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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괴물 러닝백-48화 (48/258)

48. 이적시장 개봉박두! (2)

이적시장 개봉박두! (2)

여름 이적시장이 열렸다.

그리고 바로 터져 나오는 이적 루머.

엄청난 자본력으로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맨체스터 시티가 먼저 선수를 쳤다.

[호셉 과르디올라, 미국의 대형 유망주 ‘제퍼슨 리’에게 관심 있다.]

[맨체스터 시티,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후계자로 제퍼슨 리 낙점]

[맨시티, 이적료 4,750만 파운드(약 700억) 통 큰 배팅!]

이적시장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아스날과 첼시가 관심을 보인다고 했을 때만 해도 아직 확실치 않던 표적이었다.

그러나 호셉 과르디올라가 현지를 방문, 직접 경기를 관전한 후에 영입 의사를 밝혔단 소식이 퍼지면서 제퍼슨은 그야말로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러자 첼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됐다.

“빌어먹을! 아스날도 귀찮은데, 맨시티가 끼어든다고?”

“거긴 펩이 직접 왔잖아! 우리도 체흐 단장이 직접 오라고 해!”

“뭣들 하는 거야?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뺏길 거야?”

“당장 협상팀들 미국으로 보내! 구워 먹든, 삶아 먹든 해서 ‘LEE’를 데리고 오란 말이야!”

맨시티의 직접적인 관심 표명.

단순한 루머라고 판단했던 축구팬들은 이어 호셉 과르디올라가 직접 영입을 희망한다는 인터뷰를 보고 난리가 났다.

“장차 EPL 최고의 공격수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는 선수입니다. 저는 구단에 제퍼슨 리의 영입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이른바 선전포고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주급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을 보유했다. 그들이 이렇게 대놓고 발표까지 하면서 나선다는 건, 다른 구단들은 함부로 이적시장에 덤벼들지 못하게 만들려는 술수였다.

영국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시작부터 영국의 빅클럽 세 곳에서 노리는 한 명의 선수.

그것의 의미는 명료했다.

“확실한 선수다!”

확실하지 않으면 세 개의 클럽이 동시에 노릴 수 없으니까.

[제퍼슨 리? 18세 미국 유망주한테 4,750만 파운드를 준다고?]

[미친! 이적시장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맨시티 또 돈으로 지랄하네.]

[아스날은 안 되겠네.]

[거긴 돈이 없잖아. 첼시면 모르겠지만.]

[첼시도 저번 이적시장 때 돈 안 썼으니까, 이번엔 해 볼 만할 텐데.]

[유로파 첼시, 챔피언스리그랑 리그 우승권에 가장 가까운 팀 맨시티. 둘 중 어디 갈래?]

[그래도 맨시티는 스트라이커가 있잖아.]

[아구에로가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쌩쌩하고, 제수스도 요즘 폼 절정인데.]

[그러게. 백업 유망주에 4,750만 파운드는 너무한데.]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 게시글이 빠르게 업데이트됐다. 단연코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제퍼슨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한국계 미국인 ‘제퍼슨 리’ 유럽 빅클럽들의 타겟!]

-와 한국인임?

-걍 미국인임. 보니까 미국 대표로 A매치도 뜀

-와 근데 개잘하는데?;;

-리그 기록 미쳤다. 18살인데 30골을 넘게 넣었네ㅋㅋㅋㅋ

-한국인이면 맨유 가야지

-맹구 새끼들 개극혐;;; 그냥 한국계 미국인임. 근데 한국인이면 왜 맹구를 가냐ㅋㅋ

-야 근데 존나 비싼데. 700억은.

-뻥글 프리미엄 붙어서 뭔 이상한 애들한테 천억 원 넘게 주는 것보단 나음.

-맨시티 가즈아!

-얘 아빠가 우리나라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라는데?

-ㄹㅇ?

-미친놈들 이젠 가족까지 끌고 와서 국뽕 빨려고 하네;;;

-이제 쟤가 맨시티가서 골 넣고 아버지한테 배운 태권도 때문에 넣었다고 이지랄 떨면 천만 국뽕인들 찬양받을 수 있음ㅋㅋㅋㅋ

-ㅇㄱㄹㅇ 팩트임 ㅋㅋㅋ

-근데 가 봤자 골 못 넣을 듯. 미국 리그 수준보소, 언제적 즐라탄인데 얘가 작년에 득점왕 먹음 ㅋㅋㅋㅋ

-뭐래 이 새끼 아이디 보니까 개집 빠네 ㅋㅋ 아이디 라카제트544임 ㅋㅋㅋ 니들은 돈 없어서 어차피 못 델꼬 감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적설 가장 먼저 터졌는데 맨시티 참전한다하니 못 먹는 감 되어 버렸쥬?

