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누군가에겐 필사적인 이유 (3)
누군가에겐 필사적인 이유 (3)
확실히 LA 갤럭시는 강팀이었다.
데이비드 베컴, 스티븐 제라드, 로비 킨, 애슐리 콜, 그리고 즐라탄.
Los Galácticos(은하계)라는 별명처럼 수많은 슈퍼스타가 지나갔고, 그리고 존재하는 팀.
그리고 우승을 해야만 하는 팀.
“산토-스!”
특히 중원의 테크니션, 조나단 도스 산토스는 현란한 개인기가 일품이다.
그의 테크닉에 우리 중원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개인기로 벽을 무너뜨린 후, 파트너 즐라탄을 흘깃 바라보고 빠르게 찔러지는 패스는, 즐라탄의 긴 다리에 걸렸다.
볼이 오는 순간과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임팩트.
발리슛!
빠악!
“제기랄!”
즐라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도 조슈아였다.
즐라탄이 추가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조슈아의 각성에 있었다.
‘오늘 제대론데?’
때론 선수들은 정신력과 의욕만으로, 본래의 잠재력보다 더한 능력을 보여 주는 경우가 있다.
오늘 조슈아가 그랬다.
어쩌면 자신의 커리어에 유일한 우승기록을 남길 수 있는 경기.
그런 이유로 조슈아는 시뻘게진 얼굴로 미친 듯이 달렸고, 부딪치고, 싸웠다.
그 대단한 즐라탄을 상대로, 본래의 기량을 100%를 넘어 더 끌어내고 있었다.
‘수비가 제 역할을 해 주면, 나는 골로 보답해야 해.’
빠른 공격전환이 이뤄졌다. 중앙에서 바스케스가 간단하게 패스를 찔러주고, 받고, 동시에 소리쳤다.
“산티! 박스로 파고들어가!”
우리의 힘은 측면 플레이다.
그러나 오늘은 영 시원치 않았다. 갤럭시가 단단히 준비했다는 거겠지.
그러면 플레이를 바꿔야 한다.
패스, 연계 그리고 스위칭 플레이.
단단한 전술을 부수는 건, 카운터 전술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기량일 때가 있는 법이다.
***
“왼쪽!”
“이번에 오른쪽이다!”
“크로스야!”
갤럭시의 수비들은 두 눈이 팽팽 도는 기분이었다.
중앙에 있던 제퍼슨이 오른쪽으로,
오른쪽에 있던 산티아고가 왼쪽으로,
왼쪽에 있던 조나단이 중앙으로,
중원에 있던 바스케스가 세컨 톱으로.
“이 미친놈들!”
수비가 저도 모르게 외쳤다.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도는 스위칭이었다.
LA 갤럭시는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혼합해서 쓰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스위칭 플레이는 대인방어 자체를 쓸모없게 만들었다. 무작정 선수를 따라다니다 보면 수비라인은 어김없이 무너졌다.
수비의 핵인 데이브 롬니(David Rommy)는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리를 지키면서 막아!”
결국, 지역방어로 전환.
그러나 그건 악수였다.
지역방어는 비교적 압박이 약한 전술이다.
강력한 압박에서도 어떻게든 풀어내던 게 바로 제퍼슨이었다. 한데 아예 압박이 줄어든다면?
탁, 탁!
개인기와 스피드. 그 모든 걸 갖춘 제퍼슨은 공간이 넓을수록 폭발적이었다.
“Fucking!”
수비들이 우수수 무너졌다.
제퍼슨은 순식간에 수비수를 벗겨 내고는 박스 안으로 들어왔다.
기민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데이브 롬니는 이를 악물면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지금까지 막았던 것처럼 육탄방어다.
공에 맞아 온몸에 피멍이 들더라도, 결승전이지 않은가.
‘이 자식에게 슈팅을 내주면 안 돼!’
그가 본 제퍼슨은 완벽한 스코어러였다.
기회를 슈팅으로 연결해 바로 성공시키는 득점력 있는 스트라이커.
지금도 기회였다.
열린 공간. 또 슈팅을 때릴 것이다. 실제로 제퍼슨의 오른발이 뒤로 빠졌다.
슈팅 모션.
롬니를 비롯한 수비수 둘이 골문 앞에서 그대로 쓰러지면서 막았다.
