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 Who is the BEST? (3) >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
감독님은 침착한 표정이었다.
"자. 이제 시작이군."
2대 2.
동점 스코어.
선수단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옥과 천국을 오간 기분이야."
무덤덤하게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퍽 웃기긴 했다.
"그래. 인정하자고. 좀 지옥 같았어. 그 코너킥 골이 들어갈 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지."
"맞아요."
"그렇긴 했죠."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심장이 철렁이는 순간이었을 거다.
고작 6분 만에 2대 0으로 밀리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전반전을 끝마쳤을 때, 우리는 아르헨티나와 동점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젠 우리가 저들에게 지옥을 보여 줄 차례다! 내가 전반 초반에 느낀 그 고통스러웠던 감정을, 너희들이 아르헨티나에게 보여 줘야 해!"
"지옥으로!"
"GO to the Hell!"
특별한 전술적 지시는 없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이제 전술로 승부를 판가름하기엔 늦었다.
마지막 45분.
이건 정신력 싸움이다.
선수들이 모여 소리를 내지르며 의지를 모을 때.
감독이 은근슬쩍 다가와 말했다.
"발목, 괜찮겠어?"
이런. 들켰나.
난 쓰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고작 45분인데요. 뭐."
"······무리하지 않아도 돼, 제프."
맞다.
무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필사적인 이유가 생길 때가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
이학현으로서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것과는 달리.
나는 지금 나에게 쏟아진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내 나름의 필사적인 이유가 있다.
난 뜬금없이 한 선수를 떠올렸다.
토론토에서 뛰던 시절.
나에게 선명한 인상을 심어 줬던 캐나다 선수.
"조슈아라는 선수 알아요?"
"조슈아? 조슈아? 으음. 아! 토론토의 그 조슈아?"
"맞아요. 그 양반이 제게 가르쳐 준 게 있어요."
"······."
감독이 조용히 대답을 기다리자,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필사적인 이유가 있으면, 필사적으로 뛰어야죠. 오늘은, 제가 조슈아가 될 차례에요."
***
불과 몇 년 전이었나.
이학현으로 살 때.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늘 기도했다.
제발 내일은 다치지 않게 해 달라고.
경기를 앞둔 전날에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내 무릎이 버텨 주길.
내 발목이 버텨 주길.
내 허벅지가 버텨 주길.
온몸에서 전해져 오는 쓰라린 통증을 참고 또 참으며 그렇게 간절하게 빌었다.
축구선수로서 20년의 세월.
그중 한 시즌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지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전력으로 뛰고 싶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나를 향한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고 싶었다.
차라리 1년만 제대로 뛸 수 있다면.
연골이 찢어지든, 무릎이 박살 나든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딱 1년만 제대로 뛸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병원을 돌아다녔고, 직접 트레이너들을 고용했고 유수의 의학 박사들을 만났다.
하나같이 전부 고개를 저었다.
천부적으로 약한 신체.
세상에!
스포츠 선수에게 천부적으로 약한 신체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다치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 때문에 누군가는 나보고 제 몸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팀에 헌신은 없는 그저 과거의 재능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을 거다. 실제로 그랬다. 팀? 팀을 생각하고 헌신한다고?
내 몸이 부서지고 찢겨나가는 상황에서 말인가?
자잘한 부상을 몸에 안고 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칠 기미가 보이면 자진해서 경기에 빠졌다.
몸에 통증이 느껴지면, 설령 그것이 경기에 직접 영향을 끼치진 않더라도 교체를 요청해 경기장을 나왔다.
그런 사실은, 제퍼슨 리라는 괴물 같은 피지컬을 얻은 이후에도 많이 변하지 않았다.
물론 애당초 쉽게 다칠 몸이 아니긴 했지만······.
나는 적어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감독에게 솔직히 말했다. 휴식을 달라고.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그게 맞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내가 다치지 않아야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사실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이 괴물 같은 필드 위의 피지컬을 얻었으면서도 난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 한 번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봐.
