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Real Blues (1) >
[LEE,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첼시의 승리를 이끌다!]
[LEE, 3경기 6골 1어시스트, 런던을 폭격하는 미국산 폭격기!]
[첼시 감독 "내가 원한 가장 Lovely 한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보여 줬다."]
[웨스트햄 주장, 윈스터 리드 "뉴질랜드 국기의 별이 4개인 걸 다시는 잊지 않을 것."]
[첼시 주장, 아스필리쿠에타 "LEE는 현시점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 그는 훈련장에서나, 필드에서나 모든 선수의 귀감이 되는 선수다."]
***
[세상에. LEE를 영입한다고 했을 때 욕했던 머저리들은 뭐야?]
[아스날은 답답하네. 저런 친구를 비싸다고 발을 뺐다고?]
[맨시티도.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당장 제수스 뿐만 아니라 아구에로하고도 주전 경쟁 하고도 남는데!]
[5천만 파운드? Fuck! 존나 싸다!!]
[맞아. 더구나 18살짜리라고.]
[제길. 어린 친구면 우리 아스날에 왔어야 했는데.]
[거기 가면 부상당해서 안 돼.]
[아닐걸?]
[그럴까? 내 예언하나 하지. 조만간 아스날 또, 늘, 그렇듯이, 선수들 부상당한다.]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마.]
[빌어먹을 자식아!]
[Fuuuuuck!]
"하하!"
잉글랜드에는 모태 축구팬이란 말이 있다.
뱃속에서부터 이미 응원하는 팀이 정해진 팬들이 있다.
제리도 그랬다.
런던에서 태어나면 응원팀으로 선택할 수 있는 팀이 많다.
하지만 제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부모님이 첼시팬이었으니까.
그 사실에 불만은 없었다.
그는 정말로 첼시가 런던 최고의 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EPL우승을 직접 목격한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풀럼 시내를 도는 카퍼레이드도 참여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엔 그는 다른 런던팀 팬들 앞에서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19-20시즌이 역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무관.
[무관팀이 런던의 주인이라고?]
[블루스? EPL의 진짜 블루스는 에버튼 아닌가?]
[리그컵도 들지 못 해놓고 무슨 런던 최고의 클럽이야?]
[푸하하하!]
수많은 조롱에 정말 첼시팬이란 사실이 후회스럽단 생각이 들었을 정도.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비록 리그 3라운드까지 진행됐지만, 이번은 진짜 달랐다.
"이번엔 진짜 다르다고!"
리그 3연승.
심지어 그 3개의 팀에 껄끄러운 상대인 아스날과 웨스트햄이 있지 않았나.
유로파는 무난하게 본선을 뚫었고,
리그에서 기세가 심상치 않다.
"득점력이 미쳤다는 거지."
18-19시즌부터 첼시는 BIG6에서 가장 득점력이 빈곤했다.
그들이 무시하는 아스날보다 더.
무영입으로 챔스 준우승을 차지한 토트넘보다 더, 득점력이 빈곤했다.
그나마 기록했던 득점도 스트라이커의 득점보단,
주위 2선 플레이어들의 득점에 울고 웃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제리가 무엇보다 좋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9번의 득점력이 폭발적이라는 것.
첼시가 3경기에서 터뜨린 골을 8골이다.
그런데 9번 혼자서 6골을 차지했다.
"드디어 9번다운 9번이 왔어! LEE!"
그는 미국에서 온, 이 아시아 혼혈 선수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니, 사랑스러웠다.
그건 제리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이 기세를 잘 살리면 리그 우승까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리그 우승.
사실 차라리 다른 컵대회를 두어 개 우승하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치열하다.
압도적인 스쿼드를 구축한 맨시티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리그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리버풀.
그리고 착실한 전력의 토트넘과 무시 못할 상대인 아스날.
그리고 과거 왕조를 열었던 맨유까지.
그뿐인가.
중위권팀도 하나같이 만만하게 여길수도 없었다. 정말로 치열한 리그였고, 여기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와. 시티 이 자식들."
제리는 리그 테이블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1위 맨체스터 시티, 승점 9점, 득실차 +14
2위 리버풀, 승점 9점, 득실차+7
3위 첼시, 승점 9점, 득실차+4
4위 토트넘, 승점 7점, 득실차+6
"3라운드 동안 득실차 14점이 말이 돼?"
3경기 14득점 무실점.
그 미친 기세에 제리는 혀를 찼다.
"잠깐. 우리 좀 있으면 맨시티전이었던 거 같은데?"
