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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괴물 러닝백-211화 (211/258)

< 211. World Cup (1) >

경기는 전쟁 같았다. 종료 후에도 불이 쉬이 꺼지지 않았다.

[첼시, 4대 0으로 파리 생제르맹 박살내며 산뜻한 챔피언스리그 시작.]

[제퍼슨, 2득점 이후 상대방에게 고의적인 슈팅으로 퇴장!]

[양 팀 파울 총합 21개, 전쟁과도 같았던 경기.]

[웨스턴 맥케니, 부상으로 다음 리그경기 출장 불가.]

[제퍼슨 리, '프리킥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파리 생제르맹, 첼시와 제퍼슨의 보복성 플레이 정식기소하기로.]

[첼시 구단, 비디오 영상을 분석하다. 파리가 첼시에게 저지른 수많은 반칙성 플레이들]

ㄴ저 태클은 너무 살인적인데.

ㄴ솔직히 저건 의도적인 태클이야.

ㄴ공이 나간 거 보고 들어갔잖아?

ㄴ헤일롱 입모양 봐. 뭐라고 지껄이는데? 욕하는 것 같지?

ㄴ맙소사! 눈을 찢는군. 저건 인종차별 아니야?

ㄴ제프가 아시아계 혼혈이긴 하지만, 눈이 찢어지진 않았는데 말이지.

ㄴ더럽군. 제프는 신사인데.

ㄴ나였으면 공으로 거길 터뜨리는 게 아니라, 발로 터뜨렸을 거야.

ㄴ······그래도 터지는 건 똑같은데?

사실 의미 없는 분쟁이기도 했다.

우선 파리가 먼저 격한 태클로 시비를 튼 것이 명백했고, 그에 대한 첼시의 화답 역시 거칠었으니까.

양쪽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특히 헤일롱의 인종차별적인 제스처 장면이 노골적으로 언론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물론 그것에 필적하는 반칙 장면은 파리와 첼시 양 구단에 꽤 있었지만,

언론은 유난히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만을 강조해 내보냈다.

그것은 물론,

-저희가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 기사로 작성하는 것도 아닌데요. 가장 자극적인 소재 아닙니까.

제크 팀장을 필두로 한 에이전시의 공작이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이번 사건의 초점을 인종차별 제스처에만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씩 줄어든다고 해도, 어디선가는 남아 있다.

하지만 필드 위 선수가 저지르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눈을 찢는 행위가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란 걸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제크 팀장에게 제대로 걸린 이상 어쩔 수 없다.

[파리의 인종차별 제스처, 서아시아 구단주와 수많은 남미, 흑인 선수들이 뛰는 클럽에서 벌어진 아이러니한 상황]

가장 자극적인 장면이었으니까.

어느새 제퍼슨의 사타구니 가격 슈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초점은 나일롱의 인종차별 문제만 떠올랐다.

자연히 파리는 제퍼슨과 첼시를 기소한 걸 은근슬쩍 물리면서 잠잠해졌다.

그렇다 한들, 모든 게 끝나지는 않았다.

제퍼슨은 챔피언스리그 3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어쨌거나 사타구니를 가격한 슈팅엔 어느정도 보복성이 있다고 판단이 된 거다.

"필드에서 했던 말이 이런 것일 줄이야."

"난 널 믿어, 산티."

"그래, 믿으라고. 속 시원했으니까."

산티아고가 제퍼슨의 어깨를 두들겼다.

사실 제퍼슨이 그런 무리한 보복행위를 제대로 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간 상대에게 되돌려 준 행위는 몇 번 있었지만, 지금만큼 제대로 하진 않았다.

본인이 빠지면 경기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산티아고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으니까. 설령 자신이 빠지더라도, 산티아고가 그 자리를 충분히 메워 줄 거라고 제퍼슨은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껏 그런 짓을 했다.

"좋습니다. 체력 관리가 용이해졌군요."

"챔스 경기 빠지는 것만으로도 체력 회복이 상당히 좋아지죠. 컨디션도 좋아지고요. 이대로 월드컵까지 컨디션 유지하기 좋습니다."

제퍼슨의 개인 트레이닝 팀은 오히려 환호작약했다.

시즌 시작 전 제퍼슨의 트레이닝 팀에 목표를 밝혔다.

'월드컵에서 내가 낼 수 있는 최절정의 폼을 유지 하고 싶어요. 100%가 아니라 101%, 그 이상 말이죠.'

어려운 주문이다.

제아무리 괴물 같은 신체에, 특별한 트레이닝이 도입된다고 한들.

