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2) >
[EPL을 폭격하는 한국계 미국인, 'LEE'의 활약에 런던은 열광!]
-와앀ㅋㅋ미쳤넼ㅋㅋㅋㅋ
-개집ㅅㅅㅅㅅ멸망ㅅㅅㅅㅅㅅ
-런던의 주인은 누구? 런던의 주인은 누구?
-애우새끼들 신났너ㅋㅋㅋㅋ
-야 근데 왜 굳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강조하냐
-걍 검은 머리 외국인이지ㅋㅋㅋ
-개집빠들 경기 지고 이상한거에 시비거는 보소. 응 우리 첼시 선수야.
-검머외든 뭐든 존나 잘하더라ㄷㄷㄷ 경기 본 사람?
-실력좆됨; 지루랑 뚝배기로 수비진 부술 때 쾌감 오짐 ㄷㄷ
-거품이라고 주장한 개집빠들 부메랑 맞았죠?
-개쩔어 진짜. 와. 제대로 물건인데.
-소크라티스가 반칙했는데도 버텨서 이겨낸 다음에 골 넣은 거 보고 그 자리에서 팬티 두 번 갈아입은 거 실화냐ㄷㄷ
-ㅅㅂ······ 미국 이민 안 갔으면 한국 국대일 텐데.
-한국에서 자랐으면 저렇게 못 됨. 학원 축구, 인맥 축구에 빠져서 저렇게 못 컸을 걸?
-한국인이면 맨유 와야지!
-맹구 새끼들 또 나대네ㅋㅋㅋㅋㅋㅋ개막전 1무, 2라운드 1패 리그 지금 18위는 어디?
-짭시티, 로또풀 기다려라. 이번 시즌 첼시 우승이다.
-?
-?
-지나가던 맨시티팬 불알을 탁 치고 웃고 갑니다.
-야. 므키타리안 팔아 버리고 쟤 데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ㅅㅂ······ 오바메양 라카제트 LEE 쓰리톱 상상만 해도 싼다
-응 ㅋ 이적료 비싸다고 발 뺀 팀은 조용히 하시구요.
-후······
***
EPL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리그의 명성.
유명한 빅클럽의 존재.
그리고 세계적인 감독들의 각축전까지.
거기에 더해 살인적인 경기일정.
우리 팀은 리그, 리그컵, FA컵, 유로파리그.
총 4개 대회를 병행해야 했다.
"죽을 맛이지."
4개 대회를 치르며 치를 경기가 몇 개나 될까.
더블스쿼드, 아니 그 이상인 트리플 스쿼드를 구축해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그래서 더블이니, 트리플이니, 쿼트러플이니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건 리그컵이다.
그러나 나머지 세 개 대회는 포기할만한 대회가 아니다.
리그는 최소 4위안으로.
FA컵은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만큼, 우승을 노려야하고.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보다 격이 떨어진다고 한들, 명색의 대륙간 컵대회다. 첼시는 이미 2년 전에 유로파 우승컵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대회는 아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세 개 대회를 버릴 수 없단 의미.
심지어 리그 6위로 유로파 티켓을 얻었기 때문에, 우리 팀은 유로파 3차 예선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치러야 한다.
3차 예선은 내가 영입되기 전에 승리했다.
지금은 최종 플레이오프.
IFK 예테보리란 팀을 맞이해 1차전, 원정 경기를 치르러 왔다.
원정이지만, 팀 전력차가 분명했다.
때문에 감독님은 과감하게 로테이션을 돌렸다.
지금까지 선발에 들지 못한 시셀도가 이적 후 첫 선발이었다.
자파코스타(Zappacosta).
크리스텐센.
시셀도.
리스 제임스(Reece James)로 이뤄진 수비조합은 비록 후보 선수들이지만, 이름값과 무게감은 예테보리팀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대니 드링크워터, 메이슨 마운트(Mason Mount), 마테오 코바치치(Mateo Kovacic).
중원은 이렇게 셋이 조합을 이뤘고,
공격진은 왼쪽에 페드로, 원톱에 지루, 우측에 허드슨-오도이가 선발이었다.
'이런 첼시도 작년에 고작 6위라니.'
새삼 EPL의 벽이 높다고 생각됐다.
