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괴물 러닝백-208화 (208/258)

< 208. 파리채 (2) >

사실 이번 시즌은 유럽 축구계에 있어서 꽤 험난한 시즌일 수밖에 없다.

11월 21일에 개최되는 카타르 겨울 월드컵.

대부분의 유럽 리그와 유럽대항전이 진행 중인 시기에 월드컵이 열린다.

그래서일까.

본래 회귀 전 역사에서 카타르 월드컵은 또 다른 말론 '이변의 월드컵'이라고 불렸다.

프리미어리그는 월드컵 개최일 6일 전까지.

분데스리가는 일주일 전까지.

나머지 스페인과 프랑스도 거의 비슷한 시기까지 리그가 진행된다.

고작 일주일이란 텀으로 리그 일정을 치르고 월드컵에 참여하는 스케줄이다.

유럽 국가들은 제대로 된 훈련도 없이 월드컵에 참여하게 됐고,

그 전에 시즌이 끝난 북중미, 남미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고, 아시아팀들도 약진하는 결정적 이유였다.

아무튼,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까지 리그 일정이 진행되는 만큼.

그야말로 살인적인 리그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그 13라운드와 리그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까지.

이것이 우리가 월드컵까지 겪어야 할 일정이다.

3개월 동안 22~25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스케줄.

뭐.

그렇다고 한들.

시즌 초반에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

"Blues! 챔피언! 챔피언!"

"Blues! 모든 우승컵을 독식하지!"

"Blues! 리버풀은 꺼져!"

커뮤니티 실드.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붙는 대회.

하지만 우리가 리그와 FA컵 둘 다 우승을 차지했기에, 리그 2위팀이었던 리버풀과의 일전이다.

살인 일정으로 체력을 걱정해야 할 시기는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하물며 리버풀은 반다이크의 부상으로 결장이었다.

그래서 얘기하자면, 결과적으로 경기는 이벤트성치고는 많이 허무했다.

전반 3분, 28분, 34분.

"Yeaaaaaaaaaaaa!"

"우승컵을 갖고 싶어? 그러면 첼시에 들어오라고!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머지사이드에는 에버튼밖에 축구팀이 없지 않나?"

"저 빨간 것들 꼴 좀 보라지!"

산티아고가 전반전 해트트릭을 몰아쳤다. 경기장을 찾은 블루스들의 마음을 그야말로 단번에 빼앗았다.

데뷔전이었던 슈퍼컵에서 2골,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연이어 해트트릭을 터뜨렸으니까.

물론 그러기까지는 내 도움이 컸다.

두 개의 어시스트를 선물하기 위해서, 나는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수비수 조세 고메스를 잔인하게 날려 버렸다.

"끄억!"

먼저 달려와서 나에게 몸을 던진 건 조세 고메스였기에, 심판은 휘슬을 불어야 할지 망설였다. 어쨌든 내가 수비진을 붕괴시키고, 산티아고는 그 기회를 살리는 타고난 스트라이커였다.

전반전이 그렇게 끝나고, 후반전 리버풀은 역습을 통해 살라의 추격골이 터졌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산티아고의 활약에 고무된 마크 우트가 후반전에 교체되어 투입되고,

나에게 거의 조공 바치듯이 떠먹여 주는 하나의 어시스트를 선사한 결과.

"LEE Will, LEE Will Kill you!"

어떻게든 바락바락 응원하던 리버풀의 팬들은 경기장을 일찌감치 떠나기 시작했다.

"늦으면 차 밀려요! 어여 어여 나가!"

신난 감독이 그렇게 소리쳤고,

우리는 리버풀의 허망한 표정을 바라보며 경기를 즐겼다.

4대 1승리.

뭐, 리버풀의 역습은 매서웠지만. 일찌감치 무너진 수비가 복구가 되지 않는 영향이 컸다.

나도 산티아고가 있으니, 굳이 골을 노리기보단 수비진 붕괴에 초점을 맞췄고.

그것이 리버풀이 쉽게 무너진 이유였다.

"산티아고! 런던에 온 걸 환영해!"

이번 경기의 수훈 선수는 당연히 산티아고였다.

커뮤니티 실드라는 이벤트성이 짙은 대회라고 한들,

또한 리버풀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도, 2경기 만에 적응기도 없이 해트트릭을 터뜨렸으니까.

팬들은 산티의 이름을 연호했다.

물론, 오늘 1골 2어시스트를 기록한 내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도 끊임없었다.

"아틀레티코랑 비교하면 여기 어때?"

"끝내주는데."

"팬들이 열정적이지?"

"아니, 열정적인 건 스페인도 마찬가지야. 너랑 뛰니까, 기분이 아주 끝내줘."

