단들은 혹여 제퍼슨과 구단이 재계약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닐까 주도면밀하게 살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첼시의 이적 시장 정책이 차츰 드러난 후 무릎을 쳤다.

"신임 구단주가 첼시의 주급 체계를 갈아엎으려고 한다!"

"허어!"

이쯤 되니 제퍼슨과 구단의 불화설이 단순한 신경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구단들이 깨달았다.

그들은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제퍼슨을 영입한다면?"

"실력은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어."

"근데 생각해 봐. 첼시에서 내치려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부상 후 폼이 걱정되어서?"

"음!"

"1년을 통째로 쉬고 있지."

"경기 감각은 둘째 치고. 제퍼슨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피지컬이 부상 전과 똑같을까?"

"확실히 그건 장담할 수 없군."

그간 영입을 바라고 마지않던 제퍼슨 리였지만.

구단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현재 부상으로 아웃되었단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더구나 그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거액의 이적료와 주급을 투자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문제는 12월 말.

겨울 이적 시장이 다가오면서 첼시 구단은 여러 구단에게 은근슬쩍 메시지를 보냈다.

"제퍼슨 리를 원해? 지금이 그 기회야! 이적료 낮춰줄 생각이 있다고!"

기존 3천억 원 이상의 가치로 판정된 몸값보단 낮은 이적료도 받아들이겠단 메시지.

이로써 첼시와 제퍼슨 리의 결별이 거의 유력한 상황이 되었다.

물론 제퍼슨이 팀을 위해 연봉 삭감 후 재계약을 할 수도 있다.

그간 팀에 보여 준 제퍼슨의 애정과 헌신을 떠올리면, 그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정이 잘못됐다.

"제퍼슨이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죠."

"봅시다. 첼시에서 다짜고짜 연봉 삭감을 조건으로 재계약하자고 먼저 연락했다면서요?"

"그것도 부상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말이죠."

"지금까지 첼시를 위해 제퍼슨이 해 준 게 있는데, 섭섭할 수밖에 없죠."

"아니, 막말로 다쳤을 때 걱정해 주는 사람 없으면 얼마나 서러운데요. 그런 상황에서 연봉 삭감?"

"이건 첼시 구단이 잘못된 겁니다."

"구단주가 애당초 제퍼슨을 쳐 낼 궁리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 해요."

결별이 유력한 가운데.

제퍼슨이 첼시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리란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

"이대로 첼시에서 놔주면?"

"1년 6개월 후 자유 계약이지."

"이적료가 들어갈 필요도 없고 말이야."

"부상 복귀 후 몸 상태도 확인할 수 있지."

"조금 기다려 볼까?"

이렇다 보니 눈치 싸움에 돌입하게 됐다.

제퍼슨을 노리는 빅클럽 사이에서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졌다.

부상당한 선수에게 겨울 이적 시장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지급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자유 계약으로 풀린 이후 영입 경쟁을 하자.

물론 그 룰이 지켜질 리가 만무했다.

우선은 중국이었다.

[중국 상하이 상강, 첼시와 불화설 제퍼슨 리 영입에 2억 2,500만 유로(한화 2,900억 원) 배팅!]

세계의 슈퍼스타들을 천문학적인 돈으로 흡수하던 중국 클럽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들은 제퍼슨이 지금 다쳤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회복 후 폼이 부상 전보다 좋지 않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폼이 떨어진다고 해도 중국이란 무대, 아시아란 무대에서 제퍼슨이 보여 줄 퍼포먼스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이러다 보니 급해진 건 자유 계약을 노리던 유럽의 빅클럽들이었다.

바르셀로나 사무실.

"어떻게 생각하나?"

바르셀로나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모아 놓고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테이블에서 선뜻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수석 스카우터를 바라봤다.

"우리 팀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까?"

"전력 강화요? 무조건 됩니다. 무려 6년입니다. 저희가 제퍼슨 리에 대한 짝사랑을 한 시간 말이죠."

"짝사랑이라."

"이적료 2억 파운드 이상을 매번 제시했지만, 로만 구단주는 거침없이 쳐 냈죠. 지금이 기회입니다. 제퍼슨과 현 구단주 사이는 완벽하게 갈라졌고, 그 사이를 중재해 줄 필마르크 감독도 구단주와 반목이 심해 팀에서 떠날 수도 있단 루머가 나오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스카우터팀은 지금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원했지만 전혀 풀리지 않았던 매물이 풀렸다.

