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괴물 러닝백-182화 (182/258)

< 182. 끝은 화려하게 (1) >

[Blues BOMB! 첼시, 리버풀을 승점 6점 차로 따돌리며 3대 1 쾌승!]

[제퍼슨 리 해트트릭! 그는 약속을 지켰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역사상 최초의 기록, '리그 50골' 달성]

[지옥의 안필드, 분노한 리버풀 팬들 경기장 의자와 화장실을 때려 부수다.]

[첼시 팬들 '한 시즌 동안 무관을 향해 치열하게 노력한 리버풀에게 박수를!' 조롱]

[76M 단독질주 드리블 골, 환상적인 OVERHEAD KICK, 그리고 감각적인 백힐 슛까지. 한 경기에 푸스카스급 득점을 세 개를 터뜨린 제퍼슨 리.]

[첼시, 'V'를 향한 마법의 숫자 '1'!]

[37라운드, 38라운드 두 경기에서 승점 1점만 거두면 프리미어리그 우승 확정!]

[제퍼슨 리, '아직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 첼시를 강하게 독려하다!]

Photo) 거수경례에 답례하는 캡틴 아메리카

ㄴ경례 각 봐라;;

ㄴ이 정도면 군인 출신 아니냐

ㄴ야이씨 경례 누가 알려 줬냐, 관중석 미국 아재들보다 더 잘하네

ㄴ늠름한 거 보소. 리얼 캡틴 아메리카네 ㅋㅋㅋ

***

만일 그날 우승이 확정되었다면 우리는 파티를 열었을 거다. 큰 목표 중 하나를 이뤘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누가 말하지도 않았건만, 파티라는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우승은 거의 확실하지만, 아직도 만약의 가능성이란 게 있으니까.

티를 내지 않았다. 감독도, 코치들도 늘 그렇듯이 얘기를 나누고 훈련을 준비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주어진 지시 사항대로 훈련과 부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미 감독에게 37라운드에 출전할 거란 얘기를 들은 올리버가 말했다.

"레스터도 쉬운 상대는 아니지?"

"까다롭지.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으니까."

"더구나 우리가 원정이고."

"맞아."

"무승부만 해도 되긴 하지만, 으음 좀 부담스러운데."

"올리버."

"응?"

"나하고 훈련하는 게 부담스러워? 제이미 바디를 막는 게 어려워?"

올리버의 표정은 솔직하다.

괴상한 얼굴로 날 노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완벽한 동기부여군. 고마워, 제프. 레스터 애들을 어떻게 박살 낼지 생각할게."

"좋은 마인드야, 올리버."

필요한 건 승점 1점.

부담을 가지면 될 것도 안 된다.

지금 문제는 37라운드 레스터전과 38라운드 본머스전이 아니다.

정확히는 그 이후에 있을 FA컵 결승전.

그리고 FA컵 결승전 5일 후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할 순 없다.

'승점 1점만' 따면 된다.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했다가 패배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되, 최적의 효율을 끌어내야만 한다.

"좋아, 사랑스러운 내 아가씨들.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도록. 내일부터 제대로 된 훈련에 들어갈 거니까!"

컨디션 회복 훈련만 했기에 훈련은 오전 중으로 일찍 끝났다.

주섬주섬 정리하고 훈련장을 나가려는 무렵.

훈련장으로 들어서는 작은 인영이 눈에 밟혔다.

올리버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랜파가 많이 아프신가보군."

"으음."

훈련장에 들어온 이는 바로 전속 사진사, 할리 할아버지의 손녀 줄리아나였다.

"여기 리버풀전 사진에요! 할아버지가 엄선한 사진들만 인화해 왔어요!"

"고마워, 줄리아!"

올리버가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받았다.

그날 올리버는 교체로 출전하지 못 했다.

한데도 할리는 아주 멋진 사진을 찍었다.

터치라인에서 골이 터지는 순간 관중석을 향해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환호를 터뜨리는 모습이다.

확실히 사진의 전체적인 구도와 분위기는 예술적이네.

"여기, 제프 것도 있어요. 제프껀 저하고 할아버지하고 같이 골랐어요."

"아 그래? 고마워."

"어떤 게 줄리아가 고른 거야?"

올리버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사진은 두 장이었다.

하나는 첫 골을 터뜨리고 관중석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와이드하게 찍힌 사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거수경례 세레모니 사진이었다.

흐릿하게 뭉쳐져서 경례를 올리는 미국 팬들.

나부끼는 성조기와 첼시 깃발.

