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괴물 러닝백-51화 (51/258)

51. 9번의 저주 (2)

9번의 저주 (2)

첼시.

작년 성적은 리그 6위, 그리고 무관.

사실 이건 조금 억울한 면모가 있다.

영입금지 제재, 그리고 핵심 에이스의 공백.

에당 아자르의 공백을 풀리시치가 메꾸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스트라이커, 타미 아브라함은 첼시의 명성에 걸맞은 대형 공격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중요했다.

첼시는 딱 두 명만 영입했다.

수비에는 시셀도,

그리고 공격수에는 나.

시셀도는 멕시코 국대로 어느 정도 인정받은 선수지만,

나는 아직도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감독님이 기자회견장에서 보여 준 나에 대한 믿음은 뻥카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새로 계약하게 된 제퍼슨 리가 경기를 뒤집는 활약을 할 거라고 보십니까?”

“제 옆에 있는 선수는 단언컨대 현 10대 선수 중의 최고입니다. 또 EPL 최고의 스트라이커라고 자부합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모하메드 살라, 피에르 오바메양,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해리 케인. 라이벌 팀의 스트라이커에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1년 동안 60골을 넣은 대단한 선수입니다. 당신이 말한 선수 중에 미국에서 60골을 넣은 선수가 있습니까?”

그 대답에 나는 기자회견장에서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당연히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 공격수들이 미국에서 뛰지도 않았는데.

마치 기자들을 농락하는 듯한 필마르크 감독의 인터뷰는 상당히 재밌었다.

기자들도 신임 감독과의 기 싸움에 흥미를 보였다.

“제퍼슨 리 영입에 사용된 이적료가 대단합니다. 근래 이적시장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지만, 너무 많은 이적료를 쓴 거 같은데······?”

“장담합니다. 1년 후에는 너무 적은 이적료라는 얘기가 나올 겁니다.”

“현재 옆에 있는 제퍼슨 리가 듣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요?”

기자들의 목표가 바뀌었다.

그저 묵묵히 사인하고, 유니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기만 했던 나에게 일순 시선이 몰렸다.

필마르크 감독도 딱히 답변하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살짝 호기심 어린 눈빛.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한 얼굴이었다.

뭐, 감독님 스타일이 어떤 스타일인지 지금 인터뷰로 파악됐다.

그러면 선수도 비슷한 게 낫지 않겠는가?

난 입가에 슬쩍 미소를 띄웠다.

‘미국인답게.’

미국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

‘Badass’라고 흔히 부르는 스타일.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음,

존-나 쩌는 씨발놈.

······같은 느낌의 단어인데, 이게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의 느낌이 있다. 가령 즐라탄 같은.

뭐······ 실력이 뒤받쳐 줘야 더 매력적인 법이지만.

실력은 나중에 경기장에서 증명하고.

“저를 영입하는데 쓴 이적료가 너무 적어서 부담감 따위는 없습니다.”

“하!”

기자들이 실소를 터뜨린다.

그러자 필마르크 감독이 씩 웃으며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이 북유럽의 거친 남자는 재밌었다.

“자, 기자님들. 이제 슬슬 돌아가시죠. 우리는 훈련하러 가야 하니까.”

***

사실 나도 이상하긴 했다.

난 첼시에 와서 아직 훈련도 같이 뛰지 않고 바로 인터뷰를 했다.

한데 필마르크 감독은 뭘 믿고 저런 인터뷰를 한 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별 의미 없었다.

코펜하겐을 이끌고 유로파 준우승을 차지한, 바이킹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 남자는 그냥 이런 스타일이었다.

‘하긴, 내 기억에도 이 감독은 온갖 욕을 다 먹었었어.’

기사만 보면 진짜 실력 없고 무능한 감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언론에서 시도 때도 없이 그를 때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기자들과 기 싸움이 심한 편인 거 같았다.

내 예상은 감독님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확실해졌다.

“빌어먹을 기자 새끼들. 죄다 북해 바다에 처넣어야 해.”

“제퍼슨. 오늘 인터뷰처럼, 널 무시하던 기자들을 박살 낼 자신 있나?”

“경기에만 뛴다면요.”

“하하! 좋군. 하지만 개막전은 고작 3일 남았어. 우리 영입팀이 아주 앓는 소리를 하더라고. 널 영입하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제 에이전시가 좀 독한 편이라······.”