-우린 오바메양 있어서 상관없음.

-응, 울지 말고 얘기해봐 ㅋㅋㅋ

***

이적시장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제퍼슨은 묵묵히 리그 일정을 치렀다.

어린 선수들은 갑자기 언론 보도의 중심이 되거나, 관심이 쏟아지면 부담감을 느낀다.

특히 유럽 빅클럽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랜드 감독도 그 점을 걱정했다.

‘아직 어린애다.’

10대의 선수는 흔들릴 수 있다.

혹여 과도한 관심에 우쭐해져서 팀 분위기를 해치거나, 본래 경기력이 나오지 않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러나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토론토!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합니다! 아, 제퍼슨! 미국의 왕에게 패스가 도착합니다!]

바스케스로부터 정확하게 찔러지는 패스.

제퍼슨은 수비를 등진 채 공을 받았다.

그리고 빠르게 힐킥으로 공을 뒤로 빼냄과 동시에 어깨를 밀어 넣으면서 부드럽게 돌았다.

“Woooooohhhh!”

환상적인 개인기.

BMO 필드가 환호성으로 뒤흔들렸다.

단숨에 수비수를 벗겨 낸 제퍼슨이 공을 툭툭 차며 전진했다.

[아, 제퍼슨! 정말 가벼운 몸놀림입니다. 공을 너무 쉽게 다루네요!]

해설진의 격양된 어조처럼, 제퍼슨은 마치 발끝에 공이 달린 것처럼 움직였다.

이미 경기장에 수많은 스카우터가 왔단 사실이 알려진 상황.

그런 상황에서 제퍼슨은 22명이 뛰는 필드에서 영롱하게 빛났다.

10대.

우쭐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붕 뜰 수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제퍼슨은 그러지 않았다.

그의 몸은 10대여도, 정신만큼은 축구판에서 20년을 굴려 먹었던 노회한 선수였으니까.

오히려 제퍼슨은 동료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산-티! 정신 차려!”

“아, 제프.”

“거기서 멍 때리지 말고 뛰어들어야지!”

“알겠어. 미안해.”

열정적으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

“호.”

“리더쉽도 있네. 저 나이에.”

“음.”

그리고 그를 주목하는 스카우터들의 대화.

제퍼슨은 미친 듯이 소리치고 달리면서 산티아고에게 패스를 보냈다.

단숨에 수비진 사이를 갈라 버리는 아름다운 패스.

산티아고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공을 잡았다.

한 선수가 좋은 위치에서, 좋은 드리블로 기회를 잡는다.

이때 카메라와 관중의 시야는 단 한 명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건 상대의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산티아고에게 시선이 집중됐을 때.

제퍼슨의 넓은 시야가 번뜩였다.

경기 흐름을 꿰뚫는 그의 직관력이 날카로워졌다.

제퍼슨은 훈련에서 끊임없이 맞췄던 호흡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산-티!”

그리고 거짓말처럼 수비수 사이를 뚫고 도착하는 패스.

[제-퍼슨! 제퍼슨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고 공을 잡습니다!]

완벽한 오프 더 볼.

제퍼슨은 침착하게 볼을 잡고, 전방을 바라봤다.

수비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아! 제퍼슨! 간단하게 공을 띄워 태클을 피하고 달립니다!]

단숨에 수비를 벗겨 낸 제퍼슨은 가속도를 살려 박스 안으로 침투.

골키퍼가 한 발짝 빠르게 뛰어나오며 각도를 좁히는 순간.

제퍼슨은 공의 밑을 찍어 차올렸다.

키를 넘기는 로빙슛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 제-퍼슨! 골키퍼를 속이는 로빙 슛! 골! 골입니다! 리그 28번째 골을 터뜨립니다! 제퍼슨! 득점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갑니다!]

“Gooooooal!”

“제-퍼슨! 제-퍼슨!”

열광적인 경기장의 반응.