제리는 뇌리를 관통하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다음 스케줄을 찾아봤다.
5R, 맨체스터 시티 VS 첼시
"와 씨. 하필 분위기 좋을 때."
2주 후에 바로 맨시티를 만난다.
***
축구는 전쟁이라고도 표현한다.
그 작은 공에 22명의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빠져들어 참전 용사 같은 마음가짐을 지니니까.
"죽여 버려!"
"Shit! 저 개자식 박살 내!"
그러므로 지금 울버햄튼의 관중이 내지르는 욕설은 나를 향한 것이다.
뭐, 상대팀 관중에게 욕먹는 건 익숙하다.
지금 내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눈길로 노려보는 수비수의 모습도 익숙하고.
"어이. 내가 그렇게 좋아? 왜 이렇게 나만 쫓아다녀?"
"······닥쳐!"
헤수스 바예호(JesúsVallejo).
레알마드리드에서 임대 후에, 상당한 이적료와 함께 울버햄튼으로 완전 이적한 수비수.
그가 오늘 내 마킹 맨이었다.
"제대로 쫓아다닐 거면 스프린터 연습 좀 해."
"뭐?"
"이렇게."
타탁!
바예호에게 시선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순간적으로 튀어나갔다.
"@#@@!!!"
스페인어로 뭐라 욕설을 지껄이는 거 같은데.
필드에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야 마음이 편하다.
내가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바예호를 제치고 침투해 들어가자,
"제-프!"
밑에서부터 조르지뉴의 긴 로빙 스루패스가 도착했다.
탁!
발바닥으로 공을 긁듯이 트래핑하면서, 그대로 오른쪽으로 방향 전환.
"······!"
급하게 쫓아오던 바예호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사실 내 방향 전환은 보통 축구 선수보다 더 과격하고 급하다.
러닝백의 움직임이다.
러닝백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디펜스맨들을 그냥 몸으로 부수고 들어가는 파워백부터, 요리조리 날렵한 방향 전환으로 수비를 무너뜨리는 스캇백까지.
하지만 그 모든 게 다 가능한, 진짜 필드의 지배자가 워크호스(Workhorse)다.
힘으로, 스피드로, 방향전환으로.
본래 내 신체의 주인이 바로 그런 워크호스였다.
풋볼을 지배하는 러닝백.
내가 축구에서도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방향 전환을 쉽게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Fuck!"
"미친!"
오른쪽으로 빠지고,
다시 중앙으로 휙 틀다가,
또 수비가 있으면 다시 왼쪽으로 크게 틀어 버리고.
그 모습에 수비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미친 놈!"
"저런 움직임이 말이 돼?"
새하얗게 질린 상대 선수들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기분이다.
사실 난 이런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급격한 방향 전환은 무릎에 부담을 주니까.
평소처럼 개인기로 제치면서, 몸싸움을 하는 게 속 편하다.
하지만 오늘 심판이 영······.
퍽!
삐빅!
지금처럼 말이다.
분명 몸싸움을 위한 접촉인데도, 심판은 어김없이 휘슬을 불었다.
오늘 심판의 성향이 이랬다.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파울을 부는 스타일.
경기가 계속 중간 중간 끊겼고, 흐름은 이어지지 않았다.
뭐, 어찌 됐건 프리킥이다.
심판이 파울을 잘 분다는 건, 상대팀도 똑같이 적용되니까.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페드로?"
오늘 풀리시치 대신 출전한 페드로가 손을 든다.
"네가 찰래? LEE?"
"음."
본래 프리키커인 윌리안이 오늘 결장했으니, 다음 키커는 페드로였다.
페드로는 영 자신 없는 눈치였다.
골문까지의 거리도 있는 편이었고, 각도가 직접 때리기엔 부담스러운 편이었다. 키커가 노릴 수 있는 부분에 이미 키퍼가 자리 잡고 있으니까.
"제가 차도 돼요?"
"자신 있어?"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위치와 각도 모두 애매한 상황.
이건 막아서는 수비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접 때릴지, 아니면 띄울지.
이걸 한번 이용해 보면 좋겠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난 페드로와 얘기를 하고, 뒤에서 세트피스를 위해 올라온 로스 바클리하고도 얘기를 나눴다.
그 결과.
수비벽 근처에 페드로가 경합을 벌여 주기로 했고,
바클리와 내가 공 앞에 섰다.
급조한 세트피스라서 통할지는 모르겠다만.
삐익!
휘슬이 울리고,
페드로, 바클리, 그리고 내 시선이 허공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그 다음.
