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괴물 러닝백-28화 (28/258)

28. 한 놈만 팬다 (2)

“Wooooooooo―!”

뉴욕 원정팬은 고작 1500명 될까 싶은데.

목소리는 진짜 컸다.

산티아고의 첫 골이 터진 후, 뉴욕 원정팬들은 미칠 듯이 야유를 해 댔다. 대놓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훌리건이라더니, 그렇긴 하네.

원정팬이 야유를 보내니, 홈팬들의 반응도 날카로워졌다.

뉴욕 선수가 공을 잡으면 홈팬들은 대놓고 야유했고, 우리 팀 선수가 반칙이라도 당하면 당장 펜스를 박차고 뛰어올 기세였다.

관중들의 반응은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삐빅!

산티아고가 공을 잡고 드리블을 치다가, 상대 미드필더가 거칠게 태클을 하면서 서로 뒤엉켜 쓰러졌다.

“Wooooooooooo―!”

누구를 향하는지도 정확히 모를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이 달려오고, 태클한 선수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산티아고는······.

“조심해! 조금 있다가 네놈 정강이를 박살 내 줄 테니까!”

산티아고 쟤도 성격 만만치 않다니까.

산티아고가 눈을 번뜩이며 달려드는 모습은, 이제 이 경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대충 알게 해 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뉴욕은 MLS 동서부를 아울러 가장 많은 파울을 범하고 있는 팀이었다.

교묘한 반칙은 기본이었고, 심판 성향에 따라 대놓고 반칙을 하기도 했다.

특히 MLS는 유난히 심판이 관대한 느낌인데, 오늘은 더했다.

“헤이! 심판! 반칙이잖아!”

빠르게 공을 패스했는데 뒤늦게 들어온 태클에 바스케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도 심판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심판 개자식아! 오늘 집에 돌아갈 때 방탄차 타고 가라!”

“당장 샷건을 갈겨 주마!”

“개 같은 자식. 카드로 집에서 포커나 치냐? 왜 안 꺼내!”

관중들의 반응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삑!

태클, 호루라기 울리고, 선수끼리 또 부딪치고.

패스가 다섯 번 이상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양 팀이 범하는 파울은 엄청나게 많았다.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고 넘어간 파울은 제외한 숫자다.

경기 흐름은 뚝뚝 끊겼다. 뉴욕은 교묘하지만 거친 반칙으로 흐름을 끊었다.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 기세를 탈 수 있었는데, 다시 자기네 리듬으로 바꿔 놓으려는 속셈 같았다.

패스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롱볼 축구해야지.

“제―퍼슨!”

조슈아가 후방 깊숙한 곳에서 볼을 탈취해 냈다. 그리고 바스케스에게 곧바로 배달되고, 그는 괴성을 내지르며 공을 멀리 찼다.

멀리서 날아오는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 놓자, 상대 수비수가 몸싸움하는 척 은근슬쩍 팔꿈치로 내 가슴을 찌르려고 들어온다.

허. 이것 봐라.

누구한테 반칙을 써?

내가 반칙 피하는 방법을 얼마나 많이 연구한 줄 알아?

엉덩이를 살짝 빼고, 어깨를 좁히고, 공은 백힐로 빼놓고, 가볍게 턴.

“어?”

팔꿈치로 찌르려던 선수가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단숨에 수비수를 바보로 만드는 플레이였다.

멍한 표정의 수비수를 지나쳐 달리면서 씩 웃었다.

“반칙할 거면 제대로 해 이 자식아.”

***

뉴욕 시티의 홀딩형 미드필더 그레이엄은 입술을 깨물었다.

거칠기 짝이 없는 경기.

서로 파울이 미친 듯이 오가고, 웬만해선 카드를 꺼내지 않는 관대한 심판.

그레이엄은 날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적당한 반칙도 기술이라고 여기는 부류 중 하나였다. 심판의 눈을 피하는 교묘한 반칙과 정당한 몸싸움으로 보일 법한 움직임. 그야말로 반칙에 있어서 도가 튼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레이엄도, 지금 단 한 명을 질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대체 뭐야?’

근래 가장 핫한 루키.

아메리카 킹, 제퍼슨 리.

그에게는 반칙이 통하지 않았다.

어찌나 움직임이 재빠르고 교묘한지, 요리조리 다 피했다. 저 거대한 몸을 가지고, 저렇게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수비수 두세 명이 덤벼들어도 그사이를 빠져나가는 탈압박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오늘 경기, 제퍼슨 리가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런 거칠고 강한 압박의 경기 속에서, 홀로 딴 세상 사람처럼 움직이네요.]

[엄청난 탈압박 능력이네요. 뉴욕 시티. 아무것도 못 하고 제퍼슨을 놓아줍니다!]

