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2화 (152/167)

preuve(증명) (4)

-뻐엉.

[상송! 돌파를 시도합니다!]

좋아, 이러면 나도 위로 올라가서-

-퍼억!

이런 미친!

-삐이익-!

-뻥.

“[파울! 파울!]”

와 정강이 대놓고 걷어찬 게 파울 정도야? 왜 리그앙이 깡패 리그라고 하는 줄 알겠다. 이렇게 거친 파울을 해도 휘슬 부는 선에서 끝내니깐 그렇지.

“[상송, 괜찮아?]”

“[윽.. 괜찮아. 멍 들 것 같긴 한데. 이 정도는 일상이잖아. 그보단, 빨리 공격이나 재개하자.]”

···휴, 그래, 누가 말리리오, 나도 지금 다리 시큰거리는데.

“[오케이.]”

그렇게 괜찮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프리킥, 슛- 아, 낭시, 밖으로 걷어냅니다!]

실패해버리면서.

[아, 마르세유, 낭시의 두터운 수비진을 잘 뚫어내지 못하고 있네요.]

[이제 어느덧, 정규시간은 5분, 추가시간을 감안해도 경기가 10분도 채 안 남았습니다!]

경기도, 어느덧 후반 4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

[seconde mi-temps 40]

Nancy 0 : 0 Marseille

[Buts]

Nancy : (rien)

Marseille : (rien)

***

‘젠장, 돌아버리겠네.’

[아, 경기가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그렇죠, 바로 5일 전에 유로파 경쟁팀인 셍테티엔은 4대 0으로 완벽하게 이겨놓고, 강등 위험권인 낭시 상대로는 몇 분 안 남은 지금까지 무득점인 이 상황을, 누가 예상하겠습니까.]

역시, 발등에 불 떨어진 팀은 웬만한 중위권보다 훨씬 강력하다.

‘괜히 강등로이드, 강등버프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라니까. 사람이라는 게 발등에 불 떨어지면 없던 힘도 생겨. 젠장.’

···그리고 이 기세라면, 아마도 0대 0으로 끝나겠지.

‘젠장, 안 돼.’

실점의 원흉이 되진 않아서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90분 내내 뛰면서, 오늘 그냥 ‘평범한 활약’ 수준으로만 끝나면. 내가 에브라를 밀어낼 수는 없다.

막말로 한 영표 형님이 벤쿠버에서 은퇴 안 하고 말년에 K리그에 왔는데 베트남 선수 응우옌 씨가 영표 형님을 백업으로 밀어낸다?

솔직히 정말, 정말 엄청나게 잘 해야만 그게 가능할 거다.

내가 해야 하는 짓은 바로 그런 짓이고.

그러니- 저 녀석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간절한 건 알겠지만.

나도, 어떻게든 저놈들의 약점을 찾고 파고들어야 한다.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말이지.’

자, 생각하자, 생각.

그나마, 그나-마, 그래도 오늘 경기에서 현재 일관적으로 나에게 있어서 유리하다고 할 만한 점은 뭐지?

고민하자, 바로 답이 나왔다.

‘···압박이 적다.’

거칠지만, ‘압박’ 자체는 그리 심하지 않다.

굉장히 모순되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거칠다는 건. 팔꿈치로 찍거나 피지컬적으로 괴롭혀도 휘슬을 안 부는 게 거친 거고.

‘압박’이 강하다는 건, 나와 몸을 부딪치고 경합하는 횟수 자체가 많아지도록, 전술적으로 수비 행위 및 경합을 일부러 더 늘린다는 거다.

‘뭐, 사실 이 둘을 완전히 구분짓는 건 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거친 것과 압박은 구분되어야 한다.

미친 헬창의 운동에 끌려가서 운동하고 난 후의 피곤함과 애기 조카가 추석에 놀러와서 모기처럼 신경을 긁어대는 피곤함이나 똑같이 피곤한 건 같아도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로 이 두개가 공존하는 축구는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으로 운영하며, 상대편 진형으로 영 넘어오지 않아 적극적으로 볼 전개를 시작부터 방해하는 압박은 없기에 압박의 횟수는 적지만,

상대편이 센터라인을 넘어오는 순간부터는 즉각적으로 자신들이 담당하는 수비 구역에 오면 아주 가차없이 사람들을 걷어차면서 막아내는 그런 축구.