산티는 새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시원하게 웃었다.

아, 새끼.

코앞에서 낯부끄러운 말을 그냥 막 해 버리네.

***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했다.

리그 우승컵 탈환을 노리는 리버풀과, 맨시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노리는 토트넘, 아스날, 맨유, 레스터 시티.

그리고 리그 2연패를 달성할 수 있냐는 의문이 따르는 첼시.

위험요소는 꽤 있었다.

백업 역할을 하며, 중요할 때마다 골을 넣어 준 타미 에이브러햄의 이적.

하베르츠가 오기 전까지는 팀에 창조성을 불어넣고, 기복이 있어도 제 능력만큼은 해 주던 조르지뉴의 이적.

비록 한 시즌 부진했지만, 그래도 클래스는 의심할 수 없는 윌리안의 이적까지.

거기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적응하려면 시간도 걸릴 터.

원래 선수단 구성이 이렇게 확 바뀌면 팀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팀의 핵심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철럭!

[제퍼슨의 헤더 슈팅이 골네트를 찢어 버릴 듯이 꽂힙니다!]

[오도이의 날카로운 크로스에 이은 제퍼슨 리의 헤더!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공중에서 제퍼슨을 이길 수 있는 선수는 단언컨대, 이 현장에는 없습니다!]

"This is Champion!"

"Jefferson BOMB!"

스탬포드 브리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렸다.

196cm의 센터백 타이론 밍스가 힘껏 뛰어올랐다. 하지만 NBA 라이징 스타와 서전트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제퍼슨이다. 그를 상대로 공중볼을 따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커다란 짐승이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뛰어오르는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공간을 점유하고 공을 머리로 쑤셔 박았다.

"맙소사······."

아스톤 빌라의 신임 감독, '빅 샘' 샘 앨러다이스는 마른세수를 하며 침음을 흘렀다.

빠른 상황대처 능력과 선수단 장악력,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까지.

그런 그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제퍼슨 리.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그는 언터쳐블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믿기지 않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아! 마크 우트의 기습적인 돌파! 수비의 태클이 작렬합니다! 주인 잃은 공이 흐릅니다!]

[제퍼슨 리! 순간적으로 스프린터를 터뜨리며 공을 잡아냅니다! 그대로 강력한 슈팅! 아아아! 들어갑니다! 제퍼슨 리! 아스톤 빌라를 박살 냅니다!]

정신 차리기도 전에 몰아붙이는 추가골.

상황 대처능력이 빠르고 기민하기로 유명한 빅 샘도 쫓아갈 수 없었다. 그만큼 정신없었다. 무언가 변수를 만들려고 하면, 어김없이 제퍼슨이 공간을 만들고 찬스를 잡았다.

"대체, 생각할 시간이라도 주란 말이지!"

제퍼슨을 막으려면, 아니 저 통제 불가능한 괴물을 막으려면 대항할 전술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은 없었다.

아니, 애당초 시간 따위가 필요할 리가 있겠는가.

[골포스트 왼쪽 측면! 제퍼슨이 드리블을 시도합니다! 골라인 바로 안쪽, 각도가 없는데요? 오, 슈웃!]

[골, 골! 골! 해트트릭입니다! 제퍼슨이 무각지대에서 득점을 연결합니다! Wonderful! 제퍼슨 리! 리그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립니다!]

전반 42분 만에.

제퍼슨은 해트트릭으로 경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으아아아아아아!"

거칠게 포효하며 세레머니를 하는 그 모습에 누군가는 전율을 느꼈다.

빅 샘에게 똑똑히 보여 줬다.

아니, 프리미어리그 전체에 보여 줬다.

"생각할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막아낼 수 있는 전술을 떠올릴 수 있을까?"

빅 샘의 입가에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복귀한 프리미어리그.

그 시작은 제퍼슨의 무자비함으로 장식되고 있었다.

***

"시작부터 해트트릭이라니. 부자되겠군."

감독의 농담엔 뼈가 있었다.

사실 이게 은근히 동기부여가 된다.

내가 천문학적인 주급을 받고, 후원사들의 후원금과, 각종 광고로 인해 들어오는 비용까지 받고 있지만. 이젠 돈에 대한 현실감이 조금 이상해지고 있긴 한데.

그래도 돈 들어온다는데 싫은 사람 있나.

한골 넣을 때마다 1억씩.

거기에 출장할 때마다 1억 6천만 원씩.

개막전 경기만으로도 4억 6천만 원이 통장에 꽂힌 거다.

뭐, 그렇다고 내가 골 욕심만 내는 건 아니다.

슈퍼컵과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어시스트가 더 많았다. 비록 득점 수당보단 적지만, 어시스트 수당도 꼬박꼬박 나온다. 참, 제크가 계약 하나는 잘 해놨단 말이야.