침착하게 경기를 관찰하던 일단의 스카우터들의 얼굴에 붉게 상기됐다.

“이거 장난 아닌데?”

“영국 애들이 노리는 이유가 있어.”

“어때 보여?”

“스피드와 버텨 주는 힘은 이미 완성된 성인 수준을 뛰어넘어.”

“공 다루는 기술은?”

“놀라울 정도.”

“상대 압박이 약해서가 아닐까?”

“물론 그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저 친구가 너무 공을 잘 다뤄서 압박이 약하게 보이는 것 같은데.”

“흠.”

“저기 영국 스카우터들이 있네.”

“우리가 늦은 건 아니겠지?”

“늦더라도 돈이면 모르지.”

“그렇지. 저 친구 돈 좋아하는 미국인이잖아?”

“오케이. 그러면 바로 보고하지.”

리그 20라운드가 끝나고, 또 다른 이적 기사가 터졌다.

[‘공격수 사관 학교’ AT마드리드, 제퍼슨 리 영입 경쟁에 참전!]

[디에고 시메오네 ‘우리 팀은 최고의 공격수가 만들어지는 팀이고, 제퍼슨 리는 그에 가장 알맞은 선수다.’]

영국을 넘어, 전 유럽으로 제퍼슨의 관심이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처음엔 미국리그의 유망주라고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빅클럽들도, 계속 오르내리는 기사에 스카우터를 파견하고 관찰했다.

경기를 관전한 스카우터들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 괴물은 반드시 우리가 데리고 가야 해!”

아무리 MLS가 유럽보다 수준이 낮다지만, 선수 개인 기량이 무시될 만한 건 아니었다.

평생을 축구장에서 선수 분석만 해 온 스카우터들은 제퍼슨의 진면목을 분명하게 목격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제퍼슨은, 반드시 영입해야만 하는 스트라이커였다.

***

“제---프! 우릴 떠나지 마요!”

“토론토에 남아 줘!”

난 그저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적설이 터져 나오고, 내 이적이 가시화되자 토론토 팬들은 우리 팀이 승리를 거둬도 무작정 좋아하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경기를 끝내고 나오는 상황에서 팬들은 일제히 나의 잔류를 외쳤다.

‘저들도 알겠지.’

현실적으로 잔류는 어렵다.

물론 내가 돈만 원했다면, 여기에 남아 있을 법하지만.

애당초 나는 유럽을 목표로 했다.

내가 토론토의 재계약을 거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팬들은 내가 떠나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아쉬움을 참지 못했다.

그 모습에 괜히 뿌듯한 감정이 들면서도 가슴이 짠했다.

‘하지만, 더 큰 무대로 가야지.’

솔직히 말해 이번 시즌은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 빼고는 쉬운 편이었다.

그나마 내가 막기 힘들다고 여겼던 시셀도는 멕시코로 복귀했다가, 얼마 전에 본래 역사처럼 첼시로 이적했다.

그 외에는 특별히 날 막을 수 있는 뛰어난 수비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리그에서만큼은 말이다.

‘이러다간 정체된다.’

내가 이적 결심을 굳히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직 어리니까, 한 두어 시즌 더 여기서 뛸 수도 있다. 500만 달러를 제시했으니 돈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엔 여기서 더 성장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이냐가 중요한데······.

이것저것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팀의 전술과 색채, 그리고 지향하는바. 또 감독의 스타일과 동료들. 나 혼자 싸울 수는 없어.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도 있고, 나 자신도 배우는 게 많아질 거야.’

그러면서도 내가 활약을 펼칠 팀이어야 한다.

에이전시는 수많은 팀과 이미 조건을 주고받으며 입씨름에 한창이었다.

뭐, 믿을만한 에이전시니까, 오히려 내 에이전시를 상대하는 유럽 구단이 곤욕을 면치 못할 거다.

철저한 미국시장에서 협상력을 몰빵한 미국인 에이전트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걸.

띠링.

그때. 에이전시 팀의 팀장, 제크에게서 문자가 왔다.

-제크: 제퍼슨. 이 기사 한번 보시죠.

문자에 올라온 링크를 따라 들어가니, 스페인어로 된 화면이 나타났다. 앱 번역기를 돌려보니···

[바르셀로나 레전드 이니에스타, ‘제퍼슨 리에게는 바르샤 DNA가 있다.’]

······아니.

무슨 DNA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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