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괴물 러닝백-124화 (124/258)

< 124. 이상한 놈, 잘생긴 놈, 잘하는 놈 (5) >

"꺄아아아악!"

"올리버!"

"올리버!"

콘서트장에 온 줄.

소녀 팬들이 훈련장 펜스 밖에서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올리버 씨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팬 서비스를······.

심지어 손으로 뽀뽀를 날리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훈련 첫 날에 말이지.

그걸 본 감독님의 반응은 간단했다.

"하다하다 저 자식을 영입하는구만."

감독님이 원했던 영입은 아니라 이거였다.

션 올리버는 지금도 꽤 핫한 선수다.

실력보단, 축구 외적으로.

션 올리버.

본업 축구 선수.

부업 잡지 모델 겸 패션 사업 CEO

잘 모르는 사람은 그의 본업이 축구 선수가 아니라 모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그쪽 방면으로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거기에.

잦은 염문설까지.

여성 모델이나 배우들과 스캔들이 꽤 난 거로 유명했다.

아스날에서 벵거의 선택을 받았던, 꽤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애석하게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영국 국적이라서 제2의 데이비드 베컴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를 자랑했으나.

실력은 베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거다.

오히려 포지션은 안 어울리게 홀딩형 미드필더.

사실 그에 대해선 잘 모른다.

회귀 전, 내가 그를 알았던 건.

진짜 충격적인 희대의 스캔들 때문인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그게 아마 선수 생활 말년이었으니까. 적어도 10년 후의 이야기다.

"후. 올리버, 네가 훈련 외에 어떤 활동을 하던, 너의 사생활은 절대 건들지 않는다. 다만 훈련시간, 훈련장, 경기장에선 내 지시에 철저하게 따라야 해."

"음, 그러죠. 뭐."

"훈련 때 슈퍼카는 타고 오지 않는다. 다른 차 있잖아?"

필마르크 감독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선수와 불화를 겪기 싫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 준다.

그러자 올리버가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 차고에는 슈퍼카밖에 없는데요."

"오, 빌어먹을!"

감독님과 션 올리버가 보여 주는 광경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카이 하베르츠는 훈련 시작시각 8시 30분에 정확히 맞춰 들어온다.

소름.

초침이 딱 12에 닿으니까 도착했어.

반면 일찍 와서 이미 훈련하고 있는 마크 우트는······.

캉테가 미간을 좁혔다.

"왜 네 껄 입고 있어?"

그러게.

왜 내 트레이닝 복을 입고 훈련한데?

눈이 마주치자 그는 반가운 얼굴로 손을 마구 흔들었다.

후.

셋 다 이상한 놈인 것 같다.

***

[프리미어리그 개막 직전, FA 커뮤니티 실드에 집중되는 시선들!]

[리그 챔피언 리버풀 VS FA컵 챔피언 첼시]

[리버풀의 새로운 보스, 알레그리 감독.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좋은 시작일 것 같다.']

[첼시 필마르크 감독, '클롭의 리버풀이 무서웠던 것이지, 알레그리의 리버풀은 글쎄?']

"우리 감독님이 꽤 화끈하신 편인가 보군?"

션 올리버의 물음에 난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감독님이 화끈한 편이긴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편이시다.

저런 발언이 기사로 나온 건.

또 믹스트 존에서 기자와 싸운 것이겠지.

뭐 어찌됐건.

알레그리 감독의 리버풀이라.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궁금하다.

우리는 특별히 변칙적인 준비는 하지 않았다.

정석적인 4-2-3-1의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으며, 라인업도 작년 그대로다.

에메르송, 뤼디거, 시셀도, 아스피의 포백.

조르지뉴, 캉테, 메이슨 마운트.

풀리시치, 나, 오도이.

새로운 영입선수들은 모두 벤치에서 시작한다.

슬쩍 보니.

션 올리버는 애당초 관심도 없는 듯 거울을 보면서 머리 만지기 바빴고,

하베르츠는 늘 그랬듯이 헤드셋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주위와 단절됐으며.

우트만이 내 옆에 있는 캉테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캉테."

"응?"

"체인지. 체인지."

"뭐?"

짧은 영어로 자신의 드레싱 룸 자리와 캉테의 자리를 가리키는 우트.

세상에. 내 옆에 앉으려고 저러는 거야?

황당해하는 캉테의 얼굴.

내가 나서야겠다.

"우트, 난 네가 내 맞은편에 있으면 좋겠어. 원래 자리가 좋은 거 같아."

그 말에 우트는 환한 얼굴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캉테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진심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너 난처할까 봐 그런 거야."

"선수 다루는 데 도가 텄군. 쟤 너무 이상해."

"괜찮아. 그래도 실력은 좋은 친구야. 좋게 생각해. 성격도 착해. 이상한데 착해."

우트가 지금은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회귀 전 나이까지 계산하면 14살 이상 차이 나는 동생이다.

그가 하는 행동이 오히려 어린 선수의 치기 어린 행동처럼 보일 정도다.