난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자신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는 내 모습에 필마르크 감독은 씩 웃었다.

“우선 컨디션부터 끌어올리지. EPL은 경기가 많으니까.”

“네, 감독님.”

그랬다.

경기가 많다.

리그 경기, FA컵, 리그컵, 그리고 유로파까지.

나에게 있어선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내 약점을 이겨 내야만 이번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다.

‘드디어 시작이네.’

***

“Hey, Jeeeeeef!”

풀리시치는 반가운 얼굴로 나를 반겨 줬다.

“여기서 너와 함께 뛰게 된다니. 참 신기한 일이야.”

“풀리식, 잘 지냈어?”

“물론. 첫 시즌은 좀 힘들긴 했지만.”

풀리시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그는 작년에 8골 4어시스트로 괜찮은 활약을 보여 줬다.

문제는 그가 에당 아자르의 대체자로 여기에 왔다는 사실이지.

때문에 풀리시치는 아직도 욕을 먹고 있었다.

난 그런 풀리시치의 어깨에 손을 올려줬다.

국가대표팀에서 스스럼없이 날 잘 대해 준 좋은 친구다.

“이번 시즌 적어도 도움왕은 만들어 줄게.”

“뭐? 하. 인터뷰 봤어. 아주 맹랑하던걸?”

“제퍼슨. 오랜만이야.”

풀리시치에 이어, 한 멕시코 선수가 다가왔다.

바로 시셀도였다.

뉴잉글랜드의 늪축구를 지휘하던.

썩 좋은 사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 반가운 마음에 악수했다.

“오랜만이야! 시셀도, 네가 없는 미국 리그는 너무 시시하더라고.”

“······흠흠.”

내 칭찬에 그의 입꼬리가 실룩거린다.

애써 웃음을 참는 게 보인다.

얘도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란 말이야.

풀리시치는 나를 데리고 선수진을 소개해 줬다.

하나같이 모두가 다 아는 유명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개막전이 코앞이라서 그럴까.

다들 훈련에 집중하느라 나에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선수가 나를 호의적으로 쳐다보는 건 아니었다.

몇몇은 노골적인 불만의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내가 받는 주급도 주급이니까.’

갑자기 10대 소년이 상당한 주급을 받으면서 영입됐다.

몇몇 선수들은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뭐 어쩌겠나.

프로는 결국 실력으로 보여 주는 건데.

***

영국 BBC방송.

EPL 개막을 앞두고, 개막전 프리뷰가 진행됐다.

유명 칼럼니스트 잭 해럴드는 거친 어조로 방송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 첼시는 미쳤습니다.”

“네?”

“작년에 무관을 해 놓고, 영입한 게 고작 시셀도하고 이제 19살이 되는 제퍼슨 리라니요!”

“아······. 시셀도는 어느 정도 검증된 자원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멕시코 국가대표에, 골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 줬죠. 하지만 제퍼슨 리는, 유망주입니다. 잘해요. 미국 리그를 지배했고, 그 나이대에 보여 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하지만 첼시라는 명성에 맞는 선수는 아닙니다.”

사회자는 조용히 해럴드의 말에 경청했다.

평소 첼시에 대한 칼럼을 자주 쓰는 만큼, 해럴드는 첼시팀에 있어서 전문가였다.

“타미 아브라함도 무게감 있는 공격수는 아니었습니다. 작년에 두 자리 득점도 하지 못 했으니까요. 첼시의 라이벌들을 보시죠. 해리 케인, 모하메드 살라, 세르히오 아구에로, 가브리엘 제수스.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다 이런 대형 공격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첼시는요?”

“그렇지만, 제퍼슨 리는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빅클럽이 노린 타겟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거야 특급 유망주니까요. 물론 잘합니다. 몇 년 안에 대성할 스트라이커죠. 그렇지만 즉시 전력감은 아니라 이겁니다. 첼시의 최전방을 책임질, 완성된 스트라이커라고 볼 수는 없어요.”

해럴드의 말은 사실 모든 전문가가 예상하는 바와 똑같았다.

제퍼슨 리?

“잘하지! 그 나이에 미국 리그를 지배했어!”

그렇지만.