아무튼, 내가 부자가 되는 건 거의 확정적이었다.

승격팀 카디프를 2라운드에서 만나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했다.

3라운드에서는 작년 강등권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본머스를 만나 3대 0으로 찍어 눌렀다.

내가 한 골, 산티가 한 골, 그리고 트라오레가 한 골을 넣었다.

[무지막지한 첼시의 파괴력, 제퍼슨 리의 폭발적인 득점력!]

[첼시 3연승, 제퍼슨 리 6골 2어시스트!]

[신입생 산티아고, 리그 3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 마크 우트 1골 2 어시스트. 첼시의 화려한 공격진이 프리미어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산티아고는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강한 압박에 다소 고전하는가 싶더니, 이내 3라운드에서 1골과 내 두 골에 어시스트를 적립해주며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우트는 여전히 선발과 교체를 오가면서 제 몫을 다해 주고 있었다.

산티아고는 신입생 중에서 가장 앞서갔다.

그 다음은 벤 칠웰이 1선발 2교체로 경기에 출전했고, 오야르사발이 2교체.

트라오레가 3교체. 맥케니가 한경기에 교체로 출전했다.

신입생들이 팀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긴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덧 챔피언스리그 조별 추첨일이 다가온 것이다.

[2022-23 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식]

[도박사들의 선택은? 챔피언스리그 우승배당률, 바르셀로나, PSG, 맨시티, 첼시, 바이에른 뮌헨 순.]

저번 시즌 조추첨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한 편이었다.

비록 갈라타사라이가 있어 장거리 원정이 부담스러웠지만, 조별리그를 뚫는 건 수월했다.

하면 이번 시즌은 어떻게 되려나······.

***

[디팬딩 챔피언 첼시, 파리 생제르맹, FC 바젤, CSKA 모스크바와 한 조로 편성]

[유럽 챔피언 첼시, 프랑스 최강자 PSG 격돌!]

1포트의 첼시는 2포트의 PSG와 3포트의 FC바젤, 그리고 4포트에서 모스크바와 한조로 편성됐다.

사실 누가 봐도 16강 진출 두 팀이 보이는 조였다.

물론 바젤과 모스크바가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 첼시와 PSG가 우세한 건 사실이었다.

결국 누가 1위로 올라가느냐가 중요한 싸움이었다.

첼시 팬들은 그것이 본인들의 팀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 첼시의 기세는 심상치 않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첼시, 파죽지세로 리그 5연승!]

[막을 팀이 없어 보이는 첼시, 거침없는 쾌속질주. 제퍼슨 리 5경기 11골 5어시스트.]

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5경기 내내 패배하지 않고 연승을 이어 갔다.

사실 슈퍼컵과 커뮤니티 실드에서 보여 준 산티아고의 폭발적인 활약에 제퍼슨이 밀릴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온 적이 있다.

하나 그건 터무니없는 우려였다.

제퍼슨 리는 5번의 경기에서 11골 5어시스트라는 센세이셔널한 폭발력을 보였다.

[제퍼슨 리, 2년 2개월만에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득점 돌파!]

ㄴ도대체 제퍼슨에게 골 먹히는 머저리들은 누굴까.

ㄴ음, 글쎄. 어려운 질문인데. 아스날이라거나 아스날이라거나 아스날이라거나.

ㄴ솔직히 부끄러운 일은 아니야. Jefferson BOMB은 불발될 리가 없는 최신 폭탄이거든.

ㄴ블루스 놈들 역겨워. 만일 제퍼슨이 없었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꿈에도 못 했겠지.

ㄴ맞아, 제퍼슨이 맨유에 있었더라면 유로파 우승을 할 수 있었을 거야.

ㄴ무슨 소리야. 일단 유로파 진출부터 해야지?

첼시팬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무덤덤한 경향이 있었다.

리그의 맨시티와 토트넘도 5연승을 기록 중이긴 했지만, 첼시처럼 5경기 동안 20골을 몰아치진 못했다.

3년차에 접어든 제퍼슨의 폭발력은 어떤 수비로도 막을 수가 없었다.

첼시의 폭발적인 활약은 리그뿐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주목받았다.

[파리 생제르맹, 유럽 챔피언을 만나러 런던으로]

[스탬포드 브리지, 챔피언은 도전자의 방문을 환영한다.]

[네이마르와 음바페, 제퍼슨 리와 산티아고 차베즈. 차기 축구황제의 격돌]

[제퍼슨 리, '우리는 챔피언스리그를 두 번이나 우승한 팀이고, 상대는 우승을 한 적이 없다. 그 명백한 차이를 보여 주겠다.']

< 208. 파리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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