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Jefferson BOMB (1)
Jefferson BOMB (1)
@MLS_Official
플레이오프 우승 축하해! 토론토!
[우리가 해냈다! 플레이오프 우승이라고! #토론토 FC #Reds]
[난 이 팀이 없으면 못 살 거 같아! #토론토 FC #Reds #플레이오프 #우승]
[아니, 정확히는 ‘LEE’가 없으면 못 사는 거겠지! #제퍼슨 리!]
[빌어먹을! 토론토 구단을 고소할 거야! 내 와이프 혈압이 터질 뻔했다고! #토론토 FC #Reds #제퍼슨 리]
[오늘 승리는 ‘LEE’가 만들었어!]
[‘LEE’ 빠돌이들 납셨네. 내가 보기엔 그 정도는 아닌 듯. 솔직히 조슈아가 있어서 이겼지. #제퍼슨 리 #조슈아 #토론토FCvsLA갤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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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식 분명 제퍼슨한테 골 먹힌 팀 팬인 듯.]
[제퍼슨한테 골 안 먹힌 팀이 없어서 어딘지 모르겠네. 하하하!]
***
We are the champions-
We are the champions-
토론토 팬들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남의 집에서 우승 세레모니를 하는 것만큼 짜릿한 게 있을까. 낙담한 갤럭시의 홈팬들과 대비되게 우리 원정팬은 모두 신난 얼굴이었다.
퀸의 명곡이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리는 가운데.
즐라탄이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내 MLS 첫 우승을 막다니. 대단해. 친구.”
잔뜩 상기된 얼굴의 나는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제가 막은 게 아니죠.”
“하하. 그렇지. 저 캐나다 친구도 터프하던 걸. 열정적이고.”
즐라탄은 부목을 댄 채 선수들과 같이 우승을 만끽하는 조슈아를 흘깃 바라봤다.
“우리 팀이 막았죠. 그리고 우리 팀이 이겼고요.”
조슈아가 부상을 도외시하고 열정적으로 즐라탄을 막지 못했다면, 여기서 우승 세레머니를 하는 건 우리가 아니었을 거다.
“멋진 마인드야. 그리고. 그 마지막 킥 말이야. 혹시 너······.”
“태권도요?”
“오, 세상에. 너도 태권도를 배웠지?”
“제 아버지가 메달리스트거든요.”
“어쩐지. 킥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즐라탄은 순수하게 감탄을 터뜨렸다.
음······ 이 장면을 한국의 축구팬들이 봤다면 주모를 외쳤을지도 모르겠군.
즐라탄은 이전부터 태권도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보여 줬으니까.
“넌 멋졌어. 정말 엿같이 멋졌다고. 제퍼슨.”
경기에 졌지만, 그는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 줬다.
“자, 유니폼.”
즐라탄과 유니폼을 교환하는 날도 오다니.
참 오랫동안 공차고 볼 일이다.
“오늘 너의 플레이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네?”
“내 우상이 생각나더군.”
즐라탄의 우상.
그러면 생각나는 인물은 한 명이다.
브라질의 호나우두.
“나는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도 못해. 그래서 내 친구, 크리스티아누를 호날두라고 부르지 못하고 크리스티아누라고 부르거든.”
그의 극찬에 뻔뻔한 표정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입꼬리가 실룩거리는 것을 겨우 참았다.
즐라탄이 저런 말을 할 정도면, 그건 그만큼 나를 인정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네가 유럽을 간다면, 제2의 호나우두 같은 별명이 붙을지 몰라. 부디 그 별명에 알맞은 성장을 보여 줬으면 좋겠군.”
“걱정 마요. 제2의 즐라탄보단 부담 없으니까요.”
“오. 맹랑한 자식!”
즐라탄과 나는 더는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제----프!”
팀 동료 선수들이 미친 듯이 몰려와 덮쳤으니까.
아. 격렬한 풀타임 후에 근육을 안 풀어 주면 나중에 고생스러운데.
뭐 오늘만큼은 괜찮지.
즐기자고!
***
[토론토 FC, 플레이오프 챔피언의 왕좌에 오르다!]
[제퍼-슨 리! 2골 1어시스트로 트로피를 토론토로!]
[토론토의 기적 같은 플레이오프 역전극!]