특히 아스날전을 치르고 내가 절실히 느낀 점이다.
'템포가 엄청나게 빨라. 압박 강도도 상상 초월이고.'
MLS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내가 아스날전에서 한 골을 넣은 건, 지금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준 게 분명했다.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뛰는 건 과욕이다.'
내 체력으로는 무리다.
그나마 다행인 건 메디컬테스트 결과를 본 필마르크 감독이 체력 문제를 명백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난 이번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했고.
또 그는 '골만 잘 넣으면' 스트라이커가 게을러도 용서할 감독이다.
때문에 높은 활동량으로 체력을 갉아먹지 않더라도, 내가 기회만 포착해서 득점만 만들어 내면 문제없다.
'이번 경기는 쉬겠네.'
"지-----루!"
원정에서 지루가 두 골을 헤더로 뽑아냈다.
저 뚝배기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나도 배워야겠어.'
나보다 타점은 낮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각도만 살짝 트는 기술은 과연 대단했다.
또한 위치 선정도 대단했다.
공의 낙하지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거나, 수비를 확실히 이겨 낼 수 있는 자리를 먼저 선점했다.
저건 경험과 수많은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가능한 움직임이다.
조금 더 친해지면, 저 헤더 능력을 배워 봐야겠단 욕심이 마구 생겼다.
"음. 제프. 한 15분 뛸 수 있겠지?"
"네? 예."
원정에서 2대 0으로 이기고 있는데, 감독님은 뭔가 불만이신 얼굴이었다.
더 득점을 원하는 건가?
"음. 필드 위에 스트라이커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미드필더 메인스 마운트와 교체되어 들어갈 때 들은 감독님의 중얼거림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했다.
몸에 다소 피로가 누적되고 있어서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
대신 좋은 크로스를 올려서, 오늘 지루가 헤더로만 해트트릭을 터뜨리는데 이바지했을 뿐.
"오--------내 친구! 내 파트너! 제프! 크로스 좋았어!"
"지루, 당신의 헤더가 좋았어요. 배우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기술이에요!"
"하하하! 좋아. 훈련장에서 보자고. 넌 점프력이 좋으니까, 금방 배워서 헤더를 더 잘할 거야!"
오케이.
생각보다 빠르게 배우게 됐네.
***
MLS에서 내가 머리로만 집어넣은 골이 19개다.
공중볼 경합 성공률은 70%가 넘는다.
이것만 보면 말도 안 되는 기록이다.
누가 봐도 저 선수는 헤더를 정말 잘하네! 라고 여기리라.
그러나 이건 숫자의 함정이다.
"제가 헤더골 넣은 건 순전히 억지로 피지컬로 찍어 누른 것이니까요."
헤더골을 많이 넣은 만큼, 나는 골대도 정말 많이 맞혔다. 또한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는 헤더 슈팅도 많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점프력도 좋고 공을 맞히는 거까지는 잘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거지?"
"네. EPL에 와서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지루는 팔짱을 끼고 잠깐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회귀 전에 나는 2선 미드필더에서 주로 뛰었다.
키도 크지 않은 편이었고, 잦은 점프는 부상의 위험이 꽤 큰 편이다.
뛰었다가 착지하면서 발목이 삐끗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되도록 뛰지도 않고, 헤더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발로 공을 다루는 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나 머리는 다르다.
지금까지 MLS에서 내가 머리로 넣은 건, 진짜 말 그대로 피지컬로 찍어 누른 것이다.
EPL 2라운드까지 뛰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도 머리에 공을 잘 맞히긴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수비의 방해와 압박의 강도는 MLS와 비교조차 되지 못한다.
분명 그들의 점프력은 나보다 낮다.
그러나 먼저 위치를 선점하는 능력부터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아주 조금의 방해만으로도 내가 헤더하는데 곤욕을 면치 못하게 했다.
'공을 따내더라도, 세컨볼이 내 동료들에게 가야 해.'
그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그게 도통 쉽지가 않았다. 수비의 방해 속에서, 공을 따내서 동료들에게 떨어뜨리는 것.
미들즈브러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지만, 아스날을 상대로는 쉽지 않았다.
결국, 결심했다.
제대로 머리 쓰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그리고 마침 우리 팀에는, 머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쓰는 선수가 있지 않은가.
