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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괴물 러닝백-47화 (47/258)

47. 이적시장 개봉박두! (1)

이적시장 개봉박두! (1)

아스날이 제퍼슨에게 접근한 건 의외로 간단한 이유였다.

“뭐? 블루스 애들이 스트라이커를 영입하려 한다고?”

런던에 있는 두 라이벌 클럽은 서로의 이적시장을 자기네 이적시장보다 더 관심 깊게 살핀다.

왜?

라이벌 클럽이니까.

상대가 어떤 선수를 영입하려고 하면 그걸 하이재킹하거나, 아니면 이적료라도 부풀려서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해서다.

때문에 아스널의 정보망에 첼시의 스카우터가 포착된 건 당연했다.

“1년 가까이 은밀히 관찰하는 선수입니다.”

“누군데?”

“제퍼슨 리. 현재 미국에서 한 시즌 25경기를 치르면서 34골을 넣고 있어요.”

“미국?”

그러나 이어지는 아스날 수뇌부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즐라탄이 득점왕 먹는 리그인데?”

그들로선 이미 유럽에서 한물간 스타들이 득점왕을 하는 리그다.

유럽에 비교하면 떨어지는 리그라는 점이다.

때문에 다소 의문이 어린 상황.

“일단 우리도 스카우터 한번 보내 봐!”

정확히는 영입을 위해서 스카우터를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첫 의도는 순전히 첼시의 영입 방해였다.

스카우터를 보내고 은근슬쩍 언론에 이야기를 흘리면 끝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값은 부풀어 오른다.

하면 원래 영입계획을 세웠던 첼시는 더 목돈을 쥐여줘야 한다. 이적시장 계획이 꼬이게 된다.

아스날의 스카우팅은 바로 그게 목적이었다.

“그래도 18세가 리그를 지배한다고?”

“확인해 볼 필요는 있어. 미국 최고의 유망주는 맞아.”

“우린 블루스 애들 머리 아프게 하는 게 목적이지만.”

아스날 수뇌부의 뜻을 받고 토론토에 도착한 스카우터들은 리그 경기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람했다.

그리고.

“제기랄! 이 미친놈은 도대체 뭐야?”

제퍼슨 턴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주목하는 수비 유망주 세사르 몬테스를 부숴버리고 중거리 골을 성사시키는 장면에서, 스카우터들은 모두 벌떡 일어났다.

“안 돼!”

“저런 녀석을 블루스에 넘겨줄 수 없어!”

“대형 유망주다! 우리가 데리고 가야 해!”

스카우터들의 의견은 만장일치였고, 곧 구단 수뇌부에 보고서가 올라갔다.

모든 스카우터가 입을 맞추며 영입을 강력주장하자, 윗선도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했다.

“음. 확실히 대형 유망주 같긴 합니다.”

“미국이라는 축구 시장을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요.”

“풀리시치 영입 효과를 본 첼시의 전례도 있습니다.”

“아무리 미국 리그 수준이 유럽보다 낮다고 해도 18살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34골을 넣은 걸 보면, 확실한 득점력이 있는 스트라이커죠.”

“좋아요. 접촉해 봅시다.”

***

그렇게 아스날의 스카우터가 제퍼슨에게 접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명함을 받은 제퍼슨은 묘한 표정이었다.

‘뭐야?’

많은 경험을 가진 아스날의 치프 스카우터는 순간 느꼈다.

‘틀렸다.’

아스날이라는 빅클럽의 이름값.

고작 그 이름만으로는 저 선수한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고 있다.

그의 예상대로 제퍼슨은 품에서 다른 명함을 꺼냈다.

“아메리카 엑스포트 스포츠?”

“제 에이전시입니다. 이쪽에 연락해 보시죠.”

“네?”

“모든 계약은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제퍼슨은 아스날이라는 빅클럽의 이름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축구판에 오랜 경험이 있는 제퍼슨은 알고 있었다.

한번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이적시장은 곧 과열된다는 점을.

그리고 거기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는 에이전시가 제퍼슨 곁에 있지 않은가.

***

“아스날과 첼시가 제퍼슨에 대한 이적 문의를 해 왔습니다.”

“올 게 왔군요.”

토론토 구단주는 얼굴을 쓸어 올렸다.

이미 그들은 오래전부터 첼시 스카우터가 경기를 관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좀 있으면 여름 이적시장이 열린다.

선수진 보강과 개편을 원하는 수많은 팀이 제퍼슨을 노릴 건 자명한 사실.

그런데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런던의 빅클럽 두 곳입니다. 아스날과 첼시.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 축구팬은 다 알죠. 세계 곳곳에 구너스와 블루스가 있으니까요.”

“······일단 협상 테이블에서 최대한 끌어 보죠.”