“하지만 EPL에서 통할까?”

당연히 따라붙은 의문 부호였다.

이미 한물간 즐라탄이나 루니가 지배하던 리그였으니까.

“좋은 유망주야.”

“몇 년이면 최고가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첼시는 리그 우승, 그리고 챔피언스리그를 노리는 빅클럽이야. 그런 빅클럽의 9번이라고?”

“첼시는 또 제로톱을 쓰는 건가?”

······등등.

이게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에당 아자르의 대체자로 풀리시치를 5,800만 파운드(830억)에, 그리고 제퍼슨 리를 5,180만 파운드(764억)에 영입했습니다. 미국 선수 두 명에게 1억 파운드를 썼군요! 하, 참나!”

헤럴드는 답답한지 냉수를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빌어먹을! 로만 구단주가 미국 사업가들한테 약점이라도 잡혔는지 의심이 되네요! 풀리시치, 좋은 활약 보여 줬죠. 아자르하고 비교하면 턱도 없지만. 제퍼슨? 좋은 유망주죠. 보시죠. 제가 장담합니다. 첼시는 겨울 이적시장에 다른 공격수를 찾을 겁니다.”

***

런던 풀럼 지역에 있는 스탬퍼드 브리지는 경기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좋기로 유명한 구장이었다.

그리고 개막전인 만큼,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가득 찼다.

EPL 개막전.

3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축구를 참아 온 영국인들에게 최고의 시간이 찾아왔다.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과 함께 온 팬들은 노래를 불렀다.

“푸른색이 제일이고, 축구가 최고라네!”

“우리는 모두 함께하고, 승리는 우리 목표지!”

“그러니 해가 뜨나 비가 오나 우리를 응원하자!”

“첼시, 첼시는 우리의 이름이니까-!”

개막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경쾌한 리듬의 응원가에는 즐거움이 잔뜩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관중들 사이에는 당연히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이 화제가 되었다.

“시셀도는 잘하던데?”

“멕시코 최고 수비수라는 평가가 붙기 시작하더라.”

“체흐가 존 테리 같다고 했으니까, 기대해 볼 만해.”

“그, 미국인은?”

“아, 제퍼슨 리?”

“나는 좀 불안한데.”

“그렇지. 미국은 우리보다 수준이 낮잖아.”

“거기서 잘해 봤자, 여기서는 글쎄?”

당연히 따라붙는 의문 부호.

“오늘 선발은 아니군.”

“3일 전에 왔으니까.”

“그러면 지루가 선발이네.”

“음, 조금 답답할 거 같은데.”

올리비에 지루는 좋은 스트라이커다.

연계형 공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연계플레이에 능하다. 하지만 득점력에서는 다소 답답한 면모가 있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는 미들즈브러.

이번 시즌 승격팀이다.

승격팀인 만큼, 미들즈브러는 단단히 내려앉아 수비에 힘썼다.

“오! 제기랄!”

“반칙이잖아!”

미들즈브러의 감독, 조나단 우드게이트.

그는 전임 감독 토니 풀리스의 전술 색채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스토크 시티에서 남자의 축구로 주목받았던 토니 풀리스의 축구.

그 축구를 이어받은 미들즈브러는 처음부터 거칠었다.

단단하고 건장한 체격의 수비수들.

올리비에 지루는 좋은 타겟형 스트라이커였지만, 집중 견제에 힘을 쓰지 못했다.

“윌리안, 쟤는 초반에는 기대가 안 돼.”

“후반기에는 잘하는데 말이야.”

“빌어먹을.”

그리고 오른쪽 인사이드 포워드로 출전한 윌리안은 드리블을 시도하다 거친 수비에 넘어지기 일쑤였다.

거친 수비에 막혀 슈팅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답답한 양상.

그 양상 속에서 첼시 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개막전 첫 득점을,

자신들이 아닌 미들즈브러가 해냈기 때문이다.

“오! 빌어먹을!”

코너킥 상황에서 한 방.

첼시의 수비가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가운데 중앙 수비수 라이언 쇼튼이 헤더골을 성공시켰다.

홈경기, 첫 개막전.

승격팀에게 내준 실점.

그들이 상상했던 가장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자, 첼시 팬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Shit! Shit! Shit!”