그리고 그 앞에서 경례하는 내 뒷모습이 좀 더 진하게 인화된 사진이었다.

"이게 네가 고른 거지?"

"와, 어떻게 아셨어요?"

"할아버지는 내게 사진 선물해 줄 때, 요런 느낌으로 뽑힌 건 안 줬었거든."

"맞아요, 이게 제가 고른 거예요. 정말 멋지게 나오지 않았어요?"

"흐음."

줄리아나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올리버가 다소 묘한 침음성을 냈다.

"왜? 이 사진 별로예요?"

올리버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는지,

줄리아나의 눈꼬리가 축 처진다.

자주 얼굴을 본 건 아니지만, 줄리아나는 시무룩해질 때 눈꼬리가 쳐졌다. 그 모습이 흡사 비를 맞은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에 올리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진은 멋지지. 그랜파가 찍은 사진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건 없어."

그건 맞는 말이다.

할리가 첼시에서 40년 동안 전속 사진사를 한 것에는 그 뛰어난 실력이 가장 컸다.

"할아버진 괜찮으셔? 리버풀전 끝나고 바로 병원 가셨다고 들었는데."

"으음. 나쁘진 않으셔요. 그런데 당분간 경기장은 못 나올 거 같아요."

축구에 대한 할리의 열정은, 구단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

"어제 경기 아쉬워하셨어요."

"아쉬워? 우리가 이겼는데?"

"아, 그게 아니고. 제프 해트트릭하는 걸 못 보고 급히 병원에 가셨거든요. 그래서 그때 사진 못 찍었다고, 한숨을 푹푹!"

"음. 잠깐만 기다려 봐."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줄리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 할아버지께 드릴 선물로 딱 괜찮은 게 있었다.

"내 라커 한쪽에 놔둔 것 같은데."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공?"

"매치볼이야."

"매치볼이요?"

"어제 경기 해트트릭하니 주더라. 챙기라고."

줄리아나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실상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해트트릭을 터뜨린 공이니, 그 가치가 낮지는 않을 터.

물론 이런 매치볼이 내 집에 몇 개는 더 있다.

해트트릭 터뜨린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어쨌거나.

해트트릭하는 걸 못 보셨다니, 이걸 선물로 드리면 괜찮겠지.

"할아버지 선물이에요?"

"응. 선물이라기보단, 좋은 사진 찍어 주신 거에 대한 보답이지. 뭐."

"감사합니다! 갖다 드릴게요. 할아버지가 정말 고마워할 거예요. 제프를 첼시 선수 중에 가장 좋아하거든요."

"나는?"

"아, 올리버씨도 좋아······ 하세요."

"좀 망설인 것 같은데."

올리버가 샐쭉한 눈으로 쳐다보자 줄리아나가 겸연쩍게 웃었다. 볼살이 살짝 떨리는 걸 보니, 거짓말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야.

"그만둬, 올리버. 억울하면 경기나 잘 뛰어."

"요즘 내 폼 절정인 거 몰라? 평균평점이 7.4나 된다고."

"응. 나 8.9."

"······."

나와 올리버의 유치한 말싸움에 줄리아나가 어정쩡한 자세로 그저 웃었다.

"됐고, 제프. 오늘 트레이닝 없지?"

"응. 쉬어야지 오늘은."

"그럼 직접 공 그랜파에게 가져다 줘."

"어?"

"그랜파가 너 좋아한다면서? 가서 얼굴 좀 비춰. 쉬는 날이니."

흠.

이번엔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올리버가 좀 더 나보다 어른스러웠다고.

"그러지. 줄리아나, 지금 병원에 갈 거야?"

"아? 네. 네. 아니, 네."

"간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갑자기 당황했는지 줄리아나는 횡설수설했다.

"아, 그러니까 원래는 약속이 있었는데요. 당장은 안 가도 될 거 같아요. 아니, 돼요. 음, 그러니까 병원에 갔다가 가도 될 것 같아요."

"······어, 할아버지한테 같이 가자."

"좋을 때군."

"넌 또 뭔 소리야?"

올리버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

병원은 멀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스탬퍼드 브리지가 보이는 위치니까.

좀 먼 곳에 런던 최고의 병원이 있는데도,

할리는 여기를 고집했단다.

"창문을 열어 놓고 있으면 제프의 응원가가 들린대요."

"그게 들린다고?"

"4만 명이 다 가사를 알고 따라 하는 응원가는 제프 것밖에 없을 걸요?"