한번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 내내 똑같은 부위를 계속 다칠까 봐.
난 두려워하고 있던 것이다.
정말 미련하게도.
그런 내가 지금 뛰고 있다.
"LEE Will, LEE Will Kill you!"
"제퍼슨! 제퍼슨! 제퍼슨!"
오른쪽 발목에서 전해져 오는 쓰라린 통증을 참아 가며.
전반전, 몇 번의 헤더를 위해 뛰어오르다가 헛디뎠다.
하지만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오른발을 제대로 쓰긴 힘들다. 폭발적인 가속을 내긴 힘들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힘들 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힘듦과 불가능이란 단어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나는 끊임없이 내달렸다.
아스라이 느껴지는 쓰라린 통증은, 차오르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에 묻혀 사라졌다.
"제프! 뛰어!"
"Run and Kill!"
아르헨티나 수비들이 득점을 위해 잠깐 전진한 사이.
나는 공을 길게 차며 내달리면서 수비를 찢어 버렸다.
상대 수비수들이 전진한 사이.
그들의 뒷공간이 잠깐 벌어진 사이를 공략해야 한다.
순식간이었다.
수비들 사이를 내지르며 센터백 오타멘디를 쓰러뜨릴 때.
"제발! 안 돼애!"
그의 처절한 비명이 왠지 모르게 슬펐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에겐 필요한 건 골이다.
상대 수비수들은 훌륭한 태클 실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했지만,
난 그보다 더 대단한 기술과 굳건한 정신을 지니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온 간절함과 통증을 잊게 만드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내 뇌 속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
그렇게 수비 사이를 가로지르며.
뻐어엉!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큭.'
순간 오른발에서 통증이 전해졌다.
내가 양발을 다 쓰지만,
그래도 가장 익숙한 건 오른발이었다.
습관적으로 오른발로 때렸고, 통증이 뇌를 찌르르 울린다.
약간 비켜 맞았을까.
골포스트를 때렸다.
터어어엉!
튕겨 나오는 공을 향해 골키퍼와 뒤늦게 복귀한 수비수가 달려든다.
슈팅 후에 골이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습관은 스트라이커에겐 최악이다.
늘 곧바로 반응할 수 있게,
날카로운 칼끝처럼 감각을 벼려 놔야 한다.
가령 내가,
튕겨 나온 공을 향해 골키퍼와 수비수보다 먼저 도달했던 것은.
평소 그런 식으로 훈련해 왔기 때문이다.
투욱!
골키퍼의 손끝에 닿을락 말락 하던 순간.
나는 반박자 먼저 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른발이 아프다고?
그러면.
왼발이 있잖아?
***
제퍼슨 리가 역전 해트트릭을 터뜨리는 순간.
경기장은 무시무시한 침묵과 터져 나오는 환희가 공존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Yeaaaaaaaaaaaaaaaaaaaa!"
"LEE Will, LEE Will Fuck you!"
"Sir, Captain!"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0대 2에서 3대 2로.
그 말도 안 되는 펠레 스코어가 터져 나오는 순간.
[제퍼슨 리! 제퍼슨 리! 제퍼슨 리! 여러분! 지금 이 순간을 주목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 역사가 주목하는 이 순간! 제퍼슨 리가! 제퍼슨 리가! 해트트릭을 터뜨립니다!]
관중석의 펠레는 옆 마라도나의 눈치를 보며 웃음을 참았고, 마라도나는 분노를 표출했다.
아무튼,
미국이 역전골을 터뜨린 것은 명백했다.
미국 관중이 제퍼슨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함성을 내지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몇몇은 눈물을 터뜨리며 성조기를 마구잡이로 휘날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삐비비빅!
[제퍼슨 리가 태클로 쓰러집니다! 으음! 고통스러워 보이는데요?]