[전반기 리그 11위의 토론토, 그들은 어떻게 우승을 차지했나?]
[캡틴 아메리카, 제퍼-슨 리의 미친 활약! 토론토 MLS 19시즌 플레이오프 챔피언!]
[토론토의 샛별? 이미 완성된 스타!]
[제퍼슨 리 ‘우승은 우리가 원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상까지 도외시하고 경기에 뛴 조슈아를 비롯한 모든 동료에게 높은 경의를 표한다.’]
[토론토 감독 ‘우리는 기적을 만들었다. 보라! 이게 축구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제퍼슨에 대한 찬사를 보내다!]
“그는 sensitive(세심하고), elegant(우아하며), beautiful(아름다운) 선수입니다. 마치 즐라탄처럼요.”
***
오랜만에 미네소타의 집에 돌아왔다.
시즌 종료.
숨이 가빴던 반년이 끝났다.
참 다사다난했다.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할 줄이야.
집에 돌아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트레이닝 팀과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 와중에 에이전시 측에서 연락이 왔다.
“유럽에서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MLS가 변방 리그라고 하지만, 내 기록이 어디 가볍게 여길 기록인가.
즐라탄이란 스타의 인터뷰는 저 바다 건너 유럽까지 건너갔으니까.
유럽 구단이 슬슬 관심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겨울보단, 여름 이적시장에 옮기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여름 이적시장에는 각 구단들이 이적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는 상태다.
겨울보단 확실히 이적자금을 지불할 수 있다. 대부분 팀들이 여름에 팀 개편을 마무리하니까.
“일단 지켜봐야겠네요.”
“네. 나쁘진 않습니다. 최근 재밌는 일이 있었거든요.”
“재밌는 일이요?”
“첼시의 스카우터가 제퍼슨 씨의 모든 경기를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경기요?”
“예. 다른 유럽 구단이 이번 플레이오프 이후 관심을 가졌던 걸 생각하면 빠른 정보력이죠.”
그럼 이전부터 나를 주목했다는 건데.
“다만 아주 은밀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적시장 영입금지 징계 때문에, 다음 여름 이적시장 때 계약이 가능하니까요.”
“그 말은, 소문이 퍼지는 걸 원치 않았다는 거네요.”
“그렇죠. 런던에 클럽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요. 첼시가 스카우터로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어 나가면, 다른 라이벌 구단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러면 이전에 뺏길 수도 있다는 뜻이네요.”
“그래서 첼시 측에서 은밀하게 연락해 왔습니다.”
“연락이요?”
“선계약을 맺자는 뜻이죠.“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다른 구단에서 관심을 가지니까 슬슬 몸이 달아오르나 보네요.”
“그렇습니다.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에이전시 측의 생각은 어떻죠?”
“저희 의견은 우선 관망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손해를 볼 건 없어요. 제퍼슨 씨의 몸값은 계속 올라갈 테니까요. 다음 여름 이적시장이라면, 그 몸값은 천정부지일 겁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제퍼슨 씨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여름까지 MLS에서 더 보내야 한다.
물론 계약이야 그 전에 미리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섣불리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내 몸값은 더 올라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하죠.”
“혹, 의중의 변화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연락해 주시죠.”
“네. 고마워요.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길.”
***
MLS가 시작되는 3월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가령 토론토 시민이 뽑은 올해의 인물에 나와 NBA의 카와이 레너드가 공동 수상한 일도 있었고.
가족이랑 간단히 여행이라도 다니면, 토론토팀의 팬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사진과 사인 요청이 종종 들어올 정도였다.
A매치를 통해 북미 전역의 축구팬들에게 내 얼굴이 확실히 알려졌으니까.
3개월의 휴식기 동안 나는 트레이닝 팀과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목표는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는 것.
사실 이번 시즌이 나에게 있어서 진짜 시험의 무대라고 볼 수 있다.
리그, 플레이오프, FA컵, 거기에 북중미 챔피언스리그까지.
그야말로 11월까지 격한 일정의 연속이다. 심지어 도중에는 A매치까지 있으니 오죽하랴.
10대가 저 모든 경기를 견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지구력이 부족한 내 피지컬로는 말이다.
그 때문에 트레이닝 팀은 휴가도 반납하고 신체 개조에 열을 올렸다.