[뉴욕의 골키퍼, 션 존슨이 아니었으면 이미 스코어는 진작 벌어졌을 거예요!]

해설진은 격양된 어조로 소리쳤다.

이런 거친 경기가 고급 축구는 아니다. 멋진 플레이도, 패스 플레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흐름 속에서 제퍼슨은 홀로 다른 플레이를 보여 줬다. 유려한 탈압박으로, 우아한 움직임으로 뉴욕 선수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제기랄. 저 자식. 내가 막는다!”

그레이엄이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그 순간, 그에게 패스가 도착했다.

‘빠른 패스로 벗어나자.’

빠른 판단.

그러나 그레이엄은 발견했다. 황소처럼 우직하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제퍼슨을.

‘······!’

머리에서 붉은 사이렌이 울린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그레이엄은 몸을 수그리면서 충격에 대비했다.

뻑!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차에 치인 사슴처럼 그레이엄은 튕겨 나갔다. 대비했지만, 제퍼슨의 전력 질주에 이은 충격은 감히 참기 힘들었다.

순간 그레이엄은 자신도 모르게 심판을 바라봤다.

“반칙!”

“아니야.”

그러나 부처의 환생 같은 오늘 심판은 고개를 저었다. 정당한 몸싸움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엄이 충격에 대비해 움츠리는 모습이, 마치 어깨를 밀어 넣고 싸우려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이었다.

제퍼슨은 그런 그레이엄을 내려다보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머리가 얼얼해 잘 들리진 않았지만.

‘마치 계집애 비명 같은데? 너 남자 맞냐?’

“······!”

그레이엄이 쓰러진 후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제퍼슨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두 명, 세 명이 시도하는 거친 파울을 피했다. 먼저 위치를 선점하고, 공간을 보고 달리면서 한 발짝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그레이엄처럼 홀로 막아서는 수비는 오히려 역이용했다.

“덤벼 보라고!”

관대한 심판의 성격.

그렇다고 대놓고 반칙하지는 않았다. 정당한 몸싸움이다. 제퍼슨은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음을 알았지만 일단 싸웠다.

뉴욕의 거친 파울에 동료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자주 보였으니까.

‘크윽!’

오늘 제퍼슨과 자주 부딪치는 수비수, 안톤 티네르홀름의 표정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단단한 몸집으로 웬만하면 몸싸움에서 지지 않지만, 도저히 제퍼슨을 이겨 낼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제퍼슨을 몸으로 막는 걸 포기했다.

‘최대한 공을 길게 끌며 길을 막고, 동료와 협력해서 막아 낸다!’

공을 뺏는다?

아니다. 패스할 공간과 뚫어낼 공간을 미리 선점하고, 터치라인 바깥쪽으로 유도한다.

그러나.

제퍼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행동했다.

‘오른쪽이군.’

안톤의 생각과 동작은 제퍼슨에게 완전히 파악됐다.

20년이 넘는 필드의 경험은, 상대의 표정과 상체의 움직임, 다리의 방향 등을 보고 어떤 동작인지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엄청난 반사 신경과 동체시력. 빠른 반응속도로 제퍼슨은 안톤을 가볍게 공을 밀어 넣으며 제쳤다.

툭!

“제기랄! Fucking!”

말 그대로 농락당하는 상황. 안톤은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뜯었다.

‘비디오로 봤지만, 실제로 부딪쳐보니 이건 더 괴물 같잖아!’

엄청난 탈압박 능력. 몸싸움할 때는 또 제대로 박아 버리는 배짱과 힘. 심지어 상대의 동작을 간파해 버리는 지능까지.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 공간을 파고든 제퍼슨이 빈 공간을 향해 달려드는 산티아고의 움직임을 봤다.

그리고 쏘아지는 스루패스.

수비진 한가운데를 헤집는 완벽한 패스였다.

“Fuck! 패스까지 잘하는 게 말이 되냐고!”

***

삐빅! 삑삑삑!

심판이 거칠게 휘슬을 불었다.

관대한 심판이 오늘 처음으로 급하게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갔다.

“저 개자식!”

나도 모르게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내가 보낸 스루패스.

패스를 받기 위해 산티아고가 달려들었다. 하나, 그 뒤를 그레이엄이 위험한 태클로 쓰러뜨린 것이다.

산티아고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바닥을 뒹굴뒹굴 굴렀다.

“저게 고작 경고라고?”

심지어 심판은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레이엄은 오히려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이 진짜.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달려나가려고 할 때.

“목을 부러뜨려 줄게. 이 개 같은 자식아.”

묵직한 중저음의 살벌한 얼굴.

어느새 조슈아가 달려와 그레이엄의 멱살을 잡았다.

“저 개자식!”

“죽여 버려!”

“샷건으로 갈겨 버려!”