당연히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정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2억 파운드 이상의 이적료. 주급 76만 유로. 엄청난 부담입니다."

"물론 제퍼슨 리라면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죠. 솔직히 말해 더 웃돈을 얹어도 됩니다. 문제는."

"부상 후에도 지금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냐죠."

"음!"

감독이 침음을 흘렀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앞뒤 재지 않고 영입을 시도했으리라.

"아시다시피 히카르두 카카 같은 케이스도 있죠. 경악스러운 스피드가 부상 이후 죽어 버리면서, 다른 장점들도 어정쩡해졌죠. 이런 케이스는 피지컬로 승부하던 선수들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제퍼슨이 피지컬만 가진 선수는 아닙니다!"

"물론 압니다. 그의 패싱력과 기술은 호나우지뉴, 리오넬 메시보다 나으면 낫지 약하진 않죠. 하지만 가장 큰 장점 하나가 부상 이후 회복이 안 된다면? 그리고 부상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위험부담이 컸다. 축구계에서 전무후무한 역대 이적료. 이제는 은퇴한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보다 더 높은 주급과 각종 수당까지.

그것들을 부상 이후 폼에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부담하기엔 너무 위험했다.

그래도.

감독은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 제퍼슨 리를 놓쳐선 안 돼. 우리가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친 이유가 뭔데? 제퍼슨 리 때문이잖아! 우승을 할 수 없다면, 우승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수를 돈으로 사 와야지!"

감독은 필드에서 본 제퍼슨을 똑똑히 기억했다.

어떤 전술이든, 수비든, 그 모든 걸 파괴하던 악마같은 존재.

그러나 악마가 자신의 팀이라면, 든든한 수호신과도 같았으리라.

감독으로서 욕심이었다. 제퍼슨 리를 지휘하고 싶은 간절한 욕망.

"재정 걱정? 그건 이사회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고! 우리는 무조건 제퍼슨 리를 잡는다!"

바르셀로나의 선포.

제퍼슨 리 영입 경쟁의 시작이었다.

***

"예상외군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축구계에서 제퍼슨의 위상이 어마어마한가 봅니다."

신임 단장은 팩스로 쏟아져 오는 제퍼슨 리 영입 의사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구단주 역시 보고를 받곤 미간을 좁혔다.

부상을 입은 선수에게 천문학적 이적료와 주급을 제시하겠다?

그것도 1년 6개월 후면 자유 계약으로 풀리는 선수를?

제퍼슨 리를 처분하기로 마음먹어도, 이적료를 받지 못할까 불안했던 구단주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최소 이적료 2억 2,500만 유로(2,900억원)

이 정도를 제시한 클럽이 벌써 몇 군데가 넘었다.

이 정도는 못 하더라도 2억 유로까진 어떻게 지불하겠단 클럽까지 따지면 한손이 더 넘는다.

이쯤 되니 신임 단장과 구단주는 자신들이 제퍼슨을 너무 평가 절하한 게 아닌가 의심이 불쑥 들었다.

"뭐, 우리로선 잘됐지. 주급 체계 정상화에 이적료까지 받아 내면 말이야."

어차피 이번 시즌은 제퍼슨이 부상 덕분에 활용할 수 없던 터.

그를 판매한 후 천문학적인 이적금액을 받고, 주급 체계까지 정상화시킨다면?

구단주의 입장에서 나쁘진 않았다.

물론 제퍼슨이 가진 상징성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긴 했지만 신임 단장은 애써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적이 쉽게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이적료까진 지불하더라도, 현재 제퍼슨이 받는 주급과 수당에 모든 구단이 난색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그건 에이전시가 풀어야 할 문제니까. 신경 쓰지 말자고."

***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진행된 일명 '제퍼슨 리 사가'의 내용이었다.

나 역시 어느 정도 주급 삭감의 용의가 있긴 했다.

그러나 부상 후 폼이 떨어질 거라 지레짐작해서 주급을 낮추겠다는 것도 사실은 내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다.

뭐, 그거야 제크 팀장이 여러모로 뛰면서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합리적인 선이라고 해도, 내가 대폭 삭감하지 않는 이상 절대다수의 구단은 기본적인 주급 체계에서 내 계약을 감당하기 어렵다.