근육이 다소 빠지고, 몸의 균형이 서서히 바뀌었다.
3개월.
최고의 밸런스를 찾아야 했다. 나 혼자로는 무리였겠지만, 뭐 율리아겐과 디 파코는 말도 안 되는 천재들이라서.
“한 시즌. 완벽하게 만들어드리죠!”
“다만 초반은 조금 힘들지도 모릅니다.”
3월, 리그 개막전이 다가오는 시점.
율리아겐이 조심스레 말했다.
리그 초반이 가장 큰 고비일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기에도 바디 밸런스가 확실히 바뀌었으니까.
어쩌면 저번 시즌의 폭발력이 다소 늦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쯤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었다. 유럽에 가기 전, MLS는 새로운 실험을 할 만한 곳이기도 했다.
“걱정 마요. 느낌 좋으니까.”
하지만 자신감은 여전히 충분했다.
발끝의 감각이 살아있었다.
***
[토론토 FC 조지 알티도어의 빈 자리, 릴에서 티모시 웨아(Timothy Tarpeh Weahf) 임대 영입]
[조슈아 1년 재계약 체결]
[20시즌 MLS 토론토 FC 주장에 마이클 브래들리, 부주장에 조슈아 선정]
[U-18 유망주, 제임스 로드릭 1군 콜업. 개막전 출격 대기]
구단 역시 다음 시즌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조지 알티도어가 떠나고, 내 백업 자리에 릴OSC에서 뛰는 미국 유망주 스트라이커 티모시 웨아를 임대영입 했다.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한 조슈아가 1년 연장계약을 하고 부주장이 됐다.
“맙소사! 내가 1군이라니!”
로드릭은 반년 만에 1군 엔트리로 등록됐다.
당장 엉엉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니, 얘도 티는 안 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다.
이렇게 고등학교 축구팀의 세 명 모두가 프로로 뛰게 됐다.
로드릭은 아직 바카의 백업 정도겠지만.
세 명이 다 함께 선발 출전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
그랜드 감독은 리그 개막전 전날.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에게 선언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CONCACAF 챔피언스리그의 트로피를 우리 구단 트로피 진열장에 전시하죠!”
그야말로 통 큰 목표.
그러나 대중들은 그 말을 비웃지 않았다.
비록 조지 알티도어가 떠났지만, 이미 그의 공백은 제퍼슨이 훌륭하게 메꾸고 있었으니까.
그럴 뿐만 아니라, 고작 반시즌만으로 리그를 지배했던 제퍼슨이 한 시즌을 통째로 치른다면?
“하지만 그는 어려.”
“60경기를 넘게 뛴다고? 불가능이야.”
“어쩌면 저번 시즌은 반짝일지도 모르지.”
“맞아. 그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잖아.”
“이젠 수비수들이 대응할 수 있을 거야.”
“고작 반시즌 반짝한 애송이야. 못 막을 게 뭐야?”
토론토의 개막전 상대.
뉴욕 레드불스 팬들의 생각은 개막전 시작 후,
정확히 46초 만에 와장창 깨졌다.
“Gooooooaal!”
“오, 내 사랑 제퍼슨!”
[제-퍼슨! 제-퍼슨! 골! 골골골골! 리그 최단시간 득점을 터뜨립니다! 맙소사! 믿기지 않는, 엄청난 골입니다!]
[센터서클에서부터 공을 잡고 50M를 달려가는 단독 드리블! 뉴욕의 미드필더와 수비들이 숨도 못 쉬고 무너집니다!]
[오, 세상에. 도대체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고스트 스텝과 제퍼슨 턴의 조합!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박스 바로 앞에서 때린 강력한 슈팅! 골키퍼는 손도 쓰지 못하고 쳐다봅니다!]
[제퍼슨! 개막전부터 득점왕 경쟁에 시동을 거네요!]
그야말로 완벽한 농락골.
센터서클부터 홀로 드리블 돌파에 성공한 뒤 때리는 첫 슈팅은 곧바로 득점으로 기록됐다.
미친 듯이 날뛰는 홈팬들과 그들을 향해 포효하는 제퍼슨.
그리고 그 장면을 그저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뉴욕 원정팬.
“왜 우리는 저런 애를 영입 하지 않은 거야?”
“고등학생이었다면서.”
“제기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제퍼슨은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