"쟨 이상하고, 쟨 잘하는 데 뭔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쟨 그냥 뭐하는지 모르겠고."

캉테가 차례대로 우트와 하베르츠 올리버를 가리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러게.

나도 이젠 모르겠다.

에휴.

***

첼시를 상대하는 팀들은 많은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리그 챔피언인 리버풀도 마찬가지다.

하나, 알레그리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제퍼슨 리에 대한 경계와 준비는 충분했다.

이제는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가 새로 부임한 리버풀의 선수진은 환상적이었으니까.

알레그리는 공,수에 걸쳐 수적 우위를 중시하고 공격진에 자율을 부여해 준다.

수비와 중원에는 철저한 조직력을 배가시킨다.

그러기 위해선 축구 지능과 높은 활동량이 필요하다.

엄청난 압박으로 중앙으로 상대 선수를 몰리게 하고, 양 측면 오버래핑으로 상대팀을 부순다.

리버풀은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에 가장 적합한 선수진이 있는 팀이었다.

"클롭이 환상적인 팀을 구축해 놓고 갔군."

알레그리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제퍼슨 리?

"물론 환상적인 공격수지. 하지만 우리가 무서워할 이유는 없어."

그렇게 여겼다.

그러나 알레그리는, 적어도 한 번 부딪쳐 보고 난 후에 그런 말을 해야 했다.

[제퍼슨! 제퍼슨! 움직입니다! 오! 세상에, 파비뉴가 그를 제지하기엔 너무나 힘들어 보입니다! 제임스 밀너가 높은 활동량으로 급하게 협력합니다만, 그 순간에 제퍼슨!]

[오, 맙소사! 환상적인 스루패스! 그 끝엔 오도이가 있습니다!]

[오도이! 제퍼슨의 환상적인 패스를 이어 받아 그대로 골문을 폭격합니다!]

[엄청나네요. 제퍼슨의 패스가 수비수들을 다 속였죠? 심지어 반 다이크마저 예상치 못한 지점으로 쏘아진 패스는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오도이가 침착하게 마무리에 성공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실제로 겪어 보지 않고는 쉽게 믿기지 않는 법이다.

19살짜리 미친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레그리는 직접 부딪치고 나서야 실감했다.

***

제퍼슨은 환상적인 스트라이커다.

이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견은 없다.

모두가 인정했다.

리그 최다 득점 기록을 10골 차이 이상으로 갈아 치워 버린 공격수를 어찌 뭐라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그의 패스 능력이다.

제퍼슨의 폭발적인 득점력과, 피지컬로 수비진을 그대로 부숴 버리는 압도적인 힘은 이미 많은 팀이 예상하고, 어떻게든 대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끔 터지는 그의 패스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종류였다.

제퍼슨에 대한 강한 압박이 분명 통했다.

미드필더와 수비는 강한 조직력으로 압박했고,

제아무리 제퍼슨이어도 리버풀의 압박을 계속 뚫어낼 수는 없던 것이다.

한데 그때 선택한 게 바로 제퍼슨의 패스였다.

그 패스 한 방에, 잘 운영되던 리버풀의 조직력이 한순간 뭉개졌다.

알레그리 감독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방식이 통하지 않은 게 아니다.

제퍼슨에 대한 철저한 봉쇄와 집중견제는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미 점수 차는 더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더 강하게 압박해! 근접 마크를 해! 너희들 반칙이 고작 세 개라고! 전반전에 열 개 이상은 해야지! 과감하게 달려들어!"

제퍼슨에 대한 견제가 집중되자.

"하베르츠, 가서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 줘라!"

"우트, 제프의 옆에서 보조해 줘."

필마르크 감독은 후반전이 되자마자 조르지뉴를 빼고 카이 하베르츠를, 메이슨 마운트를 빼고 마크 우트를 투입하면서 4-4-2로 전환했다.

***

인정한다.

이번 수 싸움에선 우리 감독이 이겼다.

알레그리 감독은 훌륭한 감독이지만, 아직 세리에A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한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우리 감독의 수는 효과적이었다.

패스 능력과 볼 전개 능력이 엄청난 하베르츠의 투입으로, 굳이 내가 밑으로 내려가 볼을 돌리는데 가담할 필요가 사라졌다.

거기에 마크 우트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나에게 견제가 집중되면서 그에게 충분한 공간이 생겼다.

뻥!

하베르츠가 툭 차올린 공을, 우트가 빠르게 뛰어가 깔끔하게 공을 받아 냈다.

깔끔한 볼터치. 기본기가 확실한 친구다. 한 방은 없어도, 적어도 기본기는 완벽했다.

다른 선수가 다급히 우트를 압박하지만.

기본기가 충실하다는 건, 선수 하나 정도는 제칠 힘이 있다는 것이다.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몸짓으로 선수 하나를 순식간에 벗겨 내며 달리는 우트는, 결코 욕심을 내지 않았다.

나에게 패스만 하는 이상한 놈이거든.

"제프!"

투욱!

찰나였다.

