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도 없는 에이든 테일러의 스토커이자 전도유망한 수영선수 진 헤니. 천사(?)같은 에이든을 만나기 위해 조그마한 섬을 뛰쳐나와 LA로 상경한 지도 어언 6개월! 그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던 어느 날, 진의 눈앞에! 코앞에! 스토킹의 당사자가 나타났으니? 다만 그는, “왜? 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 아니야?” “아니! 나는 이런 걸 원하는 게… 아윽!” “아니라고 하는 것치곤 반응이 너무 빠르지 않아?”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였다. * “앞으로 세 달만 애인인 척 좀 해. 대가는 섭섭지 않게 지불할 테니까.” “애인인 척이라니……. 그런 걸 왜…….” “그냥 하라면 해. 좆같이 토 달지 말고. 어차피 네가 손해 보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오히려 너무 과하게 좋은 조건 아닌가 싶은데.” 진이 뭐라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다, 꾹하니 입을 다물었다. 에이든의 말이 맞긴 했다. 몰래 훔쳐보는 게 전부였던 그를 가깝게 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이 돈으로 그 개 같은 머리 좀 잘라. 아무래도 그 꼴로는 내가 데리고 다니기 좀 쪽팔리잖아.” “…돈은 필요 없어.” 답지 않게 단호하게 뱉어진 진의 목소리에 에이든이 피식 웃었다. 돈이 필요 없기는 왜 없어. “나는 너한테 돈밖에 줄 게 없으니까 그냥 받아. 너도 돈 때문에 나랑 붙어먹는 걸로 해. 깔끔하게. 다른 뭐라도 더 있는 것처럼 되면 좀… 역겹잖아.”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돈을 싫어한다면 사람이 아니거나, 어디가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 아무리 지고지순한 척을 해 봤자, 세상에 대가와 보상이 필요 없는 감정이란 없었다.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됐다. 절대로. * “클로자핀인 것 같은데.” “…네?” “향정신성 약이라고요.”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뭐, 환청을 듣거나 헛것을 보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거나,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이 복약하죠. 어디서 난 건데요, 이거?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환자한테만 처방하는 건데.”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생각했던 에이든 테일러.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가짜 애인 행세를 하게 된 진은 그가 향정신성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 내가 이 검은 머리랑 눈 때문에 인생이 좆같아졌거든. 진은 그가 아픈 이유가 자신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게 되는데……. 과연 인어와 왕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