"오케이! 알겠어. 친구. 한번 해 보지."
지루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지루는 정확히 두 번 정도 경악했다.
처음은 무지막지한 타점이다.
도저히 따낼 수 없을 것 같은 위치까지 솟구쳐 공을 정확히 머리로 때리는 모습에 경악했다.
'도대체 다리 근육이 어떻게 돼야 저 체격이 저렇게까지 뛰어 올라?'
하지만 확실히 약점은 보였다.
'위치 선정인가.'
본능적으로 공이 날아오는 위치는 잘 아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공이 떨어지는 위치와 방향에 대한 판단은 다소 아쉬웠다. 타이밍이 다소 달랐다. 공이 낙하하는 시간과 몸이 떠오르는 타이밍, 그리고 위치를 잡는 시간까지.
이런 건 모두 약간의 노하우가 있다.
한데 그 조금의 방법이 헤더 성공률을 엄청나게 높여 준다.
지루 역시 필드에서 뛴 오랜 경험으로 익힌 노하우가 있기에, 좋은 헤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제퍼슨은 그러지 못했다. 본능적인 반사 신경과 압도적인 피지컬로 헤더를 따낼 뿐.
문제는 그런데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헤더를 선보인다는 것.
만약 거기에 자신이 가진 약간의 노하우만 더해진다면?
'상상만 해도 무섭군.'
EPL 수비들의 압박은 강하고 거칠다.
뛰어오를 때 약간의 방해만 있어도 헤더 정확도는 떨어진다. 방향은 틀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제퍼슨이 토로하고 있는 자신의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루는 자신의 노하우를 조금 전수해 주기로 생각했다.
'괜찮은 친구니까.'
처음엔 인터뷰만 보고 거만한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좋은 친구였다.
동료들에겐 공손했고, 겸손했다. 그가 거만한 모습을 보이는 건 오로지 필드 위에서였다. 심지어 그것도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 주고 나서였다.
'실력으로 말하는 타입이라면.'
심지어 주전 경쟁자인 자신에게 좋은 어시스트를 두 경기 연속으로 해 주지 않았던가.
'어차피 내가 후보인 건 고려했지.'
지루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팀을 위해 자신의 입장을 받아들인 지 오래였다.
그는 차근차근, 노하우를 알려 줬다.
공이 날아오는 방향에 맞춰 위치를 선점하는 방법.
상대 수비수를 이용해서 점프하는 법. 완벽한 임팩트. 공의 회전을 이용해 방향만 트는 법. 그리고 동료들에게 머리로 공을 떨어뜨려놓는 것까지.
모두 기본적인 기술이었지만, 지루의 노하우가 조금씩 접목된 대단한 기술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지루가 30살이 넘게 필드에서 몸으로 익힌 헤더 방법을 아낌없이 전수했다.
'바로 다 써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은 안하지만.'
제퍼슨처럼 피지컬로 대단한 선수라면, 관성이란 게 있다. 피지컬로 찍어 누르는 방식을 자기도 모르게 몸이 유지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루가 알려 주는 노하우를 바로 습득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컥!"
공중볼 경합.
지루는 헛숨을 들이키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오! 어떻게 하는지 감이 좀 잡히는데요?"
"······너 금방 바로 써먹은 거야?"
"네. 이거 맞지 않아요? 위치를 먼저 잡고 상대방을 이용해서 점프하는 거. 제 높이보다 월등히 더 뛰어오를 수 있네요. 이런 식으로 쓰면요."
지루의 얼굴이 묘하게 바뀌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제퍼슨의 얼굴.
'음. 운이 좋았겠지.'
애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다시 공중볼 경합.
"흡!"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뛰어오르지도 못했다.
반박자 먼저 공이 떨어질 방향을 완벽하게 읽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굳건하게 버틴 다음에 뛰어 오른다.
지루는 경합조차 벌이지 못했다.
그제야 지루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이 미친놈은 뭐야?'
고작 30분.
그 30분 만에 자신이 알려준 노하우를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완전하게 익히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그는 몰랐을 것이다.
제퍼슨의 머릿속에 있는 건, 한때 축구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센스와 재능을 지녔던 이학현의 정신이었음을.
< 56.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