우트의 시원시원한 돌파로 나에 대한 압박이 헐거워진 순간이.

짧은 찰나는.

그간 답답하게 압박에 시달리던 나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줬다.

압박이 조금만 헐거워지면 된다.

나에게 필요한 건 그것이었다.

쏜살처럼 뛰쳐나갔다. 발목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일시에 힘이 터져 나오며 땅을 박찼다. 우트의 돌파와 정 반대로 뛰어 들어가자,

거짓말처럼 우트의 낮은 패스가 깔리면서 도착한다.

이것만큼은 진짜다.

우트 이 녀석은, 이상하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골을 넣기 가장 쉬운 지점에서 공을 보내 준다.

스트라이커면서도.

이런 패스는 간단하다.

그냥 때리면 끝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지.

뻐엉!

"Yeaaaaaaaaaaaaaaaaa!"

"제-퍼-슨!"

어우.

첫 득점의 짜릿함은 장난 아니네.

슬쩍 보니 반 다이크가 불편한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흠.

이게 짜릿함의 원인이었군.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우트가 다가와 소리쳤다.

"네 첫 득점의 어시스트는 나라고! 제프!"

아니,

이런 것에 의미 두지 말라고. 이상한 놈아.

***

[살라의 추격골이 터집니다!]

[하지만, 오늘 리버풀은 전 시즌 챔피언의 모습답지 않군요.]

[아직 알레그리의 축구가 제대로 이식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서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네요.]

[그에 반해 첼시는 강력합니다!]

[제퍼슨의 창이, 카이 하베르츠라는 엄청난 조력자를 만나 빛나네요!]

[오, 세상에! So Lovely! 하베르츠의 기가 막힌 로빙 스루! 제퍼슨! 머리를 갖다 대면서 두 번째 득점을 터뜨립니다!]

[완벽합니다. 첼시, 이번 시즌 완벽해져서 돌아왔습니다!]

***

스코어가 3대 1로 벌어졌다.

오늘 리버풀은 작년 챔피언 리버풀이 아니었다.

공격력 측면에서는 아직도 위력적이나,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작년과는 좀 달랐다.

새로운 얼굴도 보였고, 그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게 기회다. 우리에겐.

더구나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다.

"제프!"

하베르츠가 외치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아마 머리 위로 오겠지.

보지 않아도, 그가 어떤 패스를 보내 줄지 짐작이 된다.

지금 수비 블록에서는 머리로 오는 게 가장 베스트다.

난 망설임 없이 뛰어올랐다.

예상대로다.

"어억!"

뻐억!

나랑 부딪친 선수가 괴성을 질러 대며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하나, 반칙은 아니다.

공은 내가 먼저 받아 냈거든.

그대로 뚝 떨어진 볼을, 망설임 없이 때려 넣었다. 반 다이크가 풀리시치의 움직임에 잠깐 시선이 빼앗긴 그 찰나.

뻐어어어엉!

강력한 슈팅이 30m를 꿰뚫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상에."

"저걸 저기서 집어넣는다고?"

물론이지.

30m쯤이야.

황당해하는 반 다이크의 얼굴을 보니, 더 기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네.

***

후반 39분.

승리가 확실시되자, 필마르크 감독은 캉테 대신 션 올리버를 출전시켰다.

그러자마자.

[새로 투입된 올리버! 아! 너무 여유롭게 플레이했습니다! 피르미누를 놓칩니다! 피르미누, 그대로 만회골을 터뜨립니다! 4대 2입니다!]

올리버는 자신의 실수로 득점을 먹혔음에도.

"쟤 폼 잡고 있는 거지?"

"응."

마치 잡지 화보라도 찍는 것처럼.

고심하는 듯한 얼굴로 이마를 짚는 포즈를 취한다.

그 모습에 캉테는 어설프게 웃었다.

슬쩍 보니 필마르크 감독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터질 것 같다.

"팀에 이상한 친구들이 왔어."

"하베르츠는 잘하지. 방금 패스도 멋졌어. 조금 재수가 없긴 하지만."

"우트도 마찬가지야. 잘하긴 해. 좀 이상할 뿐이야."

"션 올리버는······ 잘 생겼지."

"응. 그래."

"근데 그거 알아?"

벤치에 앉은 선수들은 캉테의 마지막 말에 시선을 집중했다.

캉테는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원래 우리에겐 이상하고, 잘하고, 잘 생긴 놈이 있었어."

그가 가리키는 곳엔.

기가 막힌 플레이로 골을 넣고, 좌절하는 상대 수비수를 보며 히죽 웃어 버리는, 잘생긴 녀석이 있었다.

"제프야말로 잘하면서 이상하기도 하고 잘생긴 놈이잖아. 참 이상해. 제프가 저 3인방 보고 놈놈놈 거리는 거. 다 본인한테 해당하는 말인데 말이야."

그 말을 엿 듣던 감독도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팀 한번 개판이군."

< 124. 이상한 놈, 잘생긴 놈, 잘하는 놈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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