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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괴물 러닝백-72화 (72/258)

< 72. 올드 트래포드의 괴물 (4) >

맨유는 포기하지 않았다.

3대 0이란 스코어.

그러나 어떻게든 만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마샬과 래쉬포드의 발 빠른 공격은 다소 느린 첼시의 수비진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시셀도! 다시 한번 막아섭니다!]

[육탄 방어입니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병원에 꼭 가 봐야겠어요. 온몸에 멍이 들었을 것 같네요.]

부진했던 주마와 크리스텐센을 대신한 시셀도의 활약.

그는 육탄 방어로 모든 슈팅을 막았다.

어쭙잖게 발을 뻗어 태클로 빼내지도 않았다.

'하나같이 괴물들이다.'

그는 EPL로 와서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 상대 공격수 모두가 발재간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다고. 미국에서 뛰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자존심을 버렸다. 노련하고 영리하게 공만 뺏는 예쁜 수비로는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았다.

그럴수록 온몸의 근육이 욱신거리고 피멍이 들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괜찮아?"

"문제없어요."

파트너 뤼디거가 걱정스런 기색으로 묻지만, 시셀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프의 슈팅을 막는 것에 비하면 일도 아니죠."

훈련장에서 제퍼슨의 강슛에 맞으면 온몸이 저릿저릿하다.

그것에 비하면 이것은 약과다.

시셀도는 그렇게 생각하며 투혼을 발휘했다.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어떻게든 막아 내는.

"The Blues!"

"시-셀도! 시-셀도!"

한때 '걸레 수비'라고 불리던 첼시의 수비가 다시 부활한 듯한 느낌에, 첼시의 원정팬들은 손뼉을 치며 격려를 보냈다.

그 모습에 다른 수비진도 각성했다.

새로 영입된 선수가 저런 투혼을 보여 준다.

그들의 머릿속에 '클린시트'라는 명제가 떠올랐다.

그 결과 맨유의 매서운 공격은 첼시의 수비를 쉬이 뚫지 못했다.

"빌어먹을! 저 자식들 대체 왜 저런 거야!"

계속 번번이 슈팅이 막히자, 솔샤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첼시의 진영으로 넘어간 공에 향했다.

제퍼슨 리.

그가 다시 공을 잡았다.

***

축구란 모르는 거다.

10분 만에 세 골을 먹히는 경기도 살면서 수없이 봤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말이다.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 아래 몸을 날리는 맨유 선수들은, 마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처럼 맹렬했다.

우리 수비진이 몸을 날리며 잘 막아 주지만, 만약 한 골이라도 실점하는 순간 경기 흐름은 묘하게 바뀔 터.

그래서 조금은 악독한 생각을 했다.

'의지를 박살 내야지.'

동점? 역전?

꿈도 꾸지 못하게 그 의욕을 꺾어 버리는 것이다.

"윌리안, 오른쪽에서 시선 좀 끌어 줘. 최소 두 명 정도, 가능해?"

"후우. 마지막 체력을 불사르지."

맨유는 라인을 끌어올렸다.

득점을 위해 전진한 상황이며, 골에 대한 열망 때문에 묘하게 포메이션이 틀어져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나타났다. 분명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다.

이건 기회였다.

"막아!"

윌리안이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 두 명을 끌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윌리안뿐만 아니라, 왼쪽의 풀리시치도 마찬가지. 풀리시치는 내가 무엇을 할 건지 예상한 것처럼 움직여 줬다.

덕택에 내 앞에는 음투쿠지가 남았다.

"You! defence!"

대단한 놈이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내가 회귀 전 TV 중계로 보고 경악했던 수준은 아니다.

대인마크, 태클, 피지컬 모두 좋지만 순간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녀석.

툭!

왼발에서, 오른발로 공을 툭 보내면서 녀석의 시선을 끌고,

다시 오른발로 공을 중앙으로 되돌려 놓으며, 녀석의 가랑이 사이로 툭 빼내 버리는.

"······!"

팬텀 드리블과 넛메그의 연계로 단숨에 음투쿠지를 벗겨 냈다.

이쯤 되면 그가 거칠게 몸을 푸싱해 오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전에 풀리식의 도발에 몸싸움하다가 경고를 한 장 받은 상태. 괜히 강력하게 어깨를 들이밀다간 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만일 그가 작정하고 몸으로 밀어붙였다면 여기서 속도가 줄고 수비들이 복귀해서 골치가 아팠을 터인데, 다행이다.