20경기 이상을 치르고 휴식기도 없이 카타르까지 비행한 뒤에 월드컵 일정을 치른다는 건 말이다.

하물며 월드컵은 짧으면 3일, 길어 봤자 5일 간격으로 경기가 연이어 펼쳐지지 않나.

이런 와중에 제퍼슨이 타의라고 해도 3경기 정도 쉴 수 있다는 건, 분명한 호재였다.

첼시 구단 입장에서도, 제퍼슨의 빈자리를 산티아고로 메울 수 있는지 실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결과, 챔피언스리그 2차전 FC 바젤을 5대 1로 박살냈으며, 3차전 모스크바도 3대 0으로 잡아냈다.

이건 리그 팬들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챔피언스리그를 뛰지 않아, 체력이 '완벽한' 제퍼슨을 상대해야 했으니까.

[제퍼슨의 화려한 득점세례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리그 8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합니다!]

[사우스햄튼, 제퍼슨의 폭발적인 득점력에 처참하게 무너집니다!]

[8경기 동안 무려 18골을 기록하고 있는 제퍼슨 리! 그의 득점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 완벽한 득점력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득점력도 무섭지만, 그 전에 수비진을 붕괴시키는 가공한 피지컬. 그리고 믿기지 않는 화려한 테크닉이 더 대단합니다. 어떤 수비진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은 득점을 터뜨리는 스트라이커에 환호하기 마련이다.

언론은 제퍼슨만을 주목했다.

때문에 제퍼슨은 이런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제 득점력의 원인이요? 그거야 뻔하죠. 제 동료들입니다. 수비진에서 막아 주고, 빌드업해 주고, 중앙에서부터 전진해 주고, 그리고 마침내 완벽한 패스를 선물해 주죠. 제가 한 건, 그저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을 뿐이죠."

팀에서 어느 한 선수만 주목받게 되면 팀의 케미가 헤쳐질 우려가 있다.

제퍼슨의 그런 인터뷰는, 팀의 분위기를 다시 뭉칠 수 있게 해 줬다.

일부러 입만 바른 인터뷰는 아니었다.

실제로 제퍼슨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한들, 막말로 수비진에서 중원, 공격진까지 혼자 뚫어서 골을 넣을 수 있겠나.

[제퍼슨 리! 80m 가량 단독 드리블에 이은 득점을 성공시킵니다!]

[Goooooooal! 가장 완벽하고, 아름답고도 치명적인 골이 터졌습니다! 맙소사! 오늘 답답한 경기력이었는데요, 혼자 공을 이끌고 나가 그대로 끝장내 버립니다!]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토트넘이 홈에서 또 한 번 패배합니다! 첼시, 제퍼슨의 이적 이후 토트넘에게 무패신화를 기록하네요!]

물론, 가끔 그게 가능하기도 하긴 했지만.

아무튼, 제퍼슨의 인터뷰는 팀을 뭉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제퍼슨도 그리 생각했다.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고 해도, 가끔 혼자서 골을 만들 수는 있어도 매 경기 득점하는 데에 동료들의 조력은 필수적이다.

캉테와 올리버가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 주고,

하베르츠가 질 좋은 패스를 뻥뻥 보내 주고,

양쪽 날개인 풀리시치와 오도이, 트라오레가 끊임없이 흔들어 주는 결과.

제퍼슨이 그러한 골 폭격을 이어 갈 수 있단 사실에는 부정의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팀의 전체 퀄리티가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다.

그건 곧 증명됐다.

2022 FIFA 어워드에서 첼시 선수단이 각종 시상 부문을 휩쓸었다.

***

내가 작년에 이 시상식에서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기억도 안 났는데.

기자가 오늘 옛날을 떠올리게 했다.

"작년 시상식 때, 첼시 선수단이 베스트 일레븐을 휩쓸 것으로 판단했죠. 어떠신가요?"

베스트 일레븐.

수비수 부분에는 뤼디거와 아스필리쿠에타.

미드필더 부분에서는 캉테와 카이 하베르츠가 올랐다.

그리고 공격수 3명 자리에는 리오넬 메시, 나, 그리고 아틀레티코 시절의 산티아고가 올랐다.

산티아고를 제외해도, 무려 다섯 명이 월드베스트에 오른 것이다.

사실상 휩쓸었다고 판단해도 무방한 수준이긴 하다.

"글쎄요. 아직 좀 부족해요. 적어도 9자리 이상은 차지해야할 것 같거든요."

내 답변에 기자는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또 기사 하나 건졌다고 생각하겠지.

"맙소사. 내가 베스트 일레븐 후보에도 오르지 못 했다니."