[상황이 좀 심각해 보입니다. 의료진이 필드 위로 급하게 투입됩니다!]
[후반 시작하고 제퍼슨이 오른발 쪽에서 약간 불편한 모습을 좀 보였거든요? 거기에 태클이 작렬했습니다.]
[본래의 제퍼슨이었다면 그 엄청난 반사 신경으로 피해 냈을 태클입니다만, 아무래도 몸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군요. 반응이 늦었습니다.]
닥터와 함께 필드로 뛰어간 율리아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른쪽 발목은 그렇지 않아도 약간 파열음을 내고 있던 상태.
거기에 태클이 작렬했으니,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일견 보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율리아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최소 정강이뼈에 금이 갔을 것 같네요."
담담한 목소리.
하지만 그 말끝은 묘하게 떨렸다.
제퍼슨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그는 이 부상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제퍼슨은 담담하게 웃었다.
하지만 율리아겐은 웃음 속에서, 눈가가 고통으로 약하게 경련하는 걸 똑바로 봤다.
"음, 그런 말 말고요. 이것만 말해 줘요. 20분 남았는데, 버틸 수 있나요?"
"······지금 버티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부상은 자칫하면 후유증을 남길 수 있죠. 당장 월드컵이 끝나고 리그 일정이 기다리는데······."
"그래서 20분, 가능해요? 불가능해요?"
율리아겐은 입을 꾹 다물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휘몰아쳤다.
본래의 제퍼슨이었다면, 자신의 말을 철저하게 따랐으리라.
부상의 위험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율리아겐은 여지없이 경고했다.
제퍼슨은 그 뜻을 수용해 경기에 자진해서 빠지거나, 코치진과 의견을 교류해 출전하지 않았던 적이 많다.
제퍼슨의 부상 전력이 극도로 적은 건, 트레이닝 팀의 노력도 많지만, 제퍼슨 본인이 스스로 조심했던 영향도 컸다.
한데 지금의 제퍼슨은 달랐다.
정해진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더 뛸 수 있다고 시위하고 있다. 그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하면 율리아겐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트레이너로서 솔직하게?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빠져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것이 맞다.
하지만 입에서 튀어나온 건, 정반대였다.
"20분, 가능합니다."
"역시. 제 트레이너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프. 당신이 여기서 더 다치더라도. 저와 디 파코가 다시 회복을 도울 겁니다. 딱 2주. 2주 후면 월드컵 끝나고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해서 경기를 지배하게 만들어 드리죠."
"충분해요."
제퍼슨이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율리아겐은 어쩐지 이 경기의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상을 무서워했지. 이 친구는. 저 거대한 피지컬을 가지고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 팀을 위해 부상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선수가 됐어.'
그것이 무얼 의미하나.
율리아겐의 얼굴에 경외심이 떠올랐다.
'세계 최고가 됐군.'
***
제퍼슨 리는 오른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씹어 삼켰다.
그는 뛰면서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 스쳐 가는 수많은 선수.
수많은 인연이 있었다.
'각자 축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거의 올리버는 오로지 관심을 받기 위해 축구를 했고.
카이 하베르츠는 그저 자신이 축구에 재능이 있고, 그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서 축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선수마다 축구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다 달랐다.
하면.
'나는?'
왜 축구를 했나.
가장 근원적인 의문이 치솟았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처럼 뒤죽박죽되는 사이.
제퍼슨의 몸은 이미 신들린 것처럼 본능적으로 필드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타앗!
"제-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긴 크로스.
하지만 경기 막판. 공수를 오가며 지쳐있던 풀리시치의 크로스는 높았고 어정쩡했다.
박스 안이 아니라, 박스 바깥쪽 라인을 향해 치솟았다.
엄연한 패스 미스.
그런데도 제퍼슨은 뛰었다.
아니, 저 공을 어떻게 다뤄야겠단 생각 따위는 없었다.