아니, 막으려 했다.
툭!
‘페이크?!’
수비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슈팅을 때리려는 척,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패스.
“산티아고!”
“······!”
패스가 닿는 방향에는 프리 상태에 놓인 산티아고가 벼락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파포스트를 노리는 아름다운 인사이드 슈팅.
철렁!
[골! 골입니다! 골골골! 산티아고 차베즈! 제퍼슨의 아름다운 패스를 이어받아 득점을 기록합니다!]
[아! 토론토! 앞서갑니다!]
[제퍼슨과 산티아고의 환상적인 플레이! 갤럭시 순식간에 우위를 내줍니다!]
2 대 1.
토론토가 기세를 잡고 앞서나갔다.
***
전반전이 끝났다.
라커룸에서 그랜드 감독님이 붉어진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건,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좋아서였다.
“이 사랑스러운 자식들아! 멋졌다! 그게 축구지! 이게 축구야!”
흥분하셨지만 그래도 선수에게 지시를 가벼이 하지는 않았다. 선수들의 실수를 짚어 주고,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지시하며, 동시에 잘한 선수에겐 찬사를 보냈다.
“조슈아, 좋았다. 완벽해. 즐라탄을 묶다니!”
오늘 경기의 가장 큰 공은 조슈아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즐라탄이 묶였으니까.
한데 조슈아의 얼굴엔 피로감이 가득해 보였다. 붉어진 얼굴로 숨을 고르는 모습.
‘오버 페이스인가?’
본래 자신의 체력을 월등히 더 사용한 전반전이니까.
후반전이 다소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그가 34살인 걸 생각하면 말이야.
“제-프! 너한테 더 뭐라 말할 건 없다. 가서 부숴 버려!”
감독님의 지시가 끝나고,
우리는 후반전을 치르기 위해 터널로 걸어갔다.
‘어?’
내 앞에서 걸어 나가는 조슈아.
그의 발걸음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다급해진 목소리로 다가갔다.
“조슈아, 발목 왜 그래요?”
왼발을 조금씩 절고 있었다.
얼핏 보면 모르겠지만, 평소 조슈아와 자주 개인 훈련을 한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양반, 지금 다쳤다. 조슈아는 예의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니다.”
“발목 절고 있잖아요? 다쳤어요?”
“괜찮다.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쉿, 제프. 아무 말도 하지 마.”
조슈아의 눈동자는 더없이 진지했다.
“지금 내가 빠지면 즐라탄을 어떻게 막지?”
“······.”
“물론 교체할 선수는 있어. 하지만 지금 즐라탄을 막지는 못해.”
“조슈아!”
“괜찮아. 잠깐 삐끗해서 부은 것뿐이다. 45분은 충분히 버텨.”
“몸 생각해야죠. 이번 경기만 뛸 건 아니잖아요?”
조슈아는 이제 34살이다.
한번 부상이 심각해지면, 차후에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다.
더구나 지금 조슈아는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많이 뛰고, 태클하고, 부딪쳤다. 즐라탄이란 괴물을 상대했으니, 지금 몸에 충격이 누적되고 있을 것이다.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부상을 참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부상이라면 내가 더 잘 안다.
부어오른 것처럼 축구화가 뭉툭 튀어나올 정도였다.
이 상태를 참고 뛴다고?
하지만 조슈아는 오히려 두꺼운 손을 내 어깨에 위로 올리며 씩 웃었다.
남자다운 진한 웃음이었다.
“내겐 다음 경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네?”
“때로는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는 거다.”
“······.”
“걱정하지 마라. 민폐는 끼치지 않을 거야. 내가 뛸 수 없다고 판단이 들면 스스로 교체 사인을 보낼 거다. 그전까지는 내 발목이 버틸 때까지 경기를 뛰고 싶어.”
조슈아의 얼굴에서 굳은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쩐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승컵을 드는 순간, 벤치가 아닌 필드 위에 있고 싶다. 제프.”
***
[갤럭시와 토론토의 대결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 골 차이로 끌려가는 갤럭시가 동점골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입니다.]
퍽!
“제기랄!”
조슈아는 귓가에 박혀 드는 욕설에 자기도 모르게 실룩 웃었다.
즐라탄이 자신에게 막혀 또 한 번 짜증을 부렸다.