첼시에서의 계약도 로만 구단주가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아무리 마케팅에 성공하고 엄청난 수익을 벌여들어도, 내 주급을 구단 수익만으로 계속해서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즉 나를 영입하려면 다른 팀들은 구단 재정 상태와 더불어 구단주가 자금을 투입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천문학적인 이적료가 먼저 빠져나가고 주급까지 계약 기간 내내 빠져나간다?

그것도 1년 동안 부상으로 쉬어야 하는 선수에게?

"참. 세상 사 모르는 일이네요."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이런 대우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크 팀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협상을 하고 있는 구단이 PSG,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라고 했으니까.

의외로 맨시티는 잠잠했었는데 말이지.

그것도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박싱데이에 돌입한 지금.

과르디올라가 미국까지 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원래 목이 마른 자가 우물을 찾는 법이죠, 제퍼슨 리."

"감독님이 저한테 이렇게 살갑게 웃음 짓는 건 처음 보네요."

"하하하. 필드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지금 첼시 유니폼을 입고 있지도 않잖아요?"

의미심장한 말이다.

아버지는 조용히 방을 나가셨고, 제크 팀장은 노트북을 꺼내 서류를 준비했다.

과르디올라가 괜히 여기까지 온 건 아닐 거다.

사실 좀 어색하긴 하다.

수년 간 필드에서 펩을 만날 때마다 그는 날 보고 얼굴을 붉혔다.

매번 중요한 우승의 문턱에서 우리가 그들을 꺾었으니까.

놀랍게도 내가 첼시에서 영광을 이룩하는 동안.

맨시티의 펩은 기껏해야 FA컵 한번 들어 올렸을 뿐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리를 만나 무너진 적이 두 번이고, 리그에서는 아무리 잘해 봤자 2등이었으니까.

펩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런 펩이 웃고 있다.

"제가 온 이유는 간단해요. 제퍼슨 리, 당신을 맨시티로 데리고 오고 싶습니다."

"음. 이건 에이전트인 저와 얘기하셔야겠는데요?"

"아, 그렇죠. 팀장님. 하지만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어요. 우린 이미 결단을 내렸습니다."

"결단?"

"현재 첼시에서 받고 있는 주급 계약을 그대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말에 제크 팀장은 미간을 좁혔다.

결국 PSG, 레알, 바르셀로나와 다를 바 없는 얘기였으니까.

하나 이어진 말에 제크 팀장뿐 아니라, 나 역시도 헛웃음을 터뜨렸다.

"제퍼슨 리라면, 당연히 지금 받는 것보다 더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85만 유로에 현재 받고 있는 기타 수당을 모조리 명시합니다."

"허!"

펩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알다시피 제퍼슨의 계약 내용은, 단순히 구단 수익 측면에서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죠. 그만큼 이건 우리 구단의 의지를 보이는 것입니다. 구단주로부터 승낙이 내려온 사항이죠."

현 계약보다 10만 유로 주급을 더 주겠단 파격적인 제안.

하긴, 잊고 있었다.

EPL에서 '돈'이라면 그 어디에도 꿇리지 않는 구단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붕대를 감싸고 있는 오른다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시다시피 전 치료 중이죠. 부상 후에 제가 지금껏 보여 드렸던 모습을 또 한번 보여 줄 수 있다는 건, 저 역시도 장담할 수 없어요."

"상관없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복귀 후에 폼이 아쉽게 된다고 해도. 제가 아는 제퍼슨은 늘 파격이었으니까요. 설령 그리 되도, 당신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남아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 최고에게 투자하는 것이고요."

과르디올라는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다.

그간 파리와 레알, 바르셀로나가 에이전시와 접촉하는 사이.

과르디올라는 구단주로부터 확답을 듣기 위해 조용했던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그가 미소 지었다.

"아스피가 이번 시즌 은퇴하고, 다음 시즌 첼시의 캡틴으로 가장 유력했지만. 이게 축구에서의 재미 아니겠어요?"

충격적인 이적 시장이라.

글쎄.

최근에 많지는 않았지.

"아예 없던 일도 아니고 말이죠. 램파드도 그랬으니깐요. 푸른 심장이, 조금 옅어져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 외전 3. 덜 푸른 심장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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