“Fuck! Fuck Blues!”

“개자식들. 개막전에서 골을 먼저 내줘?”

뜨겁게 달아오르던 관중석이 차갑게 식었다.

연신 밀어붙이다가 세트피스로 내준 실점.

필드 위의 흐름이 묘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 걸 느낀, 필마르크 감독은 전반 30분 만에 교체 카드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9번!”

“새로 영입된 선수야!”

“제퍼슨 리!”

“그 미국인이 벌써 나오네.”

“이봐! 데뷔전, 데뷔골만 넣으면 평생 너를 사랑해 줄게!”

언제나 새로운 선수는 기대감을 불러 모은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언론에서 화제가 되는 선수라면.

그리고 이적료도 어디 한두 푼이었던가.

팬들의 기대 어린 눈빛은 이내 곧 뜨거운 환호 소리로 바뀌었다.

“우오오오오!”

“쟤 뭐야?”

“장난 아닌데!”

단단하게 내려앉은 수비들을 놓고, 멀리서 때리는 강력한 중거리 슛.

골키퍼의 펀칭에 막혔지만,

미들즈브러 수비수들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할 정도로 위력적인 슈팅이었다.

“쟤 이름이 뭐라고?”

“제-퍼슨 리!”

“LEE!”

“좋은데? 움직임이 장난 아니야?”

“체격도 좋아. 미들즈브러 수비수들이 계속 넘어지잖아?”

“발목 힘도 장난 아닌 거 같아. 골키퍼가 막긴 했는데 인상 찌푸리는 거 봤어.”

투입 5분 만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제퍼슨 리.

그리고 그때, 제퍼슨이 손을 들어올렸다.

미들즈브러가 코너킥을 위해 수비수들이 다 올라간 상황.

그를 막는 건 두 명의 풀백.

제퍼슨이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코너킥은 첼시의 수비수에 튕겨 나왔고, 미드필더 대니 드링크워터 (Daniel Noel Drinkwater)가 공을 잡았다.

드링크워터는 손을 드는 제퍼슨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공을 길게 찼다.

수비수의 머리를 넘기는 로빙 패스.

‘제이미랑 했던 것처럼!’

레스터 시티에서 했던 패턴이다.

수비를 넘기는 긴 로빙패스.

그리고 그걸 잡아서 득점에 성공하는 제이미 바디의 위치 선정과 스피드, 그리고 날카로운 득점력.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그때처럼 공을 찼다.

그리고.

양쪽 어깨를 붙잡는 두 풀백을 거칠게 밀어 넘어뜨리며 뛰어가는 제퍼슨.

“Wooooaaaa!”

폭발적인 스피드.

수비수를 떨쳐 내는 강력한 힘.

그리고 발끝에 공을 붙잡는 완벽한 퍼스트 터치.

성큼성큼 뛰어가는 제퍼슨의 속도는 수비가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역습.

롱패스를 받아서 치고 달리는 제퍼슨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관중석이 일제히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박스 끝까지 뛰어나오는 골키퍼.

그 순간.

제퍼슨은 씩 웃으며, 골을 찍어 찼다.

툭!

“······미친!”

튀어나온 골키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햇빛을 가리는 둥그런 공의 그림자.

공은 머리 위로 넘어갔다.

‘로빙슛?’

아니었다.

공은 강하게 찍어 찬 게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손끝을 살짝 스칠 정도로 약하게 띄운 공.

머리를 넘기는 슛이 아니다.

탁, 탁!

골키퍼를 간단히 넘긴 공을 달려가서 발등으로 받는 제퍼슨.

“우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빈 골문을 향해 툭.

“Goooooooal!”

골키퍼를 농락하는 완벽한 데뷔골.

제퍼슨은 그대로 천천히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등을 돌려 자신의 백넘버, NO.9를 가리키는 제퍼슨.

9번의 저주라는 말이 있듯이,

첼시는 스트라이커 잔혹사가 끝나지 않는 팀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첼시 팬들은 어렴풋이 느꼈다.

“9번! 드디어 9번이 왔어!”

“우하하하! 멋진 골이야! 더 블루스! 블루스의 9번이라고!”

“LEE! 넌 블루스의 새로운 9번이야!”

“빌어먹을! 도대체 왜 저런애를 이제야 영입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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