"올리버, 솔직히 네가 여기에 낄 레벨은 아직 아니야."

"······넌 너무 가끔 재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

"원래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재수 없어 하지."

"패 주고 싶은 생각도 하지 않을까?"

"자신있어?"

옆에 있던 카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바보짓 하는 거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다.

"바보를 상대해 주는 방식은 내가 바보가 되는 것뿐이야, 카이."

"그냥 상대하지 않는 게 낫지 않나?"

"그래도 삐지면 골치 아파."

"닥쳐, 너희들. 상 받았다고 뻐기지 마."

"괜찮아, 올리버. 나도 상 못 받았어."

오랜만에 만난 지루가 올리버를 다독였다.

프랑스로 돌아간 지루는 뭔가 더 행복해 보였다.

근심을 다 잊은 기분이랄까.

듣기론 리그앙에서 지금 6골을 넣으며 꽤 괜찮은 활약 중이라지?

"오, 지루. 당신밖에 없어요. 역시 잘생긴 사람들은 뭔가 통하는 게 있다니까."

"어떻게 본인 입으로 잘생겼단 소리를 뻔뻔하게 하지?"

하베르츠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올리버는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푸스카스 상을 제가 수상하게 될 줄은 몰랐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지루가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FA컵 결승전에서 넣은 바이시클 킥으로 받은 것이다.

물론 후보에는 내 골이 몇 개 올랐지만, 지루의 골도 멋지긴 했지.

"맙소사. 대체 나는 왜 이딴 쓰레기 같은 시상식에 참여한 거지?"

올리버는 길 잃은 양처럼 넋을 놓게 됐지만 말이다.

아무튼 유러피언 트레블을 달성한 만큼, 우리 팀에 수상자가 꽤 많았다.

"올해의 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한 건, 뛰어! 때려! 넣어! 이렇게 외치는 것뿐인데요. 훌륭한 팀을 지휘해 과분한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올해의 감독을 수상한 필마르크 감독은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입꼬리가 미묘하게 경련하는 걸 보건데,

지금 미쳐 날뛰고 싶은 심정일 거다. 격식을 차린 시상식장이라 라커룸에서처럼 소리칠 수 없을 뿐이지.

어쨌든 작년과 달리 우리는 월드베스트에 많은 이름을 올렸고,

나 역시. 피파 올해의 선수에 최종 지명되었다.

쟁쟁하고 많은 후보들.

그 중에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건 셋이었다.

리오넬 메시, 나, 산티아고 차베즈.

공교롭게도 세 명의 공격수가 올라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네이마르나 음바페도 충분히 최종 후보에 들 법하지만, 팀이 챔스 높은 곳까지 가지도 못했고.

나 역시 작년에 유로파를 캐리했지만, 최종 후보에 거론되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권위 있는 대회서의 활약이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리버풀은 반다이크라는 유럽 최고 수비수를 후보로 내놓지도 못 했으니까.

<2022 FIFA 올해의 선수 : 제퍼슨 리>

마지막으로 불린 건 결국 내 이름이었다.

리오넬 메시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시즌 40골 30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트레블을 만들어 내고 80골을 넘게 넣은 내가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야말로 이번 시상식이 권위 있는 시상식임을 증명했군요. 만족스럽습니다."

그동안 너무 겸손했던 것 같단 말이지.

***

늘 그랬다.

누군가 상을 받으면, 그 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반응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피파 올해의 선수를 제퍼슨 리가 받은 건 그나마 이견이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막말로 시즌 80골을 넣는 선수가 받지 못한다면, 누가 받겠는가.

그 엄청난 성적에 올해 발롱도르에도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발롱도르는 올해의 선수상과는 다르게 아직 확신 단계는 아니었다.

[리오넬 메시, '월드컵을 우승하는 건 평생의 소원이자 꿈.']

메시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이 다가왔다.

월드컵이란 지구촌 행사 이후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린다.

즉,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어떠냐에 따라 발롱도르 수상자가 바뀔 수도 있단 얘기다. 월드컵은 그만한 파괴력이 있었다.

메시도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보였고, 거기에 마지막 월드컵에서 엄청난 활약으로 우승을 차지한다면?

발롱도르는 메시가 받을 수도 있단 얘기가 심상찮게 흘러나왔다.

그런 배경에는 제퍼슨의 국적이 한몫했다.

아르헨티나와 미국.

축구 경쟁력으론 차이가 명백하다.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노릴 수 있다면, 미국은 16강 정도 전력으로 평가받으니까.

어쩌면 올해의 축구의 신을 결정하게 될 카타르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211. World Cup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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