“머리통을 배트로 날려 버리라고!”

관중석도 뜨겁다.

삐빅, 삐빅!

양 팀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조슈아는 살벌한 눈빛을 거두지 않고 그레이엄의 이마에 이마를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네놈의 정강이를 박살 내고, 무릎을 부러뜨리고, 허리까지 끊어 줄게. 코뼈도 내려앉히고 이빨 몇 개도 부서지면 더 좋겠지?”

세상에.

저렇게 살벌할 수가.

진짜 갱이 살인 협박을 하는 것처럼 살기가 뚝뚝 흘렀다.

저런 스타일은 적이면 피곤하지만, 우리 팀이면 한없이 든든하다.

마치 우리를 지켜주는 보디가드, 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싸움이 더 커지면 위험하다. 나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고 그사이를 가로지르며 말렸다.

“조슈아. 참아요. 참아.”

“조슈아? 아··· 20년 동안 공차면서 우승컵 하나 없는 그 밋밋한 늙은이가 너였군?”

“······.”

그레이엄이 이죽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조슈아도 살기 어린 얼굴에 다소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어떻게 그 나이 먹고 컵 하나 없지? 팀 운이 없는 건가? 아니지. 개인 수상도 없잖아? 그냥 밋밋하게 뛰다가 은퇴하지. 뭘 주워 먹을 게 있다고 토론토까지 가셨나?”

그레이엄은 필드에서 반칙뿐만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긁는 능력도 대단한 선수였다.

비열하지만, 어쩌면 이것도 축구의 한 부분이겠지.

그가 대단하다고 느껴진 건, 나 역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을 정도로 조롱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써 참았다.

뒤늦게 심판이 달려들어서 멱살을 잡은 조슈아에게 경고. 그리고 그레이엄에게 다시 구두 경고를 했다.

“괜찮아? 산티?”

“음. 발목이 좀 부은 거 같은데. 뛸 수 있을 거 같아.”

“후. 다행이네.”

산티아고는 다행히 부상이 심하지 않았다.

난 흘끔 조슈아를 바라봤다. 잔뜩 굳은 얼굴. 과묵한 그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치욕이 느껴진다.

순간 가슴에 묵직한 게 얹힌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20년 동안 우승컵 하나 없다고?’

나도 그랬다.

단 한 번도 우승컵을 얻은 적이 없었다.

정상의 무대에 선 적이 없었으니까.

늘 하위권 팀이나 중위권 팀의 백업에 불과할 뿐.

최정상의 팀에서 컵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쩐지, 저 강해 보이던 조슈아가 갑자기 여려 보였다. 난 입술을 깨물고 그를 보며 외쳤다.

“헤이, 조슈아! 저 자식은 내가 박살을 내줄게요!”

“······.”

“봐요. 진짜 박살 내줄 테니까.”

진짜다.

진짜로 박살 내주마.

‘축구’로 말이야.

***

[경기가 어수선하네요. 심판은 거친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요.]

[이때 제퍼슨이 공을 잡습니다. 공을 잡고 달려듭니다. 오른쪽에 공간이 있습니다. 어? 중앙으로 파고드네요?]

[중앙에는 그레이엄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레이엄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드리블해 오는 제퍼슨.

분명 오른쪽에 공간이 있는데, 제퍼슨은 굳이 자신 쪽으로 왔다.

‘내가 만만해 보이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제퍼슨을 향해 발을 쭉 뻗었다.

[세상에, 제퍼슨. 그레이엄을 갖고 노는군요!]

[저기서 머리 위로 공을 넘기네요!]

[그레이엄.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합니다! 공에 발끝도 가져다 대지 못했어요!]

[엄청난 개인기입니다!]

“···사포?”

인사이드로 공을 살짝 띄우고, 반대 다리를 타고 올라올 때, 뒤꿈치로 차올리는 동작.

그레이엄의 키를 넘기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넋 놓는 그를 제치고 제퍼슨이 달려가 공을 잡는다.

[제퍼슨. 종횡무진으로 달립니다.]

[화가 난 것처럼 달리네요. 그레이엄을 엄청난 개인기로 제치고, 달려드는 수비 사이로 파고듭니다! 오 세상에, 밀리지 않아요!]

수비의 틈을 헤집고, 파포스트를 노리는 강력한 슈팅.

뻐엉!

오늘 좋은 선방을 여러 번 보여 줬던 션 존스가 손을 뻗어 보지만, 공은 거짓말처럼 멋진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퍼슨! 토론토의 두 번째 골을 넣습니다!]

[맙소사, 환상적이에요. 오른발뿐만 아니라 왼발로도 엄청나네요!]

[상대 수비를 오른발로 슈팅할 것처럼 페인트를 줘서 무너뜨리고, 왼발로 때리네요.]