바클리가 공을 향해 달려갔다. 슈팅을 때릴 것처럼 강하게.
공에 발끝이 닿는 순간, 집중력이 다소 부족했던 수비 두어 명이 뛰어오르고.
"······!"
바클리는 슈팅을 때리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페이크만 주고, 공만 위로 살짝 띄웠다.
그때 내가 허공에 떠오른 공을 향해 강하게 킥을 날리듯 달려갔다.
마치 바클리가 공을 띄운 다음에, 내가 발리슛을 때릴 것처럼.
그때야 수비 집중력이 대단했던 마지막 수비수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기서 한 번 더 페이크.
툭!
발끝으로 떠오른 공을 오른쪽으로 방향만 바꿔 툭 밀어 넣었다.
"······!"
"Fuck!"
그리고 무너진 수비 뒤로 크게 돌아가면서 공을 트래핑하는 페드로.
툭!
원터치로 공을 받은 다음에,
뻐-엉!
그대로 인사이드로 골문으로 강한 슈팅.
"The Bluesssss!"
페드로는 그대로 원정석을 향해 달려가면서 포효했다.
"페---드로!"
수비수들의 망연자실한 얼굴을 보니.
"재밌네."
사실 골이 들어간 것보단, 수비와 골키퍼의 표정을 보면 더 희열이 느껴진다. 이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공격수들 전부 같은 심정일걸.
"좋았어!"
"와. 너희들 언제 그런 연습한 거야?"
"훈련 때 안 한 건데?"
동료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페드로의 등을 마구 두들겼다.
"방금 LEE가 급조한 거야."
"뭐?"
"페이크를 두 번이나 준걸? 그걸 연습도 안하고 컨트롤 해?"
"그러게. 나도 놀랐어. 이거 생각보다 LEE랑 호흡이 좋은 걸?"
페드로는 씩 웃으면서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음, 좋아.
이제 2선들 대부분과 친해진 것 같은데.
그러면 크로스하고 패스 좀 제대로 찔러주겠지.
***
"Poxa vida(제기랄)!"
울버햄튼의 감독 누누 산투(Nuno Santo)는 벤치에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전반전은 생각보다 잘 막았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서서 프리킥에서 실점을 내줬다.
최근 기세가 좋은 첼시를 상대로 1실점은 나쁘지 않은 결과다. 문제는 공격력이다.
안토니오 뤼디거를 필두로 한 첼시의 포백은 오늘 철벽과도 같았다.
"반코트 경기군."
첼시는 비교적 다이렉트한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다.
중원에서 캉테가 휘저어 주고, 조르지뉴가 레지스타 역할을 맡으면서 사이드로 뿌려 주는 역할.
요즘은 중앙까지 보내는 롱패스도 상당히 성공률이 높았다.
공을 받는 스트라이커의 트래핑 실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대체 저 자식은 무슨 유형이야?"
웨스트햄 경기를 봤다.
강력한 피지컬과 공중볼 경합 성공률은, 등지고 하는 플레이에 최적화된 완벽한 타겟형이었다. 거기에 발까지 빠른, 남다른 유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심판 성향상 몸으로 싸워 주는 플레이가 쉽지 않은 상황.
그 상황에서 LEE는 오히려 침투형에 가까운 플레이를 계속 보여 주고 있었다.
"라인 브레이킹이 저렇게 쉬운 거였나."
헤수스 바예호는 지난 시즌 임대로 와서 좋은 실력을 보여 줬고, 이번 시즌 완전 이적한 수비수다.
그런 바예호가 속도로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놓치고 있었다.
계속해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첼시.
누누 산투는 지금 뭐가 문제인지 파악은 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막아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군."
이대로라면 추가 실점은 시간문제.
수비 숫자를 늘리는 게 최선이지만, 1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홈경기다. 차라리 난타전이다!"
누누 산투는 결심했다.
질 땐 지더라도 무득점으로 지기엔 억울했다. 홈경기니까 차라리 화끈한 공격력이라도 보여 줘야 한다.
"크로토네, 투입 준비시켜."
파트릭 쿠트로네(Patrick Cutrone)
AC 밀란에서 데려온 스트라이커 유망주.
누누 산투가 공격수의 투입을 지시하며,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의지를 밝히는 순간.
"막-아! 저 개자식을 막으라고!"
다급한 수비진의 괴성이 들려오고,
필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누누 산투의 시야에 또 한 번, 9번의 스트라이커가 들어왔다.
"저런 미친!"
< 59. Real Blues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