‘재밌네.’
왼발에서 고통이 짜르르 올라오지만, 즐거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평소보다 더 격렬하고 힘겹지만, 어쩐지 필드에서의 플레이가 즐겁단 생각이 들었다.
[즐-라탄! 다시 한 번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
또다시 즐라탄.
조슈아가 한 발 먼저 앞서서 발을 뻗는다.
툭!
[아! 조슈아가 또 한 번 막아 냅니다!]
[오늘 조슈아가 각성했네요. 즐라탄에게 선제실점을 내준 이후로 그야말로 철벽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발끝으로 걷어 낸 공.
뚜둑!
왼쪽 발목에서 전해지는 아릿한 통증.
종아리 근육이 끊어질 듯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저 녀석이 해결해 줄 테니까.’
그의 시선이 전방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제퍼슨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잘만 막으면, 결국 제퍼슨이 해낼 것이다.
그러면 우승컵을 들 수 있겠지.
‘포기할 수 없다.’
은퇴 전, 선수 생활을 마지막으로 보내겠단 생각으로 입단한 고향팀.
이 팀에서 우승까지 바라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년 동안 연이 없던 우승까지 30분만이 남았다.
설령 이 경기가 마지막이어도 상관없다.
그에게 중요한 건 미래 따위가 아니다.
현재의 우승컵이었다.
[조나단 도스 산-토스! 드리블을 시도합니다!]
[패스 길목에서 조슈아가 나타납니다!]
[종횡무진이네요. 34살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엄청난 활동량입니다!]
“윽!”
발목이 시큰하다. 고통이 점점 심해졌고 더 빨리, 더 거칠게 뛰는 건 힘겨워졌다. 그러나 조슈아는 그 모든 걸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오로지 우승이라는 커리어 하나만을 위해.
그리고.
빠각!
‘아!’
발목에서 전해지는 섬뜩한 파열음과 뒤늦게 전해지는 고통.
조슈아는 눈앞이 검게 변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면서.
***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빌어먹을.’
들것에 실려 나가면서, 눈물을 참는 조슈아의 얼굴엔 분함이 가득했다.
그의 심정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렴풋이 기억난다. 언제였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나 역시 저런 경험이 있었다. FA컵 결승전. 내 생에 첫 우승을 따겠다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런데 빌어먹을 유리몸이 또 말썽을 부렸다. 햄스트링이 올라왔고, 필드에서 실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빠진 사이, 우리 팀은 골을 먹혔고 패배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조슈아의 볼을 타고 흐르는 분한 눈물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이번 경기가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발목염좌에도 불구하고 더 뛰었을 것이고, 끝내 발목이 심각하게 뒤틀릴 때까지 고통을 참았으리라.
즐라탄이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평생 딴 트로피가 MLS 모든 선수가 우승한 걸 합친 것보다 많다고 했던가.’
과연 즐라탄스러운 발언이었다.
이렇듯, 누군가에겐 트로피 하나의 가치는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리그를 기준으로 봤을 때, MLS 트로피는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필사적인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조슈아가 실려 나가고 어수선한 상황.
즐라탄의 헤딩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고, 운 좋게 공이 흘러나오는 방향에 있던 조나단 도스 산토스가 두 번째 골을 넣었다.
2 대 2.
경기는 동점이 되었다.
***
조슈아가 실려 나가고, 토론토는 크게 흔들렸다.
그만큼 조슈아가 얼마나 즐라탄을 잘 묶었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달려들어! 개처럼 뛰란 말이야! 이를 악물고 뛰라고! 공이 저기 있잖아! 달려가! 도대체 왜 서서 공을 받아? 이 자식들아!”
“공이 저기 있잖아! 바카! 위험 상황에서 공을 바로 걷어 내!”
“바스케스! 공을 끌지 말라고!”
“브래들리! 넌 캡틴이면서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열정을 보여 주라고!”
그랜드 감독이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즐라탄과 산토스의 강력한 연계플레이는 토론토의 수비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알렉산더 바카의 치열한 노력으로 경기는 어찌어찌 동점 상황이 유지됐다.
“달려! 산티! 미친 듯이 달려!”
결승전이란 그렇다.
수많은 감정이 들끓는 용광로처럼.
우승컵에 대한 간절함과 열망이 선수들의 능력을 더 끌어올려 주고, 폭발시키기 마련이다.