텐백 축구가, 보통 그 거칠지만 압박은 적은 축구다.

‘그리고, 지금 저 놈들이 그런 축구지···’

뭐, 기본적으로 4-1-4-1 대형이라 텐백은 아니고 9백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그러니- 솔직히.

‘롱 패스 찔러넣기는 정말 딱 좋긴 한데···’

그렇지만, 나는 바로 생각을 그만뒀다.

‘쳇, 그렇지만 롱 패스를 찔러넣어 봤자 최전방에서 버텨줄 선수가 없네. 고미스 그 친구,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그래, 보통 크로스로 텐 백을 부수려면 최전방에서 딱 버텨줄 만한 스트라이커가 있어야 성립하는데.

지금 우리는 그 역할을 맡아줄 팀의 최전방 주전 스트라이커 고미스가 빠져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셍테티엔전에 딱 패스 그렇게 받고 바로 툭. 멋지게 넣어놓고. 인터뷰 왜 그따위로 한 건지, 나 참.’

아니, 아무리 자기가 생테티엔 유스 출신이라고 해도 그렇지.

-나중에 잘해서 셍테티엔으로 돌아겠습니다.

같이 인터뷰를 좀 싸가지 없게 하는 의도가 뭐야. 일반 선수도 아니고 주장 완장 달고 있는 사람이 말이지.

[토뱅- 아, 슛하지 못합니다! 뒤로 돌렸어요!]

[이젠 마르세유, 시간이 없습니다. 공을 가지고 있긴 해도, 자꾸 중앙을 뚫지 못하고 U자로 공 돌린다면 골은 못 넣어요!]

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좀 확률이 낮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상송!]”

-뻥.

좋아, 공이 굴러온다.

후, 떨린다.

‘···잘 돼야 할 텐데.’

압박이 강하지 않은 훈련에서야 몇 번 보여 줬지만, 실전에선 정말 처음으로 뿌리는 거기도 하고···

무엇보다.

‘토뱅 쪽이 내가 보내는 사인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나랑 쟨 진짜 한 마디도 안 나눴는데.’

이러면 연계 손발이 잘 안 맞고 그냥 허공에 날려버리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

‘아냐, 지금은 이게 맞아.’

저 놈이 나를 모른다고 해도. 나는 저 놈을 알고 있다. 훈련장에서 저 놈의 등 뒤를 많이 봐왔으니까.

그리고- 확률이 낮다고 해도.

지금, 다른 것이 확률이 높은 작전도 아니지 않은가.

‘K리그에서는, 밥 먹듯이 하던 일이기도 하고.’

자, 망설이지 말자.

생각해라. 훈련에서 저 녀석이 어떤 움직임을 즐겨했는지.

공중 볼이 올라왔을 때, 저 녀석은 어떤 모습을 보였었는지.

‘···풀백과 중앙 수비수 사이. 수비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형식으로.’

자, 그럼 정해졌다. 낮게 깐다.

우리 쪽에는 키 큰 사람도 없고,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공중에 뜨는 시간이 길게 끌어지는 것보단.

-툭.

포백 키만 살짝 넘긴다는 느낌으로 하는 게 낫겠지.

자, 토뱅, 부디-

-뻥.

움직여라. 항상 그랬던 것처럼.

.

.

.

.

.

-삑! 삑! 삐이이-익!