몸은 움직였지만, 머릿속엔 다른 생각들로 그득했으니까.
그냥 공이 떠올랐고, 본능적으로 공을 향해 달려갔을 뿐이다.
"제-퍼-슨!"
울려 퍼지는 함성을 들으며 제퍼슨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내가 왜 축구를 했지?'
그의 시선이 문득 골대 뒤를 향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는 관중들.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
턱수염과 울퉁불퉁한 근육에 성조기를 두른 남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중년의 여인까지.
그들의 시선을 느꼈다.
순간 제퍼슨의 복잡했던 머릿속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특별한 이유?
그딴 건 없다.
'좋다. 이것이.'
그냥 좋아서가 아니었나?
자신을 보고 환호하고, 기대감에 가득 찬 시선으로 쳐다봐 주는 게 좋아서.
그리고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때.
팬들이 자신에게 고마워할 때.
그게 바로 마법과도 같은 순간 아니었나.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축구를 시작하지 않았나.
그 뜨거운 응원이 귓가에 파고들 때,
제퍼슨의 두 눈동자에선 시뻘건 불길이 터져 나왔다.
'잡아라!'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공을 잡아라!'
공이 어떻게 오든, 어떤 크로스고 어떤 패스든.
'반드시! 잡아라!'
그걸 받아 해결 짓는 건 스트라이커의 가장 큰 기본이었다.
극한까지 단련된 그의 신체가 뒤틀리며 작동했다.
'조슈아!'
어째서 왜 갑자기 토론토에서 뛰던 조슈아가 떠올랐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제퍼슨의 머릿속엔 조슈아가 떠올렸다.
그가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뛰었나.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뛰었나.
필사적인 이유가 있었다.
은퇴 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트로피를 들고 은퇴하고 싶단 그 간절한 소망.
제퍼슨은 그 이유에 동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몸을 도외시하는 걸 쉬이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트로피가 좋다고 해도, 자신의 발목 따위. 무릎 따위. 다 무시하고 뛴다는 게 쉬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조슈아가 왜 그렇게까지 필사적이었는지.
뚜두두두둑!
드르륵!
그의 몸에 수없이 새겨지고 또 새겨졌던 움직임이.
근육이 꿈틀거리며 저절로 움직였다.
관절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근육을 작동시켰다.
떨어지는 공.
욱신거리는 오른발의 통증을 무시한 채.
제퍼슨의 몸이 허공으로 살짝 두둥실 떠오르고.
"--------."
주위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제퍼슨의 몸이 쓰러지듯이 가로로 뉘어지면서,
공이 오는 위치.
어깨까지 솟구치는 제퍼슨의 왼발.
그 순간.
제퍼슨의 입가에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던 머릿속이 한순간 밝아졌다.
발등에서 느껴지는 이 치열한 감각.
이 얼마나 짜릿한가.
토론토의 조슈아에게 은퇴 전의 트로피가 필사적인 이유였다면.
그래.
이거다.
이학현으로 20년, 제퍼슨 리로 4년 만에.
제퍼슨은 필사적인 이유를 찾았다.
오로지 팬들을 위해 뛰겠다는 그 심정.
이것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제퍼슨은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달려드는 수비도, 험악한 표정의 골키퍼도.
아무 소용없었다.
발등에서 느껴지는 치열한 감각.
골문을 향해 작렬하는 환상적인 시저스 킥 앞에서는.
"-------!"
골이 들어갔나?
글쎄.
그건 모르지.
제퍼슨은 굳이 골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격렬하게 차오르는 환희.
터져 나오는 감정.
골이 들어가는 것 따위는 이제는 정말로 상관없다.
결승전.
제퍼슨 리는, 축구의 이유를 찾았다.
그것은 곧.
"답이 나왔군. 최고는 너야, 제프."
메시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귓가에 꽂힐 때.
제퍼슨은 그저 웃어 보였다.
미국.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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