“Victory, Galaxy! Vitory! Victory!”
거칠고 치열해지는 필드.
그리고 서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응원을 펼치는 관중.
“토론토! 제발!”
여기서 제퍼슨도 미친 듯이 달렸다.
엄청난 활동량. 그의 약점인 부족한 지구력이 서서히 드러났지만, 그도 이를 악물었다. 근육이 점점 무거워지고 달릴 때마다 점점 느려지는 기분이었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몸은 어리지만, 정신력만큼은 노장의 그것이었으니까.
서로 슈팅을 때리고, 골키퍼가 선방하고.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필드.
그리고 그때 왼쪽 측면을 달려가는 조나단에게 향하는 완벽한 스루패스.
측면을 부수고 들어가는 조나단.
‘힘들어!’
숨이 턱 끝까지 치밀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도 봤다. 조슈아가 고통스러워하면서까지, 경기장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았던 모습이. 필드에 떨어지던 분한 눈물을.
‘반드시 이긴다.’
조슈아의 열정은 토론토의 선수들에게 전염됐다.
체력이 바닥난 지 오래지만, 그는 왼쪽 측면을 미친 듯이 내달렸다. 그리고 박스를 향해 여전히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 주는 제퍼슨을 똑바로 봤다.
‘늘 했던 것처럼.’
제퍼슨의 주위로 수비 세 명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높이 띄워 준다면.
제퍼슨이라면 해낼 것이다.
뻐엉!
‘아!’
그러나 공을 차올리는 순간, 틀렸다는 걸 느꼈다. 잘못 맞았다. 공은 높은 크로스가 아니라, 애매한 위치와 높이로 제퍼슨에게 향했다.
가슴과 어깨 사이. 딱 그 정도의 위치.
헤딩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트래핑해서 때리기에는 몰려든 수비가 너무 많았다.
“제-퍼-슨!”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이 제퍼슨의 귓가에 꽂혔다. 제퍼슨의 두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설령 어떤 크로스가 오더라도 골을 넣어야 하는 건 스트라이커의 본분이다.
극한까지 단련된 운동신경이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그의 몸에 새겨진 움직임이 저절로 근육을 작동시켰다.
떨어지는 공.
트래핑? 아니다.
제퍼슨의 몸이 허공으로 떴다.
‘뭐야?’
수비들이 당황하는 순간.
제퍼슨의 몸은 쓰러지듯이 가로로 눕혀졌다.
공이 오는 위치까지. 어깨까지 올라오는 발등.
“······!”
그 순간, 제퍼슨은 웃었다.
발등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이 기분은 대체 뭘까.
극한으로 끌어올린 감각.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이성학에게서 배운 태권도의 킥이, 엄청난 운동신경을 통해 저절로 나타났다.
달려드는 수비도, 자리 잡는 골키퍼도.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깨까지 올라오는 크로스를 그대로 때려버리는 시저스 킥(scissors kick) 앞에서는.
“Gooooooooooaaaaaal!”
“우와아아아-----!”
발등에 맞는 감각.
기겁한 얼굴의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를 갈라 버리는 공의 궤적.
그리고 일제히 폭발해 버리는 관중석의 열기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달려오는 토론토 선수들. 제퍼슨은 벌떡 일어나 양팔을 벌리며 벤치로 향했다.
미친 듯이 어퍼컷을 날리는 그랜드 감독. 모두 일어나 뛰쳐나오는 벤치.
그리고 부목을 왼쪽 발목에 대고 경기장을 긴장되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조슈아.
그에게 달려가며 제퍼슨이 미친 듯이 외쳤다.
“빌어먹을! 즐라탄보다 한 골 더 넣는다고 했잖아요!”
3 대 2.
토론토 FC 플레이오프 최종 우승.
***
조슈아는 웃었다.
비록 자신은 필드 위에 없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결승골이 터지고,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모든 선수가 벤치에 모여 서로 끌어안는데.
필드와 벤치.
선발과 후보.
그 모든 게 상관없었다.
이건 팀의 우승이다.
축구란 그런 거다.
‘아름다운 거지.’
이래서.
‘내가 축구를 한다니까.’
조슈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위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격하게 끌어안는 제퍼슨의 몸뚱이에 잊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