***

[jeu terminé]

Nancy 0 : 1 Marseille

[Buts]

Nancy : (rien)

Marseille : N'Jie (87)

***

<플로리안 토뱅, 2경기 2골 2도움··· 익명의 내부자. ‘그는 프랑스의 보배가 될 것이다 > - Foot Mercato

<플로리안 토뱅, 그가 마르세유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던 7가지 이유> - le10sport

<마르세유는 뉴캐슬로부터 플로리앙 토뱅의 완전 영입을 위하여 움직이고 있다.> - Infosport+

<플로리안 토뱅, 마르세유 4월의 선수 유력, 이번에도 타게 되면 이번 시즌에만 4번째 이 달의 선수> - La Provence

<마르세유 이준혁, 두 번째 풀타임 출전··· 팀은 0대 1로 승리.> - 스포츠조선

-*-*-*-

“흠,”

-삑, 삑.

[리, 리, 크로스으-!]

[아,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날아가는- 토뱅! 토뱅!]

-팅!

[아, 골키퍼 막았는데에-?!]

[은지! 은지!]

-우와아아-!

[은지! 은지가 골을 넣었습니다아-! 경기 종료 3분을 앞두고! 토뱅이 해냅니다!]

-삑.

그리고 그 멈추는 장면에서, 가르시아 감독의 눈은 토뱅이 아니라.

"흠..."

이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장면, 아무리 봐도··· 토뱅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읽고 준 느낌인데.”

100% 확신하긴 힘들지만, 그럴 확률이 높아 보였다.

처음엔 기가 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저 표정을 보아라. 공을 차고 나서의 태도가 자세히 보니 ‘실수했다.’ 가 아니라.

‘계획대로 됐을 때의, 그런 표정이야.’

아무리 봐도, 그게 맞아 보였다.

그리고 만일 그게 맞다면.

‘···프런트에 요청한 이적시장 명단 다시 짜야 하나?’

다음 시즌, 레프트백의 추가 영입이 필요 없었다.

이제 리그가 단 4경기가 남았고, 4월 중순을 지나 말로 다가가는 시점이기에. 슬슬 이적시장에서 어떤 선수를 영입할 지를 미리 말해달라고 요청해둔 상황이었고.

그 중 레프트백은 현재 있는 세 명의 레프트백 에브라와 리, 베디모 셋 모두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운 레프트백을 요청할 생각이었는데.

만일, 저 플레이를 ‘의도하고’ 한 것이 맞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수도-

아니, 무조건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영입해야 할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니니까.’

시장에서 레프트백이란, 절대 쉽게 구할 수 있는 매물이 아니다.

정확히는 ‘좋은’ 레프트백을 구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구하는 건 많은데 연봉도 적게 주는 이 풀백이란 자리에, 인재가 나타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기에.

혹시라도 나타난 인재라면 어떻게든 꽁꽁 묶어서라도 자신들의 팀에서 내보내려 하질 않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한 천만 유로(122억원)급으로 많이 주면 구할 수야 있겠지만, 풀백을, 웬만한 공격수보다 비싸게 돈을 주고 사온다?

돈이 넘쳐나는 파리 같은 팀조차 그 돈을 공격수나 미드필더 영입하는 데 보태라는 팬과 언론의 질타를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리고, 자금이 그들의 절반도 채 안 되는 마르세유는, 더더욱 돈을 아껴야 했다.

‘프런트조차 당장 토뱅과, 고미스의 완전 영입만 해도 꽤나 돈이 들어가서 고민 중에 있다고 했으니.’

현재 10-10에 단 어시스트 한 걸음만을 앞두고 있는 토뱅. 18득점의 최고 득점자 고미스를 완전 영입을 못 한다?

당장, 내년 팀의 전력이 엄청나게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면···’

저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측면을 활용하는 자신의 전술 철학에 가장 어울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지금가지 써왔던, 그 어느 풀백보다도.

‘···확인해 볼 가치는, 충분해.’

그 생각까지 마친 가르시아 감독은, 바쁘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내일 훈련 일정은 이미 짰나?”

-예, 이미 짜서 선수들에게 배포한 상태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아, 다름이 아니라, 조금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내일부터 전술 훈련 비중을 조금 늘리고 싶은데, 그대로 수정해줄 수 있나?”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음··· 별 건 아니네. 그냥 다음 캉 전에, 왼쪽을 조금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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