"하긴, 원곡이 원래 유명한 노래니까."

줄리아나는 헤실 웃으면서 내 응원가를 흥얼거렸다.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난 조심스레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할아버진, 다음 리그 경기 때도 못 오시나?"

"아마도요."

"아쉽네. 그날 우승 셀레브레이션을 할 텐데."

"병실 TV가 크니까 그걸로 만족해야죠, 뭐."

줄리아나가 흐릿하게 웃었다.

음.

훈련장에 가끔 찾아올 때마다 밝게 웃긴 하지만, 속이 제 상태일 리가 있겠는가. 할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시고, 사실 쉬쉬하지만, 췌장암이라 쉽지 않을 거 같다고 구단 사람들이 종종 얘기하니까.

쩝.

갑자기 슬퍼지네.

"402호실이에요. 어······ 저는 가 볼게요."

"같이 안 들어가고?"

"사실······ 사진 가져다주기 전에 병실에 있다가 나왔거든요. 약속 있다고 하고 나왔는데, 좀 들어가기엔 할아버지 얼굴 보기가 민망해서."

줄리아나는 조금 어색한지 몸을 배배 꼬았다.

애도 참. 피곤하게 사네.

"그럼 나 때문에 같이 온 거야? 약속 시각 늦겠다."

"아뇨, 아뇨 괜찮아요!"

"흐음. 나중에 내가 밥이라도 사 줄게."

"어! 진짜요?"

줄리아나는 환해진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집에서 골든리트리버를 키웠는데.

딱 그때 강아지 표정 같네.

음, 별 쓸데없는 생각이 드네.

"데려다줘서 고마워."

"네, 넵! 제프! 나중에 자주 와요, 병문안."

줄리아나를 돌려보내고, 나는 조용히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난 병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학현으로 살 때, 필드에 있던 시간보단 병실에 누워 있던 시간이 많으니까.

오랜만에 맡는 병원 특유의 냄새가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병실에 들어가자 날 흘깃 바라본 할 리가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다가왔나?"

"아뇨. 아직 리그도 안 끝났어요."

"끄응! 다행이네. 아직 경기장에 가기엔 몸이 좀 무거웠는데 말이야."

"리그 우승 셀레브레이션은 못 보겠네요?"

"리그는 괜찮아. 40년 동안 꽤 많이 봤거든."

할리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곤 내 품에 안긴 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난 공을 손가락 위로 툭 돌리면서 한쪽에 올려 뒀다.

"해트트릭하는 거 못 보고 가셨다면서요? 그날 매치볼이에요."

"그 매치볼은 줄리아에게 사인해 줘."

"네?"

"나는 리그 우승 해트트릭 매치볼 보단,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해트트릭 매치볼이 탐나더군."

"하하하하! 알겠어요. 이건 줄리아나에게."

"저번처럼 써 주지 그러냐. 사랑하는 줄리아나에게라고."

"어휴, 그건······."

그건 좀 민망했던 일이다.

손녀딸에게 선물하게 사인 좀 해 달라고 했을 때.

난 한참 어린 아기를 생각했었다.

실제로는 고작 두어 살 차이밖에 안 났지만 말이다.

"줄리아에게 줘. 나는 챔피언스리그 매치볼이면 좋겠어. 결승전 매치볼은 받아 본 적이 없거든. 아니, 결승전을 본 적이 없지."

할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40년 동안 첼시에서 사진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결승전을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딱 10년 전이네. 블루스가 챔스 우승컵을 들은 날이 말이야. 공교롭게도 상대도 바이에른 뮌헨이었고, 이번에도 그렇고."

"경기장도 일리안츠 아레나죠."

"이런! 이번에는 반드시 가 봐야겠는데!"

"물론이죠, 그랜파. 그날 오셔서 제 골 장면을 찍어 주셔야죠."

할리는 껄껄 웃었다.

"반드시 그러마! 그럼 넌 해트트릭 매치볼을 내게 주는 거다!"

껄껄 웃는데도 목소리엔 힘이 없다.

난 애써 감정을 숨기며 웃어 보였다.

"빅이어도 같이 드리겠습니다."

***

리그 37라운드.

리버풀은 마지막까지 우승에 대한 불씨를 끄지 않았다.

그들은 37라운드에서 노팅엄을 7대 0으로 박살 내는 기염을 토했다.

정말 극악의 확률.

우리가 남은 두 경기에서 내리 2패를 하고, 리버풀이 2연승을 하면서, 득실차도 높인다면 우승할 수 있다.