[저 침착함과 화려한 발재간. 진짜 대단하네요. 엄청납니다!]

[제―퍼슨 리! 지오빈코의 7경기 연속골기록에 타이기록을 세웁니다!]

[이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네요!]

해설자들이 격양된 어조로 소리쳤다.

그야말로 뉴욕의 수비들을 바보로 만드는 엄청난 골.

제퍼슨은 그레이엄을 지나치면서 씩 웃었다.

“고맙다. 너의 멍청한 수비 때문에 골 넣기 쉬웠네.”

“이 개자식이!”

그레이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누가 봐도 자신을 농락하는 사포와 조롱. 그러나 이미 경고를 받은 그레이엄은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으득, 너 진짜 가만 안 둔다.”

“지랄.”

제퍼슨이 피식 웃으며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이어지는 흐름은 그레이엄의 수난이었다.

[그레이엄이 제퍼슨을 또 막아섭니다!]

[오늘 여러 번 부딪치네요.]

[아, 또 뚫리네요. 그레이엄 속수무책이네요.]

[오늘 제퍼슨을 단 한 번도 막지 못합니다!]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공.

그레이엄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었다.

‘이 개자식이 진짜!’

그냥 다른 페인트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조롱하는 것처럼 넛 메그(알까기)라니.

제퍼슨은 그런 그레이엄을 보면서 다시 천천히 공을 몰고 다가갔다.

이번에는 그레이엄이 작정하고 자리를 지키고 섰다.

그 순간, 제퍼슨의 얼굴에 진한 웃음이 걸렸다.

‘슈팅?’

저기서?

골문까지 거리 40m인데?

그레이엄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발등에 정확히 맞은 대포알 같은 슈팅이 쏘아졌다.

그리고···

빠악!

[아, 그레이엄! 얼굴에 맞고 쓰러집니다!]

[제대로 맞은 슈팅이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제퍼슨의 슈팅이 정말 강하게 들어갔는데, 그레이엄 쓰러져서 일어나지를 못 합니다. 코피가 나는 거 같은데요?]

발목힘이 제대로 들어간, 강력한 슈팅이 얼굴에 직격했다.

순간적으로 코피가 터졌다.

그런 그레이엄에게 제퍼슨이 다가와 심판 모르게 속삭였다.

“수비 좋은데? 얼굴로 막는 재주도 있네.”

“···이 개자식이.”

밖에서 지혈을 하고 들어온 그레이엄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제퍼슨이 작정을하고 그레이엄을 향해 드리블을 했던 것이다.

[제퍼슨. 왼쪽에 공간이 있지만, 중앙으로 치고 들어갑니다. 또 그레이엄이 막아섭니다!]

[이쯤 되면 제퍼슨이 그레이엄만 집요하게 노리는 것 같은데요?]

관중들도, 해설들도 묘한 흐름을 캐치했다.

누가 봐도 일부러 그레이엄을 자극하는 움직임과 플레이.

그리고 무너지는 그레이엄.

[제퍼슨, 집요합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못한 그레이엄을 두들깁니다.]

[굴욕적이네요. 그레이엄. 오늘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합니다.]

[제퍼슨, 또 한 번 그레이엄을 속이고 슈웃! 아, 막히네요!]

[그레이엄 정신 차려야 합니다. 계속 공간을 내주고 있어요.]

계속되는 농락 플레이.

그리고 제퍼슨이 비웃으면서 그의 머리로 공을 넘기며 지나치는 순간.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졌다.

“개자식아!”

뒤를 노리는 위험한 백태클.

삑!

제퍼슨이 박스 안에서 걸려 넘어진다.

살인적인 태클이었다. 심판이 휘슬을 불고 옐로카드를 꺼내 들며 뛰어왔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발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허공을 가른 태클이었다. 한데 과한 동작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넘어진 제퍼슨.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씩.

제퍼슨이 웃었다.

“What the fuck······!”

***

[제퍼슨 리! 거친 경기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 주다!]

[뉴욕은 새로운 북미의 왕에게 경배를!]

[제퍼슨 리. 2골 1도움. 파죽지세의 기세로 뉴욕을 침몰시키다!]

[홀딩형 미드필더 그레이엄. 제퍼슨와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 PK까지 내주면서 퇴장까지!]

[루카스 그레이엄, 양 팀 최저 평점 3.3 굴욕!]

[제퍼슨 리 “뉴욕은 UFC를 했고, 우리는 축구를 했다.”]

[토론토 감독. “산티아고의 부상. 다행히 심각하지는 않다. 그러나 프로 정신을 잃은 뉴욕의 거친 플레이는 축구계에서 없어져야 한다.”]

[뉴욕 감독 “우리가 거칠긴 했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루카스 그레이엄, 기자들의 인터뷰에 묵묵부답으로 믹스트존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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