“예, 구단주님. 제퍼슨의 가치는 대단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페이가 높아지니까요.”

“음.”

구단 경영진들의 의견.

한데 구단주는 다소 탐탁지 않은 기색이었다.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던 구단주가 불쑥 물었다.

“우리가 제퍼슨과 계약할 때 유럽진출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문구가 있었죠?”

“네.”

“아쉽네요. 그것만 아니었으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이적을 만류할 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약은 신용의 문제니까.

다만 구단주는 무조건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먼저 재계약을 제안해 보죠. 연봉은, 500만 달러(한화 60억)로.”

“······!”

무려 현재 연봉의 세배 인상.

고작 1년 만에 3배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이다.

경영진들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했다.

구단주가 씩 웃었다.

“우리가 유럽구단보다 명성이 없지, 돈이 없습니까?”

“그······렇긴 하죠.”

“제퍼슨도 미국인입니다. 일단 질러 보세요!”

***

“아스날과 첼시에서 구단에 이적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에이전시를 통해 개인접촉도 시도해 왔습니다. 토론토 구단에서는 재계약을 제안했습니다.”

“재계약이요?”

“유럽구단의 이적 문의를 막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죠.”

에이전시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제가 원하는 조건입니다.”

에이전시 측에 내가 원하는 이적 조건을 제시했다.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내 에이전시는 미국에서 잔뼈가 굵다 못해 북미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에이전시다.

이 정도는 충분히 성사해 내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1. 확실한 주전급의 출전 시간 보장.

2. 공격적인 전술 지향.

3. 대륙 컵대회 진출이 유력한 팀

4. 합리적 연봉.

“쉽진 않군요.”

에이전트는 조건을 보고 눈썹을 씰룩였다.

“하지만 어렵지도 않아요.”

자신만만한 미소가 떠오른다.

저 조건 중에 아마 가장 문제가 될 게 1번일 거다.

출전 시간 보장.

물론 내가 치열한 주전 경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해도 된다.

하지만 벤치와 선발이 무조건 실력으로 결정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때론 감독과 트러블이 생기면 실력이고 나발이고 벤치에 앉으니까.’

영입은 감독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대부분 구단 수뇌부들이 움직인다.

한마디로 감독이 원하는 영입이 아닐 수도 있다. 가령 스트라이커보단 미드필더를 원했던 감독에게 내가 영입돼 봤자 효용이 없단 얘기다.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벤치에 전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이미 팀의 핵심 스트라이커가 있다면 주전 출전이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미 팀의 핵심이자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트라이커가 있다면, 쉬이 날 쓰지 못해.’

순전히 실력으로 경쟁해서 쟁취한다?

그러면 좋겠지만,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주전이라면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아예 출전 시간을 확실히 보장해 줄 조건을 달았다.

그 외에도 여러 조건이 꽤 까다로운 편이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에이전시의 팀장 제크.

그를 믿어 볼 만했다.

‘언론이든 인맥이든, 동원할 수 있는 건 전부 활용해서 어떻게든 선수를 만족시키는 에이전시니까.’

자.

그러면 나는 축구만 하면 된다.

***

[미국의 원더보이, 런던으로?]

[영국 유수의 명문 클럽에서 관심]

[토론토 감독 ‘이적제안이 온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제퍼슨의 의사다. 그가 결정할 때까진 제퍼슨은 토론토의 선수다.’]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다! 아스날 제퍼슨 리에게 4,000만 달러(470억) 제시]

[첼시, 6,000만 달러(700억) 배팅!]

[풀리시치에 이어 두 번째 미국인 역대 이적료 갱신할까?]

소문은 빨랐다.

“제퍼슨 리? 미국 유망주?”

“첼시와 아스날이 동시에 노린다고?”

“뭐야? 시즌 25경기 34골?”

“작년엔 15경기 24골이었어!”

“18살이?”

“그래 봤자 한물간 즐라탄이 득점왕 먹는 리그인데.”

“그래도 18세짜리가 이 기록이면 미친 거야.”

첼시와 아스날 두 클럽이 노리는 유망주.

순식간에 언론의 보도에 불이 붙었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메리카 엑스포트 스포츠의 수완이 발휘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언론 보도는 순식간에 유럽을 뒤덮었다.

처음 단순 루머 수준에 불과했던 기사들은 점점 살이 붙었다. 어느 클럽이 얼마를 제시했다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거론됐다.

“7할의 진실에 3할의 찌라시죠.”

이적 관련 진실을 7할.

그리고 각종 찌라시를 통해 3할의 거짓 내용을 퍼뜨렸다.

단순한 여론몰이지만, 미국의 모든 스포츠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에이전시인 만큼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바이에른 뮌헨, 미국 유망주 제퍼슨 리에게 관심.]