"오! 제기랄! 레스터가 우릴 도와주고 있어!"

"EPL 최고의 클럽! 레스터!"

"여우군단이 첼시를 물어뜯고 있다고!"

이 시각.

레스터도 리그 6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와 승점 4점 차였기에 무조건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

전반 36분 제이미 바디의 선제골이 터진 이후,

레스터는 온몸을 날려가면서 슈팅을 막아 내고 스코어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리버풀이 레스터의 열렬한 팬이 되어 간절하게 응원할 무렵.

"LEE Will, LEE Will Kill you!"

첼시 팬들도 여기서 승리를 확정짓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가를 쏟아 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후반 88분.

"The Blues!"

풀리시치의 백패스를 달려오던 션 올리버가 받은 뒤, 중거리 슛을 때려 넣었다.

"빌어먹을!"

"제발! 제발!"

이대로라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서 멀어지는 게 확실했다.

레스터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소리쳤다.

하나 축구는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어느 것보다 잔인하고 잔혹한 법이다.

레스터가 마지막 득점을 위해 모든 라인을 올리자.

제퍼슨 리가 달렸다.

투욱!

최후방 수비수에서부터 넘어오는 기다란 공.

그것은 다이렉트한 패스도 아니었다.

분명히 단지 공을 걷어 내는 과정.

하나,

[제퍼슨! 달립니다! 질주합니다!]

그것을 보고 제퍼슨이 달린다면, 단순히 걷어 내는 공이 아니었다.

"막아!"

수비수들의 당황한 음성.

머리 뒤로 넘어가는 공을 향해 돌진하는 제퍼슨.

레스터 선수들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대체 언제?'

'언제 저 위치에 있던 거지?'

공격적인 위치 선정과 공을 향해 질주하는 폭발적인 스피드.

양쪽 어깨에서 들어오는 레스터 수비들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크흡!"

그러나 신음이 튀어나온 건 수비수들에게서였다.

"Yeaaaaaaaaaaaaa!"

수비 두 명의 어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제퍼슨은, 거칠게 그들을 밀어뜨렸다.

툿!

허벅지에서 터져 나오는 불같은 스피드와 수비수를 밀어뜨리는 상체의 단단함,

그리고 공을 발끝으로 가볍게 트래핑하는 우아한 퍼스트 터치.

이어지는 건.

완벽하고도, 날카로운 골.

"LEE Will, LEE Will Fuck you!"

[제퍼슨의 역전골이 터집니다! 2대 1! 이대로 경기가 종료된다면, 첼시는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입니다!

오, 제퍼슨 리의 리그 51호 골과 함께 팀의 우승을······ 휘슬 울렸습니다! 우승입니다! 첼시 우승입니다!

제퍼슨 리가! 제퍼슨 리가! 결국에 첼시에게 리그 우승을 안겨 줍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된 레스터 선수들은 필드에 넘어지듯 쓰러졌다.

그들은 휘슬 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허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반면 소수의 첼시 원정팬들은 괴성을 질러 댔다.

팬들뿐만이 아니다.

"우승! 우우우우우우승!"

벤치의 코칭스태프와 교체선수들도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필드로 튀어 나갔다.

서로 끌어안은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미친 듯이 질러 댔다.

그 순간만큼은 제퍼슨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선수들과 껴안고 엉엉 울어 대던 필마르크 감독도,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았다.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시뻘겋게 충혈된 눈동자는 감추지 못했다.

"흠흠! 좋아. 정말 잘했다. 너희들은 정말 끝내줬지! 그렇지만 아직 FA컵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보스! 헹가래는 받으셔야죠!"

"어어!"

선수들이 모여들어 필마르크를 높이 들었다 올리면서 헹가래 쳤다. 근엄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던 필마르크는 결국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은 누구야?"

"오늘 역전골 넣은 제프지!"

"제-프!"

"······잠깐, 쟤 헹가래 칠 수 있겠어?"

"······어음. 캉테로 할까?"

"캉-테!"

선수들이 서로 왁자지껄하고 와르르 몰려다니는 사이.

제퍼슨의 시선은 주변을 향했다.

현재 이 즐거운 모습을 계속해서 사진 찍고 있는 사진 기자들.

그들에는 낯익은 얼굴이 없었다.

결국, 할리는 오늘 경기부터 나오지 못했다.

'챔스 결승에서 해트트릭 매치볼을 반드시 만들어서 드려야겠네.'

< 182. 끝은 화려하게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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