순식간에 음투쿠지를 벗겨 내고 달렸다.

"막아!"

오늘 나에게 여러 번 당했던 스콧 맥마나니가 거친 태클을 시도했다.

"Wuuuuuu!"

공을 띄우며 가볍게 태클을 피하자 맨유팬들의 야유가 쏟아진다.

'후우!'

순간 세상이 느리게 보이는 기분이었다.

경기장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 순간.

6만 명의 관중과 거친 호흡을 고르며 자리를 지키는 수비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움 속의 고요함.

선수들의 호흡과 눈빛이 모두 코앞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긴장감이 온몸에 팽배해질 때. 내 감각은 극한으로, 절정으로 깨어났다.

발가락 하나하나에 모든 감각이 날을 세웠다. 온몸의 세포가 전부 다 깨어나고, 머릿속에서 도파민이 마구 솟아났다.

비축한 체력을 단 한 번, 여기서 터뜨린다.

중앙에서 자리를 지키는 맥과이어.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툭, 치며 그의 앞으로 가다가 순간적으로 백스텝.

"미친!"

맥과이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치고 나갈 틈은 없다.

그러면 대각선으로 공을 길게 뽑아 보냈다.

"좋아!"

윌리안이 공을 잡고 툭툭 치고 갔다.

수비들의 시선이 다시 윌리안에게 몰린 사이.

나는 기다렸다.

수비들의 행동과 윌리안의 다음 플레이를 지켜봤다.

그리고 윌리안이 거짓말처럼 나에게 다시 공을 보냈다.

"Fuck!"

수비들의 얼굴이 다시 한번 창백하게 질린다.

그들이 던지는 짧은 욕설과 탄성이 귓가에 꽂힌다. 윌리안의 침착하고도 간결한, 환상적인 패스.

페널티 박스 근처.

빠르고 낮게 깔리는 컷백.

그 순간 단단하게 수축됐던 허벅지 근육이 일제히 터져 나가듯 폭발했다.

뻐엉!

흡사 가죽공이 터지는 것처럼.

강력한 파공성과 함께 슈팅은 맥과이어의 다리 곁을 스치며 골대로 향했다.

대포알 같은 슈팅에 수비들이 몸을 분분히 날리지만, 그 압도적인 스피드는 단숨에 공간을 꿰뚫었다.

그리고 데헤아가 손을 뻗었다.

빠악!

와.

이걸 막아?

데헤아는 긴 팔로 공을 펀칭해 냈다.

믿을 수 없는 슈퍼 세이브에 올드 트래포드가 순간적으로 울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데헤아! 데헤아! 데헤아!"

그들은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데헤아를 연호했다.

하나, 공은 나가지 않았다.

데헤아가 펀칭한 공은 길게 왼쪽 사이드로 빠졌다.

그대로 터치라인을 나가는가 싶던 공은,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 풀리시치의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나갔잖아!"

"부심! 아웃이라고!"

맨유 팬들이 야유를 보내지만, 심판은 변함이 없었다. 라인을 나가지 않았다는 판정.

풀리시치는 한차례 공을 잡고 숨을 고른 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씩.

그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도움왕! 넌 득점왕!'

물론이지.

고개를 끄덕이자,

살짝 떠오르면서 중앙으로 감기는 크로스.

그 순간 옆에서 맥과이어가 먼저 어깨를 밀어 넣었다.

어우, 단단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어온 강력한 차징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러나 그 순간에 난 팔을 뻗었다.

축구선수는 발뿐만 아니라 손도 잘 써야 한다.

손을 이용해 상대를 방해하고, 또는······ 이용해야 한다.

왼팔로 그의 가슴을 강하게 밀쳤다.

그러자 맥과이어의 단단한 가슴 근육이 느껴졌다.

거기에 힘이 빡 들어가는 것까지.

내가 몸싸움하는 걸로 생각하고, 버티는 것이다.

고맙다.

내 체중과 힘, 그리고 근력까지 모두 버텨 주는 맥과이어의 수비에 박수를.

덕분에 나는 지금 무언가 하나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뇌리를 스치는 짧은 판단과 곧바로 반응하는 근육.

나는 떠올랐다.

맥과이어의 가슴을 지지대 삼아, 내 왼쪽 다리는 가슴께까지, 그리고 오른쪽 다리는 머리 위까지.

"······!"

맥과이어는 눈치챈 거 같았다. 내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

그러나 늦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필드의 짧은 찰나.