[PSG, 루치아노 아코스타에 이어 미국리그의 스타를 또 노리나?]

“이러면 몸값은 과열되면서 올라가죠.”

사실 에이전시의 입장에서 제퍼슨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보물과도 같았다.

“실력은 진짜니까.”

이렇게 여론몰이를 해도, 애당초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세 묻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제퍼슨은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단순한 찌라시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실제 기록과 경기를 보고 ‘어 진짜?’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뮌헨이니, 파리니 하는 빅클럽에서 노린다는 찌라시가 진짜처럼 느껴지게 되고 몸값은 계속 상승한다.

“모두 집중해!”

제퍼슨을 담당하는 팀장 제크는 팀원들을 불러 모으고 소리쳤다.

“이건 우리가 유럽에 진출하는 첫 계약 건이 된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예!”

“화려하게 유럽으로 간다. 곧 월드컵이야! 그다음은 북중미 월드컵이고! 황금이 기다리고 있는 기회다. 우리가 축구 시장을 손에 쥐어야 해! 이번 제퍼슨의 이적은 그 계기가 될 거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좋아!”

“팀장님! 현재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들이 재계약을 제안했습니다.”

그 말에 제크 팀장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보다 2배 이상 제시할 거 아니면 꺼지라고 해!”

***

‘이래서 에이전시가 편해.’

나를 중심으로 많은 일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었다.

전문화된 에이전시가 없었다면 내 전화도 불이 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접촉해 오려는 시도가 많을 테니까.

하지만 에이전시를 앞세우니 나는 오로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장에 아스날과 첼시 말고도 다른 구단에서 스카우터가 왔단 귀띔을 받았다.

여기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 주면, 내 몸값이 더욱 상승하는 건 당연한 일.

일종의 쇼케이스가 바로 오늘 경기였다.

그렇다고 부담이 되진 않았다.

컨디션은 최고였으니까.

“하던 대로 해라. 제-프!”

“네, 감독님.”

“무슨 말인지 알지? 하던 대로? 두 골 이상? 응?”

짧은 휴가도 끝났고, 푹 쉬어서 체력도 충분했다.

그리고 감독님 말씀처럼.

‘여긴 좁아.’

MLS는 더는 내 무대가 아니었다.

물론 내가 유럽 최정상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진 못한다.

그러나 지금은 도전할 타이밍이었다.

최정상급의 선수와 직접 맞서고, 그들을 뛰어넘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자, 가자! 리그 우승하러!”

***

[골골골골! 제-퍼슨! 경기 시작 1분 만에 선취득점을 기록합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선수 두 명을 제치고 때린 강력한 슈팅.

골문을 갈라버리는 그 대단한 골에 관중석에선 감탄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경기장이 제퍼슨의 홈구장이 아님에도.

“미쳤군.”

첼시 스카우터는 입을 쩍 벌렸다.

그러다가 이내 미간을 확 찌푸렸다.

“제기랄. 그러니까 미리 억만금을 줘서라도 선계약을 해야 했었는데.”

첼시는 이미 1년 전부터 제퍼슨을 주목했지만, 영입 금지 제재 때문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선 영입 후에 토론토 재임대 방식도 생각했다. 그러나 제퍼슨의 에이전시는 철벽이었다.

다음 여름 이적시장까지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

그런 상황에서 아스날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에이전시는 이걸 이용해서 언론에 퍼뜨렸다.

자연히 경쟁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우리 팀은 스트라이커가 필요해!”

스카우터는 입술을 깨물었다.

디디에 드로그바 이후 스트라이커 잔혹사가 끝나지 않는 첼시.

구단으로서 제퍼슨은 확실한 자원이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바로 옆 섹터에서 연신 무언가 메모하고 있는 아스날의 스카우터를 노려봤다.

“엿 같은 것.”

이제 자신의 손으로 어찌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구단에서 수뇌부가 직접 오든지 해야 할 거다.

그래도 첼시 스카우터는 아직은 안심이었다.

“아스날이 아무리 확신해도 18살짜리한테 5천만 파운드 이상을 투자할까. 돈 안쓰는 양반이 구단 윗선에 앉아있는데.”

결국 ‘쩐의 전쟁’으로 가게 된다면 유리한 건 첼시였다.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본래 EPL에서 돈 지랄 하던 클럽이 아니었던가.

“응?”

그때 스카우터의 눈에 누군가 잡혔다.

‘낯익은 얼굴인데?’

미국 땅에서 낯익은 얼굴이 있을 리가.

있다면, 아마 동종업계, 그러니까 영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겠지.

“헉!”

순간 스카우터의 눈이 커졌다.

낯이 익은 남자의 정체.

“호셉 과르디올라(Josep Guardi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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