완벽한 선방을 보여 준 데헤아와, 좋은 수비를 보여 준 맥과이어, 그리고 피지컬로 가능성을 보여준 음투쿠지.

근데 무슨 상관이랴.

그들 사이로 작렬하는, 바이시클 킥(Bicycle Kick)앞에서는.

뻐엉!

그 대단한 데헤아도 멍한 얼굴로 공의 궤적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골라인을 넘어, 골네트를 찢을 듯이 꽂히는 슈팅.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이 작렬하자, 올드 트래포드는 일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원정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Wuuuuuuaaaaaaaa!!"

"Goooooooal!"

"제-----프! 제-----프!"

맨유팬들은 모두 침묵했다.

난 그대로 쓰러진 채 손을 위로 뻗었다.

느리게 흘러갔던 모든 장면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나에게 달려드는 동료들이,

어우. 왜 위에 올라타냐.

"뤼디거는 올라오지 마! 무거워서 숨 막혀 죽는다고!"

***

맥과이어는 맨유에 와서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3대 0이든, 4대 0이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건 클린시트고, 나는 이 올드 트래포드를 그 누구도 득점할 수 없는 요새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맥과이어는 적어도 자신이 뛸 때만큼은, 올드 트래포드를 요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것이 처참하게 부서졌다.

전광판에 떠오른 4대 0이란 스코어.

LEE라는 이름이 두 번이나 새겨져 있었고, 그 두 번 모두 자신이 제퍼슨을 놓쳐서 내준 것이다.

요새?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나.

콘크리트로 만든 단단한 성벽도, 탱크가 대포를 뻥뻥 쏘며 달려오면 부서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마치 오늘처럼.

맥과이어는 허탈하게 웃었다.

"괴물."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단어.

이런 말은 언제 했었나.

EPL의 수많은 공격수를 상대하면서도 나오지 않았던 단어가 지금 튀어나왔다.

그는 믹스트 존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올드 트래포드에 나타난 괴물을 막는 걸 실패했습니다. 괴수영화에서 괴수를 막아 내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 것처럼, 우리는 그를 막지 못해 패배했죠. 제퍼슨 리. 진짜 괴물입니다."

***

[첼시,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 4대 0 격파!]

[첼시 4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완벽한 스트라이커의 출현, 올드 트래포드를 침묵에 빠뜨리다.]

[해리 맥과이어, '올드 트래포드에 출현한 괴물. 그를 막으려면 미사일이 있어야 한다.']

[솔샤르 감독, '세상에 저런 19살짜리 공격수가 있을 수가 있나. 우리는 그를 막지 못해 패배했다.']

[경기 MOM 선정, 제퍼슨 리, '최전방 수비수라는 말만큼 웃긴 게 없다. 나는 스트라이커 그 자체다. 보라. 이젠 무엇으로 더 증명해야 하나? 내가 수비수가 되어야 하나?']

[제퍼슨 리, 그를 향한 비판을 모두 짓뭉개 버리다!]

[제퍼슨 리,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 작렬!]

-지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미친 골;;;

-저기서 바이시클을 때리네 ㅅㅂ;;

-킥력 미친다. 음투쿠지? 걔도 살벌하던데, 그런 애도 피지컬로 밀리더라 미친;;

-존나 단단함.

-진짜 못하는 게 없네. 몇 골 째냐 지금

-현 EPL 원탑격수 ㅇㅈ?

-지랄 노 고작 한 시즌 반짝이는 거로 원탑격수 이지랄ㅋㅋㅋㅋ

-한 시즌 반짝인데 11경기 16골 시발ㅋㅋㅋ

-우리 제프 이대로 첼시 이끌고 우승하자!

-첼시 우승은 무슨, 황버풀 앞에선 깨갱될게 분명함

-시즌 초 만해도 무시하다가 이제 댓글로 우리 제프 경계하너ㅋㅋㅋㅋ

-제퍼슨인지 좆퍼슨인지 제병신인지는 반다이크선에서 처리 씹가능 ㅅㄱ

-아니 ㅋㅋㅋㅋㅋ경기는 맹구가 졌는데 왜 리밥이 여기 와서 부들 대너

-맨시티도 승점 밑으로 떨어졌는데, ㅎ우리 황족첼시가 급상승세니까 이번시즌도 우승 못할까봐 무서운 거자너

-이번시즌 황버풀 우승한다.

-지랄 ㅋㅋㅋㅋㅋ

< 72. 올드 트래포드의 괴물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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